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FONT-SIZE: 9pt; FONT-FAMILY: 7367_9">
<DIV style="LINE-HEIGHT: 2">시 한 편 먼저,,, </DIV>
<DIV style="LINE-HEIGHT: 2"><STRONG></STRONG> </DIV>
<DIV style="LINE-HEIGHT: 2"><STRONG></STRONG> </DIV>
<DIV style="LINE-HEIGHT: 2"><STRONG>여우난골족(族)<BR></STRONG> 백석<BR><BR>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BR>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적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BR>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려(承女) 아들 승(承)동이<BR>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 끝에 섧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BR>배나무접을 잘 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러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엄매 사춘누이 사춘 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 하니 찬 것들이다<BR>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BR>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몇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 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 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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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LINE-HEIGHT: 2"><BR>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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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LINE-HEIGHT: 2"> </DIV>
<DIV style="LINE-HEIGHT: 2">연휴, 명절의 언저리.. 복길네는 까닭없는 편두통이 찾아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명절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이맘 때 찾아드는 편두통에 이제는 익숙할만한데 뇌수를 벅벅 문지러대느니 만큼 고통스럽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것은 차라리 소슬한 공포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식구들 중에 가장 늦게 시댁에 도착한 것은 굳이 가게 주인이 그나마 연휴 때라도 점심 손님들은 있을테니, </DIV>
<DIV style="LINE-HEIGHT: 2">오전 근무까지 하자고 졸랐기 때문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마지막 손님이 먹고 나간.. 참치 김밥과 떡라면 그릇까지 설거지를 마친 복길네는 행주를 탈탈 털어서 주방 한 켠에 널어 놓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리고는 주인이 챙겨주는 [바다 세상 2호]라고 쓰인 선물 세트를 받아 든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명절이랍시고, 얄팍하나마 봉투라도 하나 기대했었는데.. 1년 먹을 치의 참치세트가 전부인가 싶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정류장까지는 주방장 격인 복순이 언니가 따라와 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언니는 내꺼하고 다르네 선물 세트 1호라고 씌어 있는데?... 주방장이라고 더 챙겨줬나?"</DIV>
<DIV style="LINE-HEIGHT: 2">"주방장? 널리고 널린게 '김밥 천국'인데.. 주방장은 무슨..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래도 사장, 좀 섭섭한 걸.. "</DIV>
<DIV style="LINE-HEIGHT: 2">일당 5,000원 올려 달라고 했다가 다른 데 알아 보라고 했던, 사장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울컥 치미는 것이 화였는지, 모멸감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오오츠크해 기단을 타고 남하해 온 이른 가을 바람이 획 끼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바람만큼이나, 편두통이 차게 머리를 가른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래도 자기는 남편이 과장이잖아.. 나처럼, 혼자 사는 년이야.. 이럴 때 좀더 챙겨도 되지..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랬구나.. 내 남편은 과장이었구나.. 그런데, 뭐하러 여기 나와서 찬물에 손 담그고, 김밥이나 말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이름도 없는 회사 과장님 월급이 뭐 그리 대단하다구.. </DIV>
<DIV style="LINE-HEIGHT: 2">며칠 전, 남편이 이번에는 회사에서 명절 떡값 없다고 하더라고 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애 둘 레슨비에 학원비.. 그리고 유치원비... </DIV>
