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지만 책방 가는 길이 즐겁다. 선생님들 만나오면서 같은 계절을 또 맞았다. 모여 앉아서 얘기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구름빵 밖의 동백나무를 보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실내 가득 들어오는 햇빛에 한반나들이 오는 조막손아이들도 보이고 고양이도 새도 놀러 오고 꽃과 나비도 눈에 가득 담는다. 비가와도 좋더라. 빨갛게 핀 동백꽃 위로 소복하게 눈이 내리는 상상도 한다. 히히
나는 두당 시작하면서 선생님들이랑 더 빨리 친해진 것 같다. 그럴만도 한 게 두당 전에는 매주 책을 다 못 읽었다는 죄책감 반과 나는 왜 이러나하는 한심함 반으로 구름빵에 들어서는 게 괴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책방에서 집에 가면 과제해야하니 상황이 바뀌었다 하하;; 이 좋은 장소와 사람들과 시간이 내게 과분한 것만 같아서 그만둬야하나 망설일 때 들은 ‘발 하나씩 걸쳐 놓으라’는 말씀이 요즘은 특히나 감사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두당에 들어오고는 와 이제는 연극을 준비한다. 초딩 때 애들 집을 돌아가면서 다 같이 밥 볶아먹으며 연습하던 연극도 생각나고.. 동욱이랑 오페라보고 뮤지컬 본 것도 생각나고 뭔가 내 스스로가 웃기고 신난다.
저번 시간에 강정아 선생님이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장’을 얘기하셔서 슬쩍 읽어봤는데 나는 그림자가 무섭고 아직 나에게 죽음이라는 말은 무겁고 피하고 싶어서인지 읽다가 미루었다. 무거운 생각을 해야 하는 글은 한 번에 읽을 용기내기가 힘들다. 음.. 이렇게 덩치 크고 목소리는 작은 오필리아도 무대 앞 상자 안에서 괜찮겠나요?ㅎㅎ 오필리아처럼 선생님들 대사를 내가 다 외우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저번 시간보다 동백꽃이 얼마나 더 피어있을까.. 활짝 핀 동백꽃나무를 보고 싶다는 생각하면서 책방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동영상을 찍는 과제를 하면서 와 나는 과제하면서도 이렇게나 떨리는데ㅜㅜ 선생님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진지한 표정들이 사랑스럽다. 되도록 장면들 안 놓치려 순서대로 사진을 찍는다. 대타로 서서 대사를 맞추거나 합창하는 시간에는 못 찍었고 또 내가 많이 찍으니 내 사진이 별로 없다. 괜찮다. 화면에 나오는 나를 보고는 나 진짜 뚱땡이구나 했다ㅠㅠ
나는 성대가 약해서 그런지 목을 아끼려 목소리가 작은 건지 목이 빨리 쉬고.. 이젠 노련하게 가리지만 대화 중 음이탈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 핑계다. 자꾸 첫 음을 잊어서 이상한노래를 부르는데 ‘함성소리 들린다’에서는 알토부분을 자꾸 낮은 음인 척하는 소프라노로 부른다. 제대로 익혀야겠다.
양진철선생님이 각자 대본에 자신의 케릭터와 나이와 성별에 맞는 소품을 적자고 하셨다. 준비 할 수 있는 것은 가지고 오고.. 여기서 삽, 호미, 검, 활, 가면, 수건 등이 나왔던 것 같고(또 있었나요?) 나는 어째야 하나 여쭈려다가 스텝 회의를 따로 하신다기에 미루었다. 의상은 제작보다 대여하기로 했다고 말씀하셨다. 초딩 때는 의상도 소품도 어설프지만 애들과 직접 만들었었는데 지금은 딱히 뭔 갈 못 도와드리는 게 죄송하다. 공연들 하나하나가 쉬운 일이 아니구나. 준비과정이 이렇게나 여러 가지다.
'세상바꾸기' 안무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하셨고.. 무대에서의 동선도 오늘 연습한 부분을 최종으로 하자고 하셨다.
