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짜 : 25. 10. 22 ~ 10. 28 (6박 7일)
▣ 간곳 : 후쿠오카(福岡) - 카고시마(鹿児島) - 아소시(阿蘇市) - 구주산(久住山) - 소보산(祖母山) - 치바(椎葉) - 아소산(阿蘇山)
▣ 동행 : 객꾼과 갑장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지정되어 있는 야쿠시마(屋久島)에 오래전부터 한번 가고 싶었다
야쿠시마는 후쿠오카에서 렌트카를 이용하는 것 보다 대중교통으로 카고시마까지 가서,
야쿠시마 페리 2호를 이용하여 섬으로 건너가, 2박 3일간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를 종주하고서 차를 렌트하여 섬을 관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그러자면 하산 후 머물 민박 집도 하나 구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예약해 두었다
부산에서 비행기로 후쿠오카로,
고속버스로 카고시마까지 이동하여 항구 인근에 예약해 둔 게스트룸에서 첫날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야쿠시마로 이동 예정이다
야쿠시마 산의 수준에 맞는 팀으로 조를 꾸렸다
산에서 텐트라고는 한번도 쳐 본적이 없는 구찌들이지만 나름 훈련을 시켜 출동한 바라 기대에 부푼 순간이었다
이후 항구 터미널에서 파고로 인한 배 운항중단 사실을 알고 잠시 혼돈이 시작되었다
다른 모든 교통편과 숙박시설은 예약하면서도 배편을 예약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예측도 작용한 바였다
플랜 투를 미리 준비해 둔 것도 아니었다
잠시 고민한 후 차선의 최선책을 택하기로 결정과 동시에 고속버스를 변경하고 야쿠시마의 렌트카와 숙소를 취소하고, 일단 후쿠오카로 복귀다
돌아오는 고속버스안에서 하카타 지점에 4박 5일의 렌트카를 예약 후,
아소의 모리에게 전화하여 그날 밤 숙소를 얻고, 산 친구 카츠노에게 카톡을 보내어 쿠슈지방의 무인산장이 있는 명산 리스트를 요청하였다
그리하여 고속버스가 후쿠오카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이후의 대략적인 계획이 거진 완전하게 결정되어진 바였다
렌트카를 찾아 아소시에 있는 모리의 게스트룸에 약속 시간 22시에 정확히 당도하니 밤임에도 놀라는 표정이 읽혀진다
편안한 하룻밤을 보내고 10시에 구주연산으로 이동을 시작하다
야쿠시마는 내도록 비를 예보하더니만 다행히도 구주산 일대에서는 비 예보는 없다
해발 1,333m의 마키노토 고개는 구주연산의 주요 산행기점이다
우리도 무료 주차가 가능한 이 고개에 차를 주차시키고 느긋히 산행을 시작한다
일부러 서두르지 않은 것은 무인산장에서 오늘 하루밤 신세를 지자면 등산객들이 모두 하산한 이후가 좋기 때문이다
구주연산 등산로 중 이 부근이 나는 제일 인상적이더만
왼쪽 능선을 따라 진행하는 코스도 있는데 조망이 좋은 날이라면 걸어볼 길이다
마키노토 고개에서 대략 2시간 쯤 오르면 무인 대피소다
해발 1,730m에 위치하며 원칙적으로 숙박은 금지이나 말 그대로 위급 상황의 경우 피난 대피소로 활용된다
우리는 바다의 파도가 높아 야쿠시마에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위급 상황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일단 대피소에 배낭을 풀어두고 구주산으로 오르기로 한다
14시쯤 대피소를 나왔으니 구주연산 한바퀴 대략 돌아 보자면 3시간쯤 소요 되리라
1786m 구주산이 인근 1791m 나카다케를 제치고 일본 100명산이 되어 있다
산도 줄을 잘 서야 되는 모양인가
하물며 인간 세상의 일임에랴
이를 백안시하고 독야청정 강인한 의지의 외고집으로 살아가는 것도 그 인간의 일이다
고산식물 도감에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그냥 우리가 용담이라고 하는 들풀의 일종인 모양이다
이 풀이 이 계절에 피는 것이던가?
