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치(高知)라는 도시는 일본의 중남부 지역에 위치하는 대형 섬인 시코쿠(四國)
라는 지방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다.
시코쿠는 섬지방이지만 현(우리나라의 道)이 4개나 되며 고우치현의 현청이 있는
고우치市는 푸른 태평양을 바로 접하여 경치가 매우 좋으며 외지인의 왕래가 별로
없어서인지 사람들이 순수하고 인심이 좋은 곳이다.
특히, 태평양을 끼고 있어서 인지 일찌기 어업이 발달하고 일본에서도 최고의
사시미(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마도 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회사에서 거래선 확장 관계로 이곳에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겼다.
후배직원 1명과 함께 출장길에 올랐는데 직항편이 없던 관계로 시코쿠 북쪽
의 마쯔야마(松山)까지 비행기를 타고 고우치 까지는 JR버스를 탔다.
JR이라는약자는 재팬레일로드 즉 우리나라의 철도청 같은 곳으로 일본 전국에
거미줄 같은 철도망을 가지고 있다.(참고로 일본은 철도망이 세계에서 최고로
발달한 나라) 그런데 현과 현의 대도시를 연결하는데 철도를 놓을수 없어 철도
대신 버스를 운행하는구간이 바로 마쯔야마와 고우치구간이다.
시코쿠는 거대한 섬이지만 화산지대 답게 중심부는 고원지대가 많다.
산과 계곡이 많아 철로를 가설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까닭에 꾸불꾸불 한 육로로
밖에 다닐수 가 없는데 이 길의 이름이 시코쿠지(四國路)이다.
그런데 이 시코쿠지가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유명한 여행길 임은 그 뒤에 일본 여행
잡지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초행길이라 무심히 차창밖만 응시하고 있었는데 지나는 곳곳이 뭐라고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늦 가을의 타는듯한 단풍의 붉음, 지나는 계곡마다 맑은
물이 흐르고 두어번 쉬어 가는 휴게소엔 맑은 계곡에서 낚시로 걷어 올린 물고기로
소금구이를 해서 팔았는데 그 지방의 토속주인 지자케(地酒) 한잔과 함께 했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곳 출장길에서의 에피소드중 기억 나는 것들이 있다.
고우치에 도착 후 우리는 숙소인 호텔을 찾기 위에 터미널 매점에서 고우치市의
가이드맵(Guide Map)를 사가지고 큰길가로 나가서 펼쳐 놓고 한동안 방향을 가늠해
보고 있었는데 한국말 하는 것이 신기 했던지 주위에 꼬마들 몇명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우리는 마침 잘 됐다 싶어 꼬마들에게 길을 좀 물어 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말을
하는 우리가 수상했던 탓일까? 일순 그 꼬마들 눈이 동그래지더니 갑자기 한마디를
뱉았다. "아나따다찌와 카세이진~~?"(당신들 화성인 아니예요?)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일순 장난기가 도진 우리는 목에 힘을 잔뜩 넣어 "쏘우다~~"
(그렇다)라고 했더니 꼬마들은 놀라서~"니게로~!(도망쳐!)를 외치며 걸음마 나살려라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그 때 우린 그곳의 아이들이 참 순진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어 물어 도착한 호텔에서 우리는 또 한번 재미있는 일을 겪었는데 호텔 현관입구에
대형 태극기와 일본국기인 일장기가 엑스자로 꼽혀 있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여 체크인 하면서 프론트에 혹시 한국에서 유명 정치인이라도 와
있느냐고 물었더니 프론트 담당자가 하는말 ... "아! 그거요? 그거 당신들을 위해서
그래 놓은 건데요" 하는게 아닌가...그 땐 그러냐고 웃고 말았지만 함께 출장갔던
후배가 귀국하여 일본가서 태극기 꽂고 왔다고 하고 다니다가 엉뚱한 오해를 사기도
했다...^^;; 그곳 직원 얘기는 호텔 이름이 '고우치인터네셔날 호텔'이라 외국인 고객이
많이 왔으면 했는데 한국인은 우리가 처음이라 그런 준비를 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귀국 전날밤 모든 업무를 끝내고 일본 출장이 초행길이었던 후배 직원을
데리고 시내 구경겸 번화가로 나와 어느 스나쿠바(Snack Bar)에 들렀다. 그곳에서도
한국말을 하는 우리가 신기했던지 마마상(여주인)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 무렵 일본에서도 초기 한류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대중가수 계은숙이나 조용필이
일본이 TV에 얼굴을 나타내며 인기몰이를 시작할 무렵이었던 탓인지 마마상은 우리
테이블에 술을 따라 주며 이것 저것 물어오며 호기심을 나타 내었다.
그리고 가라오케 기계에 전원을 넣더니 한국노래를 한곡 해보라고 했다. 이미 일본의
가라오케 기계엔 상당한 량의 한국 노래(주로 트로트) 반주가 입력되어 있었다.