포스터가 나왔다. 내 이름을 보고는 ㅋㅋㄲ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민망함에 웃음이 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만 같다. 조연출이라니요. 하는 것도 없는데요ㅠㅠㅠㅠ 이름만 숟가락만 얹은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도 이내 진지하게 연기하시고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의 표정들이 생각 나 정신차리기로 했다.
동욱이는 영화제작사가 꿈이라고 했는데 (여러 번 꿈이 바뀔 수도 있겠고 지금은 게임 만들고싶다고도 얘기하지만^^;) 하고 싶다고 한 거 실제로 보여주고도 싶고.. 그러려면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게 잘하고 싶다.
저번 시간과 오늘 연습은 대본을 다 놓고 했는데 매번 이렇게 연습 할 때마다 더 자연스러워짐에 감탄한다. (아! 아직 전하지 않은 게 생각났다.. 대본 7페이지에 마을사람123이 하는 말들도 노래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대사하라고 하셨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한 곳에 모여서 대사를 맞추는 모습이 너무 이쁘시다ㅎㅎㅎㅎㅎ 이것도 사진에 담고..
동백나무에 새가 놀러왔는데 갇힌 나비를 내보내느라 이건 사진으로 못 담았네.
저번 시간에는 극의 마지막부분에 각자 아이들의 성장일기.. 한 명씩 태몽이나 아이들 이야기하는 부분을 얘기하다가 너도나도 울컥했었다. 연기를 하다가 엄마로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다시 감정조절하여 연기하기가 힘들겠다는 말이 나왔고 그것도 오늘 이야기했다. 그래도 그대로 하자는 걸로ㅎㅎㅎㅎㅎㅎ 이 때 선생님들 대동단결ㅋㅋㅋㅋㅋ 다시 생각하니 또 재밌다. 강정아선생님이 그렇게 도와주셨는데ㅋㅋㅋ 없어진 숙제가 다시 생긴 기분이지만 이내 동욱이 돌잔치 때 틀었던 영상이 보고 싶어졌다. 행사에 쓸 영상이니 이쁜 것만 담아놔서 ㅎㅎ그런지도.
나는 왜 그렇게 내안의 틀에 나를 가둬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이 키우면서 외롭고 힘들었던 나는 아기안고 울기만 했던 그 시간들을 떠올리는 게 너무 괴롭다. 내가 동욱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걸까.. 기다려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자신만의 시간대로 크겠다는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못 만들어 주는 그런 엄마가 되었다. 제일 힘든 건 동욱이 자신일건대 용기는 못 줄망정ㅠㅠ 오늘도 버럭하는 나다. 내가 이렇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도 이 극을 찬찬히 떠올려봐야겠다. 아직은 자신이 없다 아이의 환경을 바꿀 용기도 쉽지 않고 변화도 두렵고,, 내가 날개자르는 엄마는 아닌가하는 인지라도..하고 있으련다.
부산은 아니지만 지금 눈이 온다고 카카오톡에서 눈 내리는 서비스를 해주는 걸로도 얘기하고
유서이야기랑 드라마고백부부 얘기도하고.. 이런 세상돌아가는 얘기도 모여서하니 재밌다.
마칠 때 쯤 강정아선생님이 리플릿에 넣을 거라고 하시며 각자 자신의 역할 중 기억에 남는 대사 하나씩 말해보라 하셨는데 지금은 ‘우투리를 잡아라’가 기억에 남는다. 리플릿 편집도 해보지 않겠냐는 말씀도 생각나고 내가 해야 하는 거 같은데 계속 찔린다.
이제 공연도 얼마 안 남았고 우리끼리 모이는 것 보다 피드백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우리끼리 화요일은 안모이고 매주 목금에 모이기로 했다. 30일은 오후 1시, 금요일은오전 9시 반! 강정아선생님이 한달은 엄청난 기량이 크는 시기라고 하셨는데ㅎㅎ 나도 기대가 된다.
혼자 보는 일기처럼 막 써내리느라 글 내용이 친절하진 않지만.. 글 쓰는 내내 과제걱정으로 체한 것처럼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글 수정을 미루려한다. 그러고 보니 계속 미루는 내가 보인다ㅠㅠ빨리 해치우고 12월 1일에는 연습갈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