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콘크리트 지붕까지 흙다짐벽을 높일 수 없었던 당시 기술상의 문제로(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2~3층 높이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흙다짐벽 위 공간은 빙 둘러가며 긴 창을 내었다. 창밖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뒷산의 나무들이 흙벽과 자연스럽게 색을 섞는다.
2 만지면 흙 가루가 떨어질 정도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날것 그대로인 흙벽은 따스한 질감을 그대로 전해준다. 모던하게 지어진 만큼 모던한 소품이나 가구와 잘 어울린다.
1999년에 지어진 구인헌은 우리나라 최초로 네모반듯 모던하게 지은 현대식 흙집이다. 흙벽돌을 만들어 층층이 쌓아 올렸던 옛날 방법 대신 콘크리트 시공 방법을 응용해 전체적인 모양뿐 아니라 건축 방법 또한 현대적으로 지어 흙도 충분히 모던한 건축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건물은 콘크리트로 기본 구조와 지붕을 만든 다음 그 사이사이에 흙벽을 세워 공간을 나눔으로써 콘크리트와 흙, 나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거푸집 안에 흙을 한 층 한 층 다져 넣어 흙다짐벽을 만들었는데 내·외장재가 모두 흙으로만 된 덕에 집에 들어서면 흙 냄새가 은은하게 새어 나와 마치 산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표면에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아 만지면 흙이 조금 묻어나기 때문에 침실과 몇몇 벽면은 위에 석고 보드를 덧댄 다음 흰색 페인팅을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흙집의 가장 큰 장점은 한여름에도 문을 닫아놓으면 에어컨을 켠 듯 시원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겨울에는 따뜻하다. 또한 흙이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장마철에도 집 안이 눅눅하지 않고 보송보송하다고. 프랑스 에서 흙건축 기술 공부를 한 신근식 건축가(02·323-2407, www.architerre.org)가 기용건축의 정기용 건축가와 함께 시공했다.
3 콘크리트 벽면과 흙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 흙으로 지은 덕에 덩굴 식물이 잘 자라는 것도 특징이다.
4 윗면을 콘크리트로 마무리한 낮은 흙담.
시공 방법 주천 지역의 황토와 제천의 마사토, 잔자갈과 굵은 모래를 일정한 비율로 혼합하고 여기에 석회를 첨가제로 사용했다. 철근 콘크리트로 기본 틀과 바닥을 다진 다음 거푸집을 세우고 그 안에 혼합한 흙을 채워 넣어 다시 한 번 단단하게 다진 다음 굳으면 거푸집을 떼어내는 방법으로 흙벽을 만들었다.
석회 가루에 섞어 바른 흙벽, 강화도 게스트하우스 무무의 주인집
1 낡은 듯 자연스러운 색상 때문에 앤티크 가구와 잘 어울린다. 충청도 지방에서 사용되던 오래된 찬장 위에는 해외여행에서 구입한 앤티크 소품을 올려 장식.
2 2층 다락방 한쪽 구석에 만든 붙박이 흙침대. 폭 20cm짜리 합판을 세워 벽을 만든 다음 그 안을 모두 물에 갠 흙으로 채워 바닥을 올렸다. 흙바닥 위에는 짚으로 만든 멍석을 깔아두었는데, 불을 때면 바로 온돌방이 된다. 몸이 무겁고 여기저기 쑤실 때 누워 있으면 좋단다. 한쪽에는 흙으로 만든 선반을 만들어 책이나 소품을 올려두고, 화려한 패턴의 빈티지 쿠션을 함께 올려 레트로풍으로 스타일링했다.
몇 해 전 영화배우 임수정이 등장한 박카스 광고를 기억하는지. 선배의 작업실에 놀러 간 임수정이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던 그 광고에서 선배의 작업실로 등장한 공간이 바로 게스트하우스 무무의 주인이 사는 집이다(무무와 바로 이웃해 있다).
유럽의 시골 농가와 같은 따스한 느낌을 내기 위해 내부와 외부 벽면에 흙을 발라 시공했다. 무무건축 대표인 건축가 남편이 11년 전 집을 지을 당시 자연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도는 내추럴한 색상을 찾았으나 마음에 드는 색의 페인트가 없었고, 생각 끝에 석회 가루에 흙을 섞어 벽면에 바른 것이다. 석회 가루와 흙을 섞음으로써 자연스러운 질감과 더불어 색이 훨씬 부드러워졌다고. 조금은 오래된 듯 자연스럽게 낡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낸다.
시공 방법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밭흙을 사용했다. 흙을 체에 내려 굵은 돌멩이만 골라낸 다음 물에 개어 흙물을 만들었다. 여기에 석회 가루를 섞어 반죽했다. 이렇게 조합한 반죽을 벽에 흙손으로 발랐다. 몰딩이나 나무 기둥에도 흙물을 발라 비슷한 색감을 냈다.
황토벽돌로 지은 집, 남양주 전원주택
1 커다란 벽난로와 어우러져 산장에 온 느낌을 주는 거실. 벽면에 마치 액자를 건 듯한 느낌을 내려고 조각 창을 냈다. 일부러 황토색이 짙지 않은 벽돌을 선택해 붉은 벽돌집처럼 촌스러워지는 것을 예방했다.
2 층층이 쌓아 올린 모습 그 자체로 패턴이 되므로 별다른 가구를 놓을 필요가 없다.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가전제품을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자연스러운 모습이 흙벽에는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남양주 축령산 자연휴양림 초입 언덕에 지어진 전원주택은 외벽과 내벽을 모두 황토벽돌로 지은 집이다. 이 집의 주인인 이규하 씨는 「생로병사의 비밀」, 「술·담배·스트레스 보고서」 등 건강 관련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촬영감독으로, 건강 관련 다큐멘터리를 오랫동안 촬영하다 보니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결국엔 지난해 자신의 전원주택을 환경친화적으로 짓게 되었다.
재료를 놓고 고민하다 황토벽돌을 찾아내어 여기에 가공하지 않은 원목을 더해 집을 완성했다. 일반 벽돌 대신 황토벽돌로 내·외벽을 모두 쌓았는데, 그 위에 벽지를 바르면 황토벽돌을 시공한 이유가 없어지므로 그대로 노출시켜 벽돌이 쌓인 모습이 하나의 벽면 장식이 되도록 했다. 8개월 정도 살았는데, 삼겹살이나 생선을 구워도 냄새가 집 안에 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시공 방법 황토와 물을 혼합하여 만든 황토벽돌을 일반 벽돌 시공하듯이 쌓아 올렸다. 줄눈에는 황토를 사용했다. 공사 전 미리 몇 군데서 샘플을 받아봤는데, 황토벽돌도 색상이나 크기가 여러 종류다. 최근엔 황토를 타일 형태로 만든 제품도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