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동거에 들어갔거나 남자가 혼자 사는 여자 집에 칫솔을 두고 다니는 사이가
되었다면, 이제 사소한 일들로 티격태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가 보기에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 가운데에는 남자가 별 뜻 없이 행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럼 남자
의 변명이 통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제가 대신 변명해보겠습니다. |
변기 시트가 또 올려져 있잖아! 남자라고 여자가 변기 속에 빠지기를 바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랍니다. 여자를 골탕먹이려
는 것도 아닙니다. 정말 그냥 시트를 내려놓는 걸 잊어버린 겁니다. 29세의 회사원 박성
호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머릿속
으로는 꼭 그렇게 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어도 잊어버릴 때가 있죠.” 그러니까 남자가
변기 시트를 올린 뒤 내리지 않는 것은 단지 실수일 뿐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세요.
‘이 남자가 날 물먹이려는 걸까?’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소변을 보면서 시트를
올리지 않는 남자라면, 가차없이 야단을 쳐도 좋습니다.
비디오 게임 좀 그만할 수 없어? 솔직히 이야기해보죠. 여자들은 네일 숍에 가서 네일 케어를 받습니다. 크림을 잔뜩 얹은
화이트초콜릿모카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남자들은 뭘 할까요? 스포츠 중계
를 보거나 ‘철권’을 합니다. 28세의 편집 디자이너 이동훈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감 때
면 13시간도 일을 합니다. 일하는 사이에도 저녁때는 여자친구를 만나서 근사한 곳에 가
저녁을 함께 먹고 다시 회사로 돌아옵니다. 밤에 녹초가 되어서 집에 오면 제가 게임을 한
다고 여자친구가 뭐라고 합니다. 그러면 참 기분 꿀꿀해요. 제가 스파이스 채널이나 보고
있으면 더 좋겠어요?”
어휴, 침구좀 빨고 살아라 혼자 살고 있는 남자친구 집에서 자게 되는 날, 땀내 나는 베갯잇에, 햇볕에 넌 적도 없는
게 틀림없는 퀴퀴한 이불을 보고 도저히 저기서 잘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요? 청결하
고 깔끔한 침구를 장만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남자도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깨끗한 곳에서 잠을 자게 되면 베갯잇과 침대 시트를 자주 빠는 것
쯤은 즐거이 할 겁니다. 하지만 베개를 네 개 혹은 여섯 개씩 놓아야 하고, 프릴이 달린
매트리스 커버를 씌워야 하고, 그 위에 패드를 깔아야 한다면 남자는 기겁을 할 겁니다(
무슨 홈쇼핑 광고라도 찍을 건가요?). 침구 장식은 훗날 결혼 생활의 재미를 위해 아껴 두
세요. 그렇지만 양말을 돌돌 말아 아무 데나 던져두거나 입은 속옷을 침대 밑에 감춰두는
것은 따끔하게 이야기할 일입니다.
쓸데없는 데다 돈 좀 그만 쓸래? 남자가 첨단 전자 제품에 빠져드는 것은 장난감이 필요해서입니다. 여자에게는 화장품
과 액세서리가 장난감이라면 남자에게는 전자 제품과 자동차가 장난감인 겁니다. 사실
반대로 남자의 눈에는 여자의 화장품이 다 그게 그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것들이
다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죠. 그러니까 새로 디카가 나올 때마다 바꿈질을 하는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기만 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오
디오를 좋아했어요. 오디오 업그레이드가 제 취미입니다. 그런데 제가 앰프나 스피커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여자친구가 힐난조로 말해요. 그게 정말 거슬립니다.” 27세의 월간
지 기자 김성철 씨의 말입니다. 그러니 주머니 사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고가의 물건을
사들이기만 하는 남자라면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의 취미를 존중해주세요.
Guys Speak Out 이런 잔소리는 평소에도 참아줘! 친구들끼리 술 마시러 갈 때 자꾸 이상한 데 가는 거 아니냐며 꼬치꼬치 캐묻는
건 정말 싫어요. 저는 우정을 쌓으러, 즐겁게 한잔하러 가는 건데 여자친구가 다른 쪽으
로 생각하고 의심하면 기분이 나쁘죠. 그냥 ‘친구들끼리 마시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해줬
으면 좋겠어요. -차동민(27세, 의사)
다른 남자들이랑 비교하는 게 제일 듣기 싫어요. “친구의 남자친구는 이렇다는데, 너
는 왜 그래?” 이러면 상처받지요. 특히 외모 갖고 놀리는 건 듣기 싫어요. 저는 얼굴에 점
이 많은 편이라 신경을 쓰는데, “점 좀 빼라” 혹은 “왜 키가 작아?”라고 하면 기운이 빠지죠
. -박철오(29세, 디자이너)
예전에 제가 여자친구랑 시간 약속을 못 지킨 적이 있어요. 어쩌다 한 번 늦은 건데, 매
번 늦은 것처럼 얘기하고 그 이후에도 계속 집요하게 말하는 건 듣기 싫어요. 그
당시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했으면 그 후에 여러 번 이야기하지 않고 그냥 잊어줬으면 좋
겠어요. -김규태(26세, 이벤트회사 사원)
하루에도 몇 번씩 뭐 하냐고 묻는 건 너무 잔소리처럼 느껴져서 싫어요. 물론 제
생활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니까 좋을 때도 있지만, 너무 과도하게 문자나 전화로 “뭐 해?
” 이러면 구속받는 것 같아서 답답해져요. 서로의 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무관심한 척 넘
어가기도 해야죠. -최재홍(27세, 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