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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7449]두보시 100수[가나다순 假山~同李太守 ]
<杜甫詩 原文解釋 1>
두보 : 712~770 자는 자미(子美)이고, 호는 소릉야노(少陵野老)이다.
명문가 집안으로 본적은 후베이성 샹양(襄陽)이다.
시성(詩聖)이라고 부르고,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고 일컫는다.
그는 약 1천5백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대부분 『두공부집(杜工部集)』에 실려 있다.
<詩題別 順序-가나다순 452수> 假山~同李太守
1.가산(假山) 정원 등을 꾸미기 위해 만든 산의 모형물
天寶初 南曹小司寇舅 於我太夫人堂下 壘土爲山. 一匱盈尺 以代彼朽木. 承諸焚香瓷甌 甌甚安矣. 旁植慈竹 蓋茲數峰.
(천보초 남조소사구구 어아태부인당하 루토위산 일궤영척 이대피후목 승제분향자구 구심안의 방식자죽 개자수봉)
천보 연간 초기에 남조 소사구인 외삼촌이, 내 할머니 당 아래에 흙을 쌓아 작은 산을 이루었다.
한 광주리의 흙으로 한 자 높이가 되어, 썩은 나무를 대신하였다. 옆에다가 자죽 나무를 심었는데,
이 가산의 몇 개 봉우리를 덮었다. 그것이 여러 향불을 피우는 자기를 받치는데, 자기가 대단히 안정되어있다.
嶔岑嬋娟 宛有塵外致. 乃不知興之所至 而作是詩. 一匱功盈尺 三峯意出羣. 望中疑在野 幽處欲生雲. 慈竹春陰覆 香爐曉勢分.
(금잠선연 완유진외치 내부지흥지소지 이작시시 일궤공영척 삼봉의출군 망중의재야 유처욕생운 자죽춘음복 향로효세분)
산은 우뚝하고 대나무는 선연하여, 완연히 세속에서 벗어난 운치가 있었다. 이에 나도 모르게 흥이나서 이 시를 짓는다.
한 광주리 흙으로 한 자 높이를 이루니, 세 봉우리의 의미가 출중하여라. 바라보니 들에 있는 듯 하고,
그윽한 곳에서는 구름이 이는 듯하다. 자죽은 봄 그늘에 덥혀있고, 새벽 향로연기 처럼 나뉘네.
惟南將獻壽 佳氣日氤氳.(유남장헌수 가기일인온)
남산이 장차 헌수하려는 듯, 아름다운 기운 날마다 끝없이 생겨나네.
2.가석(可惜) 몹시 아깝다
花飛有底急 老去願春遲. 可惜歡娛地 都非少壯時. 寬心應是酒 遣興莫過詩. 此意陶潛解 吾生後汝期.
(화비유저급 노거원춘지 가석환오지 도비소장시 관심응시주 견흥막과시 차의도잠해 오생후여기)
꽃잎 날아 떨어져 서둘 것 있나, 늙어가며 봄이 더디길 바랄뿐. 즐겨 놀았던 곳인데 아깝지만,
젊을 때가 전부는 아니네. 너그러운 마음엔 응당 술이요. 흥 일게 하는 데는 시 보다 나은 게 없지.
이런 뜻을 도연명이 알아냈고, 내가 뒤를 이어 사니 그대를 따라야 하리라.
3.가인(佳人) 아름다운 사람
絶代有佳人 幽居在空谷. 自云良家子 零落依草木. 關中昔喪亂 兄弟遭殺戮. 官高何足論 不得收骨肉. 世情惡衰歇 萬事隨轉燭.
(절대유가인 유거재공곡 자운량가자 령낙의초목 관중석상란 형제조살륙 관고하족논 부득수골육 세정오쇠헐 만사수전촉)
당대엔 드문 아름다운 사람이, 빈 산골에 혼자 사네. 스스로 말하길 양가 자식인데, 집안이 망하여 초근목피에 의지한다네. 관중에 난리가 나서, 형제자매 다 죽었다네. 벼슬 높았음을 어찌 따지리오. 가족의 골육도 거두지 못했거늘.
세상인심 몰락을 싫어하고, 세상만사 바람 따라 움직이는 촛불 같은 것이라네.
夫婿輕薄兒 新人美如玉. 合昏尙知時 鴛鴦不獨宿. 但見新人笑 那聞舊人哭? 在山泉水淸 出山泉水濁. 侍婢賣珠回 牽蘿補茅屋.
(부서경박아 신인미여옥 합혼상지시 원앙불독숙 단견신인소 나문구인곡 재산천수청 출산천수탁 시비매주회 견라보모옥)
남편은 경박하여, 새 사람 들여와 옥같이 여긴다오. 합혼초도 오히려 때를 알고, 원앙새도 혼자는 잠 못 잔다네.
남편은 새 사람의 웃음만 보고, 어찌 내 울음은 듣지도 못하는가? 산에 있는 샘물은 맑지만, 산을 나서면 흐려진다오.
여종이 구슬 팔아 돌아와, 덩굴을 끌어다 띠풀집을 고치네.
摘花不揷發 采柏動盈掬. 天寒翠袖薄 日暮倚修竹.(적화부삽발 채백동영국 천한취수박 일모의수죽)
꽃을 꺾어도 머리에 꽂지 않고, 잣을 땀에도 손에 가득 움켜쥐었소. 추운 날씨에 푸른 옷 얇은데,
저물도록 대숲에서 기다리네.
*關中昔喪亂 : 天寶 15년(756) 안녹산이 장안을 함락한 일을 가리킨다. 函谷關 서쪽이 關中이다.
*萬事隨轉燭 : 세상일은 마치 바람 따라 흔들리는 촛불과 같이 변화가 심함을 이른다.
*合昏 : 꽃 이름으로 合歡이라고도 한다. 꽃은 색이 붉은 데 새벽에 피었다가 저물녘에 오므라든다.
*鴛鴦 : 물오리 종류로 암수가 짝을 이루면 서로 헤어지지 않는다.
*在山泉水淸 出山泉水濁 : 이 구절은 후대에 ‘在山水淸 出山水濁’이라는 성어가 되어 널리 쓰였는데, 여자의 마음을 샘물에 비유한 것으로 맑은 물처럼 굳은 마음을 가지고 산에 살 것을 나타낸다.
*釆柏動盈掬 : 측백나무는 곧고 굳은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측백나무 잎을 따매 항상 양손에 잎이 가득하다는 것은 곧고 굳은 마음을 품어 끝내 굴복하지 않음을 비유한다. ‘掬’은 두 손으로 잡는 것이다.
*修竹 : 긴 대나무를 말한다.
*建安 : 後漢의 마지막 황제인 獻帝의 연호이다.
4.가탄(可嘆) 한탄스럽다
天上浮雲似白衣 斯須改幻爲蒼狗. 古往今來共一時 人生萬事無不有.
(천상부운사백의 사수개환위창구 고왕금래공일시 인생만사무불유)
저 하늘 뜬 구름 흰 옷과 같더니, 돌연 검푸른 강아지 모양으로 변하였구나.
세상사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와 같거늘, 인생만사에 무슨 일인들 일어나지 않겠는가.
* 似白衣 : 흰옷과 흡사하다 * 斯須改幻 : 돌연 변함. * 蒼狗 : 검푸른 개 * 無不有 : 없는 일이 없다
5.각야(閣夜) 누각에서의 밤
歲暮陰陽催短景 天涯霜雪제寒霄. 五更鼓角聲悲壯 三峽星河影動搖. 野哭千家聞戰伐 夷歌數處起漁樵.
(세모음양최단경 천애상설제한소 오경고각성비장 삼협성하영동요 야곡천가문전벌 이가수처기어초)
한 해는 저물고 낮은 짧아지고, 하늘 먼 곳 눈과 서리 그친 차가운 밤이구나. 한밤의 북과 피리 소리 비장하고,
삼협의 별 그린자 요동친다. 들판엔 곡소리에 집집마다 전쟁소식 들리고, 오랑캐 노래 어부와 나무꾼에게 들려온다.
臥龍躍馬終黃土 人事音書漫寂寥.(와룡약마종황토 인사음서만적료)
와룡 제갈량과 약마 공손술도 끝내 한 줌 흙이 되었거늘, 사람의 일과 편지도 공연히 적막하고 쓸쓸하기만 하다.
6.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 강남에서 이구연을 만나다
岐王宅裏尋常見 崔九堂前幾度聞? 正是江南好風景 落花時節又逢君.
(기왕택리심상견 최구당전기도문 정시강남호풍경 낙화시절우봉군)
기왕의 저택에서 항상 만나고, 최구의 집 앞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가? 참으로 좋은 강남 풍경, 꽃 지는 시절에 다시 그대를 만나네.
7.강매(江梅) 강가의 매화
梅蘂臘前破 梅花年後多. 絶知春意好 最奈客愁何? 雪樹元同色 江風亦自波. 故園不可見 巫岫鬱嵯峨.
(매예납전파 매화연후다 절지춘의호 최나객수하 설수원동색 강풍역자파 고원불가견 무수울차아)
매화 꽃술은 섣달 전날에 터지지만, 매화 꽃잎은 신년에 활짝 피네. 봄날이 좋은 줄 문득 알았는데,
이걸 어쩌나 나그네 근심을. 눈빛과 매화꽃빛 원래 같은 색이고, 강바람 또한 제 물결을 쳐서 생긴 것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니, 높고 험한 무협의 산이 답답하도다.
8.강반독보심화 칠절구(江畔獨步尋花 七絕句) 강가에서 홀로 걸으며 꽃을 찾아다니다.
1. 江上桃花惱不徹 無處告訴只顚狂 走覓南鄰愛酒伴 經旬出飮獨空床.
(강상도화뇌불철 무처고소지전광 주멱남린애주반 경순출음독공상)
강가의 복숭아꽃 너무 좋아 떨칠 수 없어, 이 아름다움 알릴길 없어 미칠 것 같아,
서둘러 남쪽 고을로 술친구 찾아갔더니, 열흘 전 술 마시러 나가버리고 빈 침상만 남아있네
* 江畔 : 성도 완화계(浣花蹊) 주변의 강가. * 桃花 : 복숭아꽃. 被花(꽃으로 덮이다.)란 판본도 있다.
* 惱不徹 : 고뇌를 떨치지 못함. * 顛狂 : 미칠 지경이 되다. * 走覓 : 달려가 찾다. * 經旬 : 열흘이 지남.
2. 稠花亂蕊畏江濱 行步欹危實怕春. 詩酒尚堪驅使在 未須料理白頭人.
(조화란예외강빈 행보의위실파춘 시주상감구사재 미수료리백두인)
많은 꽃들이 어지럽게 핀 강 모퉁이에서, 비틀거리고 다니며 정말 봄을 아쉬워하네.
시와 술은 아직 능숙하게 할 수 있으니, 백발의 늙은이라소 돌봐 줄 필요는 없다네.
* 稠花 : 많은 꽃. * 亂蕊 : 꽃잎이 지기 시작하여 꽃술이 나타남을 말하며 봄이 다 가고 있음을 말한다.
* 畏 : 모퉁이 隈와 통하여 모퉁이. 裹(里)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 行步敧危 : 비틀비틀 걸어 다니다.
* 尚 : 아직 * 堪駆使 : 능숙하게 감당할 수 있다. * 料理 : 돌보다. * 白頭人 : 흰 머리의 늙은이.
3. 江深竹靜兩三家 多事紅花映白花. 報答春光知有處 應須美酒送生涯.
(강심죽정량삼가 다사홍화영백화 보답춘광지유처 응수미주송생애)
강 깊고 대숲 고요한 곳에 집이 두세 채, 성가시도록 붉은 꽃은 흰 꽃 위를 비추네.
봄 경치에 보답하는 방법 알고 있나니, 응당 좋은 술 마시며 일생을 보내는 것이라네.
* 多事 : 성가시다. 놀리다. * 春光 : 봄 경치. * 應須 : 마땅히. 응당. * 美酒 : 빛과 맛이 좋은 술.
4. 東望少城花滿煙 百花高樓更可憐. 誰能載酒開金盞 喚取佳人舞繡筵.
(동망소성화만연 백화고루갱가련 수능재주개금잔 환취가인무수연)
동쪽 작은 성 바라보니 꽃들이 안개 낀 듯 만발하고, 온갖 꽃 핀 높은 누각은 더욱 아름답구나.
그 누가 술자리 만들어 금 술잔 들고, 미인 불러 화려한 술자리에서 춤추게 하겠는가?
* 少城 : 성도(成都) 서남쪽에 있는 금관성(錦官城). 성도에는 대성(大城)과 소성(小城)이 있었다.
* 花滿煙 : 멀리 꽃에 안개가 낀 듯 만발하다. * 百花高楼 : 많은 꽃들이 피어있는 높은 누각.
* 可憐 : 여기서는 아름답다는 뜻(=可愛). * 載酒 : 술자리를 마련하다. * 金盞 : 금 술잔.
* 喚取 : 불러오다. =呼取(호취). * 佳人 : 미인. * 繡筵 : 성대한 술자리. 秀筵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5. 黃師塔前江水東 春光懶困倚微風. 桃花一簇開無主 可愛深紅愛淺紅.
(황사탑전강수동 춘광라곤의미풍 도화일족개무주 가애심홍애천홍)
황법사 탑 앞 강물은 동쪽으로 흐르고, 봄볕에 나른해지니 미풍에 잠시 쉬어보네.
한 떨기 복숭아꽃 주인 없이 피었는데, 짙고 옅은 붉은 꽃이 모두 사랑스럽구나.
* 黃師塔 : 황씨 법사의 묘. 촉 땅 사람들은 법사의 묘지 앞에 탑을 세우는 풍속이 있었다. 제6수에서 황씨네 넷째 딸 집라는 표현으로 보아 황씨 일족이 완화계에 모여 산 것으로 추정된다.
* 懶困 : 나른하다. * 簇 : 무리. 떨기. * 可愛 : 사랑스럽다. 귀엽다.
* 深紅愛淺紅 : 심홍은 진홍색. 천홍은 담홍색. 연분홍빛. 愛는 與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6. 黄四娘家花满蹊 千朵万朵壓枝低. 留連戲蝶時時舞 自在嬌鶯恰恰啼.
(황사랑가화만혜 천타만타압지저 유련희접시시무 자재교앵흡흡제)
황씨 넷째 딸네 집 골목길 꽃이 만발하여, 천 송이 만 송이로 가지가 늘어졌네.
쫓고 쫓으며 노는 나비는 때때로 춤을 추고, 자유로운 예쁜 꾀꼬리 제멋대로 노래하네.
* 黄四娘 : 황씨네 넷째 딸. 완화계 초당 근처의 노파 이름. * 蹊 : 좁은 길. 골목길.
* 千朵万朵 : 천 송이 만 송이. 朵(늘어질 ‘타’)는 가지에서 휘늘어진 꽃송이를 말한다.
* 留連 : 계속됨. 서로 떨어지지 않는 모양. * 自在 : 자유자재의 준말. * 恰恰 : 새 우는 소리.
제6수는 강반독보심화(江畔獨步尋花)라는 제목으로 따로 실려져 있는 판본도 있다. 봄날 완화계에 머물면서 강변을 거닐며 봄 경치에 만끽하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7. 不是愛花即肯死 只恐花盡老相催. 繁枝容易紛紛落 嫩葉商量細細開.
(불시애화즉긍사 지공화진로상최 번지용이분분락 눈엽상량세세개)
꽃을 사랑해도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는 건, 단지 꽃이 모두 지면 늙음을 재촉할까 두려워서네.
꽃이 무성한 가지는 쉴 새 없이 지는 것도 쉬운지라, 어린 잎 흥정하듯 느릿느릿 피어나네.
* 이 시는 전당시 227권에 있으며 당 숙종 상원 2년(761) 봄 두보가 성도 완화계(浣花溪)에 모옥을 짓고 거처하였을 때 (50세) 지은 시로 7수가 실려 있다.
9강벽조유백(江碧鳥逾白) 강물 빛이 푸르니 새가 더욱 희고
江碧鳥逾白 山靑花欲然. 今春看又過 何日是歸年.(강벽조유백 산청화욕연 금춘간우과 하일시귀년)
강물 빛이 푸르니 새가 더욱 희고, 푸른 산의 꽃이 타는 듯이 붉구나.
이봄이 가는 것을 또 보게 되니, 어느 날에나 고향에 돌아가리오.
* 逾白 : 더욱 희다. 逾(넘을 ‘유’)는 ‘더욱, 한층’의 뜻. * 花欲燃 : 꽃이 활짝 피어서 불붙는 듯하다.
* 이 시는 두보의 《杜工部集(두공부집)》에 있는 5언절구로 광덕 2년(764) 53세 때 안록산의 난을 피해 성도에서 지었다.
10.강변성월(江邊星月) 강변의 별과 달
驟雨淸秋夜 金波耿玉繩. 天河元自白 江浦向來澄. 映物連珠斷 緣空一鏡升. 餘光隱更漏 況乃露華凝.
(취우청추야 금파경옥승 천하원자백 강포향래징 영물연주단 연공일경승 여광은경루 황내로화응)
소나기는 가을밤 맑게 하고, 금빛 물결이 북두성을 비추는데, 은하야 원래가 스스로 밝은 것이고, 강가야 줄곧 맑았던 것.
별은 꿴 구슬 끊어진 듯 만물 비추고, 달은 거울 하나 허공으로 올라간 듯하네.
남은 빛도 물시계 소리 속에 숨는데, 하물며 이슬꽃이 엉김에랴.
이 시는 대력 3년(768년) 강릉에서 지었는데 비 온 뒤 강변의 별과 달을 노래하였다
11.강상치수여해세료단술(江上値水如海勢聊短述) 바다 같은 강에서 짧게 짓다
爲人性僻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 내 사람됨이 편벽하여 좋은 글귀 탐내기를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 : 놀랠 시를 못 지으면 죽어도 그치지 않으리라.
老去詩篇渾漫與(노거시편혼만여) : 늘그막에 시편을 함부로 엮어가고 있으니
春來花鳥莫深愁(춘래화조막심수) : 봄이 되어 꽃과 새를 봐도 깊이 생각지 않는구나.
新添水檻供垂釣(신첨수함공수조) : 물가에 난간을 새로 붙여 낚싯대 내리우고
故著浮槎替入舟(고저부차체입주) : 일부러 뗏목을 띠워 배 삼아 타고 지내며
焉得思如陶謝手(언득사여도사수) : 어찌하면 도연명과 사영훈의 시상을 배워
令渠述作與同遊(령거술작여동유) : 저들과 함께 시를 지으며 노닐어 볼거나.
* 江上 : 성도 錦江의 물이 불음 * 値 : 만나니 * 聊 : 조금 * 短述 : 짧게 적음 * 僻 : 편벽하다.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다. * 水檻 : 물가로 낸 난간 * 浮槎 : 물에 뜬 뗏목 * 渠 : 너(汝)
12.강월(江月) 강물에 비친 달
江月光於水(강월광어수) : 강물에 달빛 어리는 밤
高樓思殺人(고루사살인) : 高樓(고루)에 올라 가없는 시름에 젖는다.
天邊長作客(천변장작객) : 하늘 끝 나그네 된 지 오래
老去一霑巾(노거일점건) : 늙어감에 늘 수건만 적셔라.
玉露漙淸影(옥로단청영) : 맑은 달빛 속에 이슬은 무성히 내리고
銀河沒半輪(은하몰반륜) : 은하수 속으로 반달이 잠기는데
誰家挑錦字(수가도금자) : 뉘 집에 비단 자수 놓는 여인이런가?
燭滅翠眉顰(촉멸취미빈) : 촛불 끄고 푸른 눈썹 찡그리겠지.
이 시는 大曆(대력) 원년(766년) 夔州(기주)의 西閣(서각)에서 지은 작품으로 나그네로 오래 객지에 머물면서 樓臺(누대)에서 달을 마주보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였다.
13.강정(江亭) 강가의 정자에서
坦腹江亭暖(탄복강정난) : 포근한 강가 정자에 배 드러내고 누워
長吟野望時(장음야망시) : 길게 읊조리며 들을 바라볼 제
水流心不競(수류심불경) : 물은 흘러가도 마음은 초조하지 않고
雲在意具遲(운재의구지) : 구름 머무르니(구름 따라) 생각도 느긋해지네.
寂寂春將晩(적적춘장만) : 고요히 봄은 가고자 하나
欣欣物自私(흔흔물자사) : 만물은 제멋대로 흥겨운데
故林歸未得(고림귀미득) :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排悶強裁詩(배민강재시) : 기분 전환으로 애써 시를 짓노라.
* 坦 : 평평하다. 너그럽다. 편하다. 크다. 드러나다. * 坦腹 : 배를 드러내고 눕다. 정직하고 성실하다.
* 長吟 : 큰 소리로 울부짖다. 길게 울다. 길게 읊조리다. * 競 : 다투다. 겨루다. 강하다.
* 不競 : 다투지 않다. 여기서는 '초조하지 않다'로 해석함. * 遲 : 느리다. 굼뜨다. 완만하다. 여기서는 '느긋하다'로 해석함. * 寂寂 : 고요하다. 조용하고 쓸쓸하다. * 欣欣 : 기뻐하는 모양. 스스로 만족하는 모양. 여기서는 '흥겹다'로 해석함.
* 故林 : 고향. * 排 : 밀치다. 물리치다. 없애다. 트다. 박두하다. 바로잡다. 둑. 방패. 늘어서다. 줄. 형제의 차례.
* 悶 : 번민하다. 어둡다. 깨닫지 못하다. 잠시 뒤에. * 排悶 : 마음속의 번민을 떨쳐 버림. 기분전환.
* 強 : 굳세다. 성하다. 힘쓰다. 억지로. 권하다. 포대기. 굳다. 거스르다. 여기서는 '애써'로 해석함.
* 裁 : 마르다. 옷을 짓다. 헝겊. 자르다. 헤아리다. 결단하다. 분별하다. * 裁詩 : 시를 지음.
14.강촌(江村) 강촌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 自去自來堂上燕 相親相近水中鷗. 老妻畵紙爲碁局 稚子敲針作釣鉤.
(청강일곡포촌류 장하강촌사사유 자거자래당상연 상친상근수중구 노처화지위기국 치자고침작조구)
맑은 강물 한 굽이 마을을 감싸 흐르고, 강촌의 긴 여름 일마다 한가롭네. 지붕 위 제비는 제멋대로 날아 가고 오고,
강의 갈매기는 서로 친해 가까이하네. 늙은 아내는 종이에 바둑판을 그리고, 아이는 바늘 두들겨 낚시 바늘 만드네.
多病所須唯藥物 微軀此外更何求?(다병소수유약물 미구차외갱하구)
병 많으니 필요한 건 오직 약물이니, 하찮은 이 몸 이것 외에 무엇을 바랄까?
*七言律詩(칠언율시)의 정형시로 시인이 49세 때 완화초당에서 생활하면서 비교적 여유 있을 때 지은 시라 하며, 위와 같은 생활도 3년 만에 끝나고 다시 방랑길에 나섰다 합니다.
* 一曲(일곡) : 한 굽이. * 幽 : 고요하고 그윽함. * 自去自來 : 자유롭게 들락날락함. * 相親相近 : 친근하여 가까이 다가옴
* 棊局 : 바둑판. * 釣鉤 : 낚시 바늘. * 微軀 : 보잘 것 없는 몸
15.강촌 삼수(羌村 三首) 강촌
1. 崢嶸赤雲西 明却下平地. 柴門鳥雀噪 歸客千里至. 妻孥怪我在 驚定還拭淚. 世亂遭飄蕩 生還偶然遂.
(쟁영적운서 명각하평지 시문조작조 귀객천리지 처노괴아재 경정환식루 세난조표탕 생환우연수)
서쪽하늘의 드높은 붉은 구름, 밝은 햇발 평지로 쏟아지네. 싸리문의 참새들 조잘대고, 돌아온 길손 천리 길을 왔노라.
처자식들 날 보고 머뭇거리더니, 놀라움 가시자 벅찬 눈물 닦는다. 전란 중에 떠돌다가, 살아 돌아오니 우연이로세.
隣人滿墻頭 感歎亦歔欷. 夜闌更秉燭 相對如夢寐.(린인만장두 감탄역허희 야란갱병촉 상대여몽매)
이웃들 담장 가에 가득 모여서, 감탄하여 함께 흐느껴 우네. 밤이 깊어 촛불 다시 밝히고, 마주 대하니 꿈인가 싶네.
* 羌村 : 부주의 강촌(두보 본가마을) * 崢嶸 : 산이 험함. * 赤雲西 : 서산의 붉은 구름 * 明却 : 구름사이 비처내리는 햇빛
* 下平地 : 평지로 비처내리다 * 柴門 : 싸리문 * 噪 : 재잘댐 * 妻孥 : 처. 자식 * 怪我在 : 내가 살았음이 의아함
* 驚定 : 놀람이 가라앉음 * 還 : 다시 * 拭淚 : 눈물 닦음. * 遭飄蕩 : 유랑하고 떠돌음. * 偶然遂 : 우연히 이룰 수 있음
* 墻頭 : 담장 앞에 * 歔欷 : 흐느껴 운다. * 夜闌 : 부부의 밤이 깊어짐. * 秉燭 : 촛불 밝히다 * 夢寐 : 꿈. 잠
좌습유(간언). 두보가 역적에 패한 방관을 관대히 처벌해달라는 간언으로 숙종의 노여움을 사고 사직되어 고향집으로 돌아가 오래간만에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장면이 일기를 보듯 묘사 되여 있다
2. 晩歲迫偸生 還家少歡趣. 嬌兒不離膝 畏我復却去. 憶昔好追凉 故繞池邊樹. 蕭蕭北風勁 撫事煎百慮.
(만세박투생 환가소환취 교아불리슬 외아부각거 억석호추량 고요지변수 소소북풍경 무사전백려)
늦은 나이에 핍박받아 쫓겨 온 인생, 집에 와도 즐거움 적네. 어린자식 무릎에 매달리다가, 낮설어 다시 뒷걸음치네.
옛날에 자주 바람 쐬고자, 연못가 숲을 돌았거늘. 쓸쓸한 북풍 세차게 불어, 여러 일 생각하니 백가지 걱정에 애타네.
