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만해서 다행이야” 마가스님과 함께한 신개념힐링명상여행
마가스님과 함께하는
신록이 짙어 져 가는 여름 초입 순례를 떠 났다. 이름 하여 ‘마가스님과 함께하는 53선지식을 찾아 떠나는 선재동자의 명상여행’이라는 긴 이름의 순례이다. 53선지식 순례이므로 53번 순례해야 회향 된다. 매달 첫 번째 주 토요일 떠나는 순례는 이번이 열 다섯 번째라 한다. 이번 순례지는 봉화에 위치한 문수산 ‘축서사’이다.
순례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은 마가스님을 만나고 나서 부터이다. 방배동 사찰음식전문점 마지에서 처음 뵈었다. 이에 대하여 ‘100인 대중공사와 마가스님과의 만남(2016-05-16)’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바 있다. 이전부터 마가스님은 알고 있었지만 대면 한 것은 처음 이었다. 스님으로부터 53선지식순례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다. 참석을 권유해서 이번 6월 순례에 안양지역에 사는 법우님과 함께 참석 했다.
신개념 사찰순례
갖가지 명목의 순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108산사순례이다. 매달 수 천명의 불자들이 규모가 있는 전통사찰을 순례하는 것이다. 순례하는 날이면 임시시장이 서기도 하여 지역의 특산물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 부근의 부대에 대량의 초코파이를 선물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53선지식 순례는 기존의 순례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것은 ‘신개념 사찰순례’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단순히 둘러보기식 순례가 아니라 명상을 하고 법문을 듣고 힐링을 하는 순례를 말한다. 그래서 이름 붙여 본 다면 ‘신개념 힐링사찰순례’라고 볼 수 있다.
아침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범계역 1번 출구에 6시에 버스가 도착 될 것이라 했다. 안양권 불자들 13명이 모였다. 탑승하여 서울로 향하였다. 방향이 거꾸로이지만 좌석이 비어서 서울의 불자들과 합류한 것이다.
이동중에 본 BTN
40인승 버스는 거의 다 찼다. 서로 다른 지역의 불자들이 탑승했지만 마음만은 하나이었다. 전국에서 몰려든 자비명상순례팀과 일심동체를 이룬 것이다. 이는 이동중에 TV를 통해서였다. BTN에서 방영된 마가스님의 자비명상 프로를 이동 내내 틀어준 것이다. 6시부터 도착할 때 까지 여러 편의 프로를 보았다. 갖가지 사연을 가진 출연자들의 이야기와 스님의 해법에 대한 것이다.
축서사에 도착하니
이동시간이 길어서일까 축서사에 도착하니 11시 가까이 되었다. 주차장에는 미리 도착한 버스로 가득했다. 세어 보니 10대이다. 이외 마이크로 버스와 승용차등이 있어서 이날 400명 가량 된다고 했다.
법회는 시작되고
축서사는 이전에 와 보았다. 법회모임에서 사찰순례 하였는데 다만 둘러 보고 가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오게 된 축서사는 달랐다. 신개념사찰순례답게 스님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 늦게 도착해서인지 법회는 이미 시작 되고 있었다. 법회가 열리는 법당은 불자들로 가득했고 못 들어간 사람들은 마루와 마당에 마련된 법석에 앉았다.
일정을 보면 10시에서 12시까지는 법회와 기도 축원, 발원문 낭독, 자비허그, 10분 대중명상 시간이다.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공양, 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무여스님 법문, 2시 30분부터 3시 까지 마가스님의 가족명상시간이다. 3시부터 회향이라 하여 귀가시간이다.
스님들이 이끌어 가는 법회
처음 참석하는 명상여행은 신선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사찰순례라는 것이 사찰 한 바퀴 둘러 보고 이 법당 저 법당 다니면서 참배 하는 것이 고작이다. 스님을 친견한다든가 법문을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스님들이 이끌어 가는 법회를 보면 마치 학교같다. 선생을 따르는 학생들처럼 불자들은 스님이 이끄는대로 따라 가는 것이다.
법회는 반드시 법문만 하는 것이 아니다. 경전에 근거한 법문도 있지만 삶과 생활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마가스님의 자비명상노트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 ‘그럴수도 있지’는 행복의 시작입니다라든가. ‘그럴수는 없어’는 불행의 시작입니다.”라며 ‘그래요 안그래요’ 라고 묻는다. 그러면 일제히 “그래요”라고 대답한다.
순례 올 때 혼자만 오지 말라고 한다. 남편 손 잡고, 며느리 손잡고, 자식 손잡고 오라고 한다. 도중에 공지사항도 말한다. 11월에 미얀마 순례가 있는데 50명 한정이라 한다. 단순한 순례가 아니라 미얀마스님을 초청하여 명상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미얀마 명상순례라 했다. 지금부터 계를 들듯이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동요를 합창하기도
때로 동요를 합창하기도 한다. 비구니스님이 나와서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라며 노래를 하면 모두 따라 부른다. 이날 초청가수도 선보였다. 이한별이라 한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속에서 함께 합창하는 것이다.