<DIV style="LINE-HEIGHT: 2">접시 하나 닦을 때마다 아이들에게 저당 잡힌 꿈을 키워 간다고 생각했지만.. </DIV>
<DIV style="LINE-HEIGHT: 2">아무래도 꿈만 꾸게 될까 싶다고 여기게 된 건.. 최근에 와서의 일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서울, 시댁에 가려면.. 여기서 버스 타야 돼.. 잘 가.. 언니.. 추석 명절 잘 지내.. "</DIV>
<DIV style="LINE-HEIGHT: 2">일산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버스가 올 때마다 정류장에 모인 사람들이 휑하니 빠져 나갔다가는,,, 어디선가 빠져 나간만큼 슬금슬금 모여 들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사람들마다, 명절을 지내려고 선물 꾸러미를 하나씩 들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분홍 보자기로 포장한 선물과, 양주인 듯한 로고가 박힌 선물... </DIV>
<DIV style="LINE-HEIGHT: 2">순간, 복길네는 아침에 시댁으로 아이들과 먼저 출발하는 남편에게 선물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미리 말해 놓았던 것이 생각났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가게 주인이 뭐든 챙겨줄꺼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른손에 든 [바다 세상 2호] 참치캔 선물 세트로는 아무래도 민망한 감이 없지 않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백화점이나, 마트를 들렸다 갈까도 싶다.. 갈비나 굴비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첫째 아이가 지난 달 부터 검도를 배우고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다음 달.. 지출과 갈비는 대차대조를 이루지 못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마침 버스가 온다.. 그러나 복길네는 버스를 그냥 보내 버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작년 추석 때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 해 봄 결혼하여 첫 명절을 치루는 막내 동서는 추석이라고 갈비를 재가지고 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갈비는 그녀의 새살스러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시어미라는 사람은 인사치레로 뭘 이런걸.. 명절이라 고기 많은데.. 하고는.. </DIV>
<DIV style="LINE-HEIGHT: 2">성치 않은 이를 가졌음에도, 갈빗대에 붙은 갈비를 질겅질겅 씹더니만.. </DIV>
<DIV style="LINE-HEIGHT: 2">역시 새사람이 들어오니, 명절 분위기가 달라지는군... 하는 너스레를 잊지 않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시어미라는 사람은 이런 너스레 끝에.. 흰동자를 많이 넣어 복길네를 쳐다 보았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이제 막 상차림을 끝내고, 상 모서리를 차지한 복길네.. </DIV>
<DIV style="LINE-HEIGHT: 2">갈빗살은 찾아 볼 수도 없었던 그녀... 갈비 국물에 그저, 밥이나 썩썩 비벼 먹고 있었던 그녀.... </DIV>
<DIV style="LINE-HEIGHT: 2">그것으로도 그녀는 잘못 없이 호되게 두들겨 맞은 양.. 굽어지고, 곱아졌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갈비의 위력은 상물림 이후, 설거지를 할 때 더욱 크게 발휘되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2년 전 이혼을 해서, 제 친정에 들어 앉은 시누이는 그렇다고 치자.. </DIV>
<DIV style="LINE-HEIGHT: 2">추석 특집 프로그램을 본다고, 무릎을 곧추세워 모으고, 소파에 앉아서 희희닥거릴 수 있다고 치자... </DIV>
<DIV style="LINE-HEIGHT: 2">그 많은 설거지를 싱크대에 채워두고는... 막내 동서는 시누이에게 착 달라 붙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속으로는.. '야, 이 지지배야, 밥 처먹었으면 설거지를 같이해야 할 거 아냐... ' 싶었지만... </DIV>
<DIV style="LINE-HEIGHT: 2">"동서... 일 좀 같이 하지 않을래?" 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런데, 대답이 더 가관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아유, 형님.. 제가 갈비를 너무 많이 먹었나 봐요... 배 좀 꺼뜨리고 같이 해요.. 헤벌쭉~~"</DIV>
<DIV style="LINE-HEIGHT: 2">눈은 텔레비전에 꼬나 박고 있다가.. 말끝을 맺더니... 시누이가 까라락 웃으니깐.. 저는 더 뒤집어져라 웃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어유, 저걸.. 하는 순간에... 시어미가 트림을 꺼억 하고는... 냅둬라... 힘들다는데.. 니가 살림을 더 잘 아니.. 니가 좀.. 해라..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부아가 오를대로 오른.. 복길네.. 그릇그릇의 껍질을 벗겨 낼 양... 수세미로 바득바득 문지르며.. 그 많은 설거지를... 해댄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때, 방방으로 뛰어다니던.. 첫째가.. 흐앙.. 울면서... 복길네에게로 온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얼굴에 상처가 나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화들짝 달려가서는...손마디마디 설거지 거품이 인 손으로 애의 얼굴을 살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이거 왜 그래.. "</DIV>