구주산 주변으로 구주연산이라 하듯이 산봉우리들이 연결되어 있다
이나보시산(稻星山), 나카다케(中山) 등이다
나카다케와 이나보시산,
구름에 떠 있는 저 뒷산은 다이센산(大船山)이다
산정에 분화 호수도 있고 단풍이 참 아름다운 산이라고 어떤 젊은이가 일러 준다
고이케 연못 옆에 있는 대피소이다
어쩌면 내 정서에 맞는 대피소로 여차하면 안에 불도 피울 수 있겠더라
구름 위에 저 멀리로 유휴다케가 쌍봉 대가리만 내밀고 있다
저 산정에서 하룻밤 지샌 적이 있는데 그때 비바람 참 거셌던 기억이다
뒤쪽으로는 미츠마따산(三俣山) 연봉들이다
제각각 남봉, 서봉, 북봉, 본봉 따위로 봉우리 마다 이름이 있다
17시가 넘으니 인적이 없다
느긋하게 밥도 해 먹고 했는데도 19시도 못 되어 취침이다
이날 밤에는 하늘에 별들이 제법 반짝거리더라
2년여 전 딸들이랑 하룻밤 지내려 벼루다가 미수(?)에 그친 적이 있는데 이번 참에 벗들이랑 보내게 되었구나
05시가 넘으니 인기척이다
서둘러 일어나 모닝커피 한잔씩 마시고 미명의 하늘을 재촉하며 걷다 보니 날이 밝아진다
저 아래 습지는 남사르에 등록된 쵸우자와엔이라는 곳으로 보가츠루 텐트장도 있고 그 인근에 온천도 있다
마키노토 고개 주차장과 야마나미 하이웨이 고원
마끼노토 고개에 하산하니 7시반이나 되었나
오늘 밤은 소보산이다
2007년에 조은산님이랑 10여명의 일본 산꾼들이랑 무리지어 올라 모처에 텐트를 친 기억은 있다
아마도 그때 우리로 치면 비탐방 구간으로 진행한 참이라 코스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神原등산로 제2주차장에 차를 파킹해 두고 지정 탐방로로 오른다
예전에 수행자들이 소보산으로 오를제 이 폭포에서 몸을 정갈히 하고 올랐단다
그래봤자 이후 까꾸망 오르자면 땀 칠갑이 될 거 같더라만
잠시 우리나라의 산과 흡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삼나무 숲
쿠슈지역의 산들엔 삼나무(스기)가 우점종이다
이번에 다들 삼나무는 원도 없이 보고 간단다
제2 주차장에서 40여분 오르면 제5합목 무인산장이 있다
저 안에서 장작을 피울 수 있는 일본식 난로 시설도 설치되어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산장박을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없는 모양으로 장작더미에 곰팡이가 슬어있을 지경이더라^^
소보산은 산행거리 4.2km 동안 고도 900을 올려 친다고 되어 있다
내심 잔뜩 오르막을 긴장했는데 좀 이상한 산이다
우리 중산리 코스보다는 완만한 길이 이어지다가, 9합목 산장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고원지대 비스무레 해진다
나무 안에 또 다른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맺고 있는 제법 신기한 장면도 만난다
아마도 지역 산꾼들이 지어 놓고 한번씩 이용하는 모양이다
산장은 무료로 이용하라고 안내되어 있다
인근 계곡에서 물을 끌어와 간이 수도 시설도 되어 있고, 태양광으로 전기시설도 되어 있다
산장에 배낭을 두고 정상으로 올라 본다
아마도 2007년도 올랐을 적 지나간 곳이리라 마는 기억이 없다
이곳에서의 주변 조망이 그렇게 멋지다는데 온통 곰탕이라 아쉽다
그나마 비 내리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만족해야 하리
우리는 2층에 여장을 풀었다
그곳에서도 불을 피울 수 있다
10명도 훌쩍 넘을듯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더니 시끄럽게 떠들어 주어 우리도 부담 없는 저녁 시간을 가졌다
산장의 현관에 해당하는 곳에서는 장작난로도 있고 누군가가 나무도 많이 쌓아 놓았다
마침 이날은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제법 붐비더만 겨울날 평일이라면 거진 독채로 사용할 수 있겠더라
오늘은 구마모토 인근에 있는 오기산(煽山) 무인산장에서 하룻밤 지낼 생각이다
7시경 하산을 시작하였는데, 어제 오를 적에는 경사를 모르겠더니 내리막길에서의 고도감은 제법 현저하다
내려오다가 미아는 낙상하여 크게 다칠 뻔도 하였다
등산 4시간 반, 하산 3시간 정도의 코스다
이내 삼나무 숲이 시작되고 5합목 산장이 나타나면 거진 하산은 막바지다
구렁이의 일종인 모양이다