賴知禾黍收 已覺糟牀注. 如今足斟酌 且用慰遲暮.(뢰지화서수 이각조상주 여금족짐작 차용위지모)
다행히 곡식 추수하니, 술 거르는 체에 술 방울 떨어지리라. 우선 흡족하게 술 한 잔 마시고, 늙으막의 심정 풀어보세.
* 晩歲 : 늙은이(두보 41세). * 迫 : 나이가 들어감. * 偸生 : 쫓기는 인생(숙종의 노여움으로 파직). * 嬌兒 : 어린자식
* 膝 : 무릅 * 畏我 : 나를 겁내고 * 却去 : 물러나다 * 憶昔 : 옛 생각 * 好追凉 : 자주 바람을 쐼
* 故繞 : 그리하여 주위를 돌다. * 蕭蕭 : 쓸쓸히. * 勁 : 세차게. * 撫事 : 여러 일을 생각함.
* 煎百慮 : 백가지 걱정이 가득 참 * 賴 : 다행이도. * 禾黍 : 벼와 기장 * 已覺 : 지금부터 알 것 같다.
* 糟牀 : 술 거르는 체. * 注 : 술 방울이 떨어짐 * 斟酌 : 국자로 술을 뜸. * 且用 : 그것으로서. * 遲暮 : 늙으막
撫事煎百慮. 즉 지나간 여러 일을 생각하니 가슴속이 근심으로 들끓는다 라고 쓰고 있다.
3. 群鷄正亂叫 客至難鬪爭. 驅鷄上樹木 始聞叩柴荊. 父老四五人 問我久遠行. 手中各有携 傾榼濁復淸
(군계정난규 객지난투쟁 구계상수목 시문고시형 부로사오인 문아구원행 수중각유휴 경합탁부청)
닭들이 한바탕 시끄럽다가, 객이 오니 어지러이 싸우네. 닭을 몰아 나무위로 쫓고, 싸리문 두드리는 손님을 맞는다.
마을 노인 너댓이 찾아와, 오래 만에 먼 길에 돌아온 나를 위로하네. 손에 하나씩 들고 온, 탁주와 청주 술통 기울이네.
莫辭酒味薄 黍地無人耕. 兵革旣未息 兒童盡東征. 諸爲父老歌 艱難愧深情. 歌罷仰天嘆 四座涕縱橫.
(막사주미박 서지무인경 병혁기미식 아동진동정 제위부로가 간난괴심정 가파앙천탄 사좌체종횡)
술맛 없어도 사양 말라며, 기장 밭에 일꾼이 없다네. 전란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자식들은 동쪽으로 출정 나갔다오.
마을 노인들 위한 노래로, 고생 중 깊은 정에 감격하노라. 노래 후 하늘보고 탄식하니, 사람들 눈물이 비 오듯 하네.
* 正亂叫 : 시끄럽게 재잘댐 * 驅鷄 : 닭을 몰다. * 叩柴荊 : 싸리문 두드리는 소리 * 父老 : 마을노인 * 問我 : 나를 위문
* 久遠行 : 오랫만에 먼 길 오다. * 各有携 : 저마다 들다 * 傾榼 : 술통을 기울임. * 濁復淸 : 탁주에 청주에
* 莫辭 : 사양 말고. * 酒味薄 : 술맛 없어도. * 黍地 : 기장 밭 * 兵革 : 전란 * 旣未息 : 아직도 가시지 않아
* 盡東征 : 모두 출정 나가다. * 艱難 : 고생스러움. * 歌罷 : 노래 끝내고. * 涕縱橫 :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을 흘림
16.강한(江漢) 무한의 나그네
江漢思歸客(강한사귀객) : 長江 漢水 물가에서 고향 그리는 나그네
乾坤一腐儒(건곤일부유) : 천지간에 헛되이 썩고 있는 이사람
片雲天共遠(편운천공원) : 조각구름처럼 하늘 멀리 떠도니
永夜月同孤(영야월동고) : 긴긴밤 혼자 떠 있는 달처럼 고독하네.
落日心猶壯(낙일심유장) : 아름답게 지는 해를 보고 이 마음도 새롭고
秋風病欲蘇(추풍병욕소) : 가을바람에 병든 몸도 소생하는 기분이네.
古來存老馬(고래존노마) : 옛날부터 전해지는 늙은 말의 고사(古事)를 보면
不必取長途(불필취장도) : 꼭 먼 길 가는데 쓰려는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 腐儒 : 썩고 있는 선비(두보자신) * 永夜 : 긴긴 밤 * 猶壯 : 씩씩하다 * 欲蘇 : 소생하는 기분
* 古來存老馬 : 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 齊나라 管仲이 孤竹國 정벌에 나섰다가 안개 속의 山中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중 경험이 많은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서 겨우 미로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引用해서 쓴 것임. 자신과 같은 老馬라도 활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았다.
杜甫가 57세 때 長江과 漢水가 합류되는 武漢 근처에서 지은 것임. 그의 고향(장안)은 반란이 끊이지 않아 돌아갈 수 없어서 양자강 줄기를 따라 남방 지역으로 의지할 곳을 찾아 떠돌며 늙어 외로운 심정에 젖었다가도 오히려 "옛 관중의 노마의 공"을 회상하며 그의 마지막 사명을 표현한 것이리라. 59세에 생을 마감하였음은 앞서 언급 했는데, 이는 죽기 2년 전의 시임.
17.객야(客夜) 나그네의 밤
客睡何曾着(객수하증착) : 나그네 어찌 잠이 들 수 있으랴
秋天不背明(추천불배명) : 긴 가을밤을 지새워도 좀처럼 밝지 않는다.
入簾殘月影(입렴잔월영) : 새벽달 그림자 발에 걸쳐 들어오고
高枕遠江聲(고침원강성) : 높이 벤 베개 넘어 강물소리 들리네.
計拙無衣食(계졸무의식) : 세상살이 서툴러 의식이 빈궁하고
途窮仗友生(도궁장우생) : 궁하면 벗에게 의지함이 고작이니
老妻書數紙(노처서수지) : 늙은 아내에게 몇 번의 편지에는
應悉未歸情(응실미귀정) : 못가는 처지 다 아노라고.
* 不背明 : 날이 좀처럼 밝지 않는다. * 仗友生 : 벗에게 의지하여 살다. * 途窮 : 궁핍에 이르면 * 應悉 : 의당히 모두
18.객정(客亭) 여관에서
秋窓猶曙色(추창유서색) : 가을 창문에 새벽빛이 벌써 훤한데
落木更天風(낙목갱천풍) : 낙엽 지고 또 하늘에서 바람 불어오네.
日出寒山外(일출한산외) : 해는 차가운 산 너머에서 떠오르고
江流宿霧中(강류숙무중) : 강은 짙은 안개 속을 흘러가는구나.
聖朝無棄物(성조무기물) : 聖明(성명)한 시대에는 버려진 인재가 없다는데
老病已成翁(노병이성옹) : 나는 늙고 병들어 벌써 늙은이가 되었어라
多少殘生事(다소잔생사) : 남은 생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을까
飄零似轉蓬(표영사전봉) : 떠도는 모습 구르는 쑥대 같아라.
* 나이 들어 떠돌아다니는 처지를 노래한 詩로 762년(51세) 가을 梓州(재주, 지금의 사천성 三臺縣)에서 지었는데 5句는 맹호연의 詩 歲暮歸南山(세모귀남산) 중 재주가 없어 밝은 군주로부터 내쳐졌고(不才明主棄)란 구절과 대비된다.
19.객지(客至) 손님 오시다
舍南舍北皆春水(사남사배개춘수) : 집의 남북, 온 천지가 다 봄물인데
但見群鷗日日來(단견군구일일내) : 날마다 떼 지어 날아오는 갈매기만 봅니다.
花徑不曾緣客掃(화경부증연객소) : 꽃길은 지금껏 손님 오신다고 쓸어보지 않았고
蓬門今始爲君開(봉문금시위군개) 사립문도 오늘 처음 열어둔다오.
盤飧市遠無兼味(반손시원무겸미) : 반찬은 시장이 멀어 맛있는 것 전혀 없고요
樽酒家貧只舊醅(준주가빈지구배) : 독에 가득한 술도 막걸리지요.
肯與鄰翁相對飮(긍여린옹상대음) : 그래도 이웃 노인과 같이 마시고 싶으시면
隔籬呼取盡餘杯(격리호취진여배) : 울타리 너머 불러오셔서 남은 술잔 다 비우시지요.
20.거의항(去矣行) 떠나가며 노래함
君不見鞲上鷹(군불견구상응)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가죽 토시 위의 매가
一飽則飛掣(일포즉비철) : 한번 배불리 먹으면 곧장 날아오르는 것을
焉能作堂上燕(언능작당상연) : 어찌 큰 집 위의 제비처럼 되어
銜泥附炎熱(함니부염열) : 진흙을 물고와 날아와 권세 높은 집에 붙어살겠는가?
野人曠蕩無靦顔(야인광탕무전안) : 야인(본인)은 생각이 넓고 거침이 없어 낯간지러울 일 없으니
豈可久在王侯間(기가구재왕후간) : 어찌 오랫동안 왕후들 사이에 있을 수 있겠는가
未試囊中飧玉法(미시낭중손옥법) : 신선되려는 주머니 속 옥 먹는 법을 시험해 본 일은 없지만
明朝且入藍田山(명조차입람전산) : 내일 아침에는 옥 명산지인 남전산으로 들어가려네.
* 去矣行 : 벼슬을 버리고 떠나감을 노래함. * 鞲上鷹 : 가죽 토시 위의 매. * 飛掣 : 날아가 버리는 것
* 附炎熱 : 권세가 대단하여 뜨거울 정도의 집안에 붙다. * 曠蕩 : 마음이 넓고 거침이 없는 것
* 飧玉法 : 옥을 먹고 불로장생하는 법. * 藍田山 : 섬서성에 있는 옥의 산지로 유명하다.
21.거촉(去蜀) 촉을 떠나며
五裁客蜀郡(오재객촉군) : 성도에서 객으로 다섯 해를 보냈고
一年居梓州(일년거재주) : 재주에서 또 다시 한 해 보냈네.
如何關塞阻(여하관새조) : 요새와 산 속 길 험한 것을 모르고
轉作瀟湘游(전작소상유) : 어찌하여 또 다시 소상의 객 되었나.
世事已黃髮(세사이황발) : 돌아보니 이룬 것 없이 늙어버린 몸뚱이
殘生隨白鷗(잔생수백구) : 남은 날 물새처럼 강을 따라 흘러가네.
安危大臣在(안위대신재) : 나라의 안위야 권신들이 걱정해야 할 일인데
不必泪長流(불필누장류) : 늙은이가 쓸 데 없이 눈물 훔치며 울고 있네.
22.검문(劍門) 검문산
惟天有設險(유천유설험) : 하늘이 세상에 험준한 곳을 만들었으니
劍門天下壯(검문천하장) : 검문(劍門)의 험난함은 천하의 장관이라.
連山抱西南(연산포서남) : 이어진 산들은 서남쪽을 감싸고
石角皆北向(석각개북향) : 바위의 모서리는 모두 북쪽을 향해 있네.
兩崖崇墉倚(양애숭용의) : 양쪽 벼랑은 높은 벽이 서로 기댄 듯하고
刻畵城郭狀(각화성곽상) : 모양과 형세는 성곽의 모습과 비슷해라
一夫怒臨關(일부노임관) : 한 사람이 용맹을 떨치며 관문을 지키면
百萬未可傍(백만미가방) : 백만의 군사라 할지라도 가까이 갈 수 없어라
珠玉走中原(주옥주중원) : 촉(蜀) 지방의 보물과 재물이 중원으로 흘러가니
岷峨氣凄愴(민아기처창) : 민산(岷山)과 아미산(峨眉山)마저 기색이 창백해지네.
三皇五帝前(삼황오제전) : 생각해 보면 삼황과 오제의 시대에는
鷄犬各相放(계견각상방) : 닭과 개를 놓아기르면서도 싸움이 없었지
後王尙柔遠(후왕상유원) : 후세의 왕들이 국경을 넓히면서
職貢道已喪(직공도이상) : 본래 있던 직공의 도리가 벌써 없어졌어라
至今英雄人(지금영웅인) : 지금까지 촉(蜀) 지방의 영웅들
高視見霸王(고시견패왕) : 오만하게 패자(霸者)나 왕자(王者)를 자칭했었지
井呑與割據(정탄여할거) : 왕자는 병탄하고 패자는 할거 하며
極力不相讓(극력불상양) : 힘을 다하여 중원과 항쟁하였네.
吾將罪眞宰(오장죄진재) : 내 장차 조물주에게 죄를 물어
意欲鏟疊嶂(의욕산첩장) : 첩첩의 산들을 깎아 평평히 하고 싶어라
恐此復偶然(공차부우연) : 할거하는 사람이 우연히 다시 있을까 두려워
臨風黙惆悵(임풍묵추창) :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슬퍼하노라.
* 劍門(검문) : 劍門山(검문산) 또는 大劍山(대검산)이라고도 하며 사천성 劍閣縣(검각현) 동북에 소재하는데 예부터 關中(관중)에서 蜀(촉) 지방으로 들어가는 요로로 산의 중간에 갈라진 부분이 있는데 양쪽에 절벽이 구름 속으로 치솟아 있는 모습이 마치 검으로 세워진 문과 같아 검문이라 하였는데 삼국시대 제갈량이 북벌을 하러 이곳을 지나가면서 관문을 설치해 劍門關(검문관)이라 하였다.
* 위 詩는 759년 12월 두보가 동곡에서 성도로 가는 도중에 검문에서 지은 詩로 먼저 검문의 험난함을 묘사하고 여기에 시상을 더 전개해 이를 요새삼아 영웅이 할거할 것을 염려하였는데
* 11句의 三皇(삼황)은 伏羲氏(복희씨) 神農氏(신농씨) 燧人氏(수인씨)이고 五帝(오제)는 黃帝(황제) 顓頊(전욱) 帝嚳(제곡) 唐堯(당요) 虞舜(우순)으로 고대 전설속의 제왕을 말하고
* 14句의 職貢(직공)은 고대의 번국이나 이웃나라가 중국의 조정에 일정한 때에 올리는 공납으로 원래는 관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재능으로 직책(職)을 맡고 토지가 있는 사람은 공물(貢)을 낸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며
* 15句의 英雄人(영웅인)은 公孫述(공손술)이나 劉備(유비) 등 지방 할거세력을 말하며
* 19句의 眞宰(진재)는 우주의 主宰(주재)로 조물주를 말한다.
23.견우(遣遇) 이만 하길 다행이다
磬折辭主人(경절사주인) : 허리 굽혀 주인에게 하직을 고하고
開帆駕洪濤(개범가홍도) : 배에 올라 크나큰 파도 위로 나아가네.
春水滿南國(춘수만남국) : 남쪽이라 봄 되어 물이 늘어 가득하고
朱崖雲日高(주애운일고) : 붉은 절벽 구름위로 붉은 해가 높이 떴네.
舟子廢寢食(주자폐침식) : 사공은 잠도 밥도 모두 미루고
飄風爭所操(표풍쟁소조) : 거센 바람 맞서서 배를 다루네.
我行匪利涉(아행비리섭) : 내 가는 길 큰 이로움 있는 길은 아니지만
謝爾從者勞(사이종자로) : 사공의 노고가 어찌 아니고 미우랴
石間采蕨女(석간채궐녀) : 바위 사이 고사리 따는 여인은
鬻菜輸官曹(죽채수관조) : 죽 끓일 나물마저 관리에게 빼앗기고
丈夫死百役(장부사백역) : 서방은 일만하다 세상마저 하직하니
暮返空村號(모반공촌호) : 해질녘에 마을로 와 목을 놓아 우는구나.
聞見事略同(문견사략동) : 들은 것과 보는 것이 다르지가 않아서
刻剝及錐刀(각박급추도) : 뜯어가고 빼앗아가며 남기는 것 없으니
貴人豈不仁(귀인기불인) : 귀인에게 어찌 하여 어진구석 없는지
視汝如莠蒿(시여여유호) : 너를 보면 지푸라기와 다를 것이 없구나.
索錢多門戶(색전다문호) : 온갖 데를 다 뒤져서 돈을 찾아가 버리니
喪亂紛嗷嗷(상란분오오) : 굶주리고 헐벗은 이들 울음소리 가득하다.
柰何黠吏徒(내하힐리도) : 탐욕스럽고 간사한 관리들을 어찌할까?
漁奪成逋逃(어탈성포도) : 백성들을 괴롭혀도 망치게 해버렸으니
自喜遂生理(자희수생리) : 다행이로다 삶의 이치 따를 줄 알고
花時甘縕袍(화시감온포) : 꽃 필 때 겨울옷이라도 입을 수 가있어서
* 磬(경) : 옥(玉) 또는 돌로 만든 악기. ‘磬折(경절)’은 ‘磬’의 생김새처럼 두 손을 잡고 허리를 굽혀 절하는 모양을 가리키는데 공경의 의미로 쓰인다.
* 開帆(개범) : 돛을 펼치다. 출항하다. 이백李白은「下尋陽城泛彭蠡寄黃判官」이란 시에서 ‘開帆入天境, 直向彭湖東(거울 같은 강물 위에 배를 띄우고 / 팽려호 동쪽 향해 곧바로 나아가네)’이라고 읊었다.
* 朱崖(주애) : 붉은 빛깔의 절벽(丹崖)을 가리킨다.
* 飄風爭所操(표풍쟁소조) : 사공이 풍랑과 싸우는 모습을 가리킨다.
* 利涉(이섭): 배를 타고 가는 길이 편안하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역경易經∙수괘需卦》에서 ‘利涉大川(큰 내를 건너면 무한한 이로움이 있다)’고 했다.
* 謝(사) : 부끄러움 또는 미안함을 뜻한다. ‘從子’는 뱃사공을 가리킨다.
* 采蕨(채궐): 고사리를 따다.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은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장구령(張九齡)은 「在郡秋懷」란 시에서 ‘挂冠東都門, 采蕨南山岑(갓을 벗어 성의 문에 걸어두고 / 남산의 언덕에서 고사리 따네)’이라고 읊었다.
* 鬻菜(죽채) : ‘菜’를 ‘市’로 쓴 자료도 있다.
* 輸(수) : 세금 내는 것을 가리킨다.
* 官曹(관조) : 관리들이 공무를 처리하는 곳, 바로 관부(官府= 관아官衙)를 뜻한다. 일을 내용에 따라 나눠서 처리하는 기관을 ‘曹’라고 불렀다.
* 死百役(사백역) : 여러 가지 종류의 부역(賦役)으로 죽다.
* 號(호) : 울다(= 호곡號哭)(평성平聲).
* 聞見事略同(문견사약동) : 평소에 듣던 것과 길에서 본 것이 대충 서로 들어맞다.
* 刻剝(각박) : 뜯어 가고 빼앗아가다. 《후한서後漢書∙외효전隗囂傳》에서 ‘增重賦斂, 刻剝百姓(세금 거두기를 늘리고 더해서 백성들을 뜯어가고 빼앗아갔다).’이라고 했다.
* 錐刀(추도): 곳과 칼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관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주 작은 것 들 까지 모두 뜯어가는 것을 뜻한다. 조식(曹植)은 「求通親親表」에서 ‘臣伏自惟省, 無錐刀之用(신 엎드려 스스로 살펴보건대 / 아주 작은 쓸모도 없었습니다).’이라고 했다.
* 豈不仁(기불인) : 앞에서 칭찬하고 뒤에서 흉을 보는 일종의 반어적 풍자법이다.
* 莠蒿(유호) : 가치 없고 시시한 것을 가리킨다.
* 多門戶(다문호) : 각양각색. 형형색색. 천태만상. 고대에 군에서 사용하던 군진 중 오화진(五花陣)과 팔문진(八門陣)을 가리켰으나 나중에 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여러 가지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 喪亂(상란) : 사망과 재난. 나중에는 시국이 혼란스러운 것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紛嗷嗷(분오오) : 사방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울부짖는 이들과 죽어나간 사람으로 인한 곡성으로 가득한 것을 가리킨다.
* 黠吏徒(힐리도) : 간사하고 교활한 하급 벼슬아치들을 가리킨다. ‘黠利’는 잇속에 밝고 간교한 것을 뜻한다.
* 漁奪(어탈) : 백성들의 재산을 침탈하는 것을 가리킨다.
* 成逋逃(성포도) : 백성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치게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 花時(화시) : 늦봄인 음력 3월,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시기를 가리킨다.
* 縕袍(온포): 후난(湖南)의 늦봄은 이미 꽤 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두보가 여전히 솜이 들어간 낡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을 가리킨다.
대종(代宗) 대력(大曆) 4년(769), 두보가 악양(岳陽)을 거쳐 장사(長沙)로 가는 도중에 지었다고 한다.
‘遣遇(견우)’는 원래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그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좋지 않은 마음을 풀어 버리는 뜻으로 쓰는 말이라고 하지만 길을 가다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면서 생긴 분한 마음이 그런 식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쯤 두보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24.견우직녀(牽牛織女) 견우와 직녀
牽牛出河西(견우출하서) : 견우성 은하수 서쪽에 떠있고
織女處其東(직녀처기동) : 직녀성은 그 동쪽에 있구나.
萬古永相望(만고영상망) : 만고의 세월 영원히 바라보다
七夕誰見同(칠석수견동) : 칠석날에 같이 있는 것을 누가 보았나.
神光竟難候(신광경난후) : 신비한 빛을 알기 어려우니
此事終朦朧(차사종몽롱) : 이 일은 끝내 몽롱하기만 하여라.
颯然積靈合(삽연적령합) : 삽상하게 신령한 기운 쌓여
何必秋遂通(하필추수통) : 하필 가을에야 서로 만나는가?
亭亭新粧立(정정신장입) : 정정하게 새로 단장한 채로 서서
龍駕具層空(용가구층공) : 화려한 수레가 공중에 갖춰있구나
世人亦爲爾(세인역위이) : 세상 사람들도 직녀 위하여
祈請走兒童(기청주아동) : 빌고 청하느라 아이들을 분주케 한다.
稱家隨豊儉(칭가수풍검) : 부유하고 가난함에 따르고
白屋達公宮(백옥달공궁) : 백성들에서 궁궐 사람들에 까지 이른다.
膳夫翼堂殿(선부익당전) : 선부 익당전에서는
鳴玉凄房櫳(명옥처방롱) : 차가운 방에 옥 패물 소리 울린다.
曝衣遍天下(폭의편천하) : 옷 말리려 천하에 두루 펼치고
曳月揚微風(예월양미풍) : 달 끌어드리려 가는 바람 일으킨다.
蛛絲小人態(주사소인태) : 거미줄 같은 소인배들의 교태로
曲綴瓜果中(곡철과과중) : 과일나무 속에 거미줄을 엮어놓는다.
25.견형화(見螢火) 반딧불을 보고
巫山秋夜螢火飛(무산추야형화비) : 무산의 가을밤에 반딧불이 날고
簾疎功人坐人夜(렴소공인좌인야) : 성긴 발 틈으로 들어와 내 옷에 앉네.
忽驚屋裏琴書冷(호경옥리금서냉) : 방안의 거문고와 책의 찬 기운에 놀라서
復亂簷前星宿稀(복난첨전성숙희) : 추녀 밑으로 다시나가 빛나니 별이 흐리네.
却繞井欄添箇箇(각료정난첨개개) : 한 떼는 우물가를 에워돌며 수가 늘어나고
偶經花藥弄輝輝(우경화약농휘휘) : 우연히 꽃술 희롱하며 나는 것이 눈이 부시네.
滄江白髮看汝(창강백발간여) : 이 푸른 강에서 백발이 되어 너를 보면서
來歲如今歸未歸(래세여금귀미귀) : 내년 이맘때는 고향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 巫山 : 사천성 무산현 * 簾疎 : 듬성듬성한 발 * 簷前 : 추녀 밑. * 却繞 : 에워싸며 돌다
* 添箇箇 : 하나하나 늘어나 * 弄輝輝 : 깜박깜박 하롱거림
두보의 나이 56세 때 기주(蘷州: 지금의 四川省)에서 가을밤 반딧불을 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읊은 시이다. 캄캄한 가을 밤 창가의 뜰 안 까지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보고 읊고 있다. 옛 시인도 반딧불은 밤을 빛내주는 자연의 한 장면으로 정감 있게 그려, 고난과 노력하는 인생에 희망을 기원하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26.견회(遣懷) 마음을 달래다
愁眼看霜露(수안간상로) : 근심스런 눈으로 서리와 이슬을 보노라니
寒城菊自花(한성국자화) : 으스스한 성(城)에는 국화가 저 홀로 피어있네.
天風隨斷柳(천풍수단류) : 하늘에서 부는 바람은 부러진 버들가지를 뒤쫓고
客淚墮清笳(객루타청가) : 나그네는 맑은 피리 소리에 눈물 떨구네.
水淨樓陰直(수정성음직) : 물이 고요하니 성루의 그림자 바로 비춰있고
山昏塞日斜(산혼새일사) : 성채를 비추던 해 기우니 산이 어두워지네.
夜來歸鳥盡(야래귀조진) : 밤이 되니 새들은 모두 숲으로 돌아버렸는데
啼殺後棲鴉(제살후서아) : 뒤에 온 까마귀 갈 곳 없어 슬프게 울부짖네.
* 霜露 : 서리와 이슬. 어려운 환경을 비유. * 清笳 : 호인(胡人)의 맑은 갈잎 피리 소리.
* 樓陰 : 성루(城樓)의 그림자. * 塞日 : 진주(晋州)의 성새(城塞)를 비추는 해.
* 啼殺 : 슬프게 울부짖다. 殺은 강조 의미의 조사(助詞).
* 後棲鴉(후서아) : 뒤에 온 까마귀. 타지에서 온 두보 자신을 말한다.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며 당 숙종 건원 2년(759) 가을에 진주(秦州)에서 쓴 시이다. 두보는 건원 원년 6월에 조정의 좌습유직에서 화주(華州)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좌천되고 건원 2년 7월에 대기근으로 관직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진주(秦州)와 동곡(同谷)을 유랑하였다. 이 시에서는 두보가 진주로 와서 거처할 곳을 찾아 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헤매는 가을날 황혼녘에 진주의 성채에서 스산한 풍경을 보고 갈 곳이 없음을 서글퍼 하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27.견흥 삼수(遣興 三首) 글을 지어 마음을 달래다
1. 我今日夜憂(아금일야우) : 내가 只今 밤낮의 근심 있나니
諸弟各異方(제제각이방) : 아우들이 각자 다른 지방에 있어서라.