<DIV style="LINE-HEIGHT: 2">"형아가... 그랬어.. 형아가..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가뜩이나 치밀어 오르는 걸... 발꿈치로 꾸욱꾹 눌러 담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큰집 조카가 첫째 얼굴에 문신 같은 상처를 새겨 놓았던 것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야, 너 이게 뭐야... 어쩌려고 얼굴에 이렇게 상처를 내 놨어?"</DIV>
<DIV style="LINE-HEIGHT: 2">"원래 그렇게 하는거예요... 레슬링할 때는 피니쉬 기술을 바디슬램으로 찍는거예요.. 이렇게요.. 작은 엄마는 텔레비전도 안 봤어요?"</DIV>
<DIV style="LINE-HEIGHT: 2">내가 혼내니... 지가 억울하단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할 말을 잊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큰 동서는 2년 전부터 부산 어딘가에서 가게를 열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 때부터, 명절이고, 제사고 간에.. 코빼기도 안 보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시아주버니와 아이들만이 온다.. 그녀의 면책은 무엇으로 부터 기인했는지 알 수가 없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때, 안방에서.. "쓰리고오~~.. " 하는 고성이 들려 온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아니, 당신은 애가 다쳤다는데... 지금... 정말... "</DIV>
<DIV style="LINE-HEIGHT: 2">"아! 정신 없잖아.. 시끄럽게.. 애들 좀 조용히 시킬 수 없어?... 야, 니네들 나가서 좀 놀아..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 남편은 아이들을 부르더니, 지갑에서 돈 만 원 짜리를 턱턱 내 놓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 애들이 자랑을 했는지.. 조카 두 놈이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뛰어가고, 둘째도 조로로 달려가 그애들 뒤에 서서 두 손을 벌렸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아이들이 우~ 몰려 나온다... 손에손에 세종 대왕이 팔랑거린다.. 잠시 후, </DIV>
<DIV style="LINE-HEIGHT: 2">"아~~ 씨발.. 쌌네... " 하는 소리가 안방에서 들려온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쓰리고를 불렀던 게 남편이었는지.. 아니면, 쓰리고를 부르다가 싼게 남편인지 알 수가 없다.. </DIV>
<DIV style="LINE-HEIGHT: 2">"형수! 여기 술 하고, 안주 좀 더 가지고 오세요.. "</DIV>
<DIV style="LINE-HEIGHT: 2">싸가지 없는 시동생의 주문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왈칵 치미는 화... 복길네는 텔레비전을 끼고 안은 막내 동서를 부른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녀를 작은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막내 동서는 의아한 눈빛과 드라마를 다 보지 못한 짜증스런 표정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동서! 좀 너무 하는거 아냐.. 이 집에서 처음 명절 맞으면서 말야.. "</DIV>
<DIV style="LINE-HEIGHT: 2">"형님, 저도 어제 송편 빚을꺼 다 빚었어요.. 나물도 무치고.. 에효, 우리 일 잘하시는 형님이 좀 삐치셨나 부다...헤헤.."</DIV>
<DIV style="LINE-HEIGHT: 2">그녀, 복길네의 팔짱을 와락 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여긴 그래도 시댁이잖아... 나도 어제 전 부치고, 고기 다듬고.. 얼마나 힘들었는데.. "</DIV>
<DIV style="LINE-HEIGHT: 2">"아, 그럼.. 형님.. 다음 부터는 송편하고, 전하고는 시장에서 사다가 차례 드리자고 말씀드리면 어떻겠어요?.. 그게 더 맛있어요.. 내가, 사랑하는 형니임.. " 콧소리가 잔뜩 들어간..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어미라는 사람이 방문 앞에 우뚝 서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실강이 소리를 들었나 보다.. 그리고는 한 마디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나 죽으면.. 그렇게 해라... 내 참!"</DIV>
<DIV style="LINE-HEIGHT: 2">그녀의 최대 무기는.. '나 죽으면.. '이다.. 조만간 죽을 것 같지 않은, 아무래도.. 그녀는 날로 젊어지고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이래저래 말전주에 따르면, 그녀는 요사이 연애를 하고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3년 전, 남편, 그러니깐... 복길네의 시아비가 세상을 뜨고 난 후.. </DIV>
<DIV style="LINE-HEIGHT: 2">외로움을 호소하던 그녀는... </DIV>
<DIV style="LINE-HEIGHT: 2">아파트 경로당에 개근을 하더라느니, </DIV>
<DIV style="LINE-HEIGHT: 2">게이트볼 동호회에 가입을 했다느니, </DIV>
<DIV style="LINE-HEIGHT: 2">아쿠아로빅을 시작했다느니.. 하더니만... 흰머리를 갈기처럼 날리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고 소문소문에 들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녀의 남편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의 절반 정도를 부산에서 사업을 한다는 큰 아들을 위해 상속을 하고... </DIV>