지금 흐르는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용필이 일본어로 불러 일본에서도 공전의
힛트를 기록한 노래로 조용필을 연말 10대가수 가요제 같은 프로(NHK 가요홍백전)에
나가게도 해 주었던 노래다.
이 노래를 한국말 가사로 부르니 Bar의 다른 손님들도 주목을 하기 시작 하였고
여기 저기서 신청곡이 들어 왔다. 조용필의 '서울서울서울', 패티김의 '이별', 한명숙의
'노란샤츠사나이' 등은 이미 그곳 사람들에게 많이 친숙해져 있었다.
마침 함께간 후배가 사내 가요제에서 입상을 할 정도로 노래를 잘 하는 친구였기에 앵콜과
더불어 우린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서 권하는 공짜술을 받아 먹으며 출장지에서의
마지막 밤을 재밌게 보낼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그 곳 사람들의 친절함과 순박함에 기분이 흐믓해 진다.
일본과의 관계.... 누가 먼저 말했는지 서로를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한다.
지금도 독도문제, 교과서 왜곡 문제 등등 끊임없는 문제를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그들이지만 사람과 사람들간에 느끼는 일상의 감정들은
우리들과 전혀 다름이 없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일본인들이 다케시마(우리의 독도)에 대해
들어 본적이 있느냐 물으면 열에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일곱 여덟은 인지를 하고 있다고 한다.
사견이지만 이는 교활한 일본의 극우파 몇몇 정치인 전략과 그것에 부화뇌동한 우리나라의
정치권이나 언론의 아마추어리즘에 의한 역작용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그들이 아무리 떠들어 대도 독도는 이미 우리가 점유 하고 있으며 일본은 전쟁을 치루지 않는
한 독도에 그들이 군대나 경찰 병력을 넣지 못한다. 그들이 지금 자꾸 딴죽을 거는 것은 한국을
자극하여 세계적으로 이슈화 시키고 독도가 영토 분쟁 지역임을 인지 시키고 공론화 시키려는
술수인 것이다. 일부는 그들의 지금 작업을 500년후의 후손들을 위한 선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역사란 결코 짧은 기간내에 결과를 도출해 내는 작업이 아님을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이런 저런 일들로 일본과 많은 인연을 맺고 살아 왔던 나로서도 한일 관계가 그들의 일방적인
사과나 반성을 전제로 하는 것 보다 잘못된 역사는 지적하되 이제는 서로가 공정하고 당당하고
평등한 입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공존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싶다.
지금 흐르는 이노래를 부른 가수는 일본의 국민가수로 불렸던 '미소라 히바리' 이다. 그녀가
마지막 가는길엔 수많은 일본인들이 도열해 그녀를 추억하며 함께한 시간을 감사해 했다.
패전국 일본인들을 위로하고 다시금 삶에 대한 꿈과 용기를 불어 넣어 주었던 '미소라히바리'...
그녀도 차별 받기가 싫어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한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교포2세 였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올 한해도 어느덧 저물어 간다.
전세계적 불황 탓인지 매출은 떨어지고 무엇이든 새로운 아이템의 기획을 위하여 머리를 짜보며
빈 사무실을 지키고 앉았지만 겨울을 재촉하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괜스레 옛생각에
젖게 되는 것 같다.
머지 않아 세모를 맞이하고 가는 한 해를 아쉬워 하는 송년모임도 많아 질 것 이다.
살아 오면서 송년 모임의 횟수도 점차 줄어드는듯 하다.
나이를 더해 간다는건 버려야 할 것들도 많아 진다는 것을 새삼 느껴보는 오늘 퇴근길엔
오랫만에 동네 꼬치구이집에 들러 혼자서라도 오사케(일본정종)나 한잔 하구 가야 겠다. ~^^;~
첫댓글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셨네요. 요즘은 세또오하시를 건너 가면 됩니다. 정말 거대한 다리더군요. 미소라 히바리는 외할아버지(요코하마에서 어부를 하셨지요)가 한국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분의일 조센진이라고 나쁘게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죽어서도 사랑받는 일본의 가요계의 여황제입니다.
저도 세토대교를 건너본 적이 있지요. 당시 그들의 토목공사력에 감탄했었구요. 시코쿠는 세또대교로 잇고 홋카이도는 세이칸터널로 잇는 그네들이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우리나라의 기술력도 그들을 능가 하지만요...미소라 히바리의 가족력은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네요^^
저도 두어번 시꼬꾸에 가봤는데... 다까마쯔였나...? 사누끼 우동으로 유명한 시꼬꾸... 저도 참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을 거기서 만났는데... 거긴 산에 대나무가 우리나라 소나무 처럼 자라더군요... 세또오하시를 건너면 오사까... 기차로도 건너고, 자동차로도 건너봤는데요... 그 때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였을 겁니다. 시꼬꾸에서 방문한 식품회사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를 내내 벼르다 내년쯤 해볼까 생각중인데... 우리 나라가 일본보다 식품쪽에도 그만큼 많이 늦다는 생각이 드네요...
