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와 극, 실재와 허구, 그리고 진실 - 외계인
|
제4회 진주같은영화제(독립영화제) 셋째날에 본 단편이다. 감독의 장난끼가 그대로 드러난 유쾌하고 시시껄렁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단편영화다. 감독과의 대화도 있었는데 감독은 관객들이 제대로 이해못할까봐 걱정스러웠는지 많은 이야기를 직접 쏟아놓으셨다. 하기야 이 웃긴 영화를 보는데 웃음소리가 별로 나지 않았다. 나도 중반쯤에 가서야 킥킥대었으니까. (그러나 작가는 작품으로써만 말해야 하지 않을까. 입이 근질거려도 좀 참고, 왜곡도 감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은 이미 작가의 품을 떠난 자식 같은 거니까, 더 이상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그러나 그건 그렇지만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장난끼많은 개구쟁이들도 있는 법이니까. *^^* 감독은 참 귀여워 보였다. 죄송^^)
이 작품은 다큐와 극, 실재와 허구 사이에 걸쳐 있다. 물론 감독님은 극이라고 하셨지만, 모두 다 사기라고 하셨지만.
이 영화를 보았던 그날의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그날 나는 지각이었다. 모두 세 편의 영화를 상영하기로 돼 있었는데, 내가 극장에 들어갔을 때는 창원시의 재개발 지역에서 밀려나려는 원주민들 얘기를 담고 있는 다큐 영화가 한창이었다. 일단 지켜보면서, 나는 그 영화가 상영하기로 한 첫 작품 "도시화"일 것이라 생각했다. 도시 재개발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들이었으니까. 그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이 작품 외계인이 이어졌는데, 그 시작은 그야말로 느닷없는 것이었다. 아무 제목도 없이 다짜고짜 창원 외곽의 어느 철교(남지교)가 나오고, 그 위로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나왔다. 창원의 외곽 이야기이길래 처음엔 창원시 도시 재개발 이야기의 에필로그쯤인 줄 여기다가, 워낙 내용이 달라서 아, 두번째 작품 '물흐르는대로'인가 보다 했다. 남지교 밑으로는 물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6.25 전쟁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흐르고 있었으니까.
사실, 내가 본 창원시 재개발 지역 이야기가 '물 흐르는 대로'라는 작품이었고, 창원 외곽의 남지교가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 '외계인'이었다. 나는 지각 때문에 첫 작품 '도시화'를 놓친 것이었다.
내가 나의 오해를 스스로 바로잡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극이 끝나고 나서였는지(상영이 모두 끝났을 때 비로소 이 극이 마지막 상영작 '외계인'이란 걸 알게 되었을 것), 아니면 이 영화 중간쯤에 나온 '자네 외계인을 믿나?'라는 대사에서였는지?
이 작품을 보게 된 상황을 다소 장황하게 주절거리게 된 것은 이 상황이 결코 작품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은 오해와 왜곡, 거짓말과 환상, 사기 등 진실의 반대편에 있을 법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들을 한 단어로 감독은 '외계인'이라 표현하였다.
(작품 얘기보다 거기서 파생된 얘기를 하련다. 감독님이 했던 말을 다시 주워섬기고 싶지 않음은 내 글쓰기의 지나친 결벽증 탓인가? 용서하시라. 누군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이 작품은 온통 거짓말이다. 남지철교의 이야기를 다큐로 찍는 감독이 작중 인물로 등장하는데, 작품 속의 이 다큐 자체가 온통 거짓이었음이 조감독(극중 인물)의 대사로 알려지게 된다. 관객들은 모두 그 거짓말에 속아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웃지 못한 것이다. 처음엔 이 극 영화가 극중 다큐가 그대로 방영되는 것이라서 마치 다큐 영화처럼 보이기 때문에, 감히 거짓일 것이라 생각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나중에서야 다큐를 만드는 감독과 남지철교 위의 휠체어 위의 노인으로 등장하는 배우와 다방 아가씨 등의 시시껄렁한 모습을 보고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킥킥거릴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은 '거짓말'인데, "이것은 거짓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거짓말'인가?
이 테두리 안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말'이다.
|
이 영화의 구조가 이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다큐 영화는 거짓이다."는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이것은 '알 수 없음'으로 귀결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도 '외계인'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그에서 비롯된 소문은 증폭된다.
이 영화에서 거짓다큐로 보여준 '남지철교' 이야기는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클로즈업으로 보여주었던 총탄 자국은 진짜 총탄 자국인가, 바람과 세월에 긁혀 떨어져 나간 녹의 흔적인가? 조감독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감독은 태연하게, 혹은 태연을 가장하며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지철교가 정말로 폭파당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감독도, 조감독도, 배우도, 관객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거짓을 '진실'이라 믿으며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진실'이란 놈은 그 실체를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다. 영영 알 수 없는 그것이 진실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혹은 그렇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묻고 살피고 되짚어나가야 한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진실의 땅이라 믿으며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이 서성대고 찾아헤매야 한다. 설령, 끝끝내 알아볼 수 없는 진실일지라도 그것의 꼬리라도 언뜻 볼 수 있기를 꿈꾸어야 한다. 찾아헤매야 한다. 그것이 살아있는 자의 몫이다. 그것이 생이다.
- 과연 내 말은 믿어도 되나? ㅋㅋㅋ
첫댓글 감독은 더이상 말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말해야겠어요...총탄자국은 '진실' 입니다...^^* 모모는철부지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진주가 부럽네요...님으로 인해서...
영화를 생각하며.. 그냥 웃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