不知死與生(부지사여생) :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니
何況道路長(하황도로장) : 하물며 길도 멀기만 함에 있어서야.
避寇一分散(피구일분산) : 盜賊을 피해 한 번 나누어 흩어지니
飢寒永相望(기한영상망) : 굶주림과 추위가 영원히 잇따른다.
豈無柴門歸(기무시문귀) : 어찌 돌아갈 오두막집이야 없으랴만
欲出畏虎狼(욕출외호랑) : 나아가려도 호랑이와 이리가 두렵도다.
仰看雲中雁(앙간운중안) : 우러러 구름 속 기러기 떼 바라보니
禽鳥亦有行(금조역유행) : 새들에게도 兄弟가 있어 함께 다닌다.
2. 蓬生非無根(봉생비무근) : 쑥도 생기면서 뿌리가 없음이 아니나
漂蕩隨高風(표탕수고풍) : 정처 없이 높은 바람 따라 떠도는 것이다.
天寒落萬里(천한락만리) : 차가운 날씨에 만 리나 멀리 떨어져
不復歸本叢(부복귀본 총 : 다시는 본 떨기에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
客子念故宅(객자념고댁) : 나그네가 고향집을 그리워하나
三年門巷空(삼년문항공) : 삼 년 동안 문과 골목은 비어있으리라.
悵望但烽火(창망단봉화) : 슬피 바라보아도 봉화만 보일 뿐
戎車滿關東(융차만관동) : 융차는 관동지방에 가득하여라.
生涯能幾何(생애능기하) : 나의 생애가 얼마가 가능하랴만
常在羇旅中(상재기려중) : 항상 나그네 처지로 살고 있도다.
3. 昔在洛陽時(석재락양시) : 지난 날 낙양에 있을 때에는
親友相追攀(친우상추반) : 친구와 서로 쫓아 다녔다.
送客東郊道(송객동교도) : 동쪽 들판 길로 객을 전송하고
遨遊宿南山(오유숙남산) : 돌아다니며 남산에서 묵기도 했다.
煙塵阻長河(연진조장하) : 먼지와 연기가 진 황하를 막고
樹羽成皐間(수우성고간) : 성고간에는 깃발이 꽂혀있다.
回首載酒地(회수재주지) : 머리 돌려 술 마시고 놀던 곳을 바라보노라니
豈無一日還(기무일일환) : 어찌 돌아갈 날 없으랴.
丈夫貴壯健(장부귀장건) : 丈夫는 씩씩하고 건강함 귀히 여기니
慘戚非朱顔(참척비주안) : 젊은 혈색 도는 얼굴 아님이 서글프구나.
29.겸가(蒹葭) 갈대
摧折不自守(최절부자수) :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여 꺾이었으니
秋風吹若何(추풍취약하) : 가을바람 불어오니 어찌 하려는가.
暫時花戴雪(잠시화대설) : 잠시 눈처럼 하얀 꽃을 이고 있었으나
幾處葉沉波(기처엽침파) : 여기저기 잎사귀 물결에 가라앉네.
體弱春苗早(체약춘묘조) : 봄에 싹을 일찍 틔우니 체질이 약하고
叢長夜露多(총장야로다) : 떨기가 길어 밤이슬에 흠뻑 젖네.
江湖後搖落(강호후요락) : 강호에서는 비록 뒤늦게 시든다 하지만
亦恐歲蹉跎(역공세차타) : 또한 세월 헛되이 보내어 두렵다네.
* 蒹葭 : 갈대. 물억새라고도 하며 강가나 습지에서 자란다. * 摧折 : 꺽다. 좌절시키다.
* 自守 : 스스로 지키다. 행실이나 말을 제 스스로 조심하여 지킴 * 若何 : 어찌 하려나. 어떠한가.
* 花戴雪 : 갈대꽃이 회백색이므로 꽃이 필 때 눈을 이고 있는 것 같다는 말. * 幾處 : 여기저기.
* 沉 : 沈과 같다. * 春苗 : 봄날의 어린 묘목. * 江湖 : 남쪽지방.
* 蹉跎 : 세월을 헛되이 보내다. 시기를 놓치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건원(乾元) 2년(759) 두보의 48세 때 진주(秦州)에서 지은 시이다. 두보는 건원 원년 6월에 조정의 좌습유직에서 화주(華州)의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좌천되고 건원 2년 7월에 대기근으로 관직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진주(秦州)와 동곡(同谷)을 유랑하였다.
이 시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모하면서도 가까이 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시경의 갈대(蒹葭)를 인용하여 벼슬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갈대와 비교하였으며 강호에서는 갈대가 늦게 지는 것을 비유하여 자신의 작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시이다.
30.경증정간의 십운(敬贈鄭諫議 十韻) 정간의님께 공경히 드리는 十韻
諫官非不達(간관비불달) : 諫官은 賢達하지 않음이 아니지만
詩義早知名(시의조지명) : 좋은 詩의 內容으로 이름이 알려지셨습니다.
破的由來事(파적유래사) : 詩句가 理致에 맞음이 예부터 正評 있어
先鋒孰敢爭(선봉숙감쟁) : 先鋒을 그 누가 敢히 다투겠습니까.
思飄雲物外(사표운물외) : 詩의 생각이 구름 밖으로 날아오르고
律中鬼神驚(률중귀신경) : 詩의 韻律에 鬼神도 놀랐습니다.
毫髮無遺憾(호발무유감) : 조금도 마음에 차지 않거나 不足함이 없고
波瀾獨老成(파란독로성) : 詩의 情感은 홀로 老練하고 成熟합니다.
野人寧得所(야인녕득소) : 저 같은 野人이 어찌 얻을 수 있겠습니까?
天意薄浮生(천의박부생) : 하늘의 뜻이 나의 떠도는 삶을 薄待하니
多病休儒服(다병휴유복) : 病이 많아 선비의 옷도 그만 입고
冥搜信客旌(명수신객정) : 조용한 곳 찾아 나그네 깃발에 맡기고 있습니다.
築居仙縹緲(축거선표묘) : 사는 곳에서는 神仙들이 아득히 멀리 있고
旅食歲崢嶸(려식세쟁영) : 나그네 處地로 살다보니 한 해가 또 지나갑니다.
使者求顔闔(사자구안합) : 사신이 안합을 찾지만
諸公厭禰衡(제공염녜형) : 여러 공들이 녜형을 미워합니다.
將期一諾重(장기일낙중) : 장차 한 번의 허락을 신중히 해주시기 바라옵기에
欻使寸心傾(훌사촌심경) : 홀연히 저의 작은 마음 기울이게 합니다.
君見途窮哭(군견도궁곡) : 임께서 저의 길이 막혀 통곡하는 것을 보시면
宜憂阮步兵(의우완보병) : 마땅히 보병교위 완적을 걱정해 주실 것입니다.
31.계추강촌(季秋江村) 늦가을 강촌에서
喬木村墟古(교목촌허고) : 키 큰 나무가 있는 마을은 오랜 시골 모습이니
疏籬野蔓懸(소리야만현) : 성긴 울타리에는 야생 덩굴이 얽혀 있네.
清琴將暇日(청금장가일) : 소박한 거문고를 타면서 한가한 나날을 보내며
白首望霜天(백수망상천) : 백발을 들어서 서리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네.
登俎黃甘重(등조황감중) : 도마 위에 올린 누런 감귤은 묵직해 보이고
支床錦石圓(지상금석원) : 침상을 받치고 있는 아름다운 돌은 둥글둥글하네.
遠遊雖寂寞(원유수적막) : 멀고 먼 객지라서 비록 적막하지만
難見此山川(난견차산천) : 이런 산천은 어디를 가든 좀체 보기 어려우리.
* 季秋 : 늦가을. 음력 9월. * 喬木 : 큰키나무. 줄기가 곧고 굵으며, 높이 자라는 나무.
* 野蔓 : 들판에서 덩굴져 자라는 풀. * 清琴 : 素琴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소금은 장식 없는 소박한 거문고를 말한다. * 霜天 : 추운 하늘. 서리가 내리는 밤의 하늘.
* 黃甘 : =黃柑. 장강(長江) 이남에서 재배되는 감귤. * 俎 : 도마. * 錦石 : 아름다운 문양이 있는 돌.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대종(代宗) 대력(大歷) 2년(767) 두보의 56세 때 기주(蘷州: 지금의 四川省)의 양서(瀼西)에 살면서 감귤을 수확한 후에 늦가을의 한가로움과 외로움을 읊은 시이다. 당시 두보는 최간(崔旰)이 일으킨 전란이 아직 끝나지 않아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가족을 성도에 두고 기주에 머물렀다.
32.고남(高楠) 큰 녹나무
楠樹色冥冥(남수색명명) : 나뭇잎이 짙은 녹나무가
江邊一盖靑(강변일개청) : 강변을 온통 푸른 잎으로 덮고 있네.
近根開藥圃(근근개약포) : 집 가까이 약초밭을 만들었고
接葉製茅亭(접엽제모정) : 잎이 닿는 곳에 모정을 만들었네.
落景陰溜合(락경음류합) : 해가 질 무렵에도 그늘은 여전히 깊으며
微風韻可聽(미풍운가청) : 미풍에 잎 흔들리는 소리 들을 만하네.
尋常絶醉困(심상절취곤) : 평상시 술에 취해 몹시 괴로울 적에도
臥此片時醒(와차편시성) : 여기에 눕기만 하면 금방 깨어난다네.
33.고도호총마항(高都護驄馬行) 고선지 장군의 말인 총마를 노래함
安西都護胡靑驄(안서도호호청총) : 안서도호 호총마가
聲價欻然來向東(성가훌연래향동) : 명성이 높아져 홀연히 동쪽(장안)으로 오는데
此馬臨陣久無敵(차마림진구무적) : 이 말은 적진에 임하여 오랫동안 상대가 없어
與人一心成大功(여인일심성대공) : 사람과 함께 한마음으로 큰 공 세웠네.
功成惠養隨所致(공성혜양수소치) : 공 이루니 은혜와 급양이 이르는 곳마다 따르니
飄飄遠自流沙至(표표원자유사지) : 표표히 멀리 사막에서 이르렀는데
雄姿未受伏櫪恩(웅자미수복력은) : 웅대한 자태는 엎어져 구유의 먹이 받지는 못하네.
猛氣猶思戰場利(맹기유사전장리) : 용맹한 기세는 여전히 전장에서 이길 것을 생각하네
腕促蹄高如踣鐵(완촉제고여복철) : 발목은 짧고 굽은 높아 쇠를 엎을 것 같아
交河幾蹴曾氷裂(교하기축증빙열) : 교하에서도 몇 번이나 두꺼운 얼음을 차 깨뜨렸겠네.
五花散作雲滿身(오화산작운만신) : 다섯 꽃 무늬 흩어져 온 몸에 구름이 되고
萬里方看汗流血(만리방간한류혈) : 만 리를 바야흐로 땀과 흐르는 피를 볼 수 있어서
長安壯兒不敢騎(장안장아불감기) : 장안의 건장한 사내도 함부로 타지 못하고
走過掣電傾城知(주과체전경성지) : 달려서 지나기를 번개처럼 하여 마침내 성들이 알게 되었네.
靑絲絡頭爲君老(청사락두위군로) : 푸른 밧줄 머리끈은 임(고선지)을 위해 늙었는데
何由卻出橫門道(하유각출횡문도) : 어찌하여 문득 횡문을 나가야만 하는가?
두보가 38세 때(749) 고구려 출신 고선지 장군과 그의 총마의 용맹과 전공을 찬양한 시이다. 시로 역사를 써 놓아 오늘에 까지 생생하게 알려주는 귀한 자료라 하겠다.
* 고선지(? ~755) 고구려 출신의 당(唐)나라 장수로 고구려가 망하자 아버지 사계(舍鷄)를 따라 당나라 안서(安西)에 가서 음보(蔭補)로 유격장군(遊擊將軍)에 등용되고, 20세 때 장군(將軍)에 올랐으며, 안서 절도사(安西節度使) 부몽영찰(夫蒙靈樽)의 신임을 얻어 언기진수사(焉耆鎭守使)가 되었고, 740년경 톈산산맥[天山山脈] 서쪽의 달해부(達奚部)를 정벌한 공으로 안서 부도호(安西副都護)에 승진하고, 이어 사진도지병마사(四鎭都知兵馬使)에 올랐다.
747년 토번(吐蕃:티베트)과 사라센제국이 동맹을 맺고 당을 견제하려고 동진(東進)하자, 행영절도사(行營節度使)에 발탁되어 군사 1만을 인솔, 파미르고원을 넘어 사라센제국과 동맹을 맺은 72개국의 항복을 받고 사라센제국의 동진을 저지, 그 공으로 홍려경어사중승(鴻'A卿御史中丞)에 오르고 이어 특진 겸 좌금오대장군동정원(特進兼左金吾大將軍同正員)이 되었다.
750년 제2차 원정에 나가 사라센과 동맹을 맺으려는 타슈켄트[石國]를 토벌하고 국왕을 잡아 장안(長安)에 호송한 공로로 개부의동삼사(開府儀同三司)가 되었음.
34.고무위장군만사삼수(故武衛將軍挽詞三首) 고 무위장군 애도하는 글
其一
嚴警當寒夜(엄경당한야) : 궁궐 경비 삼엄한 추운 밤
前軍落大星(전군락대성) : 군대의 선봉에 커다란 별이 떨어졌다.
壯夫思敢決(장부사감결) : 용사들은 그의 과감한 결단을 생각하고
哀詔惜精靈(애조석정령) : 슬퍼하는 임금의 조서는 정령을 애도하였다.
王者今無戰(왕자금무전) : 임금은 이제 전쟁이란 없어졌다고 하고
書生已勒銘(서생이륵명) : 서생 이미 그의 비명을 새기었다.
封侯意疎濶(봉후의소활) : 제후로 봉하려는 뜻은 생각 소활해져
編簡爲誰靑(편간위수청) : 역사에 기록하여 누구 위해 영원히 전하려나.
其二
舞劍過人絶(무검과인절) : 칼춤은 남보다 뛰어나고
鳴弓射獸能(명궁사수능) : 활을 쏘면 짐승 맞히기도 능하도다.
銛鋒行愜順(섬봉행협순) : 날카로운 칼끝은 마음먹은 대로 나가고
猛噬失蹻騰(맹서실교등) : 사납게 물어뜯는 짐승도 기세를 잃었다.
赤羽千夫膳(적우천부선) : 붉은 깃발 아래서 천 명이 먹었고
黃河十月冰(황하십월빙) : 황하는 시월에는 얼어붙어버린다.
橫行沙漠外(횡행사막외) : 사막의 밖을 횡행하였으니
神速至今稱(신속지금칭) : 귀신처럼 빠르다고 지금까지 일컬어진다.
其三
哀挽靑門去(애만청문거) : 슬픈 만사는 청문을 떠나고
新阡絳水遙(신천강수요) : 새로 생긴 무덤길 강수가 아득하다.
路人紛雨泣(로인분우읍) : 행인도 비 뿌리듯 눈물 흘리고
天意颯風飇(천의삽풍표) : 하늘의 마음도 바람 불어 회오리 인다.
部曲精仍銳(부곡정잉예) : 부곡(部曲)의 군사들 정신이 예리하고
匈奴氣不驕(흉노기부교) : 흉노의 기세는 꺾이어 교만하지 못하다.
無由覩雄略(무유도웅략) : 웅대한 전략 볼 방법 전혀 없어
大樹日蕭蕭(大樹日蕭蕭) : 커다란 나무는 날마다 쓸쓸하였어라.
35.고백행(古柏行) 오래된 잣나무의 노래
孔明廟前有老柏(공명묘전유노백) : 공명의 묘 앞 늙은 소나무
柯如靑銅根如石(가여청동근여석) : 가지는 청동구리 같고 뿌리는 돌 같이 여물다.
雙皮溜雨四十圍(쌍피류우사십위) : 껍질에는 빗방울이 흐르고 둘레는 마흔아홉 아름
黛色參天二千尺(대색삼천이천척) : 짙푸른 잎들은 하늘로 이천 척이네.
君臣已與時際會(군신이여시제회) : 임금과 신하 이미 함께 모여
樹木猶爲人愛惜(수목유위인애석) : 나무도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雲來氣接巫峽長(운내기접무협장) : 구름은 내려와 그 기운 긴 무협에 이어있고
月出寒通雪山白(월출한통설산백) : 달은 떠올라 그 한기가 흰 설산에 통해있네.
憶昨路繞錦亭東(억작노요금정동) : 지난날을 생각해보면 길은 금정을 돌아 동으로 향하고
先主武侯同閟宮(선주무후동비궁) : 선주와 무후가 함께 궁궐에 갇히셨네.
崔嵬枝干郊原古(최외지간교원고) : 높은 가지는 들판에서 늙어가고
窈窕丹靑戶牖空(요조단청호유공) : 그윽한 단청집은 창문마저 쓸쓸하네.
落落盤踞雖得地(낙낙반거수득지) : 굳게 서려앉아 비록 땅을 얻었으나
冥冥孤高多烈風(명명고고다렬풍) : 푸른 하늘에 홀로 높아 바람도 심하리라
扶持自是神明力(부지자시신명력) : 이로부터 부지함은 신의 힘이요
正直元因造化功(정직원인조화공) : 바르고 곧은 원인은 조화옹의 공덕이네
大廈如傾要梁棟(대하여경요량동) : 큰집이 무너질 것 같으면 동량이 필요한데
萬年回首丘山重(만년회수구산중) : 만년 후에 고개 돌려보아 그 산의 무거움을 보리
不露文章世已驚(부노문장세이경) : 문장은 드러내지 않았지만 세상은 이미 놀라
未辭剪伐誰能送(미사전벌수능송) : 베어짐도 잘리어짐도 거절하지 않지만
苦心豈免容螻蟻(고심개면용루의) : 고심하여 어찌 개미의 무너뜨림 면할 것인가
香葉終經宿鸞鳳(향섭종경숙난봉) : 향기로운 잎에는 끝내 난새와 봉황새가 자고 갈 것이네
志士幽人莫怨嗟(지사유인막원차) : 지사들과 은사들은 원망하거나 탄식하지 마시라
古來材大難爲用(고내재대난위용) : 고래부터 재목이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오.
36.고안(孤雁) 외로운 기러기
孤雁不飲啄(고안불음탁) : 외로운 기러기 아무것도 먹지 않고
飛鳴聲念群(비명성념군) : 무리를 생각하며 울면서 날아가네.
誰憐一片影(수련일편영) : 누가 한 조각 그림자를 불쌍히 여기랴
相失萬重雲(상실만중운) : 만 겹의 구름 위에서 무리를 잃었다네.
望盡似猶見(망진사유견) : 하늘 끝 바라보니 보일 듯한데
哀多如更聞(애다여갱문) : 소리 다시 들리는듯하여 슬픔이 더해지네.
野鴉無意緒(야아무의서) : 들 까마귀는 무정도 하여
鳴噪自紛紛(명조자분분) : 시끄럽게 떠들며 어지러이 날고 있네.
* 飲啄 :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다. 啄(탁)은 부리로 먹이를 쪼다. 啄食:쪼아먹음.
* 一片影 : 한 조각 그림자. 한 마리 기러기. * 万重云 : 만 겹의 구름. * 望盡 : 하늘 끝을 바라보다.
* 意緒 : 마음속의 생각. 심서(心緖). 심회(心懷). * 野鴉 : 들 까마귀. 鴉(아)는 갈까마귀.
* 鳴噪 : (들 까마귀가) 떠들썩하게 울다. 噪는 떠들썩할 조. * 紛紛 : 어수선하게 뒤섞임.
*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제목을 후비안(後飛雁: 뒤에 날아가는 기러기)이라고도 한다. 대력 2년(767) 이른 봄 56세 때 기주(夔州)의 서각(西閣)에서 지은 시이다. 당시 최간(崔旰)이 일으킨 전란이 아직 끝나지 않아 정국이 혼란한 상황에서 가족을 성도에 두고 기주에 머물면서 홀로 떨어져 있는 외로움을 외로운 기러기로 비유하여 지은 시이다.
37.고우봉기롱서공겸정왕징사(苦雨奉寄隴西公兼呈王徵士)(754年) – 두보(杜甫)
장맛비에 농서공(隴西公) 이우(李瑀)께 받들어 부치며 아울러 선비 왕철(王徹)께 드리며
今秋乃淫雨(금추내음우) : 올가을 내내 장맛비 내려
仲月來寒風(중월래한풍) : 팔월에도 찬바람 불어오네.
羣木水光下(군목수광하) : 나무들 물빛아래 잠기고
萬象雲氣中(만상운기중) : 온갖 형상 구름 기운에 갇히네.
所思礙行潦(소사애행료) : 그리워도 물웅덩이에 막히고
九里信不通(구리신불통) : 아홉 리 밖 소식모르네.
悄悄素滻路(초초소산로) : 산수(滻水) 가는 길 근심스럽고
迢迢天漢東(초초천한동) : 은하수 동쪽 머나머네.
願騰六尺馬(원등륙척마) : 바라건대 여섯 척 말에 오르면
背若孤征鴻(배약고정홍) : 말 등에서 홀로 먼 길 가는 기러기 같을 텐데.
劃見公子面(획견공자면) : 뜯어보니 孔子 얼굴
超然歡笑同(초연환소동) : 초탈하여 기뻐 웃으며 함께하네.
* 隴西公은 讓皇帝李憲(=李成器679~742.1.5)의 여섯째 아들 李瑀를 말하는데, 처음에 隴西郡公에 봉해졌으며 나중에 漢中王에 봉해졌다. 그의 맏형 李璡은 汝陽王에 봉해졌다.
徵士 또는 徵君은 조정에서 초빙한 학덕이 높은 선비에 대한 존칭이며, 여기서는 琅邪王澈을 말한다.
* 素滻은 滻水의 또 다른 이름이다. 滻水는 陝西省 京兆(長安) 藍田谷에서 발원하여 灞水로 향해가다 渭水로 합류한다.
奮飛既胡越(분비기호월) : 떨치고 날면 벌써 남북방 저 멀리 일 텐데
局促傷樊籠(국촉상번롱) : 몸 움츠리고 울타리 안에서 아파하네.
一飯四五起(일반사오기) : 밥 한 끼에 네댓 번 일어나고
憑軒心力窮(빙헌심력궁) : 난간에 기대려 안간힘 다 쓰네.
嘉蔬沒混濁(가소몰혼탁) : 싱싱한 벼 진흙탕에 묻히고
時菊碎榛叢(시국쇄진총) : 계절국화 덤불속에 부서지네.
鷹隼亦屈猛(응준역굴맹) : 매나 새매도 맹렬함에 굴복하는데
烏鳶何所蒙(오연하소몽) : 까마귀나 솔개야 어디서 겪을까?
式瞻北鄰居(식첨북린거) : 격식 차려 북쪽 이웃집 살펴보고
取適南巷翁(취적남항옹) : 남쪽 골목 늙은이 찾아가보네.
挂席釣川漲(괘석조천창) : 돛 걸고 불어난 냇물에 낚시하면
焉知清興終(언지청흥종) : 어찌 맑은 興趣가 다함이 있겠습니까?
38.곡강대우(曲江對雨) 곡강에서 비를 만나다
城上春雲覆苑牆(성상춘운복원장) : 성 위의 봄날 구름은 부용원(芙蓉苑) 담장을 덮고
江亭晚色靜年芳(강정만색정년방) : 강가 정자의 저녁 빛은 꽃향기 속에 고요하네.
林花著雨燕脂落(임화저우연지락) : 숲 속 꽃들은 비를 맞아 연지색으로 떨어지고
水荇牽風翠帶長(수행견풍취대장) : 연꽃은 바람에 끌리어 청록의 띠처럼 길게 늘어섰네.
龍武新軍深駐輦(용무신군심주련) : 용무군(龍武軍) 새 군대는 깊숙이 황제의 어가를 지키고
芙蓉別殿謾焚香(부용별전만분향) : 부용원 별전에는 부질없는 향 연기 피어오르네.
何時詔此金錢會(하시조차금전회) : 어느 때에 이 금전회(金錢會)에 부름을 받고
暫醉佳人錦瑟旁(잠취가인금슬방) : 잠시 미인의 아름다운 비파 곁에서 취하여 볼까나.
* 曲江 : 장안성의 남쪽(지금의 산시성 서안)에 위치한 강. * 苑 : 부용원(芙蓉苑).
* 城上 : 부용원 이궁(離宮)의 성루 위. * 晩色 : 저녁 빛. 황혼 때의 풍경.
* 年芳 : 계절의 꽃다움. 꽃이 피는 계절. * 燕脂落 : 燕支濕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 水荇 : 연꽃. * 翠帯 : 연록색의 띠처럼 보이는 초목의 줄기.
* 竜武新軍 : 황제를 호위하는 군대명으로 새로이 조직한 용무군을 말한다.
* 深駐輩 : 숙종은 상황제 현종을 대극전에 연금시켰으므로 깊숙이 어가를 지키고 있다고 한 것이다.
* 謾焚香 : 임금 출타 시 궁녀들이 임금이 있는 것처럼 향을 피워놓는 것. * 詔 : 숙종(肅宗)의 어명.
* 金銭會 : 신하들의 연회에 임금이 내리는 돈으로 여흥으로 돈을 누각 아래로 뿌리면 신하들이 줍는 풍속을 금전회라고 한다. * 錦瑟 : 장식한 비파. 거문고.
건원 원년(758) 47세 때 장안에서 지은 시이다. 두보는 이때 좌습유(左拾遺)라는 간관직에 있었지만 그의 뜻을 펼 수 없어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봄날 부용원 밖 곡강 가에서 술을 마시며 지었던 곡강대주(曲江對酒)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관직에 회의를 가지고 비 오는 봄날 황제가 있는 부용원을 바라보며 지은 시이다.
곡강(曲江)에 관한 두보의 시에는 ‘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로 유명한 곡강2수(曲江二首)와 곡강대주(曲江對酒), 구일곡강(九日曲江) 등이 있으며 곡강을 지나면서 옛 궁전과 양귀비에 대하여 읊었던 애강두(哀江頭)가 있다.