자비허그
오전법회가 끝날 무렵 매우 특별한 시간이 있었다. 아마 53선지식 명상여행의 최대 하이라이트라 볼 수 있다. 마가스님이 참석한 신도 모두에게 일일이 손을 잡아 주며 화두를 주는 것이다. 그리고 참석한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손을 잡아 주고 ‘자비허그’를 해주는 것이었다.
자비허그, 참으로 생소한 말이다. 자비와 허그의 복합어로서 ‘자비로 안아준다’는 뜻이다. 그것도 스님들이 도열해서 신도들 하나하나 손을 잡아주고 자비의 축원을 해주고 더욱이 안아 주는 모습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다. 스님들의 법문을 듣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스님과 자비허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비허그는 비구니스님들이 불자들을 안아 주는 형식이다. 대부분 여성불자들이지만 종종 남성도 있다. 비구니 스님이 여성의 경우 많이 안아 주고, 남성의 경우 가볍게 포옹해 준다. 그래서일까 이날 불자들은 은총을 잔뜩 받은 듯 하다. 스님과 자비허그 그 자체로 힐링이 된 것이나 다름 없다.
기다리던 점심공양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공양시간이 되었다. 400명이나 되는 많은 인원이어서일까 야외에서 식사를 했다. 늘 그렇듯이 사찰에서 먹는 것은 비빔밥이다. 각 지역에서 온 불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했다. 밥이 다 떨어져 새로 짓느라 늦게 먹었다.
너럭 바위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 앉은 법우님이 수박을 건네 준다. 나이는 육십대 중후반으로 보인다. 말을 들어 보니 꾸준히 참가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암이 치유되었다고 했다. 항암치료를 20번 받았는데 자비명상순례를 다니고 나서부터 깨끗이 없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왜 안다니겠어요?”라고 말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더 물어 보려 하였으나 그만 두었다. 순례를 다님으로 인하여 건강이 회복되고 더구나 삶의 재미도 찾았다 하니 그 법우님에게는 그야말로 ‘힐링순례’가 된 것이다.
서울을 비롯하여, 인천, 대전, 청주, 울산, 부산 등 전국각지에서 모였다. 한가지 특징은 지방의 경우 사찰 위주라는 것이다.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참석한 것이다. 그래서 법회를 하면 앞 줄에 스님들이 앉고 뒷줄에 신도들이 앉는다. 대부분 마가스님의 명상지도를 받았던 스님들과 신도들이라 한다. 봉사는 사단법인 자비명상 회원들이 했다. 벌써 열 다섯 번째 이어서일까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선지식 법문
점심식사후에 선지식 법문이 있었다. 53선지식 명상여행이기 때문에 반드시 선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날 열 다섯 번째 명상여행에서 선지식은 축서사 회주 무여스님이였다.
화엄경에 따르면 선재동자가 구도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있다. 입법계품을 말한다. 그렇다면 열 다섯 번째 선지식은 누구일까? 화엄경을 열어 보았다. 열 다섯 번째 선지식은 명지거사이다. 그렇다고 하여 이번 명상여행에서 재가의 거사가 선지식으로 선정되지는 않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 무여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다.
무여스님이 법당에 들어 오자 대중은 모두 일어서서 맞이 하였다. 불교TV나 불교방송 법회에서 접한 바 있었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직접 법문을 듣지 못하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승이 입장하자 사부대중은 최대로 예를 표하였다.
“수행 잘 하면 못간다 해라”
무여스님이 법상에 올랐다. 스님에 대한 삼배를 하고 청법가가 울려 퍼졌다. TV에서 보던 그대로 스님의 특유한 음성이 들렸다. 말을 할 때 길게 늘인다거나 “이래요” 같은 말이다.
스님은 한시간 법문했다. 스님은 화두를 들어 삼매에 들었을 때의 행복에 대하여 얘기 했다. 삼매에 들면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마음도 고요하고 동시에 몸도 편안하면 이것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더구나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하면 병도 낫는 다고 했다.
무여스님은 수행을 하면 병도 고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수행잘하면 못간다 해라”라 했다. 이 말에 모두 웃었다. 수행을 하면 고목에서도 꽃이 피듯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서 행복하게 백세까지 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염라대왕이 일찍 찾아 올 일이 없다고 했다.
관세음보살이나 문수보살을 친견?
