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 내음 골짝에 가득 숲 저편에선 우짖는 새들.
절집은 대체 어디에 있나 봄 산 반 너머 구름 뿐일세.
落花香滿洞 啼鳥隔林聞 僧院在何處 春山半是雲
-휴정(休靜, 1520-1604), 〈유가야(遊伽倻)〉
가야산 해인사를 찾아가는 길이다.
여름이 드는 초입, 늦게 핀 꽃들이 부산스레 진다.
지저귀는 새소리, 지는 꽃향기에 귀와 코가 어지러운데,
눈부신 신록에 눈마저 헌사롭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해봐도 절 집은 보일 생각을 않는다.
지팡이 멈춰 서서 골짝을 보니 흰 구름만 자옥하다.
늦은 봄, 가야산 깊은 골짝에서 나는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