39.곡강대주(曲江對酒) 곡강에서 술을 마시며
苑外江頭坐不歸(원외강두좌불귀) : 부용원 밖 곡강 가에 앉아 돌아갈 줄 모르고 있노라니
水精宮殿轉霏微(수정궁전전비미) : 수정궁전(水精宮殿)은 점차 흐릿해지네.
桃花細逐楊花落(도화세축양화락) : 복사꽃은 드물게 버들개지 따라 떨어지고
黃鳥時兼白鳥飛(황조시겸백조비) : 꾀꼬리는 때때로 하얀 새들과 함께 날아다닌다.
縱飲久判人共棄(종음구판인공기) : 제멋대로 마시는 것은 사람들에게 버림받길 원하기 때문이고
懶朝真與世相違(나조진여세상위) : 조정의 일에 게으른 것은 진정 세상과 맞지 않아서라네.
吏情更覺滄洲遠(이정경각창주원) : 벼슬하면서 더욱 창주(滄洲)가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老大徒傷未拂衣(노대도상미불의) : 늙어버렸음을 슬퍼하면서도 벼슬을 떨치고 떠나지 못한다네.
* 曲江은 長安杜陵 [漢宣帝劉詢(BC91~BC49)의 능로 陝西省西安 남동쪽에 있다] 서쪽 5리에 있다. 738년潤州刺史齊澣이 瓜州(瓜洲, 甘肅省)에서 江蘇省淮陰까지 새로 운하 [里運河]를 뚫어 명승지가 되었고, 남쪽으로는 紫雲樓, 芙蓉苑이있고, 서쪽으로는 杏園, 慈恩寺가 있어, 도성 사람들이 놀고 즐겼다.
* 曲江 : 장안성의 남쪽(지금의 산시성 서안)에 위치한 강.
* 苑 : 부용원(芙蓉苑)을 말한다. 곡강 서남쪽에 있으며 황제의 비(妃)가 놀던 곳이다.
* 水精宮殿 : 수정궁전(水晶宫殿). 부용원(芙蓉苑) 안에 있는 궁전을 말한다.
* 霏微:안개 속에 흐릿한 모양. * 楊花 : 버드나무의 꽃, 버들개지. * 縦飲 : 제멋대로 마시다.
* 久判 : 자포자기하다. * 懶朝 : 조정 일에 게으름. * 吏情 : 관리로서의 마음.
* 滄洲 : 동쪽 바다 가운데 있는 신선이 사는 곳. 창랑주(滄浪洲).<동방삭(東方朔) 신이경(神異經)>. 중국에서 수만리 떨어진 바다 가운데에 신선들이 살고 있는 섬으로 불로불사의 낙원으로 전해진다.
* 老大徒傷 : 젊었을 때 세월을 허송한 채 벼슬아치로 늙어가며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老大悲)
건원 원년(758) 47세 때 장안에서 지은 시이다. 두보는 이때 좌습유라는 간관직에 있었지만 그의 뜻을 펼 수 없어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봄날 부용원 밖 곡강 가에서 술을 마시며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관직을 버리고 깨달음을 찾으러 가고 싶다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곡강(曲江)에 관한 두보의 시에는 ‘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로 유명한 곡강 2수(曲江 二首)와 곡강대우(曲江對雨), 구일곡강(九日曲江) 등이 있으며 곡강을 지나면서 옛 궁전과 양귀비에 대하여 읊었던 애강두(哀江頭)가 있다.
40.곡강배정팔장남사음(曲江陪鄭八丈南史飮) 곡강에서 정팔장 남사와 함께 술을 마시며
雀啄江頭黃柳花(작탁강두황류화) : 참새들 강 언덕의 누런 버들 꽃 쪼아대고
鵁鶄鸂䳵滿晴沙(교청계칙만청사) : 해오라기와 물오리 비갠 모래섬에 가득하네.
自知白髮非春事(자지백바비춘사) : 봄날에 흰머리 안 어울리는 것 알지마는
且盡芳樽戀物華(차진방준연물화) : 잠시 술잔 기울이며 풍경 맘에 담아보네.
近侍即今難浪跡(근시즉금난랑적) : 황제 모시는 지금은 떠돌기도 어렵지만
此身那得更無家(차신나득경무가) : 내게 어떻게 그런 날 올수 있으리오.
丈人才力猶强健(장인재력유강건) : 선배의 재주와 힘 아직도 강건한데
豈傍靑門學種瓜(기방청문학종과) : 어이하여 오이 심기나 배운단 말이오.
* 江頭 : 강변. 강가의 나루근처. 강 언덕. * 鵁鶄 : 해오라기. * 鸂䳵 : 비오리. 물닭. 자원앙(紫鴛鴦)
* 芳樽 : (무늬가 섬세한) 술잔. * 物華 : 자연경물. 물질의 정수. * 浪跡 : 유랑하다. 방랑하다.
* 丈人 : 나이든 남자 존칭. * 才力 : 재능. 재주. * 靑門 : 벼슬에서 물러나 은거 하는 곳.
* 種瓜 : 소평(邵平)이란 사람에 얽힌 고사와 관련이 있다. 《사기史記》〈소상국세가蕭相國世家〉에 전하기를 ‘邵平者, 故秦東陵侯. 秦破爲布衣貧, 種瓜於長安城東, 瓜美, 故世俗謂之東陵瓜, 從邵平以爲名也(소평이란 사람은 진나라 때 동릉후를 말한다. 진나라가 망한 뒤 베옷을 입고 가난하게 지내며 장안성 동쪽에 오이를 심었다. 사람들이 맛이 좋은 그 오이를 동릉과라 하였는데 소평의 이름을 따른 것이다).’라고 하였다.
건원(乾元)원년(758), 두보가 좌습유(左拾遺)로 있을 때 지은 작품이다.
정팔장(鄭八丈)이란 사람은 시구에 ‘丈人’이란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두보보다 연장인 아마도 ‘南史’라는 사관 비슷한 관직에 있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두 사람 모두 벼슬에서 물러나 은자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동경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두보에게는 어렵게 얻은 현직을 떠날 수 없었던 분명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가 부양을 저버려도 될 만큼 그의 집이 여유를 갖추지 못한 때문이었다. 떠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자신의 형편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병상련의 선배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리는 두보의 심정을 생각한다.
41.곡강 삼장(曲江 三章) 곡강 삼장
其一
曲江蕭條秋氣高(곡강소조추기고) : 곡강은 스산하고 가을 기운 높은데
菱荷枯折隨風濤(능하고절수풍도) : 마름과 연꽃 시들어 꺾여 바람 따라 물결친다.
遊子空嗟垂二毛(유자공차수이모) : 나그네 공연히 탄식하며 반 백발 드리우고
白石素沙亦相蕩(백석소사역상탕) : 흰 돌과 흰 모래도 서로 요동치는데
哀鴻獨叫求其曹(애홍독규구기조) : 애통한 비둘기 홀로 부르짖으며 무리를 찾는다.
두보(杜甫)의 방황(彷徨)하던 시절(時節)에 느끼는 서글픈 가을 풍경(風景)을 묘사하며 안정(安定)되지 못한 스스로의 생활에 白髮不禁長 막을 길 없는 백발(白髮)을 한하며 짝을 찾는 외 기러기의 서글픈 울음으로 시인(詩人)의 마음을 그린다. (이 시는 絶句와 律詩와 달리 5句로 파격적(破格的)이다.)
* 曲江 : 장안의 동남쪽 옛 한나라 궁실유원지. * 蕭條 : 쓸쓸하다. * 菱荷 : 마름과 연꽃
* 風濤 : 바람과 물결. * 遊子 : 방랑자. 두보자신. * 空嗟 : 공연히 탄식하다
* 垂二毛 : 흑백머리를 늘어트림. * 白石素沙 : 가을강가 흰돌 흰모래
* 亦相蕩 : 연꽃과 같이 역시 술렁인다. * 哀鴻獨叫 : 슬픈 기러기 홀로 운다. * 曹 : 자기의 짝.
방황하던 시절의 두보가 본 서글픈 가을 풍경을 빠질 듯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기를 알아줄 짝을 찾고 있고 "슬프게 홀로 가는 큰새"와 같은 마음이 보인다. 이시는 5句로 된 당시로는 파격적인 것이다.
其二
卽事非今亦非古(즉사비금역비고) : 바로 지은 이 시는 今체시도 古체시도 아니라
長歌激越捎林莽(장가격월소림망) : 긴 노래가 세차게도 숲 풀을 스쳐 넘어가는구나.
比屋豪華固難數(비옥호화고난수) : 늘어선 호화주택들은 정말 헤아리기도 어렵고
吾人甘作心似灰(오인감작심사회) : 나라는 인간은 기꺼이 마음을 재처럼 가졌는데
弟姪何傷淚如雨(제질하상누여우) : 아우와 조카들은 무엇이 아파 빗물처럼 눈물 흘리나.
* 卽事 : 현실을 시로 읊음. * 非今亦非古 : 현시도 옛시도 아닌. * 長歌 : 길게 읊음. 탄식하며 읊음.
* 激越 : 격렬하게 부디침. * 捎(소) : 흔들어댐. * 林莽 : 숲과 잡초. * 比屋 : 즐비한 집들.
* 固難數 : 고는 당연히 헤아리기 어렵다. * 甘作 : 달게 하겠다.
* 心似灰 : 마음을 타버린 재같이 지니겠다(莊子에 나옴)
* 弟姪 : 동생 조카. 이웃서민 * 何傷 : 상심 할 것 없다.
其三
自斷此生休問天(자단차생휴문천) : 이 인생을 그만 두고 하늘에 묻지 않으리니
杜曲幸有桑麻田(두곡행유상마전) : 두곡 땅에는 다행히 아직 뽕나무와 삼 밭 있으니
故將移住南山邊(고장이주남산변) : 짐짓 남산 곁으로 옮겨 가리라
短衣匹馬隨李廣(단의필마수리광) : 짧은 옷과 한 필 말로 이광을 따르며
看射猛虎終殘年(간사맹호종잔년) : 사나운 호랑이 쏘는 것 보면서 여생을 마치리라.
42.곡강 이수(曲江 二首) 곡강에서
其一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 꽃잎 하나 날려도 봄빛이 준다는데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 수만 꽃잎 흩날리니 사람의 근심 어찌 할까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 지는 꽃 보고 어른거림 잠깐 사이려니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 서글픔 많다 말고 술이나 마시자.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 강변의 작은 정자 비취가 둥지 틀고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 궁원 큰 무덤에 기린 석상 누어있네.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낙) : 사물의 이치 헤아려 즐겨야 하리니
何用浮名絆此身(하용부명반차신) : 어찌 부질없는 이름으로 몸을 얽어 맬 건가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 꽃잎 하나 날려도 봄이가고
一葉落天下知秋(일엽락천하지추) : 나무잎 하나 떨어져도 가을인 것을 아는데
시인(詩人)은 쇠락일로(衰落一路)에 있는 나라와 가족(家族)과 도탄(塗炭)에 빠진 민중(民衆)을 위해 하는 일 없이 세월(歲月)만 보내고 있음을 개탄(慨歎)하며 곡강(曲江)의 부귀(富貴)와 연락(宴樂)의 흔적(痕迹)들이 세월이 지나며 퇴색(退色)되는 현실(現實)에 유한(有限)한 인생을 대입(代入)한다.
* 却春 : 가는 봄 * 風飄 :바람에 흩날리다. * 正愁人 : 정말로 사람을 슬프게 함. * 且看 : 잠간 보다
* 盡花 : 지는꽃 * 經眼 : 눈을 스치다. * 厭傷 : 몸을 상하다. * 入脣 : 마시다 * 巢翡翠 : 비취새의 집.
* 臥麒麟 : 쓰러진 기린석 * 細推 : 헤아려. * 須行樂 : 즐겨야 함 * 絆此身 : 이 몸을 얽어매다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가을인 것을 안다(一葉落, 天下知秋)는 말처럼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덧없이 보내야만 하는 현실(今春看又過)을 상심하고 있다.
시인은 나라와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이 한심할 뿐이다. 그러나 곡강의 부귀공명의 흔적들이 세월의 무게에 눌려 뒹구는 것을 보고 짧은 인생 즐겨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인으로서의 번민은 언외(言外)에 담고 있다.
其二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 조회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하루 봄옷을 저당 잡히고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 날마다 강가에 나가 잔뜩 마시고 취해 돌아온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 술값 외상은 가는 곳 마다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 인생에서 칠십을 맞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네.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현) : 꽃밭에 들어간 호랑나비 보일 듯 말듯하고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 물 위에 꼬리를 적신 잠자리 나는 듯 멈춘 듯
傳語風光共類轉(전어풍광공류전) : 세상의 아름다운 풍광은 세월과 함께 도는 것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 잠시나마 서로 등지지 말고 봄을 즐기자.
* 曲江 : 唐나라때 중국 장안성 동남쪽 에 위치한 황하로 흘러가는 지류강(枝流江)
* 傷多 : 傷은 過의 뜻. 지나치게 많음. * 翡翠 : 비취새. * 苑邊 : 부영원(芙蓉苑)의 근처.
* 麒麟 : 무덤에 세운 기린의 석상. * 物理 : 만물을 지배하는 원리.
* 行樂 : 유쾌히 날을 보내는 것. * 絆 : 얽매는 것. * 春衣 : 봄옷
* 江頭 : 강 언덕, 강가 * 酒債 : 술 빚[외상 술 값] * 古來稀 : 옛 부터 드물었다.
* 두보는 애주가였던 모양이다. 1수에서는 술 마시는 일 막지 말라고 하며 2수에서는 옷까지 저당잡혀 외상술을 마실 정도이다. 술에 취해, 자연에 취해 유유자적한 삶이 한편은 부럽기도 하다.
* 두보(杜甫)는 곡강(曲江)가에서 1년간 술을 마시며 시(詩)를 썼다.
조정(朝廷)에서 퇴근하면 곡강(曲江)가에서 돈이 없어 옷 잡혀 술이 취해 돌아오고, 술집마다 외상값 안 걸린 집 없지만, 人生七十古來稀라, 인생 70도 살기 어려운 짧은 유한(有限)한 생을 살며 해결(解決)하지 못하는 많은 번민(煩悶)을 대자연의 풍광(風光)과 꽃밭사이 호랑나비, 잠자리에 비교(比較)하며 자연과 더불어 즐겨보자고 시인의 불편(不便)한 심사(心思)를 묘사(描寫)한다.
43.공낭(空囊) 빈 주머니
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 쓴 맛 나는 덜 익은 잣을 밥처럼 먹고
晨霞高可餐(신하고가찬) : 붉은 아침노을을 물처럼 마시면서
世人共滷莽(세인공로망) : 사람들이 대충대충 살고 있을 때
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 나는 힘들고 어려운 길 걸어 왔다네.
不爨井晨凍(불찬정신동) : 밥을 짓지 않으니 샘물이 얼어 있고
無衣床夜寒(무의상야한) : 침상에는 옷이 없어 밤중에도 춥지만
囊空恐羞澀(낭공공수삽) : 주머니가 비어 있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 남에게 보여줄 돈 한 푼을 남겨두었네
* 翠柏(취백): 잣나무. 여기서는 ‘아직 덜 익은 잣나무 열매’란 뜻으로 새겨 읽었다.
* 晨霞(신하): 아침노을(= 조하朝霞). ‘晨’을 ‘朝’로 쓴 자료도 있다.
* 滷莽(노망): 눈앞의 안일만을 탐하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것을 가리킨다. 행동이 단순하고 경솔한 것을 뜻하는 ‘노무魯莽(이때 ‘莽’의 독음은 ‘무’이다)’과 통한다.
* 吾道(오도): 시인이 생각하는 ‘임금에게 충성하고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을 가리킨다.
* 爨(찬): 불을 때서 밥을 짓는 것을 가리킨다.
* 羞澁(수삽): 부끄럽다. 난감하다. 자연스럽지 못하다.
건원(乾元) 2년(759). 벼슬을 그만두고 진주(秦州) 동곡(同谷)에 있을 때 지은 것인데, 전란이 평정되지 않은 가운데 두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절이었다.
첫 두 구절에 나오는 잣나무 열매와 아침노을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하나는 당시 두보의 살림이 그만큼 어려웠던 것을 말하고 있고,
또 하나는 《열선전列仙傳》에서 말한 ‘적송자는 잣나무 열매를 먹기 좋아했다(赤松子好食柏實)' 거나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대인부(大人賦)」에서 '북방의 밤기운을 호흡하고 아침노을을 마신다(呼吸沆瀣餐朝霞)'고 했던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신선 같은 삶을 살고 싶은 바람을 말한 것이다.
제3,4구절 ‘世人共滷莽, 吾道屬艱難’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눈앞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대충대충 살아가는 것과 달리 자신은 전란 중에도 나라를 위한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것이 어려운 삶을 살게 된 원인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 두보는 「도성에서 봉선현으로 부임하며 회포를 읊은 시(自京赴奉先縣咏懷五百字)」에서도 ‘해바라기가 해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듯(葵藿傾太陽) 그 본성은 진실로 빼앗을 수 없다(物性固難奪)’이라고 읊은 바 있다.
제5,6구절에서 두보는 다시 어려운 형편을 말하고 있는데 ‘밥을 짓지 않으니 새벽 샘이 얼어붙어 있고(不爨井晨凍) 옷이 없으니 침상은 밤에도 춥다(無衣床夜寒)’고 한 것을 보면 저녁부터 아침까지 밥 지을 쌀이 없고 다시 밤이 되어도 추위를 막을 방법이 없는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러워질 것 같아(空囊恐羞澁) 남에게 보여줄 돈 한 푼을 남겨두었다(留得一錢看)’고 한 마지막 두 구절에서는 끼니를 거르더라도 체면까지는 잃고 싶지 않았던 두보의 안타까운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44.과송원외지문구장(過宋員外之問舊莊) 원외랑 송지문의 옛 별장을 지나며
宋公舊池館(송공구지관) : 송지문님의 옛 연못가 별장이라
零落首陽阿(령낙수양아) : 수양산 언덕에 영락하여 있구나.
枉道秪從入(왕도지종입) : 길을 돌아 다만 따라 들어가니
吟詩許更過(음시허경과) : 시를 읊자니, 다시 들릴 수 있을까
淹留問耆老(엄류문기노) : 오래 머물며 노인에게 물으며
寂寞向山河(적막향산하) : 쓸쓸히 산과 강을 바라본다.
更識將軍樹(갱식장군수) : 더욱 알겠다, 장군의 나무에
悲風日暮多(비풍일모다) : 서글픈 바람이 해질녘에 많은 것을.
45.관공손대낭제자무검기항병서(觀公孫大娘弟子舞劍器行幷序) 공손대낭의 제자가 검기무 추는 것을 보고
昔有佳人公孫氏(석유가인공손씨) : 옛날 가인이 있었는데 공손씨 라네.
一舞劍器動四方(일무검기동사방) : 검기 춤 한번 추면 사방이 동요하네.
觀者如山色沮喪(관자여산색저상) : 산처럼 모여든 구경꾼 얼굴색을 잃고
天地爲之久低昂(천지위지구저앙) : 천지는 이 때문에 오랫동안 오르내리네.
㸌如羿射九日落(곽여예사구일낙) : 번쩍거리기는 예(羿)가 한번 쏘아 아홉 해를 떨어뜨리듯
矯如群帝驂龍翔(교여군제참룡상) : 되돌려 바로잡기는 뭇 신선이 말을 타고 날아가듯 하네.
來如雷霆收震怒(내여뇌정수진노) : 돌아옴은 우뢰와 천등이 진노를 거두는 듯
罷如江海凝淸光(파여강해응청광) : 마침은 강과 바다에 밝은 빛이 모이듯 하네.
絳唇珠袖兩寂寞(강진주수량적막) : 붉은 입술 구슬 소매 모두가 적막하고
晩有弟子傳芬芳(만유제자전분방) : 늦게 둔 제자가 춤의 향기를 전하네.
臨潁美人在白帝(임영미인재백제) : 임영 미인은 백재에 있어
妙舞此曲神揚揚(묘무차곡신양양) : 묘한 춤, 이 곡조에 신명이 절로난다.
與余問答旣有以(여여문답기유이) : 나와 함께 문답함은 까닭이 있어
感時撫事增惋傷(감시무사증완상) : 시와 일에 느껴 일찍이 아픔만 더하네.
先帝侍女八千人(선제시녀팔천인) : 현종 시녀 팔천 인 중
公孫劍器初第一(공손검기초제일) : 공손 검기 춤이 제일이네.
五十年間似反掌(오십년간사반장) : 십오 년 세월이 여반장이라
風塵澒洞昏王室(풍진홍동혼왕실) : 전쟁은 심해져 왕실이 혼미하네.
梨園子弟散如煙(리원자제산여연) : 이원의 자제들 연기처럼 흩어지고
女樂餘姿映寒日(녀낙여자영한일) : 여자 약사들의 남은 자태 차가운 햇살에 비치네.
金粟堆前木已拱(금속퇴전목이공) : 금속산 무덤 앞엔 나무가 이미 크게 자라고
瞿塘石城草蕭瑟(구당석성초소슬) : 구당 돌 성엔 풀들만 쓸쓸하네.
玳筵急管曲復終(대연급관곡복종) : 좋은 잔치 빠른 피리 악곡은 끝나고
樂極哀來月東出(낙극애내월동출) : 즐거움 다하니 슬픔이 오고 동쪽에서 달 떠오네.
老夫不知其所往(노부부지기소왕) : 늙은 사내 갈 바를 모르는데
足繭荒山轉愁疾(족견황산전수질) : 거친 산에 발에는 굳은 살 생기고 수심과 질병만 생긴다.
46.관병(觀兵) 군대를 보며
北庭送壯士(배정송장사) : 북정에서 장사들을 보내니
貔虎數尤多(비호삭우다) : 비호같은 군사들이 더욱 많아졌다.
精銳舊無敵(정예구무적) : 정예함에는 예날 무적이었으니
邊隅今若何(변우금야하) : 변방에서는 지금 어떠할까.
妖氛擁白馬(요분옹백마) : 요사한 기운 백마를 감싸고 있으니
元帥待琱戈(원수대조과) : 원수님은 지휘권인 장식된 창을 기다린다.
莫守鄴城下(막수업성하) : 업성의 아래를 지키지만 말고
斬鯨遼海波(참경료해파) : 용동 바다의 고래 같은 도둑을 베어야 한다.
47.관안서병과부관중대명 이수(觀安西兵過赴關中待命 二首) - 두보(杜甫)
천자의 명을 받기 위해 화주를 지나 장안으로 향하는 안서도호부 병사들의 대열을 보면서 지은 2수
題注: 李嗣業以鎭西北庭兵同郭子儀討安慶緖, 安西卽鎭西舊名也.
이사업이 안서⋅북정 병사를 이끌고 곽자의와 함께 안경서를 토벌하였다. 안서는 진서의 옛 명칭이다.
1. 四鎭富精銳(사진부정예) : 네 진영 병사들 정예병이 많아서
摧鋒皆絶倫(최봉개절륜) : 적의 예봉 꺾는 데 당할 자가 없다는데
還聞獻士卒(환문헌사졸) : 천자에게 병사들을 바친다고 했다니
足以靜風塵(족이정풍진) : 반군들의 병란을 잠재울 수 있겠네.
老馬夜知道(노마야지도) : 나이든 말 밤중에도 갔던 길 알아내고
蒼鷹飢著人(창응기착인) : 굶주린 매 사람에게 붙어있는 법인데
臨危經久戰(임위경구전) : 위태로운 지경에서 많이 싸워봤으니
用急始如神(용급시여신) : 시급할 때 부리는 용병 귀신같겠네.
2. 奇兵不在衆(기병부재중) : 기발한 용병은 숫자에 있지 않으니
萬馬救中原(만마구중원) : 일만의 기병이면 중원을 구해낼 테고
談笑無河北(담소무하북) : 웃고 얘기하며 하북의 반군 무시한 채로
心肝奉至尊(심간봉지존) : 충성스러운 마음으로 천자 받드네.
孤雲隨殺氣(고운수살기) : 병사들의 의로운 기운 구름을 뚫을 만하고
飛鳥避轅門(비조피원문) : 하늘의 새들도 군문을 피해 날아가는데
竟日留歡樂(경일류환락) : 화주사람들 하루 종일 노래하고 즐겨도
城池未覺喧(성지미각훤) : 성문 밖 해자에 아무런 소동도 없네.
* 安西 : 당숙종唐肅宗 지덕至德 원년(756)에 안서절도安西節度를 진서鎭西로 변경했다. 따라서 ‘安西’는 옛 명칭이다. ⟪구당서舊唐書⋅이사업열전李嗣業列傳⟫에서 ‘(至德二年)嗣業時爲鎭西北庭支度行營節度使, 爲前軍, 朔方右行營節度使郭子儀爲中軍, 關內行營節度王思禮爲後軍(지덕 2년에 진서⋅북정지도행영절도사 사업은 전군을 맡고, 삭방우행영절도사 곽자의는 중군을, 그리고 관내행영절도사 왕사례는 후군을 맡았다).’이라고 했다.
* 關中 : 장안長安 부근을 가리킨다. 동쪽은 함곡관函谷關, 서쪽은 농서관隴西關을 경계로 하여 그 안을 ‘關中’이라 하였다.
* 四鎭 : 구자龜玆, 우전于闐(또는 비사毗沙), 소륵疏勒, 언기焉耆 네 곳을 사진도독부四鎭都督府라 하고, 안서도호安西都護의 관할 하에 두었다. * 摧鋒 : 적군의 예봉을 무너뜨리다.
* 老馬 : 실전 경험이 많은 장수를 가리킨다. ⟪한비자韓非子⋅설림說林⟫에서 ‘管仲隰朋從桓公伐孤竹, 春往冬返, 迷惑失道. 管仲曰: 老馬之智可用也. 乃放老馬而隨之, 遂得道(관중과 포습이 제환공을 따라 고죽국 정벌 차 봄에 가서 겨울에 돌아오던 도중에 길을 잃어버렸다. 관중이 말했다. “나이 많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러고는 말을 앞세워 따라간 끝에 길을 찾았다).’라고 했다.
* 奇兵不在衆 : ⟪자치통감資治通鑑⟫에서 ‘晉安帝時, 沈田子曰: 兵貴用奇, 不必在衆(병법에서 중요한 것은 기발한 전략의 운용이지 병력의 숫자가 아니다).’이라고 했다.