무여스님은 한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했다. 특히 화두를 들어 삼매에서 지혜에 대하여 태양빛으로 비유했다. 일반인들의 지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의 지혜가 반딧불정도라면 삼매에서 지혜는 태양빛과 같다고 했다. 이는 머리가 맑아짐에 따라 보통사람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활발발한 기억력에 따른 출중한 지혜라 했다. 그래서 왠만한 일은 마음만 내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예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TV나 라디오법문에서 듣지 못하였던 신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님이 30대 시절이다. 그때 당시 스님은 참선에 대하여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참선이라는 것이 침소봉대된 것이 아닌가 또는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했다고 한다.
어느 날 스님은 오대산 북대암으로 참선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고 한다. 버스를 기다리며 서너시간 앉아 있었는데 그 사이에 버스가 떠나 버렸다고 한다. 막차를 보내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어느 노인이 “어디까지 갑니까?”라며 묻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도인과 같은 노인의 토굴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고 한다.
노인은 나중에 알고 보니 스님이었다고 한다. 모습은 촌 할아버지 같이 보였으나 눈이 ‘구슬 같이 맑았다’고 했다. 그래서 속으로 “아, 이분이 공부하는 분이구나!”라며 알아차렸다고 한다. 어쩌다가 말씀을 한마디 하는데 정곡을 찌른다고 했다. 그 분을 모시고 두 달을 살았다고 한다. 일거일동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을 하는데 하루종일 일을 해도 지쳐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화두의 힘으로 보았다고 한다. 저녁에는 나란히 앉아서 정진했다고 한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고 한다. 아홉시쯤 되었는데 뒷짐을 지고 왔다갔다 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더라는 것이다. “큰일 났네, 큰 일 났어”라며 “다 타, 다 타”라며 말했다는 것이다. “스님, 무엇이 탑니까? 불났습니까?”라며 묻자 20리 떨어진 마을에서 불이 난다는 것이다. 뛰어 내려가서 보니까 최씨 댁에서 정말 불이 난 것이다. 세 동이 있었는데 한동은 다 타고 한동은 반쯤 탓다고 한다.
불이 잡힌 것을 보고 두어시간 동안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노스님이 고개에서 기다렸는데 불난 것에 대하여 중계라도 하듯이 이야기 했다고 한다. 그 때 뒤통수를 되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노스님이 비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 잘 모셨는데 한달쯤 지나 서산 어디 볼일이 있다고 해서 나갔다고 한다. 그후로 소식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 달쯤 있다가 북대로 올라갔다고 한다.
무여스님은 노스님과 함께 살면서 이 공부에 대하여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정립이 잘 되면 보통사람이 보기 어려운 20리 밖의 것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춘 신통력을 갖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부가 깊어지면 가능함을 말한다.
무여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관세음보살이나 문수보살을 친견한 것처럼 보인다. 20리 밖의 일을 훤히 알 수 있는 능력이 그렇고 더구나 가르침을 주고서 사라져 버린 것이 그렇다.
무여스님의 한시간 법문에 공감하는 것이 많았다. 특히 말미에 소욕지족의 삶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돈과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지만 부처님 가르침만한 것이 없음을 말한다.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명상을 하여 느끼는 고요와 편안함과 행복은 이 세상의 어떤 행복과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이만해서 다행이야”
무여스님의 선지식법문이 끝나고 마가스님의 가족명상 시간이 되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스님은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 중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총무원장직선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종단의 구조가 잘못되어 있음을 상기하며 직선제 서명에 동참해 줄 것을 말했다. 그래서 10만명이 서명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마가스님은 ‘감사’에 대하여 말하였다. 지금 이 순간 병원에서 똥싸고 있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이만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자고 했다. 지금 이렇게 순례하고 건강한 몸을 가진 것에 대하여 늘 감사 해야 함을 말한다.
마가스님은 용서에 대하여 말하였다. 최근 상담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신랑을 용서하자고 했다. 귀가할 때 차안에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차안에서 돌아가면서 한사람씩 ‘신랑자랑’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오직 한사람만 신랑자랑을 했다. 어떤 사람은 남편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다. 그러자 또 어떤 사람은 오늘만큼은 신랑이 없어서 못한다고 했다.
신개념힐링명상여행
차가 서울에 도착 했을 때 서울팀은 모두 내렸다. 차는 다시 안양으로 향했다. 차안에는 아침에 탔던 13명이 남았다. 물어 보니 대부분 처음 참가 했다고 한다. 모두 만족한 듯하다. 7월 첫 째주 토요일 낙산사명상여행에 모두 참석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안양에서 한차 출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인원이 부족하여 서울팀과 합류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손해 보기 때문이다.
마가스님과 함께 하는 명상여행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신개념사찰순례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단어를 추가하여 이름 붙인 다면 ‘신개념힐링명상여행’이라 할 것이다.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만족하였다. 스님들과 웃고 노래하고 ‘자비허그’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6-06-04 진흙속의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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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흙속의연꽃 원문보기 글쓴이: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