<DIV style="LINE-HEIGHT: 2">나머지 반을 그녀의 명의로 증여를 해 놓은 상태였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녀는 그 돈으로 아주 화려한 연애를 하고 있는 중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둘째 아들이다.. 그러고 보면, 가진게 없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의 큰 동서가 되는 이는... 얼마간의 상속세를 체납한 성실한 대한민국 국적인이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것으로 부산에서 까페를 개업한다더니.. 그로부터는 2년 째, 영.. 얼굴을 볼 수가 없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잠시 후, 안방에서... 복길네 남편의 목소리가 우왕 터져 나왔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게 왜.. 나 때문에 그렇게 된건데?" </DIV>
<DIV style="LINE-HEIGHT: 2">관격이 들었는지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던 복길네 시어미도, 텔레비전 드라마의 추석 특집 방송도, 수세미질을 하고 있던 복길네도... </DIV>
<DIV style="LINE-HEIGHT: 2">모두 정지가 되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하다 못해, 복길네 시어미가 레버를 내려, 지구 자전 방향으로 회오리치면서 변기로 말려들어가던 똥더미마저 정지 된 듯 싶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야, 임마.. 니가 그 때, 아버지 돈만 끌어 쓰지 않았어도... "</DIV>
<DIV style="LINE-HEIGHT: 2">"형! 형은 형의 잘못을 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건데?... 그거 하고 아버지 돌아가신거 하고 무슨 상관인데... "</DIV>
<DIV style="LINE-HEIGHT: 2">"형, 어렵다고 했을 때 니가 거들떠나 봤어?..."</DIV>
<DIV style="LINE-HEIGHT: 2">"형은 내가 무슨 돈이 있다구우"... </DIV>
<DIV style="LINE-HEIGHT: 2">"둘째 형은 그만큼 가졌으면 된거 아냐?"... </DIV>
<DIV style="LINE-HEIGHT: 2">"뭐야.. 새꺄?"</DIV>
<DIV style="LINE-HEIGHT: 2">"오빠들은 뭘 잘했다고 서로 맨날 만나기만 싸워..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죽겠어.." </DIV>
<DIV style="LINE-HEIGHT: 2">뒤늦게 달려간... 시누이는 일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넌, 또 뭐야?".. </DIV>
<DIV style="LINE-HEIGHT: 2">"뭐긴 뭐야?".. </DIV>
<DIV style="LINE-HEIGHT: 2">"가만 안 있겠니?... 새사람 맞아 놓고.. 잘한다 잘해".. </DIV>
<DIV style="LINE-HEIGHT: 2">"엄마도 알아야 할 껀 알아야 하잖아요".. </DIV>
<DIV style="LINE-HEIGHT: 2">"명절 때만 되면.. 맨날 왜들 그러냐... 이게 어디 사람 사는거냐?"</DIV>
<DIV style="LINE-HEIGHT: 2">"누가 오고 싶어서 와요?"</DIV>
<DIV style="LINE-HEIGHT: 2">"잘났다.. 내가 웬수지 웬수... 나 죽거들랑 싸워.. 에구 박복한 년! 내가 얼른 죽어야지.. 죽어야 돼.." </DIV>
<DIV style="LINE-HEIGHT: 2">새며느리는 제 시어미를 부축하고는 세상 근심 다 가진 사람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그냥, 설거지를 계속 하기로 한다.. 벅벅벅벅... 벅벅벅벅벅 그릇이나 문지르자 싶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아무래도.. 이 곳에는 내 편일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 싶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설거지를 끝내고 나니, 이틀 동안의 노역으로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다.. </DIV>
<DIV style="LINE-HEIGHT: 2">행주 치마를 대략 말아 놓고는... 이렁저렁 갈 채비를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어여 집에 가서 눕고만 싶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 때... 바로 그 때.... 시어머니라는 사람 또 등장.. </DIV>
<DIV style="LINE-HEIGHT: 2">"왜, 벌써 갈려구?... 좀 . 더 . 있 . 다 . 가 . 지 . 그 . 래 . " </DIV>
<DIV style="LINE-HEIGHT: 2">오호,,, 오호.... 방금 전 아귀 다툼은 씻은 듯 있은 듯한 이 화목과 단란의 분위기... </DIV>
<DIV style="LINE-HEIGHT: 2">진정, 더 있다가 가고 싶지 않게 만드는,,,, 제발 저 말만 안 들었으면 하는 복길네의 지난 추석... </DIV>
<DIV style="LINE-HEIGHT: 2">백화점으로 가서, 작으나마 갈비 세트를 카드로 밀어 볼까 싶었던 복길네는 지난 추석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자... 피식 웃고 만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마침, 광화문 가는 버스가 온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버스에서 시댁이 아예, 경부선 끝자락이거나.. 아님, 이틀 사흘 나들이길인 신안 앞바다 어느 섬지방이었으면 싶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첫째 동서처럼 핑계나 대게... </DIV>
