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한여름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경기 여주 참숯마을.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이 숯을 굽는 가마 속으로 들어간다. 입고 온 거추장스런 옷들을 훌훌 벗어던진 도시인들은 자연 그대로의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탄다.
가마에 들어가는 순간 그들은 원시인으로 탈바꿈한다. 어느 덧 도시에서 쌓였던 근심들은 깜깜한 가마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아스라한 옛 추억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굴속의 원시인들은 천천히 오염된 도시의 노폐물을 한 방울씩 배출해 내기 시작한다.
이들은 웬만한 도시 동네마다 하나씩 다 있는 초대형 보일러식 찜질방을 마다하고 무엇때문에 서울에서 1∼2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재래식 숯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일까. 아마도 숯가마 속에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피곤한 마음까지 정화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7∼14일간 구워진 숯 대신 가마굴 속에 들어간 사람들은 숯불의 잔열로 한겨울에 굳은 온몸을 녹인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한 이들과 함께 숯불에 음식까지 구워서 나눠먹는다.
■토굴 속 원시인이 된 기분… 도시 피로는 ‘싹∼’
숯가마에 들어서면서 도시인들은 사무실에 쌓인 서류더미들과 온갖 잡일들을 잊은 채 온몸으로 땀을 흘리며 젊음의 생기를 되찾게 된다. 원시의 황토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마도 태아가 다시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것일까. 숯가마에 한번 들어가면 어른들은 엄마 품속으로 들어간 태중의 아기처럼 조용해진다. 반면 어린이들은 놀이터에라도 온 듯 이곳저곳을 뒹굴며 즐거워한다.
숯가마의 열기에서 인내력을 시험해본 도시인들은 이내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신다. 잠시 후 허물을 벗고 굴 밖으로 나온 이들은 마치 번데기를 벗고 나온 나비처럼 기분이 하늘을 찌른다.
어두운 토굴에서 나와 탁 트인 겨울들판에 서면 마치 박하사탕을 한 움큼 삼킨 것처럼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 게다가 숯가마의 참숯 향기가 몸에 배여 피부까지 뽀송뽀송해진다. |
'여주 참숯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내부 온도가 120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숯가마 둘레에서 하나 둘씩 사색에 빠져들고 있다.
■“내 몸도 지지고 삽결살도 지지고”…맛과 건강까지
도시인들은 숯이 구워지는 가마 앞에서 아궁이를 조금씩 열고 밤·감자·고구마·옥수수 등을 구워 먹는다.
어릴 적 겨울밤에 아랫목에서 화로에 둘러앉아서 온돌바닥에 몸을 지지며 밤을 구워먹던 추억이라도 떠올리듯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숯가마에서 온몸을 지지고 나온 어른들은 삼겹살을 숯불위에 올려놓고 소주 한잔을 걸친다. 숯가마에서 함께 땀을 흘린 가족, 친구들과 함께 숯불 화로통에서 둘러않아 고기를 구워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
숯은 고구마나 고기를 굽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숯을 만들 때 생기는 수증기를 담아서 6개월간 부유물을 침전시킨 뒤 받은 ‘목초액’은 무좀과 아토피 등 여러 피부병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시의 불을 찾아 떠나는 여행…‘겨울속 무더위’ 만끽
숯을 구울 때 가마 온도는 1200℃를 넘나들게 된다. 숯가마는 구워진 참숯을 빼낸 뒤에도 3∼4일간은 열기로 가득하다.
장터에 내다팔 숯이 모두 빠진 첫 날에는 250∼300℃, 이틀째는 80∼100℃, 사흘째 50℃, 나흘째에는 30℃ 정도까지 열기가 유지된다. 덕분에 숯가마 속은 한 겨울에도 찜질을 할 정도의 뜨거운 열기로 후끈거린다.
돌과 황토로 이뤄진 숯가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온몸을 감싸면 원기를 흡수한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남한강과 섬강을 굽어보는 성주봉 자락의 1만평 부지에 자리 잡은 ‘여주참숯마을’에는 최근 일본의 숯연구회 회원 30여명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와 숯가마를 체험하고 갔다.
전국에는 200여개의 숯가마가 있다. 이중 관광공사가 유일하게 추천한 여주 참숯마을을 찾아 ‘겨울속의 무더위’를 만끽해보면 어떨까.
[여주 참숯마을]‘집으로 오는 길’세종대왕 영릉 돌아보고 옹기항아리 지고 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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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는 명성황후가 태어난 곳이자 세종대왕 영릉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명성황후 생가(사진)에 방문하면 어린 황후가 흥겹게 뛰놀았을 것 같은 개울과 낮은 언덕이 방문객을 조용히 맞이한다. 생가 앞에 탁 트인 평원을 바라보고 있으면 혼란스런 개화기에 나라를 통치할 여장부를 배출할만한 곳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명성황후의 생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있는 세종대왕 영릉에 가보면 세계 최고의 무형발명품 ‘한글’을 창시한 왕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된다.
여주에는 고대시대 유물도 많다. 청동기시대에 썼던 반월형석도, 갈돌(碣石), 무문토기, 홍도 등이 대거 발굴됐고, 많은 도자기들이 여전히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여주에는 600여개의 도자기 공장이 밀집해 도자촌을 이루고 있다. 여주를 방문하면 길거리 곳곳에서 도자기?옹기를 내다 파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기록에는 고려 초부터 이곳에서 도자기가 제조됐고 조선 초부터 도자기 공업이 발달했다고 전해진다. 그 전통을 잇는 ‘제18회 여주도자기 박람회’가 오는 4월20일부터 5월14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중에는 전통가마 불 지피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 |
첫댓글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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