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선의의 학문적 연구라는 미명을 내세운다 해도 우리 인간이 절대로 범접하지 말아야 할 두 방면의 불가침 영역이 있다. 하나는 물질구조의 기초단위를 이루는 원자(核)에 대한 무차별적인 접근이 그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체 구성의 생명 신비를 유전자 체계 구명(究明)으로 파헤치겠다는 인위적인 만용이 그것이다. 제아무리 과학기술 제일주의에 힘이 실리는 세상이라 하지만, 그러나 제발 원자와 유전자 그 둘만은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신(神)의 고유 소관 영역으로 남겨 두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경외(敬畏)의 반대말은 방자(放恣)함이리라. 인간의 그 잘난 성취욕과 탐구욕은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눈을 감고도 뻔히 예견되는 신세기의 엄청난 비극에 소름이 돋는다.
위 둘 가운데서도 특히 게놈 프로젝트, 즉 인체의 세포에 존재하는 DNA 조직을 29억 1000만여 개의 문자로 풀어낸 유전자 지도가 마침내 인류의 과학기술에 의해 완성되었다 하여 지금 온 지구촌이 축제 분위기 일색이다. 유전적으로 생겨나는 불치병이나 난치병 원인을 유전자 분석을 통해 미리 알아내고 그 불리한 유전자 요소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함으로써 ‘불이익’을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그 축제의 명분인 듯하다.
게놈 지도만 있으면 인류가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고 생체 부품과 그 구조적 작용원리를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무어냐 하는 얘기다. 과연 그럴까? 인간의 일차원적 과학 두뇌가 정말로 신의 고차원 섭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일까?
생로병사의 주인은 오로지 한 분 뿐인데 인간이 과연 그 차원의 방식을 흉내낼 수 있을까? 재앙의 자초를 축제로 착각하는 그 자체가 바로 재앙의 시작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