내 눈에는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더니 일본 산에 오니 보이더구나
발밑으로 지나가는 놈 자칫 밟을 뻔 했다
오기산까지는 4시간 가까이 이동해야 된단다
2시간만 오르면 무인산장이 있다고 했으니 늦어도 14시까지만 입구에 도착하면 된다
지나다 보니 우리 로컬푸드 비슷한 곳이 나타난다
재수다 하며 몰려 들어가 이것저것 장을 보고선 그 시간에 열어 놓은 식당도 없을 듯 하여 빵으로 아침을 때운다
오기산은 정말 산골 마을에 있더라
나중에 보니 별빛을 즐기기로는 일본의 3대 명소에 드는 곳이란다
카츠노가 그래서 그 오지까지 추천해 준 모양이다
우리 운탄고도 비슷한 길을 3시간 넘게 달려갔는데, 그곳이 얼마나 오지냐 하면 90km를 달려 가는데 제대로 식당은 고사하고 마을도 없더라
겨우 치바(椎葉)라는 마을에 이르니 여나무채의 집들이 있고, 안내를 받아 그곳에서도 15리 정도 빠꾸하니 식당이 하나 있다
그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등산로 입구를 물으니 관광 안내소를 안내해 준다
여차저차 그 지역은 4년전 태풍으로 길이 무너져 차량 통행이 금지된지 오래란다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오늘 다시 모리의 집으로 가서 자고 내일은 아소산이나 둘러보고 가자는 의견이다
17시나 되어 모리네 게스트룸에 도착, 300엔 짜리 할인 온천 티켓을 받아 비로소 온천도 한번 해 보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 온천과 이 모리네 집은 17년도 9박 10일의 자전거 여행 때 들러본 곳이구나
바베큐를 하며 하룻밤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잘 되어 있다
8시반쯤 게스트룸을 나서 30여분 거리의 아소산으로 올랐다
다행히 이날은 유황 레벨이 낮아 정상까지 차로 들어갈 수 있다
넘겨다 보니 겨우 분화구는 보이더라
아소산은 그간 여행이나 자전거로도 지나 보았는데, 분화구는 97년도에 보고 환갑을 맞아 보는구나
하룻밤새 바람이 제법 차졌다
16년도 화산 터졌을때 1톤 트럭마한 바위가 저쪽 주차장까지 날아오고 그러더란다
아소산은 자전거로 달려야 진미다
17년 자전거로 지날제 어떤 할배가 입에 침을 튀기며 들려주던 그 이야기가 문득 생각나더라
목초지로 이용되는 아소산 사면이다
저 조그마한 산에도 분화구가 뻥 뚫려 있단다
아소시 일대는 전체가 화산 분화구란다
세계에서 제일 큰 분화구라 하였나
농업이 생각보다 발달된 지역이다
후쿠오카로 돌아와 차량을 반납하고 예약해둔 민박집 찾기다
요즘 세상은 지도웹이 너무 편하다
3km 거리라기로 가다가 적당한 식당 있으면 점심도 먹으며 걸어가기로 한다
하카타항 인근 그 초밥 집은 많이 부실해졌다
하기사 근간에 일본 물가가 30% 가량 올랐던데 그 가격에 같은 메뉴의 초밥을 제공하기에도 무리는 있을게다
그곳 타워는 무료라기로 저녁밥을 먹고서 산책 겸 올라 보았다
어느 나라에서 온 크루즈일까
저 하카타항은 우리 민족에게 아픈 상처가 있는 곳이다
그때 해방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일본 전역에 살던, 자의로 타의로 끌려온 조상들이 무작정 한국과 제일 가까운 이곳으로 몰려 들었단다
이전에 배가 운항된 부두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몰려든 한인들이 4,50만에 이르렀단다
그리하여 부두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배가 운항하게 되었단다
배는 이날까지도 정상적으로 대한해협을 오가고 있는데 우리의 정신은 어떠할꼬?
그저 막연한 반일감정이나 가지고 죄없는 제 이빨이나 갈며 상처나 내고 있지는 않은가
제대로 알아야 이긴다
정말 제대로 알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배타적 반일감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건 정치하는 놈들과 그에 생각없이 부화뇌동하는 자들이나 이용하는 도구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알아야 이긴다
첫댓글 객꾼님 덕분에 새로운 희망을 가져 봅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