* 無河北 : 하북河北을 차지하고 있던 반란군을 안중에 두지 않는 자신감을 가리킨다. 당시 하북의 상주相州와 위주衛州를 안경서安慶緖의 반란군이 차지하고 있었다.
* 轅門 : 군영軍營의 문을 가리킨다. ⟪주례周禮⋅천관天官⋅장사掌舍⟫에서 ‘設車營, 轅門(전차로 군영을 설치하는 것을 원문이라 하였다).’이라고 했다. 고대에는 제왕이 순시나 사냥을 나가 밖에서 유숙하게 되었을 때 전차를 둘러 울타리를 치고 두 대는 세로로 세워 문으로 삼은 것을 ‘원문’이라 하였다.
건원乾元 원년(758) 가을, 화주華州 시절 작이다. 제2수의 제5~8구는 병사들의 사기가 높고 군의 기율이 엄한 것을 말한 것이다.
48.관정후희증(官定後戲贈) 官職이 定해진 뒤 장난삼아
不作河西尉(불작하서위) : 河西尉(하서위)를 하지 않은 것은
淒涼爲折腰(처량위절요) : 悽凉(처량)하게 허리를 굽혀야하기 때문이라.
老夫怕趨走(로부파추주) : 늙은 사내 奔走(분주)히 다니기 두려우나
率府且逍遙(솔부차소요) : 率府(솔부)는 逍遙(소요)하며 지닐 수 있으리라.
耽酒須微祿(탐주수미록) : 술을 즐기려면 적은 俸祿이라도 필요하나니
狂歌託聖朝(광가탁성조) : 미친 듯 노래하며 성스러운 조정에 몸을 붙인다.
故山歸興盡(고산귀흥진) : 故鄕 생각에 흥이 다하여 귀가하며
回首向風飇(회수향풍표) : 고개 돌려 바라보니 돌개바람이 불어온다.
49.광록판행(光祿坂行) 광록판의 노래
山行落日下絶壁(산행낙일하절벽) : 산길을 걸어가다가 해 저무니 절벽을 내려가는데
西望千山萬山赤(서망천산만산적) : 서쪽을 바라보니 수많은 산들이 붉게 물들었네.
樹枝有鳥亂鳴時(수지유조난명시) : 나뭇가지에 앉은 새들이 어지럽게 울고 있을 때
瞑色無人獨歸客(명색무인독귀객) : 땅거미 지고 아무도 없는데 홀로 돌아가는 나그네.
馬驚不憂深谷墜(마경불우심곡추) : 말이 놀라서 깊은 골짜기로 떨어지는 것은 걱정이 안 되는데
草動只怕長弓射(초동지파장궁사) : 풀이 움직이면 다만 각궁으로 쏜 화살이 날아올까 두렵기만 하구나.
安得更似開元中(안득갱사개원중) : 어찌하면 개원의 태평성대가 다시 될까?
道路卽今多擁隔(도로즉금다옹격) : 길은 지금도 막히는 경우가 예삿일이니
50.광부(狂夫) 미친 사내
萬里橋西一草堂(만리교서일초당) : 만리교 서쪽에 초가집 하나
百花潭水卽滄浪(백화담수즉창랑) : 백화담 물결엔 푸른 물결 남실남실
風含翠篠娟娟淨(풍함취소연연정) : 바람이 실린 푸른 대는 산들산들 휘청 이고
雨嚢紅蕖冉冉香(우낭홍거염염향) : 비스치고 간 붉은 연꽃 은은한 향기 풍기네.
厚祿故人書斷絶(후록고인서단절) : 출세한 친구들은 소식이 끊기고
恒飢維子色凄凉(항기유자색처량) : 아이들은 노상 굶어 낯빛이 핼쑥하다.
欲塡溝壑唯疏放(욕전구학유소방) : 늙어 죽을 이참에도 멋대로 호기만 부리는 나
自笑狂夫老更狂(자소광부노경광) : 혼자서 웃는다. 미친놈이 늙을수록 더 미쳐 가는 꼴에
* 篠 : 조릿대. 대나무의 일종으로 줄기가 가늘다. * 嚢 : 두르다. 향내가 나다.
* 蕖 : 연꽃 * 塡溝壑 : 길가에 죽어 뒹굴어도 거두어 장사 지내 줄 사람이 없다는 뜻.
51.교릉시삼십운인정현내제관(橋陵詩三十韻因呈縣內諸官) - 두보(杜甫)
교릉시를 지어 봉선현(奉先縣)의 여러 관리에게 드리다
先帝昔晏駕(선제석안가) : 선제 예종께서 지난 날 붕어하시고
茲山朝百靈(자산조백령) : 이 산에서 온갖 신령들을 조회하셨습니다.
崇岡擁象設(숭강옹상설) : 높은 산은 왕릉을 껴안고
沃野開天庭(옥야개천정) : 기름진 들판은 천자의 제단을 열었습니다.
卽事壯重險(즉사장중험) : 일을 시작함에 거듭된 위험을 무릅쓰니
論功超五丁(논공초오정) : 공로를 따지면 전설적인 다섯 장사를 앞섰습니다.
坡陀因厚地(파타인후지) : 험난한 산세는 두터운 땅에서 나오고
卻略羅峻屛(각략나준병) : 뒤로 빽빽하게 험준한 절벽 병풍이 널어서 있다.
雲闕虛冉冉(운궐허염염) : 구름 속 궁궐은 공중에 아련히 높고
松風肅泠泠(송풍숙령령) : 불어오는 솔바람은 숙연히 차갑기만 하다.
石門霜露白(석문상노백) : 커다란 왕릉의 돌문에는 서리와 이슬이 희고
玉殿莓苔靑(옥전매태청) : 황제의 사당에는 이끼가 푸르다.
宮女晩知曙(궁녀만지서) : 궁녀는 일에 바빠 늦어서야 날 밝은 줄 알고
祠官朝見星(사관조견성) : 사당의 관리는 이른 아침부터 성운을 보는구나.
空梁簇畫戟(공량족화극) : 빈 들보에는 병사들의 그림장식 창들이 보이고
陰井敲銅甁(음정고동병) : 어둑한 우물가에서는 구리 물병이 부딪혀 소리 난다.
中使日相繼(중사일상계) : 지금 황제가 보내는 내관들이 날마다 이어지니
惟王心不寧(유왕심부녕) : 오직 황제의 마음이 선왕 생각으로 편하지 못함이리라.
豈徒卹備享(개도술비향) : 어찌 한갓 갖추어진 제사만 걱정하시리오
尙謂求無形(상위구무형) : 오히려 형태 없는 선왕의 영혼을 찾으려 하심이리라.
孝理敦國政(효리돈국정) : 효도의 이치로 국정을 돈독히 하시고
神凝推道經(신응추도경) : 정신을 모아서 정성껏 도덕경을 추론한다.
瑞芝産廟柱(서지산묘주) : 상서로운 영지풀이 사당의 기둥에서 자라나고
好鳥鳴巖扃(호조명암경) : 좋은 새들이 바윗돌 빗장에서 우는구나.
高嶽前嵂崒(고악전률줄) : 높은 산은 눈앞에 높고 험하고
洪河左瀅濴(홍하좌형영) : 큰 강의 물결은 왼쪽으로 소용돌이치며 흘러간다.
金城蓄峻趾(금성축준지) : 금성에는 험준한 기반이 모여 있고
沙苑交廻汀(사원교회정) : 사원에는 돌아드는 물이 마주쳐 흐른다.
永與奧區固(영여오구고) : 영원하고 깊숙하여 그 구역이 견고하며
川原紛眇冥(천원분묘명) : 내와 들은 어지러이 멀고 아득하다.
居然赤縣立(거연적현립) : 우뚝하게 적현이 서 있고
臺榭爭岧嵉(대사쟁초정) : 누대와 정자들이 서로 우뚝함을 다투고 있다.
官屬果稱是(관속과칭시) : 관속들은 과연 이처럼 직책에 어울리고
聲華眞可聽(성화진가청) : 그 명성의 화려함은 진실로 사실로 들린다.
王劉美竹潤(왕류미죽윤) : 왕선생, 유선생은 절조가 대나무처럼 윤택하고
裴李春蘭馨(배리춘난형) : 배선생, 이선생은 명성은 봄 난초의 향기롭구나.
鄭氏才振古(정씨재진고) : 정씨는 재주가 예부터 드날렸고
啖侯筆不停(담후필부정) : 담씨 성의 관리는 붓을 멈추지 있는구나.
遣詞必中律(견사필중률) : 글을 펼치면 반드시 운율에 맞고
利物常發硎(리물상발형) : 사물분석에 날카로움은 항상 숫돌에 간 듯하다.
綺繡相展轉(기수상전전) : 문자은 비단을 펼친 듯 뒤집은 듯 곱고
琳琅愈靑熒(림랑유청형) : 마음씨는 푸른 옷 빛보다도 맑구나.
側聞魯恭化(측문노공화) : 노첨의 교화를 귀 기울여 듣고
秉德崔瑗銘(병덕최원명) : 최원의 좌우명을 덕망으로 간직한다.
太史候鳧影(태사후부영) : 태사 벼슬하는 관리는 오리의 그림자를 살피고
王喬隨鶴翎(왕교수학령) : 왕교처럼 학의 깃이 선망하여 신선의 세계를 따랐다.
朝儀限霄漢(조의한소한) : 조정의 의례가 하늘의 은하수처럼 멀리 막혀있어
客思廻林坰(객사회림경) : 나그네 처지의 나는 숲과 들판으로 돌아가련다.
撼軻辭下杜(감가사하두) : 때 못 만난 불우한 처지로 하두성을 하직하고
飄颻凌濁涇(표요능탁경) : 바람에 나부끼듯 유랑하며 탁수와 경수를 지나가리라.
諸生舊短褐(제생구단갈) : 유생의 지난날 짧은 삼베옷을 걸치고
旅泛一浮萍(려범일부평) : 떠도는 나그네 한 뿌리 부평초로다.
荒歲兒女瘦(황세아녀수) : 흉년으로 아이들은 수척해지고
暮途涕泗零(모도체사령) : 황혼처럼 늙어가는 나이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主人念老馬(주인념노마) : 주인은 늙은 말 같은 나를 생각해주고
廨署容秋螢(해서용추형) : 관공서에서는 가을 반딧불이 모습을 보인다.
流寓理豈愜(유우리개협) : 유랑하며 붙어사니 인간의 정리에 어찌 즐거울까?
窮愁醉不醒(궁수취부성) : 끝없는 수심에 취하여 깨어나지 못한다.
何當擺俗累(하당파속누) : 언제나 세속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浩蕩乘滄溟(호탕승창명) : 호탕하게 푸른 바다 너머 신선세계로 가는 배를 타려나.
52.구일(九日) 중양절
重陽獨酌盃中酒(중양독작배중주) : 중양절 홀로 맞아 한잔 술도 못 마시고
抱病起登江上臺(포병기등강상대) : 병든 몸 간신이 강 언덕에 오르니
竹葉於人旣無分(죽엽어인기무분) : 죽엽청주도 나와는 인연 없어
菊花從此不須開(국화종차부수개) : 이후 론 국화꽃 피어도 감흥이 없네.
殊方日落玄猿哭(수방일낙현원곡) : 타향에 해가지니 검은 원숭이 슬피 울고
舊國霜前白雁來(구국상전백안래) : 고향엔 서리 내리기 전 흰기러기 오건만
弟妹蕭條各何在(제매소조각하재) : 동기간은 어디에 들 가 있나 아득 하구나
干戈衰謝兩相催(간과쇠상양상최) : 전란과 노쇠함이 나를 초조하게 하는구나.
* 九日 : 9월 9일 중양절, 국화주 먹는 풍습. * 盃中酒 : 잔속의 조금 있는 술도 못 마시고의 뜻
* 抱病 : 병든 몸 부등켜 안고 * 起登 : 일어나 오름 * 竹葉 : 죽엽청주 * 於人 : 나에게는
* 旣無分 : 이미 소용이 없다 * 從此 : 이제부터는 * 殊方 : 타향 * 舊國 : 고향
* 蕭條 : 쓸쓸하고 외로움 * 干戈 : 방패와 창, 전란 * 衰謝 : 노쇠함 * 兩相催 : 양쪽에서 재촉함
두보 55 세 때 기주에서 끝나지 않은 전란에 시달리며 가을 감상에 젖는다. 동기(형제) 간을 생각하며 뼈 속에 사무치는 외로움을 묘사하고 있으니 인생의 고뇌란 이런 것이 아닐까?
53.구일곡강(九日曲江)(753年) 중양절(重陽節) 곡강에서
綴席茱萸好(철석수유호) : 돗자리 깔고 수유 꽂으니 좋은데
浮舟菡萏衰(부주함담쇠) : 배 띄우고 연꽃 보니 이울었네.(시들었네)
季秋時欲半(계추시욕반) : 늦 가을 구월도 반쯤 지나려 하니
九日意兼悲(구일의겸비) : 重陽節 마음 덩달아 슬퍼지네.
江水清源曲(강수청원곡) : 長江 맑은 원류 여기서 굽어지고
荆門此路疑(형문차로의) : 荆門 가는 길 이 길인가 하네.
晚來高興盡(만래고흥진) : 저녁 되니 높던 흥취 다하고
搖蕩菊花期(요탕국화기) : 마음 흔드는 국화에 기약하네.
54.구일기잠삼(九日寄岑參) 구일 잠삼에게 부치다
出門復入門(출문복입문) : 대문을 나서다가 다시 들어오나니
雨脚但如舊(우각단여구) : 빗발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所向泥活活(소향니괄괄) : 가는 곳마다 빗물에 진흙이 질퍽하니
思君令人瘦(사군령인수) : 그대를 생각에 사람이 여위어간다.
沈吟坐西軒(침음좌서헌) : 울적하게 시를 읊으며 서헌에 앉아
飮食錯昏晝(음식착혼주) : 먹고 마시며 지내니 밤낮을 모르겠다.
寸步曲江頭(촌보곡강두) : 곡강의 머리는 몇 걸음인데
難爲一相就(난위일상취) : 한 번 나아가기가 어렵기만 하다.
吁嗟乎蒼生(우차호창생) : 아, 백성들이여
稼穡不可救(가색부가구) : 농사일을 살릴 수가 없구나.
安得誅雲師(안득주운사) : 어찌해야 구름의 신을 죽이어
疇能補天漏(주능보천누) : 누가 하늘이 새는 것을 깁을 수 있을까.
大明韜日月(대명도일월) : 크게 밝은 해와 달을 감추고
曠野號禽獸(광야호금수) : 넓은 들판에는 새와 짐승들을 울게 하는가.
君子强逶迤(군자강위이) : 군자는 억지로 비틀거리며 다니고
小人困馳驟(소인곤치취) : 소인은 피곤하게도 바삐 돌아다니는구나.
維南有崇山(유남유숭산) : 남쪽에는 높은 산들이 있는데
恐與川浸溜(공여천침류) : 내와 못이 흘러가버릴까 두렵구나.
是節東籬菊(시절동리국) : 이 시절 동쪽 울타리의 국화는
紛披爲誰秀(분피위수수) : 흐트러지게 누구를 위해 피어있나.
岑生多新詩(잠생다신시) : 잠생은 새로 지은 시도 많고
性亦嗜醇酎(성역기순주) : 성품은 또한 진한 술을 좋아한다.
采采黃金花(채채황금화) : 황금처럼 누런 국화꽃을 따서
何由滿衣袖(하유만의수) : 어떻게 해야 옷소매에 가득 채울 수 있으리오.
55.구일남전최씨장(九日藍田崔氏莊) 남전의 중양절
老去悲愁强自寬(노거비수강자관) : 늙은 몸 가을이 서러워도 그 서러움 이겨내어
興來今日盡君歡(흥래금일진군환) : 흥을 돋워 마음껏 그대와 즐기나니
羞將短髮還吹帽(수장단발환취모) : 멋쩍게 짧은 머리 바람에 날린 두건 주워
笑情傍人爲正冠(소정방인위정모) : 손님에게 웃으며 씌워 달라 청하기도 하네.
藍水遠從千澗落(남수원정천간낙) : 남수는 먼 골짜기에서 천 갈래로 흘러내려 오고
玉山高並兩峯寒(옥산고병양봉한) : 옥산의 높이 어우러진 두 봉우리 쌀쌀하게 서 있네.
明年此會知誰健(명년차회지수건) : 내년 이맘때에는 이들 중 누가 건장하리요.
醉把茱萸仔細看(취파수유자세간) : 취하여 수유꽃 잡고 곰곰이 바라보나니.
* 九日 : 중양절 국화주와 수유꽃을 꽂는 풍속이 있었음
* 藍田 : 장안 동남쪽에 있는 명승지
* 强自寬 : 울적함을 억지로 풀고자 함
* 玉山 : 남전의 별칭(경옥의 산지이기도 함)
두보의 그 많은 시가 명시 아닌 것이 없으나 여기서도 중양절에 늙어 수심에 찬 심회를 잠시 접고
藍水遠從千澗落 남수는 먼 골짜기에서 천 갈래로 흘러내려 오고
玉山高並兩峯寒 옥산의 높이 어우러진 두 봉우리 쌀쌀하게 서있네
라는 명구를 남기고 있다,
56.구일등재주성(九日登梓州城) 重陽節을 맞아 재주성에 올라
伊昔黃花酒(이석황화주) : 술은 예전의 菊花酒이건만
如今白髮翁(여금백발옹) : 이제는 흰머리의 노인
追歡筋力異(추환근력이) : 즐거움을 좇으려 하나 힘이 예전과 다른데
望遠歲時同(망원세시동) : 먼 곳 바라보니 시절의 풍경은 예전과 같구나.
弟妹悲歌裏(제매비가리) : 동생과 누이를 슬픈 노래 속에 생각하고
乾坤醉眼中(건곤취안중) : 하늘과 땅을 취한 눈으로 바라보나니
兵戈與關塞(병과여관새) : 전쟁과 타향살이에
此日意無窮(차일의무궁) : 이 날 이 슬픈 마음은 끝이 없구나.
57.구일양봉선회백수최명부(九日楊奉先會白水崔明府) - 두보(杜甫)
중양절에 봉선현(奉先縣) 양씨께서 백수현의 최명부를 만나서
今日潘懷縣(금일반회현) : 오늘 반회현에서
同時陸浚儀(동시륙준의) : 육준의와 시간을 함께 가졌네.
坐開桑落酒(좌개상락주) : 앉아서 상락주를 여니
來把菊花枝(래파국화지) : 와서 국화꽃 가지 잡아본다.
天宇淸霜淨(천우청상정) : 하늘에는 맑은 서리 깨끗하고
公堂宿霧披(공당숙무피) : 관청 마루엔 자욱한 안개 걷힌다.
晩酣留客舞(만감류객무) : 늦도록 취하여 손님을 잡아 춤추게 하니
鳧舃共差池(부석공차지) : 지방관의 오리 신발들이 들쭉날쭉하여라.
58.군불견간소혜(君不見簡蘇徯)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라고 소혜에게 보내는 편지.
君不見道邊廢棄池(군불견도변폐기지) :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길가에 버려진 연못을
君不見前者摧折桐(군불견전자최절동) : 그대는 보지 못 하였는가 부러져 넘어진 오동나무를
百年死樹中琴瑟(백년사수중금슬) : 백년 뒤 죽은 나무가 거문고로 쓰이게 되고
一斛舊水藏蛟龍(일곡구수장교룡) : 한 섬의 오래된 물은 교룡이 숨기도 한다.
丈夫蓋棺事始定(장부개관사시정) : 장부는 관 뚜껑을 덮어야 모든 일이 결정된다.
君今幸未成老翁(군금행미성노옹) : 그대는 아직 늙지 않았거늘
何恨憔悴在山中(하한초췌재산중) : 어찌 원망 하리 초췌해 있음을
深山窮谷不可處(심산궁곡불가처) : 깊은 산 험한 골은 살 곳이 못된다.
霹靂魍魎兼狂風(벽력망량겸광풍) : 벼락과 도깨비와 광풍이 불고 있으니.
* 一斛 : 한 섬 (수량) * 蓋棺事始定=蓋棺事定 개관사정 : 죽은 후에나 알 수 있다는 말
* 窮谷 : 험한 골짜기 * 霹靂 : 벼락 * 魍魎 : 도깨비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말이 전해오고 있다. 관의 뚜껑을 덮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뜻. 두보가 四川省 동쪽 깊은 산골로 유배 되여 있을 때 친구의 아들인 소혜가 유배되어 그곳에 와서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보고 두보가 개관사정(蓋棺事定)이란 시구를 넣은 군불견간소혜(君不見簡蘇徯)이란 시를 지어 보내게 되었다.
59.군성조추(軍城早秋) 군성의 초가을
昨夜秋風入漢關(작야추풍입한관) : 어젯밤에 가을바람 한나라 국경에 드니
朔有邊雪滿西山(삭유변설만서산) : 북쪽 변방에 구름과 눈이 서산에 가득하다.
更催飛將追驕虜(경최비장추교노) : 나는 장군을 재촉하여 교만한 오랑캐 쫒아
莫遣沙場匹馬還(막견사장필마환) : 모래벌판 필마도 돌려보내지 않게 하리라.
60.권야(倦夜) 잠 못 이루는 밤
竹涼侵臥內(죽량침와내) : 대나무 숲의 서늘한 기운 침실에 스며들고
野月滿庭隅(야월만정우) : 들의 달빛 정원 구석까지 가득하다.
重露成涓滴(중로성연적) : 댓잎에 맺힌 이슬은 방울 되어 떨어지고
稀星乍有無(희성사유무) : 드문 별들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暗飛螢自照(암비형자조) : 어둠을 나는 반딧불은 스스로를 비추고
水宿鳥相呼(수숙조상호) : 물가에 자는 새들 서로를 불러댄다.
萬事干戈裏(만사간과리) : 이 모든 일이 전란 중에 있으니
空悲清夜徂(공비청야조) : 맑은 밤 지나감이 부질없이 슬프구나.
* 竹涼 : 대숲의 서늘함. * 臥内 : 침실 안. * 重露 : 대나무 잎 끝에 이슬이 맺힘.
* 涓滴 : 물방울. * 稀星 : 드문 별. 성긴 별. * 干戈 : 전쟁. 창과 방패. * 徂 : 지나가다. 가다.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광덕(光德) 2년(764) 두보의 53세 때 지은 시로 당시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幕下)가 되었다. 두보는 당시 집이 성도(成都) 교외 완화계(浣花溪)에 있었는데, 일을 마치면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어 자주 막부 내에 묵곤 했다.
이 시는 완화계의 초당에서 지은 시로 깊어가는 가을에 잠 못 이루며 가을 정취를 읊은 시로 당시 나라가 전란 중에 있어 가을 정취도 서글퍼진다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61.귀안(歸雁) 돌아가는 기러기
春(東)來萬里客(동래만리객) 亂定幾年歸(난정기년귀) 斷腸江城雁(단장강성안) 高高正北飛(고고정북비)
만 리 밖에서 봄에 온 나그네, 난리가 평정되어 어느 해에나 돌아갈까?
강가의 성을 나는 기러기에 애간장 끊어지니, 북쪽으로만 높이도 나는구나.
62.금석행(今夕行) 오늘 저녁을 읊은 노래
今夕何夕歲云徂(금석하석세운조)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인가 한 해가 가는 날이네.
更長燭明不可孤(경장촉명불가고) : 밤은 길고 촛불은 밝으니 혼자 지낼 수야 없다네.
咸陽客舍一事無(함양객사일사무) : 함양 객사에는 할 일도 하나 없고
相與博塞爲歡娛(상여박새위환오) : 서로 모여 투전하며 즐겁게 논다네.
憑陵大叫呼五白(빙릉대규호오백) : 남을 이기려 크게 소리 질러 오백(五白)을 부르며
袒跣不肯成梟盧(단선불긍성효로) : 웃통 벗고 맨발로 뛰지만 효로(梟盧)는 이루어지지 않네.
英雄有時亦如此(영웅유시역여차) : 영웅도 이와 같이 할 때 있으니
邂逅豈卽非良圖(해후기즉비량도) : 우연히 만나 즐김 어째 좋은 방법이 아닐런가.
君莫笑劉毅從來布衣願(군막소류의종래포의원) : 그대는 벼슬하지 못한 때의 유의(劉毅)의 소원을 비웃지 말라
家無儋石輸百萬(가무담석수백만) : 집에는 몇 섬의 곡식도 없었지만 도박에 백만전 걸었다네.
*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1권에 실려 있는 바, 천보(天寶) 5年(746) 장안(長安)으로 돌아온 뒤에 지은 것으로, 섣달 그믐날밤 함양(咸陽)의 어느 객사(客舍)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름을 하며 즐기는 호방한 모습을 그렸다.
* 更長(경장) : 1경(更)은 보통 2시간으로 옛날 밤을 다섯으로 나누어 5경까지 있었다.
* 博塞(박새) : 놀음의 한 가지로 雙六(쌍육)과 비슷한 놀이이다.
* 憑陵大叫呼五白(빙릉대규호오백) 袒跣不肯成梟盧(단선불긍성효로) : 憑陵(빙릉)은 의기양양(意氣揚揚)한 모습이며, 오백(五白)은 도박(賭博) 놀음패의 하나로 五木의 제도인데, 위는 검고 아래는 희게 만든 주사위를 던져서 다섯 개가 모두 검은 쪽이 나오는 것을 로(盧)라 하여 가장 좋은 패로 보고, 그 다음은 모두 흰 쪽이 나오는 패인데 이를 五白이라고 한다. 五白을 외친다는 것은 주사위를 던지면서 좋은 패가 나오라고 외치는 것이다. 효로(梟盧)는 옛날 저포(樗蒲)놀이에서 제일 높은 점수를 효(梟)라 하고, 그 다음을 로(盧)라 하였다. 李德弘의《艮齋集》續集 4권에 “골패 다섯 개가 모두 흰 색이면 이기므로 던지는 자들이 오백(五白)을 외치면서 이 패가 나오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효(梟)와 로(盧)는 반드시 오백(五白)의 하나일 터인데 효(梟)가 더 우세한 패이다.” 하였다. 金隆(김륭)의 《勿巖集(물암집)》에도 같은 내용이 보인다.