<DIV style="LINE-HEIGHT: 2">버스를 두 번을 갈아타고,,,, 창신동 비탈진 언덕을 마을 버스를 타고 오른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그리고는... 시댁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가라 앉을 줄 모르는 편두통... 골수까지 뻗친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문고리를 잡고 비튼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시누이는 무릎을 곧추세우고는 소파에 기대 설 특집 드라마를 보고 희희덕거리고 있고, </DIV>
<DIV style="LINE-HEIGHT: 2">막내 동서는 송편을 빚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고, </DIV>
<DIV style="LINE-HEIGHT: 2">시어미는 화장실 문을 나오면서 지퍼를 올리면서 꺼억 트림을 했고, </DIV>
<DIV style="LINE-HEIGHT: 2">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프로 레스링의 헤드락 기술을 걸고 있었고, </DIV>
<DIV style="LINE-HEIGHT: 2">아이들과 미리 도착한 남편은 3형제끼리 모여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DIV>
<DIV style="LINE-HEIGHT: 2">남편은 추석 명절에 뒤늦게 도착한 자기 부인, 그러니까 즉 복길네에게 화투패를 든 채, 인상을 잔뜩 찡그린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얼른 부엌으로 가보라며.. 눈짓을 했고.. </DIV>
<DIV style="LINE-HEIGHT: 2">복길네는 아무래도 여기서는 제 편이 아무도 없음을 실감하며.. 참치캔을 한쪽 귀퉁이에 세워두고는... 설거지통에 손을 담근다.. </DIV>
<DIV style="LINE-HEIGHT: 2">아무래도 편두통은 명절이 끝나야 나을려나 보다.. </DIV>
<DIV style="LINE-HEIGHT: 2"> </DIV>
<DIV style="LINE-HEIGHT: 2">이렇게 이번 추석에도 몇몇은 편두통으로 시달리겠다... 싶다.. 화이팅입니다..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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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LINE-HEIGHT: 2" align=left><FONT style="BACKGROUND-COLOR: #ffffff" color=#000000><STRONG>고향집에서</STRONG> </FONT></DIV>
<DIV style="LINE-HEIGHT: 2" align=left><FONT style="BACKGROUND-COLOR: #ffffff" color=#000000> 노래 : 안치환</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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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LINE-HEIGHT: 2" align=left><FONT style="BACKGROUND-COLOR: #ffffff" color=#000000>참 오랫만에 돌아온 내 고향<BR>집뜰엔 변함없이 많은 꽃들 <BR>기와지붕위 더 자란 미류나무 <BR>그 가지 한구석엔 까치집 여전하네 <BR>참 오랫만이야 <BR><BR>너무 오랜동안 잊고 지낸 탓일까 <BR>너무 오랜동안 바라던 탓일까 <BR>오늘따라 다르네 여느때와 다르네<BR>워...<BR><BR>낯선 사람 보듯 짖어대는 누렁아 <BR>나도 이집에 한 식구란다 <BR>아침마다 너에게 밥주시는 어머니 아버지 <BR>그 두분의 사랑하는 막내아들<BR>나도 한 식구란다 <BR><BR>사랑방 부엌엔 쇠죽 쑤시는 할아버지<BR>정정하신 할아버지 오래사세요<BR>고추잠자리 따라 뛰노는 내 조카들과 <BR>아직 뭘 잘모르는 두살짜리 내 아들의 <BR>어울림이 좋은 날이야 <BR><BR>옹기 종기 모여앉아 송편 빚는 며느리들 <BR>이런 얘기 저런 얘기 시간은 흘러가는데 <BR>적적하던 내 고향집 오늘은 북적대지만 <BR>우리모두 떠나면 얼마나 외로우실까<BR>또 우실지도 몰라...</FONT></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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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style="LINE-HEIGHT: 2" align=left><FONT color=#000000>노래 가사는 치기 싫어서 긁었더니... 태가 나네..^^</FONT></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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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복길네의 이야기네요. 여자들의 복잡한 생각과 삶.....
명절이오면 찾아오는 두통.... 나는 아예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영원히
ㅎㅎㅎ
복길님 어케 다시 전원일기 좀 다시 좀 어케 안되나요...??? TV 방영...??? ㅎㅎㅎ
그건 엄기영사장 한테 얘기해야죠....
복잡한 건 딱 질색인데요 .................맛깔나게 써주셔서 쉬지 않고 완독했어요 ㅎㅎㅎ
우리집은 천국이네... 꼭 명절이 돼야만 갈굼으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가족들의 단란함.
글 맛이 간간하니 혀에 착 달라붙는 이 느낌은~~~~~대단히 맛있게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