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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바람이 꽃이 되어 원문보기 글쓴이: 보따리
내 생애 최고의 강연 - 브루스 게그넌
(강연 마치고 같이 사진찍었어요.
위의 사진은 저랑 같이 준비를 하고 있는 아가스타, 면정님이구요.
아래는 평화결사 등불님들이세요.)
저는 오랫동안 생명평화 활동가로서 살아 왔어요.
어느 한 순간 내가 가진 활동가로서의 삶을 잊은 적이 없어요.
당연히 관련된 책이나 자료를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일을 해요.
그러나, 브루스 게그넌은 처음이었어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고, 자료를 본 적도 없어요.
즉문즉설의 강사 선정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데, 게그넌님은 이미 결정된 강사였어요.
게그넌님의 강연은 ‘평화와 비폭력을 위한 세계 행진’ 공식 프로그램으로 결정된 것이었고, 생명평화결사는 진행을 주관하는 상황이었어요. 여기에는 30여개의 상당히 규모있고 영향력있는 단체들이 참가하고 있어요.
강사에 대해 알지 못하고, 강사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우리에게 정말 생소했어요.
그는 우주에 대해 말하겠다고, 우주에 떠있는 무기(인공위성)에 대해, 우주 무기에 사용되는 핵에 대해 말하겠다고 했어요
이 사람을 어떻게 소개하나요.
정말 모두들 게그넌 강연에 아무도 기대감을 갖지 않았어요.
단지 저는 어렴풋이 느낌이 왔어요.
이번 강연을 주도한 최성희님과 통화하면서 느꼈어요.
게그넌은 자기가 아는 최고의 강사래요.
그는 청중들과 호흡할 줄 알고, 무엇보다 진실하대요.
그래도 이런 걸 다 떠나서, 그는 멀리서 오는 손님이었어요.
손님을 잘 모시고, 그 분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건 예의를 가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예요.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결과는 늘 기대에 어긋나요.
아가스타에게 연락해서 이번 게그넌 강연은 ‘세계행진’ 공식 프로그램이고, 아마 세계행진 참여단체에서 손님들이 오실 꺼니까 우리가 늘 준비하던 50인 분의 떡에서 10인분만 더 준비하자고 했어요. 60인분을 주문했어요.
거기다 지난 주에는 경향신문에서 거의 광고에 가까운 기사를 써주시기도 하셔서, 혹시 준비한 음식이 모자라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세상에 미국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평생을 평화 운동에 몸바친 헌신적인 활동가가 왔는데, 30여명 정도 밖에 모이지 않았어요.
지난 주에는 영광 평화마을 가족들이 많이 와서 참여했고, 이번엔 전라도에서 민철님, 김경일 신부님, 전진택 목사님이 오셨어요. 그 외에도 경기도에서 몇 분이 오셨고, 대전에서 김조년 선생님과 친구분이 오셨어요.
서울에 일이 있어 왔다지만, 안 올수도 있었는데, 멀리서 온 손님이어서 와봐야 할 것 같아 왔대요.
민철님이 광주에서는 아무 것도 안하고 자기가 개인적으로 문자만 돌려도 멀리서 손님이 오시면 30명은 모여서 이야기를 듣는데요.
서울 사람들 이상하다고, 공개적으로 연대한다는 홍보도 하면서, 연대한다는 걸 아무런 의미없이 이름올려 주는 걸로 안다고...
제가 서울살면서 제일 이해할 수 없는 게 손님 맞는 마음이예요.
서울 사람들은 손님 맞을 줄 몰라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이 귀한 줄 모르기 때문이예요.
강연을 마치고 모여서 술 한잔하면서 강연 뒷풀이를 하는데, 다들 오늘 강연은 최고였대요.
김경일 신부님은 자기가 이때까지 만난 외국인 중에서 가장 좌파였대요.
평화 운동가가 결국 가장 좌파 운동가가 될 수 밖에 없대요.
2-3만원 돈을 내고 들었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래요.
저는 이번 6번의 강연에서 제일 기대하는게 네 번째 있을 ‘마사키 다카시’ 강연이예요.
마사키와 저는 여러 점에서 비슷한 면을 가지고 있어요.
활동하는 방식도 비슷하고, 관점도 서로 공유되는 게 많아요.
제가 그를 얼마나 기다리는 지 표현하고 싶어서 지난 주에는 그가 한국에서 걷고 있는 경주까지 찾아가서 이번 강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왔어요.
그런데, 6번이 다 지난 뒤에 나에게 최고의 강사 한 사람을 정하라고 하면 지금 느낌은 게그넌님을 택할 것 같아요.