* 劉毅(유의) : 동진(東晉)의 패(沛)땅 사람으로 저포(樗蒲) 놀이를 좋아하여 한 판에 백만 금을 걸기도 하였다. 젊어서부터 큰 뜻을 품었는데 환현(桓玄)이 찬위(簒位)하자 劉裕(유유)와 함께 군사를 일으켜 토평(討平)하고 그 공로로 남평군개국공(南平郡開國公)에 봉해졌으나 劉裕(유유)와 불화(不和)하여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南史(남사)》에 “劉毅(유의)는 집에 몇 석의 저축이 없었으나 저포 노름 한 판에 백만 전을 걸었다.” 하였다.
63.기고삼십오서기(寄高三十五書記) 고서기에게 부치다
歎息高生老(탄식고생노) : 고 서기님의 연로하심이 걱정되나
新詩日又多(신시일우다) : 새로 지은 시들이 나날이 많아집니다.
美名人不及(미명인부급) : 아름다운 명성을 다른 사람은 따르지 못하고
佳句法如何(가구법여하) : 좋은 시구 짓는 법은 어떠하신지요.
主將收才子(주장수재자) : 장군님께서 재주 있는 고 서기님 뽑으셨으니
崆峒足凱歌(공동족개가) : 공동 땅에서는 족히 개선가를 부를 수 있겠습니다.
聞君已朱紱(문군이주불) : 듣건대, 그대 이미 붉은 관리의 옷을 입었으니
且得慰蹉跎(차득위차타) :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을 잠시 위로할 수 있었습니다.
64.기고삼십오첨사(寄高三十五詹事) 고첨사에게 부치는 글
安穩高詹事(안온고첨사) : 평안하신지요? 高詹事님
兵戈久索居(병과구색거) : 전쟁으로 오래 떨어져 지냈습니다.
時來知宦達(시래지환달) : 때가 오면 높은 벼슬에 오르실 분
歲晩莫情疎(세만막정소) : 만년에 우정 소홀히 하지 말아요.
天上多鴻雁(천상다홍안) : 하늘 위에는 기러기 많고
池中足鯉魚(지중족리어) : 연못 안에는 잉어 떼가 많군요.
相看過半百(상간과반백) : 서로 돌아보니, 半 百 넘은 人生
不寄一行書(부기일행서) : 한 줄의 편지도 보내지 않았군요.
65.기이백(寄李白) 이백에게
昔年有狂客 號爾謫仙人. 筆落驚風雨 詩成泣鬼神. 聲名從此大 汨沒一朝伸. 文彩承殊渥 流傳必絶倫. 龍舟移棹晩 獸錦奪袍新.
(석년유광객 호이적선인 필락경풍우 시성읍귀신 성명종차대 골몰일조신 문채승수악 유전필절륜 용주이도만 수금탈포신)
지난 날 광객이 있어, 그대를 적선이라 불렀지. 붓 들면 비바람도 놀라게 쓰고, 시 지으면 귀신도 울었네.
명성이 이로부터 생겨나, 묻혀 살던 몸이 하루아침에 유명해졌네. 아름다운 문채는 황제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고,
세상에 전하는 작품은 반드시 뛰어났네. 황제 배는 이백을 기다려 늦게 노 저어 가고, 짐승무늬 좋은 비단 받았네.
* 謫仙人 : 하지장(賀知章)이 스스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호하고는 李白을 이름 하여 적선인이라고 하였다.
* 謫仙 : 인간 세계로 쫓겨 내려온 선인(仙人). * 賀知章 : 당 시인(659~744). 태상박사를 거쳐 비서감 등을 지냈고, 이백의 발견자로 알려졌다. * 龍舟移棹晩 : 당 현종이 연못에 배를 띄우고는 李太白을 불렀는데, 이백이 술에 취해 환관 고력사에게 명하여 부축하여 배에 오르게 하였다. * 獸錦奪袍新 ; 李白이 악장(樂章)을 짓자 황제가 비단 도포를 하사하였다. 白日來深殿 靑雲滿後庭. 乞歸優詔許 遇我宿心親. 未負幽棲志 兼全寵與辱. 劇談憐野逸 嗜酒見天眞. 醉舞梁園夜 行歌泗水春.
(백일래심전 청운만후정 걸귀우조허 우아숙심친 미부유서지 겸전총여욕 극담연야일 기주견천진 취무양원야 행가사수춘)
낮에 궁전에 들면, 뒤 정원에 청운 같은 관리들 가득했네. 낙향 청해 허락의 조칙 내려, 나를 만나 오랜 마음 친구 맺었네.
그윽이 숨어 살려는 뜻 어기지 않고, 총애와 욕됨을 겸하였네. 마음대로 이야기 나누며 시골의 편안함을 그리워하고,
술을 좋아하여 천진함을 보여 주었네. 취하면 양원의 밤 연회에서 춤을 추었고, 사수의 봄을 노래했네.
* 乞歸優詔許 : 李白이 고력사에게 모함 당해 산으로 돌아갈 것을 청하자, 황제는 금을 하사하고 보내주었다.
* 梁園 ; 한 양효왕(梁孝王)이 건축한 변경(汴京)에 있는 정원. * 泗水 : 노(魯)나라 땅에 있는 강.
才高心不展 道屈善無鄰. 處士禰衡俊 諸生原憲貧. 槄粱求未足 薏苡謗何頻? 五嶺炎蒸地 三危放逐臣. 幾年遭鵩鳥? 獨泣向麒麟.
(재고심불전 도굴선무린 처사녜형준 제생원헌빈 도량구미족 의이방하빈 오령염증지 삼위방축신 기년조복조 독읍향기린)
높은 재주 마음껏 펴지 못했고, 앞길 굽으니 착해도 이웃이 없었네. 처사 예형은 뛰어나도 숨어살았고,
공자 제자 원헌도 가난했네. 벼와 조 구하여도 구하지 못하였는데, 율무가 구슬이라는 비방 몇 번이던가?
오령 고개 무더운 땅인데, 삼위산으로 쫓겨나는 신하 되었지. 몇 년 되야 수리부엉이 만날까? 기린을 향해 홀로 눈물짓네.
蘇武先還漢 黃公豈事秦? 楚筵辭醴日 梁獄上書辰. 已用常時法 誰將此義陳? 老吟秋月下 病起暮江濱. 莫怪恩波隔 乘槎與問津.
(소무선환한 황공기사진 초연사예일 량옥상서진 이용상시법 수장차의진 노음추월하 병기모강빈 막괴은파격 승사여문진)
소무보다 먼저 한나라로 돌아오고, 황공이 어찌 진나라를 섬기리요? 초나라 잔치에서 단술 없어 떠났듯,
양나라 감옥에서 상서 하여 무죄를 밝혔으나, 이미 당시의 법률을 적용하였으니, 누가 이 바른 뜻을 말해줄까
늙은 몸으로 가을 달 빛 아래 시를 읊고, 저무는 강가에 병든 몸을 일으켜본다.
천자의 은혜 물결 멀리 있다 여기지 마시게. 뗏목 타고 나루터 묻고자 한다.
* 禰衡 : 자가 정평이니 평원의 처사였다. * 諸生原憲貧 : 孔門의 제자 원헌이 지극히 가난하였으니, 예형과 원헌처럼 李白이 재주가 있으면서도 녹봉이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 * 薏苡謗何頻 : 마원이 교지(交趾)를 정벌하고는 율무(의이)를 싣고 돌아오자 사람들이 비방하여 명주라고 하였으니, 李白이 모함을 만났음을 비유한 것이다.
* 五嶺 : 大庾ㆍ始安ㆍ臨賀ㆍ桂陽ㆍ揭陽을 이릉다. 李白이 야랑으로 유배 가니, 오령과 삼위는 바로 야랑과 접경지역이다.
* 三危 : 감숙성 돈황현 남쪽에 있는 산. * 鵩鳥 : 수리부엉이. * 獨泣向麒麟 : 孔子가 기린을 보고 울면서 말하기를 “좋은 때가 아닌데 나왔으니, 우리 道가 궁해질 것이다.” 하였다. * 黃公 : 상산(商山) 사호(四皓) 중의 한 사람인 하황공(夏黃公).
* 楚筵辭醴日 : 李白이 영왕(永王) 인(璘)에게 있음은, 목생(穆生)이 초왕(楚王)이 단술을 베풀지 않아 떠난 것과 같음을 말함.
* 梁獄上書辰 : 한(漢)나라 추양(鄒陽)이 옥중에서 글을 올려 풀려날 수 있었던 고사를 들어 李白이 억울함을 밝혔음.
* 乘槎與問津 : 李白은 임금의 인정을 받을 만한데도 은혜가 막혔으므로, 두보가 뗏목 타고 가서 하늘에 묻고자 한 것이다.
* 이 시는 《두소릉집》 8권에 〈寄李十二白二十韻〉이며, 영왕 인(璘)의 죄에 연루되어 유배가는 이백에게 부친 시이다.
67.기전초산중도사(寄全椒山中道士) 전초의 산중의 도사에게 부친다.
今朝郡齋冷(금조군재냉) : 오늘 아침은 고을 관사도 쌀쌀하여
忽念山中客(홀염산중객) : 갑자기 산속의 친구가 생각난다.
澗底束荊薪(간저속형신) : 골짝물 아래서 땔나무하고
歸來煮白石(귀래자백석) : 돌아와 흰 돌을 덥힌다.
遙持一杯酒(요지일배주) : 멀리서 한 잔의 술을 들어
遠慰風雨夕(원위풍우석) : 비바람 치는 저녁을 위로한다.
落葉滿空山(낙엽만공산) : 낙엽은 빈 산에 가득한데
何處尋行迹(하처심행적) : 어디서 그의 행적을 찾을까
69.기한간의(寄韓諫議) 한 간의에게 부치다
今我不樂思岳陽(금아부낙사악양) : 악양의 그대를 생각하니 내 마음 즐겁지 않아
身欲奮飛病在床(신욕분비병재상) : 몸은 떨쳐 날고 싶으나 병으로 누워있노라
美人娟娟隔秋水(미인연연격추수) : 아름다운 당신은 물 건너 있으면서
濯足洞庭望八荒(탁족동정망팔황) : 동정호에 발을 씻고 먼 곳 팔황을 바라보겠지
鴻飛冥冥日月白(홍비명명일월백) :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날아가고 해와 달은 저리도 밝고
靑楓葉赤天雨霜(청풍섭적천우상) : 푸른 단풍 붉게 물들고 하늘엔 비와 서리 내리네
玉京群帝集北斗(옥경군제집배두) : 옥경의 여러 왕들 북두성을 받들어 모여들고
或騎麒麟翳鳳凰(혹기기린예봉황) : 혹자는 기린 타고, 혹자는 봉황수레 탔네.
芙蓉旌旗煙霧落(부용정기연무낙) : 부용깃발 안개 속에 내리고
影動倒景搖瀟湘(영동도경요소상) : 그림자는 거꾸로 움직여 소상강물 흔든다.
星宮之君醉瓊漿(성궁지군취경장) : 성관의 왕들은 옥장에 취하고
羽人稀少不在旁(우인희소부재방) : 신선은 더불어 곁에 있지 아니 하네.
似聞昨者赤松子(사문작자적송자) : 어제 얼핏 들은 것이 선인 벅송자가
恐是漢代韓張良(공시한대한장량) : 곧 한시대의 한의 장량일지 모른다네.
昔隨劉氏定長安(석수류씨정장안) : 옛적 유방 따라 장안을 평정하고
帷幄未改神慘傷(유악미개신참상) : 군대의 장막 안에서는 아직 바뀌지 않아 마음이 상하고
國家成敗吾豈敢(국가성패오개감) : 국가의 성패를 내가 감히 어쩌랴
色難腥腐餐楓香(색난성부찬풍향) : 비린 것과 썩은 것이 싫다면 단풍나무 향기를 반찬하고
周南留滯古所惜(주남류체고소석) : 주남에 머무름은 옛날부터 애석한 일이었네.
南極老人應壽昌(남극노인응수창) : 남극 노인 응당히 오래살고 번창하리.
美人胡爲隔秋水(미인호위격추수) : 미인은 어찌하여 가을 물을 건너 있나
焉得置之貢玉堂(언득치지공옥당) : 어찌 그대를 붙잡아 옥당에 드릴까
70.낙유원가(樂遊園歌) 낙유원에서 노래하다
樂遊古園崒森爽(낙유고원줄삼상) : 낙유 옛 동산은 높고도 상쾌한데
煙綿碧草萋萋長(연면벽초처처장) : 아득히 펼쳐진 푸른 풀은 무성하게 자랐다.
公子華筵勢最高(공자화연세최고) : 공자의 화려한 잔치 땅의 형세가 가장 높고
秦川對酒平如掌(진천대주평여장) : 진천은 술을 마주하니 손바닥처럼 평평하다.
長生木瓢示眞率(장생목표시진률) : 장생목으로 만든 표주박은 진솔해 보이고
更調鞍馬狂歡賞(경조안마광환상) : 안장 얹은 말 길들여 마음껏 즐긴다.
靑春波浪芙蓉園(청춘파낭부용원) : 푸른 봄의 물결이 이는 부용원
白日雷霆夾城仗(백일뇌정협성장) : 대낮의 천둥은 거마가 지나는 협성의 의장대다.
閶闔晴開詄蕩蕩(창합청개질탕탕) : 궁문을 갠 날에 열어 질탕하게 놀고
曲江翠幙排銀牓(곡강취막배은방) : 곡강의 푸른 천막에 고관의 은빛 명패가 널려있다.
拂水低回舞袖翻(불수저회무수번) : 물을 스치듯 낮게 돌며 춤추는 소매 펄럭이며
緣雲淸切歌聲上(연운청절가성상) : 구름 따라 맑고 절절한 노랫소리 올라간다.
卻憶年年人醉時(각억년년인취시) : 해마다 사람들이 취한 때를 생각해보지만
只今未醉已先悲(지금미취이선비) : 지금은 다만 취하지도 않아도 이미 슬프다.
數莖白髮那抛得(수경백발나포득) : 몇 가닥 백발을 어찌 피할 수 있으랴
百罰深杯亦不辭(백벌심배역부사) : 백 번 벌한다 해도 깊은 술잔도 사양하지 않으리라.
聖朝亦知賤士醜(성조역지천사추) : 성스런 조정에서도 천한 선비가 누추함을 알겠으나
一物自荷皇天慈(일물자하황천자) : 하나의 미물도 절로 황제의 자비를 입는다.
此身飮罷無歸處(차신음파무귀처) : 이 몸은 술자리 끝나도 돌아갈 곳도 없으니
獨立蒼茫自咏詩(독립창망자영시) : 홀로 서서 창망히 스스로 시를 읊는다.
71.낙일(落日) 지는 해
落日在簾鉤(낙일재렴구) : 지는 해는 주렴 갈고리에 걸리었고
溪邊春事幽(계변춘사유) : 시냇가 봄 정경이 그윽하구나.
芳菲緣岸圃(방비연안포) : 향초(香草)는 강 언덕 채소밭을 둘러 있고
樵爨倚灘舟(초찬의탄주) : 여울에 정박한 배는 밥을 짓고 있구나.
啅雀爭枝墜(조작쟁지추) : 시끄러운 참새는 나뭇가지를 다투다 떨어지고
飛蟲滿院遊(비충만원유) : 날벌레들 뜰 안 가득 노니네.
濁醪誰造汝(탁료수조여) : 탁주여, 누가 너를 만들었는가?
一酌散千憂(일작산천우) : 한 잔이면 온갖 근심 날아간다네.
* 簾鉤 : 발을 거는 갈고리. 鉤는 갈고리 ‘구’ * 溪邊 : 시냇가. 완화계(浣花溪)의 시냇가.
* 芳菲 : 향초(香草). 봄에 핀 향기로운 풀. * 岸圃 : 시냇가 기슭에 밭. 圃는 채마밭 ‘포’. 채소밭.
* 樵爨倚灘舟 : 여울 앞에 정박한 배에서 밥을 짓고 있다. 초찬은 나무를 때는 아궁이, 의탄주는 여울 앞에 정박해 놓은 배.
* 啅雀 : 시끄럽게 울어 대는 참새. 啅는 시끄러울 ‘조’. * 濁醪 : 탁주, 막걸리. * 一酌 : 한 잔 술.
* 이 시는 당나라 숙종 상원 2년(761) 봄에 두보가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에 모옥(茅屋)을 짓고 거처하였을 때(두보의 나이 50歳) 지은 시로, 새로 담은 탁주를 마시며 해가 지는 봄날 저녁 경치를 정감 있게 읊은 시이다. 이때 지은 시로 객지(客至), 茅屋爲秋風所破歌(모옥위추풍소파가) 등이 있다.
72.남린(南鄰) 남쪽 이웃
錦里先生烏角巾 : 금리선생은 검은 두건 쓰고
園收芋栗未全貧 : 밤이며 토란을 수확하니 가난하지만도 않네.
慣看賓客兒童喜 : 빈객들을 자주 보아 아이들은 기뻐하고
得食階除鳥雀馴 : 뜨락에서 먹이를 먹으니 새들이 길들었네.
秋水纔添四五尺 : 가을 냇물은 겨우 네댓 자인데
野航恰受兩三人 : 들 배는 두세 사람을 태우기 적당하다네.
白沙翠竹江村暮 : 흰 모래 푸른 대숲 강촌은 저물어 가는데
相送柴門月色新 : 서로 전송하는 사립문에 달빛이 새롭네.
* 南鄰 : 두보 초당이 있던 성도(成都) 완화계(浣花溪) 남쪽마을. 이는 옛날의 錦里 즉 成都 남쪽에 있는 西城 즉 금관성의 옛터(錦官城址)를 두보 스스로 그렇게 부른 것임.
* 錦里(금리) : 금강이라는 강 곁에 있는 마을인데, 두보가 안록산의 난을 피하여 지금의 사천성의 성도에 피난하여 초가집[草堂]을 짓고 살 때에 머물렀던 마을 이름이라고 한다. 사천성[촉지방]은 원래 비단이 많이 생산되는 지역인데, 이 강에 비단을 빨면 딴 강에서 빨기보다는 더욱 깨끗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 角巾 : 네모로 된 두건,
* 芋栗(우률) : 상수리, 모양이 토란(芋)처럼 생겼다 해서 붙인 이름임. 상수리나무에서 천잠[천연 누에고치]을 딴다. 양잠보다 비단 품질이 월등함.
* 秋水 : 가을철에 내린 비 또는 물.
* 野航(야항) : 작은 배를 일컬음.
* 이 詩는 760년 초가을에 詩人이 처조카 위응물(韋應物)의 촉주(蜀州)에 있는 구옥에서 머물면서 잠시 새로운 뱃놀이를 즐겼는데, 아마도 그 때에 지은 것으로 보인다. 백사장이 있다는 것이 이를 말해 준다. 이 詩를 대할 때에는 단어 하나에 함의된 뜻이 깊은 데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고를 살피는 것이 무엇 보다 풀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杜詩가 대부분 그러한 바탕에서 作詩되고 있는데, 이 詩는 특히 과거에 있었던 虛想을 가지고 이야기를 꾸민 것이라서 그 深度가 더하다.
73.남목위풍우소발탄(柟木爲風雨所拔歎) 남목이 바람에 뽑힌 것을 한탄하다
倚江柟樹草堂前(의강남수초당전) : 강가에 의지한 녹나무 초당(草堂) 앞에 있는데
故老相傳二百年(고로상전이백년) : 노인들 서로 전해오기를 이백 년 되었다 하네.
誅茅卜居總為此(주모복거총위차) : 띠 풀 베어 이곳에 집 지은 것 모두 이 때문이니
五月彷彿聞寒蟬(오월방불문한선) : 나뭇잎 소리가 오월에도 쓰르라미 소리 듣는 듯하였네.
東南飄風動地至(동남표풍동지지) : 동남풍의 회오리바람 땅을 진동하여 불어오니
江翻石走流雲氣(강번석주유운기) : 강물 뒤집히고 돌 구르며 구름 나는 듯이 달려왔네.
幹排雷雨猶力爭(간배뇌우유력쟁) : 줄기는 우레와 비 물리쳐 힘써 다투었는데
根斷泉源豈天意(근단천원기천의) : 뿌리가 물 근원에서 끊겼으니 어찌 하늘의 뜻이 아니겠는가.
滄波老樹性所愛(창파로수성소애) : 푸른 물결과 늙은 나무는 천성적으로 사랑하니
浦上童童一青蓋(포상동동일청개) : 물가에 무성하게 퍼져 하나의 푸른 일산(日傘)이었다오.
野客頻留懼雪霜(야객빈류구설상) : 나그네들 자주 머물러 눈과 서리 피하였고
行人不過聽竽籟(행인불과청우뢰) : 행인들 지나치지 못하고 피리 같은 바람소리 들었네.
虎倒龍顛委榛棘(호도룡전위진극) : 쓰러진 범 넘어진 용처럼 가시밭에 버려지니
淚痕血點垂胸臆(누흔혈점수흉억) : 눈물 흔적과 핏자국 가슴 속에 드리워져 있네.
我有新詩何處吟(아유신시하처음) : 내 새로운 시 지은들 어느 곳에서 읊어야하나
草堂自此無顏色(초당자차무안색) : 초당(草堂)이 이제부터는 볼품이 없게 되었구려.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10권에 실려 있는 바, 영태(永泰) 원년(元年:765) 3월에 두보가 살던 성도(成都) 초당(草堂) 앞의 고목이 비바람에 뽑히자, 이것을 탄식하여 지은 것이다.
이덕홍(李德弘)의《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구주(舊注)에는 곧바로 엄무(嚴武)의 죽음을 가리킨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너무 천착한 것이다.” 하였는바, 엄무는 이 시가 쓰여 진 뒤인 영태 원년 5월에 죽었다. 구주(舊注)는 남송(南宋) 때까지의 두시(杜詩) 주(注)를 가리킨다.
이덕홍(李德弘) 〈1541(중종 36)-1596(선조 29)〉의 《艮齋集(간재집)》 속집 4권에 “杜公(杜甫)은 평소 나라를 근심하고 세상을 슬퍼하는 뜻이 자신도 모르게 자주 시를 읊는 사이에 나타났다. 그러므로 그 말이 이와 같은 것이다.” 하였다.
* 柟木爲風雨所拔歎 : 전당시(全唐詩)에는 제목이 <柟樹為風雨所拔歎 또는 高樹為風雨所拔歎>으로 실려있다.
* 柟樹 : 柟木(남목), 녹나무(녹나뭇과의 상록 활엽 교목)
* 倚江柟樹草堂前 : 탁금강가의 두보의 집 앞에 녹나무를 말한다. 탁금(濯錦)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 성도시[成都市]에 있는 금강[錦江]이다. 탁금강(濯錦江) 또는 촉강(蜀江)이라고도 한다 . 이 강에서 얼굴을 씻으면 안색이 밝아진다.
* 五月仿佛聞寒蟬 :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마치 오월에 쓰르라미 우는 소리 듣는 것 같다. -寒蟬(한선) 쓰르라미, -仿佛(방불) 마치 .. 인 것 같다. * 童童 : 뚜렷뚜렷한 모양. * 青蓋 : 푸른 일산
* 草堂自此無顏色 : 남(柟)나무가 비바람에 뽑힘은 엄무(嚴武)의 죽음을 비유한 것이다. 마치 범이 쓰러지고 용이 넘어진 듯하여 초당(草堂)에 의탁할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러므로 탄식하기를 “이로부터는 안색이 없게 되었다.”고 한 것이다.
74.남정(南征) 남으로 원정 가며
春岸桃花水(춘안도화수) : 봄 언덕에 복숭아꽃에 물들고
雲帆楓樹林(운범풍수림) : 구름 같은 돛 달고 단풍 숲을 간다.
偸生長避地(투생장피지) : 살기 위해 오랫동안 난리 난 땅 피해
適遠更霑襟(적원경점금) : 멀리 떠나며 다시 옷깃에 눈물 적신다.
老病南征日(노병남정일) : 늙고 병들어 남으로 가는 날
君恩北望心(군은배망심) : 임금의 은혜에 북녘을 바라보는 마음
百年歌自苦(백년가자고) : 백년 한 평생 노래가 스스로 괴롭고
未見有知音(미견유지음) : 참된 친구는 아직도 만나보지 못했도다.
75.노봉양양양소부입성(路逢襄陽楊少府入城) 성으로 들어가는 양양 양소부를 길에서 만나
原題 : 路逢襄陽楊少府入城戲呈楊四員外綰
성으로 들어가는 양양 양소부를 길에서 만나 사원(四員)외 양관에게 장난삼아 드리다
寄語楊員外(기어양원외) : 양원외랑에게 안부의 말 전하오니
山寒少茯苓(산한소복령) : 산이 차가워 나오는 복령이 적습니다.
歸來稍暄暖(귀내초훤난) : 돌아오면서 날이 조금 따뜻해지면
當爲斸靑冥(당위촉청명) : 푸른 하늘 아래 소나무를 파겠습니다.
翻動龍蛇窟(번동룡사굴) : 용사굴을 파서 뒤집어서라도
封題鳥獸形(봉제조수형) : 조수 모양의 복령을 포장하여 부치리라.
兼將老藤杖(겸장노등장) : 오래된 등나무 지팡이도 보내 드리려하니
扶汝醉初醒(부여취초성) : 취한 술에서 깨어나실 때에 몸 부축하소서.
76.녹두산(鹿頭山) 녹두산
鹿頭何亭亭(녹두하정정) : 녹두산이 어찌나 높은지
是日慰飢渴(시일위기갈) : 오늘에야 주림과 갈증을 면하겠도다.
連山西南斷(연산서남단) : 연이은 봉우리 서남쪽에서 끊어지고
俯見千里豁(부견천리활) : 천리 널따란 땅을 굽어볼 수 있도다.
遊子出京華(유자출경화) : 나그네 서울 떠나서
劍門不可越(검문부가월) : 검문산을 넘지 못한다 하니
及茲險阻盡(급자험조진) : 여기서부터는 험하고 막힌 바 없어
始喜原野濶(시희원야활) : 비로소 평야의 훤함에 기뻐지는구나.
殊方昔三分(수방석삼분) : 이 지방은 옛날 셋으로 나누어져
霸氣曾間發(패기증간발) : 일찍이 패왕의 기운이 간간이 있었지만
天下今一家(천하금일가) : 지금은 천하가 한 가족이 되었도다.
