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건너편 가게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젊고 예쁜 언니가 잔뜩 겁먹은 모습으로
나의 가게엘 들이닥치듯 뛰어 들어와선 숨겨 달라고
어깨가 몹시 아프다고 주물러 달라고..
신랑과 한바탕 다툼과 몸싸움이 있었나 봅니다
그녀가 신랑과 함께 파출소로 간 후
영 불안하고 심란해 그을 불러냈답니다
한잔 하고 들어가자고..
창동역 포장마차에서
곱창과 오징어데침 참이슬을 주문해선
바닥이 들어나도록 술병도 비우고
접시도 비우고 판도 비웠습니다만
마음은 영 비워지질 않더군요
남녀가 함께 산다는 것
난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세월의 깊이만큼 깊이 숨겨진
그의 진가를 느낄수 있음에 새삼
감사했습니다
내가 있어서 그가 살수 있었던게 아니라
그가 있어서 내가 살수 있었다는 것을,
그가 나의 소유로만 여겨지던 시절
온통 그를 향해 해바라기하던 순간들은
무엇이든 나를 위해 우선시함이 당연하다는듯
요구사항이 끝도 없었습니다
산다는게 함게 한다는게
서로의 구속이 아니라 편안함을
믿어주고 풀어주고 띄워주고
같이 가는 먼길에
어쩜 신은 절반은 같고 절반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채워주고 다듬으며
함께하라 하신건 아닐까요
0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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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한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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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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