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멘트와 튀는 아이디어로 틀에 박힌 일기예보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잘나가던 기상캐스터였지만, 현재는 “아현동 마님”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종가집 맏며느리역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는 김혜은. 밖에서는 천둥, 번개, 거센 폭풍이 그녀를 향해 몰려와도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간섭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그녀의 삶에는 늘 햇살이 가득하다. 돌아 보면 인격도 엉망이고, 남을 배려할 줄 몰랐었고, 정말 하나님이 아니었으면 삶의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기에 하나님은 “삶의 전부”라고 고백한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
교회학교와는 달리 학교에서 유난히 방황을 하던 한 친구를 겉과 속이 다른 것 같아 너무 싫어 했었는데, 얄궂게도 중3 여름 수련회에서 같은 조가 되었다. 목사님이 시키시는 대로 서로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데, 왠걸 눈물이 펑펑 쏟아져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이것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좋은 기도의 동반자로 지내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약 2000여명이 모여든 아나운서 고시에서 최종면접이 있던 바로 전 날 너무 떨려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거의 혼절한 상태로 누워 있는데 갑자기 베이스 파이프 올갠 정도의 저음으로 “잠잠하라, 내가 네 옆에 있지 않느냐”는 음성이 들려 왔고 곧 너무 편안해지며 단잠을 이룰 수 있었고 면접 시험도 아주 잘 본 것 같았다.
만약에 대비하여 청주 방송국에도 이미 응시를 하였었고 본사 발표가 있는 날이 그 곳 면접일이라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전화로 확인했더니 낙방했다고 해서 이유를 물으니 최종 카메라테스트에서 짝눈임이 밝혀졌다는 것이었다. 청주 면접에서 콤플렉스가 있느냐는 질문에 낙심한 채로 “외모”라고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좋게 보셔서 낙점을 받았다. 그렇게 연수를 받던 중 갑자기 본사에서 연락이 와 기상캐스터라도 좋으면 해보라고 하였고 연고가 없던 청주보다는 서울이 낫겠다고 판단하여 곧 상경하였다. 후에 자신은 3등으로 아깝게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김주하 앵커가 입사동기였다.
시련과 연단
인기 기상 캐스터로 활약하기는 했지만 자그마한 나라에서 변함없이 찾아 오는 사계절마다 뻔한 내용을 체바퀴 돌 듯 전하려니 직업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두 줄짜리 오프닝 멘트지만 나름 고심고심하면서 만들어 저녁 뉴스에서 방송하면 바로 다음 날 아침 뉴스에서 후배들이 앵무새같이 따라 하는데도 제재를 가할 수 없음은 물론, 아무도 그것을 눈치조차 채지 못하니 방황만 점점 더해 갔는데…이 때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미니 시리즈에 주인공 친구인 기상캐스터로 까메오 출연 제의를 받았다. 단 2줄짜리 역이었지만 이를 위해 연기학원에 다닐 정도로 열심히 한 덕분에 출연 분량이 6회 정도로 늘어나게 되었고,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싶어 종영이 된 후에도 3년간을 더 학원에 다녔다.
드라마 나들이로 즐거웠던 것도 잠깐. 입사 5년차가 되니 매일 그만둘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비례적으로 몸도 너무 힘들어졌다. 힐을 신고 북한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녹화를 해야 하는 등 연일 반복되는 강행군에 유산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아랑곳없이 바로 다음 날에 촬영에 임해야 했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던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한 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당장 입원하지 않으면 평생 난청으로 살아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달을 입원하게 되었는데 본의가 아니게 일에서 한 발짝 물러서니 지금 하는 일에 회의가 있으면서도 다음 직업이 뭔지 몰라 놓지 않으려고 아둥바둥하던 자신을 볼 수 있었고 그제서야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담대하게 사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그 후 딱 6개월 만에 검사 수치가 임신이라 판단하기에는 2% 부족하지만 임신일 수도 있다는 묘한 진단을 받았다. 하나님이 꼭 “너 이것 내가 주는 것인 줄 알아라”는 메시지를 보내시는 것 같아 열심히 기도하니 점점 배로 아이가 가는 느낌이 들었고 얼마 후 확실히 임신이 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결혼 6년 만에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깐. 임신 6개월이 넘어서니 아이가 머리에 비해 팔다리가 자라지 않고 있어 왜소증일 가능성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되었다. 하나님께 장애아가 아닐 것이라고 믿고 낳을 것이고, 만약 장애아라도 이 아이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해 달라고 매일매일을 기도하며 지내다 때가 되어 딸을 낳으니 정상이었고 너무 감사하고 기뻐서 출산 후 보름 동안은 남편과 손을 잡고 매일 울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표현대로 “인간이 바뀌어” 버렸다. 예전에는 장애인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장애우의 엄마가 될 수도 있다는 각오덕분에 그들에게 훨씬 더 성숙한 마음으로 가까이 갈 수가 있었다. 또 기아대책홍보위원으로 활동하거나, 예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어르신 목욕봉사나 장애부모를 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면서 자신이 정말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기도제목
아이를 낳고 쉬던 중에 “아현동 마님”에서 며느리역 제의가 왔고, 설정된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려고 남편의 허락을 받아 광주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한 학기를 지낼 정도로 맡겨진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그녀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 2명이 합격하는 아나운서 시험에서 3등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의 빈틈없는 각본에 정말 감사를 드리게 되었다.
기상캐스터로 시작하여, 미처 생각조차 못했지만 이렇게 맘에 꼭 드는 연기자의 길을 예비하시고 열어 주셨으니 사람이 마음으로 계획을 세울지라도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므로 앞으로는 머리를 짜서 계획하지 않고 믿고 맡기며 무엇이든 주시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또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네가 믿는 하나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시냐고 궁금하게 여길 정도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고, 어렵게 주신 딸을 하나님에게 누가 되지않게 키울 엄마로서의 지혜도 간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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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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