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살던 고향이 경상도 산골, 시골마을이었던지라...
어릴 적에 주로 하고 놀던 놀이가,
나무 자르고 다듬어서,
대나무 자르고 다듬어서 칼싸움 하고 놀고,
겨울에는 눈싸움하고 놀고...
뭐 심지어는 연탄재 싸움도 하고 놀았다는...
연탄재 맞아서 디게 아팠던 기억이... ^^
자주 이웃마을 또래 친구들과 칼싸움도 하고,
경쟁적인 놀이를 하고 지낸 추억이 있습니다.
한마을에서도 윗마을 아랫마을(살던 고향 표현으론 웃 담, 아랫담) 나눠서
칼싸움 하고 눈싸움 하고...
시장이나 읍내를 가기위해서,
이웃마을을 지나치려고 하면 마을 입구 어귀에서...
통행세를 받는 거는 아니지만,
검문하는 또래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 지나가지 말라고...
뭔 산적도 아니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마을, 자기네가 사는 마을 땅을 지나가지 말라고 합니다.
좀 더 자라서...
중학교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이웃마을 사는 여자친구 만나러 갈려면 또 첩첩산중입니다.
이제 또래뿐만 아니라...
선배, 후배들이 다 길을 막습니다.
아마도 시골이 고향이신 분들은,
아마도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분들은 이런 추억이 하나 둘씩은 있지 싶습니다.
다 자라서...
그냥 여기 저기 구경하며 사는 것이 좋아서,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일도 하고 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귀농이나, 귀촌이니 하는 단어가 생깁니다.
그리고는 귀농, 귀촌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마치 예전에는 없었던 일인마냥 신문에도 나오고,
인터넷에 단골 주제가 됩니다.
또 많은 분들이 텃세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텃세 때문에 정착을 못하고 귀농, 귀촌했다가 실패하고 떠난다고 합니다.
몇 년 전까지 강원도 있다가, 제주도 내려와 살고 있으니...
여기서도 텃세가 심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 텃세 같은걸 느껴보지 않고 살고 있는데 말입니다.
제주에 살게 된 경위가 남과 달리 좀 특수한 경우긴 하지만,
만나는 마을 어르신마다 다 밥은 먹고 다니느냐고 먼저 물어봐 주시고,
가끔씩 김치도 담아주시고,
감자 수확했다고 감자도 가져다주시고...
또 명절날 혼자 있으면 어떡하냐고 일부러 데리러 오셔서 댁에서 밥도 주시고,
강원도에서도
제주도에서도 전 못 느끼고 사는데 말입니다.
흔히들 이야기 합니다.
또 여행가서 잠시 머물때와,
살려고 와서 보니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고...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생각해보면 금방 답은 나옵니다.
여행자로써,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마을에서 먹고, 자고, 무언가를 살 때는,
손님으로서 마을에, 내게 무언가를 보태주니깐 친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끄럽고, 불편함도 잠시 스쳐 지나가니깐...
그런데 누군가 내가 사는 옆집에...
누군가 내가 사는 마을에 들어와 살려고 하면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안 그래도 힘든 경제여건에, 또 다른 경쟁자가 생기고,
조용하던 분위기가,
새로 들어오는 누군가로 바뀌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은 겁니다.
기본적으로...
시골의 마을은 보수적입니다.
시골의 어르신들도 보수적입니다.
내가 사는 환경이 급작스럽게 바뀌는 걸 달갑게 받아들이지 하지 않습니다.
시골마을로 가서는...
내가 먼저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이 마을에 이사 왔노라고,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냥 싫어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또 마을에 일이 있거나,
이웃에 일이 있을 때,
상대가 내켜하거나 그러지 아니하더라도,
얼굴 비치고, 같이 즐거워 해주고...
같이 안타까워 해 주다 보면,
처음에는 배척하다가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대 놓고 텃세를 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골 인심이 왜 이렇게 나쁘지 하는 시간에,
시골사람 한 명 더 친해지는 것이 텃세로부터 탈출하는 길일 것입니다.
또...
시골의 이해관계는 도시에서의 이해관계보다
직접적이고 첨예합니다.
도시에서야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을뿐더러,
친하지도 않은데 관심을 가지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시골에서야 좀 크던, 작던
우리 마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을 알고,
또 인사를 하고 지냅니다.
사람 사는 곳에 마냥 좋은 일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새농촌 운동이니,
녹색농촌마을 만들기니 여러 가지 농촌 관련 정부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전국을 다니다 보니,
이런 정부지원 보조 사업을 하는 마을 치고,
분쟁 없는 마을이 거의 없습니다.
열에 여덟 아홉은 비상대책위원회니,
사업 찬성파와 반대파가 나눠져 있습니다.
도시에서 시골 마을로 와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
기존 원주민 누군가와 아주 친하게 보이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누군가를 싫어하는 또 다른 누군가는,
일면식도 없는 나를 싸잡아서 비난하고 싫어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봅니다.
좋게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좋게 지내는 기준이 티 나지 않게 지내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내가 살러 가는 마을에,
빨리 친해지고 적응되어 지면 좋겠지만,
서둘러서 될 것이 아닐 것입니다.
신뢰라 믿음이라는 것이,
알고 지내던 시간과 절대적으로 비례하는 관계로...
차츰 차츰 동화되어 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멀지도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까이 하지도 않는...
적당한 심리적 거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싶습니다.
행복한 귀농.귀촌 생활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