雲端失雙關(운단실쌍관) : 구름 끝 험한 두 관문 없는 듯하여
悠然想揚馬(유연상양마) : 아득히 양웅과 사마상여 생각하노라.
繼起名硉兀(계기명률올) : 잇달아 일어난 이름난 사람들
有文令人傷(유문령인상) : 그 문장 있어 사람들 상심케 하는구나.
何處埋爾骨(하처매이골) : 그 어디에 그대들의 뼈가 묻혀있는가
紆餘脂膏地(우여지고지) : 넓고 기름진 고장들
慘澹豪俠窟(참담호협굴) : 참담한 호걸들의 고장이로다.
仗鉞非老臣(장월비노신) : 노숙한 신하가 다스리지 않았다면
宣風豈專達(선풍개전달) : 어진 풍속이 어찌 이루어졌겠는가?
冀公柱石姿(기공주석자) : 기공은 주춧돌 같은 자질이어서
論道邦國活(논도방국활) : 도덕을 논하며 나라를 살리고 있다.
斯人亦何幸(사인역하행) : 이런 분이 또한 어찌 다행하지 않으리오.
公鎭踰歲月(공진유세월) : 기공께서 부임한지 한 해가 넘어가는구나.
77.다병집열봉회리상서지방(多病執熱奉懷李尙書之芳) - 두보(杜甫)
병이 잦아 더위를 먹으니 이지방(李之芳) 상서(尙書)를 생각하노라
衰年正苦病侵凌(쇠년정고병침능) : 늘그막에 정말 괴로운 것은 병드는 것이니
首夏何須氣鬱蒸(수하하수기울증) : 초여름에 어찌 이리 날씨 무더운가?
大水淼茫炎海接(대수묘망염해접) : 큰물은 아득하여 찌는 바다에 닿아 있고
奇峯硉兀火雲升(기봉률올화운승) : 기이한 봉우리 우뚝하니 불같은 구름에 오르네.
思霑道暍黃梅雨(사점도갈황매우) : 길에 더위 먹은 이들 황매우(黃梅雨)에 젖기를 생각할 뿐
敢望宮恩玉井冰(감망궁은옥정빙) : 임금의 은혜로 하사하는 옥정(玉井)의 얼음을 감히 바라리오.
不是尙書期不顧(불시상서기불고) : 상서(尙書)와의 약속을 돌아보지 않음이 아니라
山陰夜雪興難乘(산음야설흥난승) : 산음(山陰)의 눈 오는 밤처럼 흥을 탈 수가 없어서라네.
78단가행증왕랑사직(短歌行贈王郎司直) 단가행을 사직 왕랑에게 주다
王郎酒酣拔劍斫地歌莫哀(왕낭주감발검작지가막애) : 왕랑이 취하여 칼을 뽑아 땅을 치며 막애를 노래하지만
我能拔爾抑塞磊落之奇才(아능발이억새뇌낙지기재) : 나는 그대의 누르고 막는 뇌락한 기이한 재능을 뽑을 수 있도다.
豫章翻風白日動(예장번풍백일동) : 예장 나무는 바람에 펄럭이며 대낮의 해를 움직이고
鯨魚跋浪滄溟開(경어발낭창명개) : 고래가 물결을 밟으며 푸른 바다를 여는구나.
且脫劍佩休徘徊(차탈검패휴배회) : 잠시 패용한 칼을 풀어놓고서 배회하기를 그치고
西得諸侯棹錦水(서득제후도금수) : 서방에서 제후를 얻어 비단빛 물결에 노를 젖는다.
欲向何門趿珠履(욕향하문삽주리) : 어느 문을 향하여 가서 구슬 집어 밟으려하나
仲宣樓頭春色深(중선누두춘색심) : 중선이 배의 다락 머리에 있는데 봄빛은 짙어간다.
靑眼高歌望吾子(청안고가망오자) : 푸른 눈과 높은 소리로 노래하며 나를 바라보니
眼中之人吾老矣(안중지인오노의) : 눈에 비친 사람인 내가 이미 늙었구나.
79.단오일사의(端午日賜衣) 端午日에 옷을 下賜받다
宮衣亦有名(宮衣亦有名) : 宮闕서 주는 옷에 내 이름도 있어
端午被恩榮(端午被恩榮) : 端午日에 임금님의 恩惠 입었도다.
細葛含風軟(細葛含風軟) : 가는 베옷은 바람 머금은 듯 부드럽고
香羅疊雪輕(香羅疊雪輕) : 香氣로운 비단(緋緞)은 쌓인 눈처럼 가볍구나.
自天題處濕(自天題處濕) : 皇帝의 하사(下賜)글은 아직 젖어있는데
當暑著來淸(當暑著來淸) : 더위를 當하여 옷을 입어보니 시원하다.
意內稱長短(意內稱長短) : 마음속으로 길이가 맞는다고 여겨서
終身荷聖情(終身荷聖情) : 終身토록 따뜻한 皇帝의 情을 간직하리다.
80.단청인증조패장군(丹靑引贈曹霸將軍) 조패 장군에게 단청인을 드리며
將軍魏武之子孫(장군위무지자손) : 장군은 위나라 무재의 자손인데
于今爲庶爲靑門(우금위서위청문) : 지금은 서민이 되어 한미한 집안이 되었다.
英雄割據雖已矣(영웅할거수이의) : 영웅할거의 시대는 이미 다지나갔지만
文采風流今尙存(문채풍류금상존) : 문체와 풍류는 아직도 남아있네.
學書初學衛夫人(학서초학위부인) : 글씨를 배우기는 처음 위부인에게서 배웠는데
但恨無過王右軍(단한무과왕우군) : 왕 우군을 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丹靑不知老將至(단청부지노장지) : 단청에 자신이 늙는 줄도 모르고
富貴于我如浮雲(부귀우아여부운) :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 같다고 했다.
開元之中常引見(개원지중상인견) : 개원의 날에는 항상 불리어가
承恩數上南熏殿(승은삭상남훈전) : 임금의 은혜를 입어 몇 번이나 남훈전에 올랐다네.
凌煙功臣少顔色(능연공신소안색) : 능연각의 공신들 얼굴이 낡았는데
將軍下筆開生面(장군하필개생면) : 장군이 한번 붓질하니 얼굴이 생동했네.
良相頭上進賢冠(량상두상진현관) : 훌륭한 재상의 머리에는 진현관이요.
猛將腰間大羽箭(맹장요간대우전) : 용맹한 장군의 허리에는 대우전이네.
褒公鄂公毛發動(포공악공모발동) : 포공과 악공의 머리털은 일어나고
英姿颯爽猶酣戰(영자삽상유감전) : 영민한 자태와 힘찬 모습은 오히려 전쟁을 즐기는 듯
先帝天馬玉花驄(선제천마옥화총) : 현종 황제가 타시던 천마와 옥화총을
畫工如山貌不同(화공여산모부동) : 화공들이 산 같이 많아도 모습이 같지 않았네.
是日牽來赤墀下(시일견내적지하) : 이 날에 끌어내려 붉은 섬돌 위 뜰에 놓으니
逈立閶闔生長風(형립창합생장풍) : 멀리 창합에 서니 긴 바람 일어난다.
詔謂將軍拂絹素(조위장군불견소) : 조칙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 펼치니
意匠慘淡經營中(의장참담경영중) : 마음속으로 깊숙이 그림을 구상하시네.
斯須九重眞龍出(사수구중진룡출) : 이 잠깐 사이에 궁궐에서 참 용이 나타나니
一洗萬古凡馬空(일세만고범마공) : 만고의 평범한 말 한 번에 씻어 없애네.
玉花卻在御榻上(옥화각재어탑상) : 혹화 총 한 마리 도리어 어탑 위에 있어
榻上庭前屹相向(탑상정전흘상향) : 뜰 앞의 어탑위에 옥화총과 서로 마주 대하였네.
至尊含笑催賜金(지존함소최사금) : 임금은 미소를 머금고 금을 주라 재촉하고
圉人太仆皆惆悵(어인태부개추창) : 어인과 태복은 모두 실망하고 있네.
弟子韓干早入室(제자한간조입실) : 제자 한간이 일찍부터 배웠으나
亦能畫馬窮殊相(역능화마궁수상) : 말은 그려도 끝내 조금도 닮지 못하고
干惟畫肉不畫骨(간유화육부화골) : 말의 살을 그려도 뼈는 못 그리네.
忍使驊騮氣凋喪(인사화류기조상) : 그림의 명마인 화류들이 기가 다 죽어있네.
將軍畫善蓋有神(장군화선개유신) : 장군은 그림도 좋고 정신이 살아있네.
偶逢佳士亦寫眞(우봉가사역사진) : 우연히 만난 명사들도 실물처럼 그렸네.
卽今漂泊干戈際(즉금표박간과제) : 전쟁 중인 요즈음은 떠돌면서
屢貌尋常行路人(누모심상항노인) : 보통의 길가는 사람들을 자주 사생하네.
涂窮反遭俗眼白(도궁반조속안백) : 지극히 가난한데다가 사람들이 백안시하여
世上未有如公貧(세상미유여공빈) : 세상엔 조공처럼 가난한 사람 아직 없다네.
但看古來盛名下(단간고내성명하) : 다만 보나니, 옛날부터 천하에 이름 이룬 사람
終日坎壈纏其身(종일감람전기신) : 죽도록 불우함이 그 몸을 얽매는 것을
81.당성(堂成) 집이 다 지어지다
背郭堂成蔭白茅(배곽당성음백모) : 성 밖에 띠풀로 덮은 집 한 채를 짓고 보니
緣江路熟俯靑郊(연강로숙부청교) : 강가에는 길이 나고 푸른 들이 발아래 있네.
榿林礙日吟風葉(기림애일음풍엽) : 해를 가리는 기림의 나뭇잎들은 바람을 노래하고
籠竹和烟滴露梢(롱죽화연적로초) : 연무 속 죽림의 댓잎 끝에서는 이슬방울이 떨어지는데
暫止飛烏將數子(잠지비오장수자) : 까마귀는 잠깐 쉬었다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가고
頻來語燕定新巢(빈래어연정신소) : 뻔질나게 찾아와 지저귀던 제비는 새 둥지를 틀었네.
旁人錯比楊雄宅(방인착비양웅댁) : 사람들이 잘못 알고 양웅의 집 같다 하는데도
嬾惰無心作解嘲(난타무심작해조) : 게을러서 《해조》 같은 글 쓸 생각 하지도 않네.
* 堂成 : ‘堂’은 초당(草堂)이 완공된 것을 가리킨다. * 背郭 : 성곽을 배경으로 한 것을 가리킨다.
* 緣江路熟 : 초당을 지은 곳이 완화계(浣花溪) 위쪽에 초당을 지었는데 완화계에서 가까운 곳에 금강(錦江)이 흐르고 있었다. ‘숙로(熟路)’는 강변에 원래 길이 없다가 초당이 지어진 후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길이 생긴 것을 가리킨다. ‘부청교(俯靑郊)’라고 한 것을 보면 초당이 들녘보다 조금 높은 곳에 지어진 것을 알 수 있다.
* 桤 : 자작나뭇과의 낙엽교목이다. 어린잎은 차(茶)의 대용품으로 쓴다. 촉(蜀)에서는 대죽(大竹)을 농죽(籠竹)이라 불렀다.
* 揚雄 : 서한(西漢) 말기의 사부가(辭賦家)로 그의 집이 성도 서남쪽에 있었는데 당호를 초현당(草玄堂)이라고 했다. 그는 항상 문을 닫아놓고 《태현경太玄經》의 초안을 작성했는데, 사람들이 초안을 쓰고 검은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것을 놀리는 소리를 듣고 「해조解嘲」란 글을 쓰기도 했다. ‘착비(錯比)’라고 한 것은 양웅이 죽을 때까지 촉에서 살았던 것과 달리 두보는 「봉송엄공입조십운(奉送嚴公入朝十韻)」이란 시에서 ‘이번 생을 어떻게 촉에서 늙을 수 있겠는가 / 죽지 않으면 반드시 중원으로 돌아가리라’고 했을 만큼 촉에서 오래 머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 解嘲 : 양웅이 쓴 글의 제목이다.
건원乾元 2년(759) 세밑에 동곡同谷에서 성도成都로 온 두보는 백화담(百花潭) 북쪽 만리교(萬里橋) 옆에 초당을 짓기 시작했는데 이 시는 이듬해인 상원(上元) 원년(760) 봄 초당을 다 짓고 나서 지은 것이다.
82.대력이년구월삼십일(大曆二年九月三十日) 대력 2년 9월 30일
爲客無時了(위객무시료) : 나그네 되는 것을 그칠 날이 없으니
悲秋向夕終(비추향석종) : 가을을 슬퍼함도 저녁 향해 끝이어라.
瘴餘夔子國(장여기자국) : 더위는 기자의 나라에 남아있고
霜薄楚王宮(상박초왕궁) : 서리는 초왕의 궁궐에 엷게 깔려 있어라.
草敵虛嵐翠(초적허람취) : 풀은 빈 아지랑이 푸른빛과 겨루고
花禁冷蘂紅(화금랭예홍) : 꽃은 찬 꽃봉오리 붉음을 금하였어라.
年年小搖落(년년소요락) : 해마다 흔들리어 떨어짐이 적어서
不與故園同(불여고원동) : 옛 동산과 더불어 같지 않아라.
83.대설(對雪)1 눈을 바라보며
戰哭多新鬼(전곡다신귀) : 싸움터의 새귀신들 슬피 통곡하고
愁吟獨老翁(수음독노옹) : 늙은이 홀로 슬픔을 읊으니
亂雲低薄暮(난운저박모) : 흐트러진 저녁 구름 낮게 덮이고
急雪舞廻風(급설무회풍) : 쏟아지는 백설은 바람에 춤을 추네.
瓢棄樽無綠(표기준무록) : 단지에 술이 없어 표주박 버려 졌고
爐存火似紅(노존화사홍) : 화로에 불이 꺼져 차디차구나.
數州消息斷(수주소식단) : 지방의 소식이 모두 끊겼으니
愁坐正書空(수좌정서공) : 근심스럽게 앉아서 허공에 글만 쓰네.
* 戰哭 : 싸움터에서 통곡함 * 新鬼 : 새로 전사한 영혼 * 愁吟 : 수심에 싸여 읊조림
* 亂雲 : 흐트러진 구름 * 薄暮 : 황혼 * 廻風 : 돌풍 * 瓢棄 : 쪽박을 버림.
* 樽無綠 : 단지에 술이 없음 * 火似紅 : 불이 꺼짐 * 正書空 : 허공에 글을 씀
756년에 房琯이 이끈 陳陶(진도) 패전 후 靑坡에서 또 패했으니 불안 초조가 겹쳐 가난. 그리고 지방소식 끈긴 상태로 장안에 앉아 근심스럽게 허공에 글을 쓰고 있다. 이시를 보면. 우수에 찬 답답함을 씻어주는 표현의 신선미와 박력이 넘치고 있다. 안록산의 난에 대한 참상을 위의 시에서 그렸고 그것은 역사의 기록이기도 했다.
죽은 자의 귀신의 통곡이 두보의 귀에는 들렸거니. 전쟁은 비통하고 슬펐다. 위의 시는 그런 우수를 묘사한 시라 하겠다. 백설은 춤추고 불이 꺼진 화로에 앉아 근심에 젖은 두보는 허공에 시를 쓰는구나.
84.對雪(대설)2 내리는 눈을 보며
北雪犯長沙(북설범장사) : 북녘에 내리는 눈 모래벌판 덮고
胡雲冷萬家(호운냉만가) : 변경의 짙은 구름 햇빛 가려 추운데
隨風且間葉(수풍차간엽) : 바람은 제멋대로 잎 사이로 불고
帶雨不成花(대우불성화) : 비까지 몰고 와 꽃 못 피게 하네.
金錯囊垂罄(금착낭수경) : 금착도 넣어둔 주머니 텅텅 비어서
銀壺酒易賒(은호주역사) : 은으로 만든병 술과 바꾸려했더니
無人竭浮蟻(무인갈부의) : 술파는 이 없고 술마저 바닥이 나
有待至昏鴉(유대지혼아) : 기다리다 해 지고 까마귀 날아드네.
* 胡雲 : 서북쪽에서 몰려오는 구름. * 隨風 : 바람이 부는 대로 내버려 두다.
* 金錯 : 착금도(錯金刀). 서한(西漢) 말년 왕망(王莽)이 황권을 찬탈한 기간 동안에 단행한 화폐개혁을 통해 사용된 금(金)을 상감해서 만든 화폐. ‘일도평오천(一刀平五千)’이라는 다섯 글자가 새겨져 있다. 금착도(金錯刀)나 착도(錯刀)는 속칭이다.
원래, 황금으로 장식한 佩刀를 가리키는데, 後漢 桓帝 때에 武陵 五溪의 蠻夷가 난을 일으키자 환제가 車騎將軍 馮緄에게 南征을 명하면서 金錯刀 한 자루를 내렸던 데서, 전하여, 남에게 선사하는 진귀한 禮品의 뜻으로 쓰였다.
* 垂 : ‘도(徒)’를 쓴 작품도 있음. * 罄 : 비다. 공허하다. 다하다. 다되다. 보이다.
* 浮蟻 : 부의주(浮蟻酒). 동동주. 술 위에 뜬 쌀알이 개미 같아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85.대우서회주요허주부(對雨書懷走邀許主簿) 비를 대하고 마음을 적어 달려가 허주부를 맞게 하다
東嶽雲峰起(동악운봉기) : 동악에 구름이 봉우리에 일어
溶溶滿太虛(용용만태허) : 아득히 흘러 하늘에 가득하다.
震雷翻幕燕(진뇌번막연) : 진동하는 우뢰는 장막의 제비를 뒤집고
驟雨落河魚(취우낙하어) : 소나기에 강물의 물고기 솟아 떨어지게 한다.
座對賢人酒(좌대현인주) : 앉아서 현인의 술 백주를 마주하면
門聽長者車(문청장자거) : 문에서는 귀인의 수레 오는 소리 들린다.
相邀愧泥濘(상요괴니녕) : 맞아 모시자니 진흙탕이 부끄러우니
騎馬到堦除(기마도계제) : 말을 타신 채로 섬돌까지 닿아오세요.
86.대운사찬공방 사수(大雲寺贊公房 四首) 대운사 찬공(贊公) 스님의 방에서
1. 心在水精域(심재수정역) : 마음이 수정같이 맑아지고
衣霑春雨時(의점춘우시) : 옷은 봄비에 젖는구나.
洞門盡徐步(동문진서보) : 마주한 문마다 천천히 걷는 사람들
深院果幽期(심원과유기) : 오래 생각한 조용한 사원에 찾아왔네.
到扉開復閉(도비개복폐) : 사립문에 이르자 열렸다가 다시 닫히고
撞鐘齋及玆(당종재급자) : 종을 치니 스님들 재하려 모이네.
醍醐長發性(제호장발성) : 시원한 제호 탕은 불성을 돕고
飮食過扶衰(음식과부쇠) : 음식은 늙은이 분수에 넘치네.
把臂有多日(파비유다일) : 손을 마주잡고 여러 날을 지내는데
開懷無愧辭(개회무괴사) : 가슴을 열어(속마음) 터놓아도 부끄럽지 않네.
黃鸝度結構(황리도결구) : 노란 꾀꼬리가 불전에 넘나들고
紫鴿下罘罳(자합하부시) : 자줏빛 비들기가 그물 밑으로 내려앉네.
愚意會所適(우의회소적) : 내 마음이 마땅한 곳을 만나니
花邊行自遲(화변행자지) : 꽃밭에서 거니는 발걸음 절로 더디네.
湯休起我病(탕휴기아병) : 탕휴가 나의 병든 몸(문장 癖)을 일으켜
微笑索題詩(미소색제시) : 시를 지어 달라고 미소로 말하네.
* 醍醐 : 우유에 갈분을 타서 미음같이 쑨 죽
2. 細軟靑絲履(세연청사리) : 가늘고 부드러운 청색 비단 신
光明白疊巾(광명백첩건) : 윤기 나는 흰 명주 손수건이로다.
深藏供老宿(심장공노숙) : 깊이 간직한 늙은 스님 것인데
取用及吾身(취용급오신) : 나 자신도 받아쓰게 되었네.
自顧轉無趣(자고전무취) : 스스로 생각해봐도 멋이란 없는데
交情何尙新(교정하상신) : 사귀는 정분은 어찌 이리도 새로운가?
道林才不世(도림재부세) : 도림은 재주가 세상에 드문 스님
惠遠德過人(혜원덕과인) : 혜원의 덕망 세상 사람과 다르도다.
雨瀉暮簷竹(우사모첨죽) : 저물녘 처마 밑 대나무에 비 뿌리고
風吹春井芹(풍취춘정근) : 바람은 우물가 미나리에 불어온다.
天陰對圖畫(천음대도화) : 날이 어둑하여 벽 그림을 대하니
最覺潤龍鱗(최각윤룡린) : 그림 속 용 비늘이 비에 젖은 듯하네.
3. 燈影照無睡(등영조무수) : 깜박이는 등불에 잠을 못 이루며
心淸聞妙香(심청문묘향) : 오묘한 향기로 마음까지 맑아지네.
夜深殿突兀(야심전돌올) : 밤이 깊어 전각(불전)이 우뚝 솟아
風動金琅璫(풍동금랑당) : 바람이 불어 금빛 풍경을 흔드네.
天黑閉春院(천흑폐춘원) : 하늘 어두워 봄날 사원을 뒤덮고
地淸棲暗芳(지청서암방) : 땅이 맑아 꽃들의 향기가 서리네.
玉繩逈斷絶(옥승형단절) : 옥승은 멀리 끊어져 보이지 않고
鐵鳳森翶翔(철봉삼고상) : 쇠봉황은 살아 하늘로 날아오를 듯하네.
梵放時出寺(범방시출사) : 독경소리가 때로 절 밖에까지 들리고
鐘殘仍殷牀(종잔잉은상) : 은은한 종소리 침상을 파고드네.
明朝在沃野(명조재옥야) : 내일 아침 기름진 들판에 있겠지만
苦見塵沙黃(고견진사황) : 괴롭게도 가득한 더러운 먼지 바라보겠네.
4. 童兒汲井華(동아급정화) : 아이는 정화수를 긷는데
慣捷甁在手(관첩병재수) : 익숙하게 손으로 병에 담네.
霑灑不濡地(점쇄불유지) : 가볍게 물을 뿌려 땅이 젖지 않고
掃除似無箒(소제사무추) : 비질을 하지 않은 것 같이 청소를 했네.
明霞爛複閣(명하란복각) : 밝은 노을이 겹겹이 누각을 비추고
霽霧搴高牖(제무건고유) : 짙은 안개 개이니 높은 창문이 드러나네.
側塞被徑花(측새피경화) : 좁은 길에 가득 덮인 꽃
飄颻委墀柳(표요위지류) : 회오리바람에 휘날리는 정원의 버드나무
艱難世事迫(간난세사박) : 세상일은 너무나 어려운데
隱遁佳期後(은둔가기후) : 은둔의 좋은 때를 놓쳐버렸네.
晤語栔深心(오어계심심) : 흉금을 터놓고 깊은 마음 나누니
那能總鉗口(나능총겸구) : 어떻게 세상일에 입의 다물 수 있겠는가?
奉辭還杖策(봉사환장책) : 시를 바치고 지팡이 찾아 나서는데
暫別終回首(잠별종회수) : 잠시 헤어짐에 고개 돌려 바라보네.
泱泱泥洿人(앙앙니오인) : 깊고 넓은 진흙웅덩이에 사람을 빠트리고
狺狺國多狗(은은국다구) : 으르렁대는 개들이 나라에 많기도 하네.
旣未免羈絆(기미면기반) : 이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時來憩奔走(시래게분주) : 때가 되면 바삐 떠나겠네.
近公如白雪(근공여백설) : 흰 눈과 같은 공(公) 가까이 있으니
執熱煩何有(집열번하유) : 뜨거운 마음의 번뇌 다 사라지네.
87.도보귀행(徒步歸行)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다
明公壯年値時危(명공장년치시위) : 공께서는 한창 나이에 나라의 위기를 만나
經濟實藉英雄姿(경제실자영웅자) : 영웅의 자질로 나라와 백성을 구하셨는데
國之社稷今若是(국지사직금약시) : 종묘와 사직이 지금처럼 난리 중에 있을 때
武定禍亂非公誰(무정화란비공수) : 공 아니면 누가 군대를 이끌어 평정하겠습니까?
鳳翔千官且飽飯(봉상천관차포반) : 봉상현 관리들 그럭저럭 밥을 먹고 살면서
衣馬不復能輕肥(의마불부능경비) : 좋은 옷과 살찐 말 누릴 수는 없겠지만
靑袍朝士最困者(청포조사최곤자) : 관복도 없는 조정의 신하로 어려움을 겪으며
白頭拾遺徒步歸(백두습유도보귀) : 백발의 습유가 걸어서 행재소로 가는 중입니다.
人生交契無老少(인생교계무노소) : 벗을 사귈 때 나이가 무슨 문제이며
論交何必先同調(논교하필선동조) : 교우를 논할 때 형식을 따질 일도 아닐 테니
妻子山中哭向天(처자산중곡향천) : 산 속에서 울고 있는 처자식들을 생각해서
須公櫪上追風驃(수공력상추풍표) : 마구간의 말 한 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明公(명공): 이름 있는 사람에 대한 경칭
* 壯年(장년): 남자 나이 3,40대를 가리킨다. 육유陸游는 「縱筆」이란 시에서 ‘壯年行出塞, 晩歲病還家(장년에야 변방으로 군인으로 나갔다가 / 늙고 병든 몸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네)’라고 읊었다.
* 經濟(경제): 경세제민經世濟民, 즉 세상을 다스려 백성들을 어려움에서 구해내는 것을 가리킨다. 매요신梅堯臣은 「汴渠」란 시에서 ‘我實山野人, 不識經濟宜(나는 실로 산과 들녘을 쏘다니던 사람이라 /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네)’라고 하였다.
* 武定(무정): 군대를 이끌어 난리를 평정하는 것을 가리킨다.