그는 정말 제가 지금까지 만난 누구와도 달랐어요.
최성희님이 그가 왜 중요한 강사인지 그렇게 열심히 말하던 이유를 알겠어요.
어떤 비유를 들어 말하면, 그는 성경에 나오는 구약 시대의 예언자와 비슷해요.
한 시대의 문제를 죽음을 각오하고, 지독하게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사랑의 마음을 잃어 버리지 않는 사람 - 그런 사람들을 예언자라고 해요.
그는 우리 시대 평화 운동의 핵심 과제를 미국의 국산복합 산업 (무기산업)에 대한 저항이라고 했어요.
거기에서 세계의 모든 문제가 시작된대요.
세상의 모든 전쟁과 파괴와 차별과 고통이 시작되는 지점이 군산복합체래요.
제가 먼저 질문했어요.
당신의 경력을 보면 27년 동안 무기산업에 저항해 왔는데, 암살 위협을 당하거나 무수한 폭력적 상황을 만났을 건데, 어떻게 지금같은 비폭력 평화 운동가가 될 수 있었나?
그는 미국 메인주 베스라는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 ‘아담스 멜만 하우스’ 라는 공동체에서 4 사람이 같이 공동체 생활을 한 대요.
아담스는 미국에서 사회 복지 개념을 만든 사람이고, 1차 대전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서 노밸평화상을 받은 분이세요.
멜만은 경제학자인데,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저항한 운동의 선구자래요.
그 분들의 정신을 잇는 공동체가 ‘아담스 멜만 하우스’ 인데, 자신은 그 공동체 생활에서 요리하고, 청소하고, 땔감을 같이 준비하고 하는 과정에서 비폭력의 삶을 내면화 할 수 있었대요.
함께 있는 공동체 구성원들은 다른 종교적 가치를 가졌지만, 서로 존중하고,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린대요.
그들이 사는 곳은 바닷가인데, 그곳에 미 해군의 배스기지가 있대요.
그곳에서 이지스 항공모함을 만드는데, 매주 한번씩 이지스함 제조 반대 시위를 한 대요.
그의 부모님이 군인이어서 어릴 때는 주로 군대 안에서 생활했고, 자신 스스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이기도 했대요.
나중에 인디언 거주 지역에 살면서 인디언들이 삶을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으면서 평화 운동가가 되었대요.
우린 우리 눈 앞에서 너무나 많은 고통이 벌어지고 있어요.
땅과 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통과 오염과 파괴가 끝이 없어요.
한번도 우린 눈을 하늘로 들어서 저 우주도 고통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는 우주 산업으로 인해 우주가 고통받고 있대요.
우주 공간에 무수한 오염 덩어리들이 떠 다니고 있고, 인류에게 어떤 재앙으로 영향을 미칠 지 알 수 없대요.
대부분의 인공 위성이 에너지원으로 핵연료를 쓰고 있는데, 핵은 조금의 양으로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요.
인공위성을 뛰우다가 폭발하기도 하는데, 그건 작은 규모의 핵폭발이예요.
그는 60년대 이후 암이 증가한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우주 무기(인공 위성)과 핵의 연관성으로 봐요.
그가 우주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인데, 이야기하는대로 받아 썼어요.
저는 아나키즘에 대한 여러 자료를 봐왔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아나키즘 해석은 처음 봐요.
꼭 시와 같은 느낌이 들어요. 비틀즈의 노래 ‘이매진’의 느낌이 났어요.
우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어요.
‘우주는 거대한 신비 , 흔히 천상이라고 부르죠.
우주에서 보면 국경선이 없어요.
우주에서 보면 우리에겐 다름이란 게 없어요.
우주는 해방의 선물이죠.
우주는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넘어서게 하죠.
우주는 우리에게 인간으로 산다는 것을 질문할 기회를 주죠.
우리 세대는 우주 탐험이라는 기회와 우주에 대해 새롭게 토론할 기회를 가졌어요.
우리는 우주로 좋은 씨앗을 가져갈지, 나쁜 씨앗을 가져갈 지 결정하는 세대죠.
전쟁, 파괴, 오염을 가져갈지,
아니면 평화, 사랑, 하나됨을 가져갈지 우리가 결정하게 되요.’
이날 강연은 참석한 분들이 집중해서 들었고, 무엇보다 마음이 열렸어요.
채륜이라는 화가는 중국에서 몇해 동안 지내다 얼마전 귀국했고, 자신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말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해서 말을 잘 못한대요.
중견화가이신대 얼마 동안 중국에서 리얼리즘 회화를 익히셨대요.
이 분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질문을 잘 못하는데, 이 날은 질문을 했어요.