요새 우리나라 식품업계에서 관심을 보이는 해양심층수는 이미 십수년 전에 일본에서 화제가 된적이 있었지요. 당시 그것을 한국에 팔아 보려고 머리 많이 써봤는데 결국은 실패하고 업체들에게 아이디어와 자료만 제공한 꼴이 되었지요. 거스님의 계획은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한권의책, 밀짚모자의 시" 이후로 도우님의 글을 볼수가 없어 좀 섭섭했는데, 여기서 뵙게 되니 무척 반갑읍니다.. 거의 20년전 얘기같은데, 기억력이 대단하신듯.. 잘 보구 갑니다.^^
eastno님의 글을 읽다 보면 제자신이 쑥스러워져 글쓰기가 어려워 지곤 하지요. 하기야 저야 그냥 재미로 쓰는 아이들 낙서 같은 글이니 어법도 맞지않고 매끄럽지 못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잘 봐 주시기 바랍니다.^^*
도우님, 왜 그러신대유 " 재미로 쓰는 낙서 같은 글" 이란 제 얘긴디유..
송년모임 줄었다며..왜 사오모 송년모임엔 안오시는거죠전 일본인 하면..깔끔함이 우선 생각납니다
까까머리 시절 덕수궁에선가 공개방송에서 학무님 태풍님 뵌적 있는데 이번에 한번 찾아 뵙고 인사드릴까 생각중입니다. ㅎㅎ~
결정내린 것으로 알고..명단에 올립니당
바욜렛, 역쉬 작업 짱~!! ㅎㅎ~ 안그래도 이 친구한테 송년모임날 온다는 약조 받아냈단다~~~ ^^*
헤헤헤근데 어느새...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보완되었습니다..그려 나댜넘의 글에 와서리 글에 대한 감상평은 니나 내나 안적고...작업만...무명씨는 워쩐댜 강수님도 여행가서 안온다는디...무명씨라도 와야 쓸것 아니냐고요
모든 것이 양면성이 있듯 어느 한 편만 보고 판단을 하는 건 금물이라 생각합니다.일본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저역시 예전 몇번의 출장을 계기로 그들 뒤끝 없이 깔끔하고 정직하고 예의바름에 놀라기도 하였지요.우리도 대일관계 감정을 자제하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해얄 듯 합니다.그나저나 겨울밤 꼬치에 따끈하게 데운 정 제법 운치 있지요
객관성 있고 합리적인 면을 중요시 하는 그들의 업무 방식은 배울점도 많지요. 그런데 요샌 일본에서 한국사람들의 정서와 사고를 배워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하네요. 작은 규모지만 지금도 그네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별 이질감 같은 것은 느끼지 않고 그냥 자연스러운것 같아요. 그만큼 대한민국이 성장했다는것에 자부심도 느끼구요. 찬바람 불어 올즈음이면 아쯔깡(뜨거운정종) 생각나지요? 언제 한번 기회 만들어 볼께요. ㅎㅎ~~
언제 道雨님의 그때 그노래를 듣고 싶습니다.. 말씀대로 '평등한 입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공존 할 수 있기를...' 이 이상적인 관계가 속히 정립되길 바라며 道雨님의 좋은글도 자주 접할수 있길 기대할게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일본노래를 한번 불러 보지요. 바이어 접대상 몇 곡 배워 놓았는데 요사인 통 불러볼 기회가 없네요.^^; 미천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소박하지만 흐뭇한 글 잘 보았습니다.
잘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감사히 읽고 갑니다. 저도 매년 마쯔야마를 갑니다. 10월5일-9일까지 있는데요 마즈야마 남자들의 축제를 보러 간답니다. 참 멋지고요 전통을 사랑하는 그들이, 전통을 지키려는 그들이 부럽습니다.
마쯔야마에는 일본 3대 名泉 이라는 도고(道後) 온천이 있지요. 다리가 부러진 학이 지나가다 그곳 온천에 담궈서 나았다는 전설이 있는....참 그곳 이름은 모르겠는데 생선구이로 아주 유명한 선술집(居酒屋)이 있더라구요. 아마 택시타면 기사가 안내 해줄지 모르니 한번 물어 보시지요. 전 여행이 아니라 출장으로 잠시 거쳐 왔기에 아쉬움이 남아 있는 곳이랍니다. ^^
아나타다찌와 카세이진?? 쏘우다...ㅎㅎ 재밌네요...역시 아이들은 어디가나 천진함에 귀여워여...늦게나마 잘 읽고 갑니다..도우님~+-
지금은 도빈으로 개명 했답니다. 재밌게 읽어 주셔서 고맙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