뭔가 마음에 담은 이야기를 할려고 하는데, 말이 어눌했어요.
제가 그 느낌을 알 수 있었어요.
강연마치고 같이 전철을 타고 오면서 제가 질문할 때 받은 느낌을 이야기했더니, 왜 그랬는지 설명을 해 주시더라구요.
앞으로 생명평화 운동에서 기대되는 분이고, 중요한 작품으로 사회에 말씀하실 거예요.
한겨레 신문과 경향 신문에서 취재를 나왔는데, 한겨레 이경미 기자는 낮에 게그넌을 인터뷰할려고 했는데, 취재할 일이 생겨서 강연마치고 약속을 잡았대요.
취재를 위해 미리 강연을 들을 필요가 있었고, 강연 시작 전에 왔어요.
마침 오늘 강연 기록을 맡은 다다님이 일이 있어 못와서 공개적으로 기록을 해주실 분을 찾았는데, 이경미 기자가 기꺼이 자신이 자원봉사 하겠다고 나섰어요.
제가 세상에 대해 믿는 게 있어요. ‘만물은 서로 돕는다.’
이번 즉문즉설 전체를 진행하는 원칙이예요.
필요한 일은 다 공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만큼 역할을 맡고, 못하게 되면 공개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하는데, 지금까지 대부분 부족함없이 서로 돕고 있어요.
강연이 끝나고 이경미 기자는 자기가 자원 봉사 한게 정말 좋았대요.
이 강연을 듣지 않았으면, 게그넌을 제대로 알 지 못해서 기사를 잘 못썼을 건데, 강연을 듣고 기사를 써서 훨씬 더 잘 쓰게 될 것 같다고 감사해 했어요.
경향 신문 손제민기자의 경우 보통 객관적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공개적인 질문을 하지 않거나, 일정 정도 거리감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취재하신 분은 아니었어요.
자신이 감동되었어요, 강연이 마칠 즈음엔 자기가 질문을 했어요.
‘당신은 미국에 대해 그렇게 비판적인데, 늘 미국을 말할 때 'my country' 라고 말하는데, 그건 국가주의가 남아 있기 때문 아닌가?’
이번에도 게그넌의 답은 시적이었어요.
‘미국은 악마의 제국이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그러나, 그 땅은 아름답고, 냄새는 향기롭고, 200년 정도의 지금 미국인의 땅이 아니라 더 오랫동안 그 속에서 살아온 원주민들의 땅입니다.
그리고, 제가 앞으로 살아야 할 땅이구요.’
이제 우리에게서 사라져 버린 감각 중 하나인 ‘국가가 아니라 땅에서 산다’는 사실을 그는 늘 느끼면서 살기에 그의 언어 속에서 그렇게 자주 my country가 나온 것이었어요.
브루스 게그넌은 한국에 있으면서 5번 정도의 강연을 하게되요.
다음 주에는 생명평화결사에서 도법스님, 황대권 선생님과 함께 브루스 게그넌을 모시고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참여해요.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예요.
한국 기지가 아니라 사실상 미국의 전쟁 용도예요.
직접 지배를 통해 지배하지 않는 제국의 시대에 아직도 군사 기지는 제국주의의 식민지 개념을 쓰고 있고, 식민지 정책에는 언제나 저항이 따라요.
한국에서 브루스 게그넌 일정을 조직한 분이 최성희님이세요.
강연 통역을 할 때 다들 알수 있었어요.
이 분이 지금 통역을 하고 있는 게 아니구나.
자기 이야기를 게그넌의 말을 받아서 하는구나.
그 느낌이 와요.
돈받고 통역하는 사람에게서는 나오지 않는 그 느낌이 있어요.
제가 4번째 강사인 마사키 다카시의 강연에 통역 자원 봉사를 찾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해요. 통역을 자원한 김경옥 선생님은 자기도 마사키에게 배우고 싶었대요.
게그넌 강연은 곧 아트엔스터디와 생명평화결사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으로 공개될 거예요.
한번 보시길 권할게요.
다음 모실 선생님은 함석헌 사상 연구자이신 김조년 선생님이세요.
우리 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는다.
3번째 김조년 선생님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장충동 분도빌딩5층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 010-6410-5238
첫댓글 글 쓰신 분은 누구에요 서선생님인가?
아니, 윗사진 가운데 안경 쓴 김재형샘. 평화양 알지? 평화양의 아버지고 보따리학교를 하시는 분이야. 우리 카페에 글을 몇몇개 옮겨놓은 것이 있는데 읽어봐. 소로우에 대한 것도 있고, 서평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