* 衣馬輕飛(의마경비): ⟪논어論語⋅옹야雍也⟫에서 ‘乘馬肥, 衣輕裘(살찐 말을 타고 가벼운 가죽옷을 입었다).’라고 한 이후 살림에 여유가 있는 것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두보는 「秋興」(제3수)이란 시에서도 ‘同學少年多不賤, 五陵衣馬自輕肥(함께 공부한 사람들 하나같이 가난에서 벗어나 / 장안에서 귀하신 몸 되어 있다네)’라고 하였다.
* 朝士(조사): 조정에서 일하는 관원官員을 가리킨다.
* 交契(교계)와 論交(논교): 모두 벗으로 사귀는 것을 가리킨다. 진사도陳師道는 「贈魯直」이란 시에서 ‘相逢不用蚤, 論交宜晩歲(만나는 때가 일러야 할 필요 없지만 / 교유를 논하는 건 지긋한 나이라야지)’라고 하였다.
* 同調(동조): 주장이나 뜻하는 바가 일치하는 것을 가리킨다.
* 櫪(력): 말구유. 여기서는 마구간으로 새겨 읽었다.
* 追風驃(추풍표): 말이 바람처럼 빠르게 달리는 모양을 가리킨다. ‘追風’은 준마의 이름이기도 하다. ⟪고금주古今注⟫에서 ‘秦始皇七馬, 一曰追風(진시황에게 준마 일곱 마리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의 이름이 추풍이었다).’이라고 했다. ⟪광운廣韻⟫에서 ‘馬黃白色曰驃(말의 털 빛깔이 황백색인 것을 ‘표’라고 한다).’라고 했다.
* 숙종(肅宗) 지덕(至德) 원년(756)에 쓴 것이다.
두보는 시를 짓고 스스로 ‘贈李特進, 自鳳翔赴鄜州途經邠州作.’이란 주를 달아 이 시가 봉상에서 부주로 가던 도중 빈주를 지날 때 이특진이란 사람에게 지어 올린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특진’은 고선지를 따라 발률국을 평정한 장군 이사업(李嗣業)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름이라기보다 특진관(特進官)이란 이사업의 벼슬과 관련된 호칭으로 보인다.
* 천보天寶 15년 여름에 반란군이 동관(潼關)을 공격하자 봉선(奉先)에 있는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된 두보는 장안을 떠나 봉선에 있는 가족들을 데리고 백수(白水)로 가서 외숙 최소부(崔少府)의 집에 의탁해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현종이 장안을 비워두고 촉으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은 두보는 백수에서 부주(鄜州)로 가던 도중 빈주(邠州)를 지날 때 이 시를 지었는데, 시를 지은 이유는 빈주에 있던 이사업(李嗣業)에게 말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歸行’을 ‘행재소로 가는 길’로 읽은 것은 두보가 황제의 몽진 소식을 듣고 길을 나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인데, ‘白頭拾遺徒步歸’를 ‘백발의 습유가 걸어서 행재소로 간다’로 읽은 것도 두보가 이사업에게 말을 얻으려고 한 것이 단순히 걷는 게 힘들어서만은 아니라는 뜻으로 풀어 읽고 싶어서였다.
88.도죽장인(桃竹杖引)/(桃竹杖引贈章留後) 도죽 지팡이를 노래함
江心蟠石生桃竹(강심반석생도죽) : 강속의 반석(蟠石)에 도죽(桃竹) 자라니
蒼波噴浸尺度足(창파분침척도족) : 푸른 물결 뿜어내고 적셔 지팡이 크기에 족하였네.
斬根削皮如紫玉(참근삭피여자옥) : 뿌리 베고 껍질 벗기자 붉은 옥과 같으니
江妃水仙惜不得(강비수선석부득) : 강물의 여신인 수선(水仙)이 못내 아까워하였네.
梓潼使君開一束(재동사군개일속) : 재주자사(梓州刺史) 장이(章彛)가 도죽(桃竹) 한 다발 풀어놓으니
滿堂賓客皆歎息(만당빈객개탄식) : 당에 가득한 손님들 모두 감탄하였네.
憐我老病贈兩莖(연아로병증량경) : 나의 늙고 병듦 가엾게 여겨 두 개를 주니
出入爪甲鏗有聲(출입조갑갱유성) : 출입할 때에 발톱에서는 쨍그렁 소리 나누나.
老夫複欲東南征(노부복욕동남정) : 늙은 지아비 다시 동남쪽으로 가고자 하니
乘濤鼓枻白帝城(승도고설백제성) : 파도 타고 뱃전 두드리며 백제성(白帝城) 향하리라.
路幽必為鬼神奪(노유필위귀신탈) : 길이 으슥하여 반드시 귀신들이 빼앗으려 할 것이니
拔劍或與蛟龍爭(발검역여교룡쟁) : 칼 빼어들고 혹 교룡(蛟龍)과 다투기도 하리라.
重為告曰(중위고왈):다시 지팡이에게 고하기를
杖兮杖兮(장혜장혜) : 지팡이야! 지팡이야!
爾之生也甚正直(이지생야심정직) : 너의 자람 매우 정직하니
慎勿見水踴躍學變化為龍(신물견수용약학변화위룡) : 부디 물 보고 뛰어올라 변화하여 용 되는 것 배우지 말라.
使我不得爾之扶持(사아부득이지부지) : 나로 하여금 너의 부축을 받지 못하여
滅跡於君山湖上之青峰(멸적어군산호상지청봉) : 군산(君山) 동정호(洞庭湖) 위 푸른 봉우리에서 실종되게 하지 말라.
噫 風塵澒洞兮豺虎咬人(희 풍진홍동혜시호교인) : 아! 풍진(風塵) 자욱하고 승냥이와 호랑이 사람 물으니
忽失雙杖兮吾將曷從(홀실쌍장혜오장갈종) : 내 갑자기 두 지팡이 잃으면 장차 누구에게 부축 받을까?
* 桃竹 : 도지죽(桃枝竹)이라고 한다. 《두소릉집》에는 “贈章留後(증장유후)”라고 자주(自註)하였는 바, 장유후는 장이(章彛)로 그가 도죽(桃竹杖)을 보내 준 것에 대한 답례로 이 詩를 지은 것이다.
* 江妃 水仙 : 강의 여신 수선. 하백은 황하신의 전칭으로 낙수(落水)에 낙신(落神)이 있고, 강수(江水)에 강비(江妃)가 있고, 상수(湘水)에 상군(湘君), 상부인(湘夫人)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황하를 주재하는 하신(河神)으로 알려져 왔다.
* 梓潼使君 : 두보에게 도죽장(桃竹杖)을 보내준 재주자사(梓州刺史) 장이(章彛)를 가리킨다. 재주는 재동군(梓潼郡)인데 동쪽에 재림(梓林)이 있고 서쪽에 동수(潼水)가 있기 때문에 이름한 것이다.
* 爪甲 : 손톱과 발톱 * 白帝城 : 쓰촨 성 충칭 시 펑제 현의 장강삼협에 위치한 지명이다. 원명은 자양성(子陽城)이며, 장강 삼협 중 구당협(瞿塘峽)의 입구에 있다. 일찍이 공손술이 이 지역에 성을 쌓고 백제성으로 부른 것이 그 유래이다. 삼국시대 촉한의 건국자 유비가 이릉 전투에서 오나라에 패해 도주한 곳이 백제성이다. 유비는 후사를 제갈량에 맡긴 후 이 성에서 죽었다
* 蛟龍 : 뱀과 비슷한 몸에 비늘과 사지가 있고, 머리에 흰 혹이 있는 전설상의 용.물 속에 산다고 한다. 중국의 전국시대부터 한(漢)나라 때에 걸쳐서 그 모양이 청동기(靑銅器)에 사용되었다.
* 使我不得爾之扶持(사아부득이지부지) 滅跡於君山湖上之靑峰(멸적어군산호상지청봉): 김륭(金隆)의 《勿巖集(물암집)》4권에 “지팡이가 용(龍)으로 변화해 떠나가서 부지할 기력이 없으니, 이는 나로 하여금 군산(君山) 등지(等地)에서 종적을 잃게 만든 것이다.” 하였다.
* 군산 : 상산[湘山] 또는 동정산[洞庭山]이라고도 함.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악양현[岳陽縣] 서남쪽에 있는 동정호[洞庭湖] 가운데에 위치해 있음. 전설에 따르면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남쪽을 순수할 때 이곳에 머물렀다고 해서 군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함. * 豺虎 : 승냥이와 호랑이
89.독립(獨立) 홀로서서
空外一鷙鳥(공외일지조) : 허공에 한 마리 수리가 날고
河間雙白鷗(하간쌍백구) : 물가에는 한 쌍의 백구가 노닌다.
飄床搏繫便(표상박계편) : 문득 마루에 바람 날리어 기대고 스치면서
容易往來遊(용이왕래유) : 유유자적하게 이리저리 노닐고 있다.
草露亦多濕(초로역다습) : 이슬 머금은 수풀 역시 촉촉하건만
蛛絲仍未收(주사잉미수) : 거미는 줄을 거두지 않고 있네.
天機近人事(천기근인사) : 천지조화도 인간사와 가까우니
獨立萬端憂(독립만단우) : 홀로 서서 만 가지 수심에 쌓여 있네.
* 空外 : 허공 * 鷙鳥 : 사나운 새(수리) * 河間 : 물가 * 飄床 : 바람 날리는 마루
* 搏繫 : 스치고 기댄다 * 便 : 문득 * 蛛絲 : 거미줄 * 仍未收 : 거두지 않고 있음
* 獨立 : 홀로서서 * 萬端憂 : 온갖 걱정을 다함
이백이 두보를 살아생전 흠모해 마지않은 친구였는데 둘의 기풍은 서로 판이하지만 두보 시에서 가끔 이백의 문채(文彩)가 엿보이는 것은 그 둘의 의기가 가까웠음을 말해 준다. 두보는 풍류보다 현실의 삶을 읊으며 또 다른 경지를 이루었다.
90.독열기간최평사십륙제(毒熱寄簡崔評事十六弟)
지독히도 무더운 날 최평사 아우에게 편지를 부치다
大火運金氣(대화운금기) : 대화성이 금기운에 운행하니
荊揚不知秋(형양부지추) : 형주 양주에서 가을을 모르겠더라.
林下有塌翼(임하유탑익) : 수풀 아래는 날개 드리운 새가 있고
水中無行舟(수중무항주) : 물 가운데는 지나는 배가 하나 없어라.
千室但掃地(천실단소지) : 천개의 집이 다만 땅을 쓸고는
閉關人事休(폐관인사휴) : 문 닫고 사람의 일을 쉬고 있다.
老夫轉不樂(노부전부낙) : 늙은 사람이 갈수록 즐기지 못하니
旅次兼百憂(여차겸백우) : 나그네로 머무르니 백 가지 시름을 겹친다.
蝮蛇暮偃蹇(복사모언건) : 모진 뱀이 저녁에 기어 다니니
空床難暗投(공상난암투) : 빈 평상 어두운 곳 가기가 난감하다.
炎宵惡明燭(염소악명촉) : 더운 밤이라 밝은 촛불은 싫은데
況乃懷舊丘(황내회구구) : 하물며 옛 땅을 생각하랴.
開襟仰內弟(개금앙내제) : 가슴을 열고 집 안을 쳐다보니
執熱露白頭(집열노백두) : 더위를 잡아 하얀 머리를 드러낸다.
束帶負芒刺(속대부망자) : 허리띠를 두르니 가시를 맨 듯하고
接居成阻修(접거성조수) : 붙어사는 곳이 험하여 먼 길처럼 되었어라.
何當淸霜飛(하당청상비) : 어느 때라야 맑은 서리 날리고
會子臨江樓(회자림강누) : 너와 강물이 임하는 누대에서 만날까?
載聞大易義(재문대역의) : 큰 주역의 뜻을 들으며
諷詠詩家流(풍영시가류) : 글하는 집 사람들을 읊어보려나.
蘊藉異時輩(온자리시배) : 재주가 많아 당대의 무리들과 다르니
檢身非苟求(검신비구구) : 몸을 살펴서 구차히 구하지 아니하리라.
皇皇使臣體(황황사신체) : 영광스런 사신의 몸이니
信是德業優(신시덕업우) : 진실로 이 덕업이 넉넉하여라.
楚村擇杞梓(초촌택기재) : 초의 재목 중에 구기자와 가래나무를 가리고
漢苑歸驊騮(한원귀화류) : 한원에 화류마가 가는 듯하구나.
短章達我心(단장달아심) : 작은 글월로 내 마음을 이르노니
理爲識者籌(이위식자주) : 이치에 맞춰 알 사람이 헤아릴 것이니라.
91.독작(獨酌) 혼자서 술을 마심
步屧深林晩(보섭심림만) : 해질녘 깊은 숲속 짚신 신고 유유자적 거닐며
開樽獨酌遲(개준독작지) : 술 단지 열어 홀로 느긋하게 마시네.
仰蜂粘落絮(앙봉점락서) : 흩날려 떨어지는 버들 솜이 날아오르는 벌들에 붙고
行蟻上枯梨(항의상고리) : 줄지어 가는 개미떼들 말라붙은 배나무에 기어오르네.
薄劣慚眞隱(박렬참진은) : 얄팍하고 졸렬하여 참된 隱者(은자)에겐 부끄러워도
幽偏得自怡(유편득자이) : 그윽하고 외진 곳에 있으니 저절로 즐겁구나.
本無軒冕意(본무헌면의) : 본시 수레 타고 면류관 쓰고 잔 뜻이 없었지만
不是傲當時(불시오당시) : 그렇다고 지금 세상을 무시하지도 않는다네.
92.독작성시(獨酌成詩) 홀로 술 마시며 시를 쓰다
燈花何太喜(등화하태희) : 등불의 불꽃에 어찌 그리 반가웠던가!
酒綠正相親(주록정상친) : 푸른 술 마시려고 그랬나 보네.
醉裡從爲客(취리종위객) : 취한 중에 나그네 신세 무던히 여기고
詩成覺有神(시성각유신) : 시를 이루니 신의 도움이 있는데
兵戈猶在眼(병과유재안) : 난리가 아직도 눈앞에 있으니
儒術豈謀身(유슬기모신) : 유술로 어찌 이 한 몸 도모할 수 있으랴
苦被微官縛(고피미관박) : 괴롭게도 작은 벼슬에 묶여 있으니
低頭傀野人(저두괴야인) : 고개 숙여 야인에게 부끄러울 따름.
93.독좌(獨坐) 홀로 앉아서
悲愁回白首(비수회백수) : 슬픈 근심 안고 백발의 머리로 돌아보며
倚杖背孤城(의장배고성) : 지팡이에 기대어 외로운 성을 등지고 섰네.
江斂洲渚出(강렴주저출) : 강물이 줄어드니 모래톱이 드러나고.
天虛風物清(천허풍물청) : 하늘은 텅 비고 만물은 깨끗하네.
滄溟服衰謝(창명복쇠사) : 창해를 생각하니 몸은 노쇠하여 시들었고.
朱紱負平生(주불부평생) : 붉은 인끈을 받은 것이 평생의 뜻과는 어긋난다네.
仰羨黃昏鳥(앙선황혼조) : 황혼의 새들이 부러우니
投林羽翮輕(투림우핵경) : 날개 가볍게 접고 숲으로 돌아가누나.
* 悲愁 : 슬픈 근심. 悲秋(가을이 서러워)란 판본도 있다. * 洲渚 : 파도가 밀려 닿는 곳. 물가.
* 滄溟 : 넓고 큰 바다. 여기서는 강촌을 뜻한다고도 한다. * 服 : 생각하다. 恨이란 판본도 있다.
* 衰謝 : 늙어 쇠약하고 시들음. 쇠퇴(衰退). * 朱紱 : 관리가 차는 붉은 인끈. 인끈은 병권을 가진 무관이 발병부(發兵符) 주머니를 매어 차던 길고 넓적한 녹비 끈.
* 負平生 : 평생의 뜻과는 어긋나다. * 仰羨 : 우러러 부러워함. * 羽翮 : 새의 깃. 새의 날개죽지.
이 시는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唐) 광덕(光德) 2년(764) 두보의 53세 때 지은 시로 당시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幕下)가 되었다. 뜻하지 않은 벼슬에 올라 타향인 성도(成都)에서 홀로 앉아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다음 해인 765년 두보는 막부를 떠나 완화 초당으로 돌아갔다. 767년 기주 동둔(東屯)에서 지은 독좌2수가 전당시에 실려 있다.
94.독좌이수(獨坐二首) 홀로 앉아서
其一
竟日雨冥冥(경일우명명) : 온종일 비가 자욱이 내리니
雙崖洗更青(쌍애세갱청) : 양안 벼랑은 씻겨져 더욱 푸르네.
水花寒落岸(수화한락안) : 물보라는 쌀쌀한 강기슭에 떨어지고
山鳥暮過庭(산조모과정) : 산새는 저물녘 뜰을 지나 날아가네.
暖老須燕玉(난로수연옥) : 늙은 몸 따스하려면 마땅히 연옥(燕玉)이 필요하고
充飢憶楚萍(충기억초평) : 주린 배를 채우고자 초평(楚萍)을 생각하네.
胡笳在樓上(호가재루상) : 성루에서 들려오는 갈잎피리 소리
哀怨不堪聽(애원불감청) : 애원하는 듯한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네.
* 竟日 : 온종일. 하루 종일. 竟(경)은 이어지다. 걸치다. * 冥冥 : 어두움. 어둑어둑한 상태, * 雙崖 : 양안 절벽.
* 水花 : 물보라. 떨어지는 물방울이 만들어낸 꽃의 모양. * 燕玉 : 연(燕)나라 땅에서 나는 옥. 연나라의 미녀를 지칭한다.
* 楚萍 : 초나라 소왕이 강을 건너다가 얻었다는 대단히 큰 평실(萍實). 평실(萍實)은 부평초, 개구리밥을 말한다.
* 胡笳 : 갈잎 피리. 호인(胡人)이 갈잎을 말아 만든 피리.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며 당 대종 대력 2년(767) 두보의 56세 때 기주(현 四川省)의 동둔(東屯)에서 지은 시이다. 두보는 765년 초당을 떠나 떠돌다가 767년 늦봄에 기주에 이르러 2년을 머문다.
其二
白狗斜臨北(백구사림북) :
黃牛更在東(황우경재동) :
峽雲常照夜(협운상조야) :
江月會兼風(강월회겸풍) :
曬藥安垂老(쇄약안수로) :
應門試小童(응문시소동) :
亦知行不逮(역지행불체) :
苦恨耳多聾(고한이다롱) :
95.동곡 칠가/건원중우거동곡현작가(同谷 七歌/乾元中寓居同谷縣作歌)
건원 연간에 동곡현(同谷縣)에 우거(寓居)하며 지은 노래
1. 有客有客字子美(유객유객자자미) : 나그네 나그네 그 이름은 자미
白頭亂髮垂過耳(백두난발수과이) : 헝크러진 흰 머리 귀를 덮었네.
歲拾橡栗隨狙公(세습상율수저공) : 해마다 저공 따라 밤 도토리 줍고
天寒日暮山谷裏(천한일모산곡리) : 추운 날 저물어 산속을 헤맨다.
中原無書歸不得(중원무서귀부득) : 중원에서 소식 없으니 돌아갈 수 없고
手脚凍皴皮肉死(수각동준피육사) : 손발이 얼어 트고 살이 썩어 가는구나.
嗚呼一歌兮歌已哀(오호일가혜가이애) : 아! 첫 번째 노래 슬프게 부르노라.
悲風爲我從天來(비풍위아종천래) : 바람도 슬피 나를 따라 불어내리네.
* 成縣 이곳에서 건원 2년에 잠시 살았음. * 有客 : 나그네가 있다 * 子美 : 두보의 자(字)
* 垂過耳 : 귀를 덮다 * 拾橡栗 : 밤. 도토리를 줍다. * 中原 : 낙양일대 * 凍皴 : 얼어 터짐
* 兮歌已哀 : 슬프게 노래함
2. 長鑱長鑱白木柄(장참장참백목병) : 긴 보습아 긴 나무자루야
我生託子以爲命(아생탁자이위명) : 우리생명 너에게 의지 하였네.
黃獨無苗山雪盛(황독무묘산설성) : 눈 덮인 산중에 흑토란 싹도 없고
短衣數晩不俺脛(단의삭만줄엄경) : 짧은 옷 자꾸 당겨보나 무릎 못 가리네.
此時與子空歸來(차시여자공귀래) : 이번에도 너와 같이 빈 수레로 돌아가니
男呻女吟四璧靜(남신여음사벽정) : 아이들 신음하고 집안이 공허하네.
嗚呼二歌兮歌始放(오호이가혜가시방) : 아! 두 번째 노래 목이 터질듯
閭里爲我色惆悵(여리위아색추창) : 마을사람 나를 위해 슬픈 표정 짓는다.
* 長鑱 : 긴 보습 * 白木柄 : 흰 나무자루 * 託子 : 내가 의지함 * 黃獨 : 흑토란. * 無苗 : 싹도 없다
* 數晩 : 여러 번 잡아당김 * 不俺脛 : 무릎을 가릴 수 없음 * 男呻女吟 : 남녀가 신음하다.
* 四璧靜 : 네 벽이 고요함 * 放 : 터져 나오다. * 閭里 : 마을 사람 * 色惆悵 : 처량하고 슬픈 안색
곤궁한 두보가 눈 덮인 산중으로 흑토란을 캐러 갔다. 빈손으로 돌아와 배고파 신음하는 아이들을 보고 슬픔에 겨워 지은 것으로 마을 사람들도 나를 위해 쓸쓸한 낯빛을 하는구나? 하고 한탄한다.
3. 有弟有弟在遠方(유제유제재원방) : 아우야 아우야 먼 땅에 있어
三人各瘦何人强(삼인각수하인강) : 세 사람 모두 야위어서 누가 튼튼하랴
生別展轉不相見(생별전전불상견) : 생이별로 전전하여 서로 보지 못하고
胡塵暗天道路長(호진암천도로장) : 황사에 하늘은 어둡고 길은 멀더라.
東飛駕鵝後鶖鶬(동비가아후추창) : 동으로 나는 거위야 뒤따르는 재두루미야
安得送我置汝傍(안득송아차여방) : 어찌 나를 너의 곁에 둘 수 없느냐
嗚呼三歌兮歌三發(오호삼가혜가삼발) : 오호라 셋째 노래여! 세 번 부르나니
汝歸何處收兄骨(여귀하처수형골) : 너희들 귀향하여 어디서 형의 뼈를 수습하랴
* 瘦 : 여위다. * 生別 : 생이별. * 展轉 : 輾轉 전전하다, 여러 곳을 거치다. * 胡塵 : 북방 사막의 황진
* 駕 : 멍에, 탈것. * 駕鵝 : 야생 거위. * 鶖鶬 : 뱀을 잡아 먹는 사나운 새, 황새두루미, 재두루미
* 安得 : 어찌~일 수 있겠는가? * 汝 : 너. * 傍 : 곁, 옆. * 三發 : 세 번 부르다
4. 有妹有妹在鍾離(유매유매재종리) : 누이야 누이야 종리에 사나니
良人早歿諸孤癡(양인조몰제고치) : 남편 일찍 죽고 자식들 어리더라.
長淮浪高蛟龍怒(장회낭고교룡노) : 기나긴 회수 파도는 높고 교룡은 노하여
十年不見來何時(십년불견내하시) : 못 본 지 십년 어느 때나 오려나.
扁舟欲往箭滿眼(편주욕왕전만안) : 작은 배 타고 가려니 화살이 빗발 같고
杳杳南國多旌旗(묘묘남국다정기) : 아득한 남국까지 깃발이 가득하나니
嗚呼四歌兮歌四奏(오호사가혜가사주) : 오호라 넷째 노래여! 네 번 연주하나니
竹林猿爲我啼淸晝(죽림원위아제청주) : 죽림의 원숭이 날 위해 맑은 낮에 울더라.
* 鍾離 : 지금의 안휘성 鳳陽(봉양). * 良人 : 부부간에 서로를 일컫는 말. * 孤 : 고아.
* 癡 : 어리다, 어리석다. * 淮 : 淮水, 강 이름. * 扁 : 작다. * 往 : 가다. * 箭 : 화살
* 杳 : 아득하다. * 旌旗 : (깃털을 단)기, 깃발. * 奏 : 연주하다. * 淸晝 : 맑은 날의 대낮
5. 四山多風溪水急(사산다풍계수급) : 사방 산에 바람 많고 계곡 물은 급한데
寒雨颯颯枯樹濕(한우삽삽고수습) : 찬비는 솨솨 고목을 적시더라.
黃蒿古城雲不開(황고고성운불개) : 개똥쑥 뒤덮인 고성 구름에 가려 있고
白狐跳梁黃狐立(백고조량황고립) : 흰여우 펄쩍 뛰고 황여우 서 있더라.
我生胡爲在窮谷(아생호위재궁곡) : 내가 어찌 살아서 깊은 산골에 있나
中夜起坐萬感集(중야기자만감집) : 한밤에 일어나 앉으니 만감이 서리는데
嗚呼五歌兮歌正長(오호오가혜가정장) : 오호라 다섯 번째 노래여! 정말 오래 부르나니
魂招不來歸故鄕(혼초불래귀고향) : 넋은 불러도 오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갔나.
* 飒 : 바람 소리. * 飒飒 : 솨솨. * 枯 : 마르다, 시들다. * 枯樹 : 枯木. * 濕 : 젖다, 축축하다
* 蒿 : 쑥. * 黃蒿 : 개똥쑥. * 跳 : 뛰다. * 梁 : 들보, 교량
* 跳梁 : 함부로 날뛰다, 깡충깡충 뛰다. 펄쩍 뛰다, 뛰어오르다.
* 胡爲 : 어찌. * 窮谷 : 깊은 산골짜기. * 長 : 길다, 오래다
6. 南有龍兮在山湫(남유룡혜재산추) : 남쪽에 용이 있어 산속의 못에 사나니
古木巃嵷枝相樛(고목용종기상규) : 고목이 우뚝 솟아 가지는 뒤엉켜 있고
葉黃落龍正蟄(엽황낙룡정칩) : 잎은 누렇게 떨어지고 용은 지금 칩거하는데
蝮蛇東來水上遊(복사동래수상유) : 살무사가 동쪽에서 와서 물 위에서 놀더라.
我行怪此安敢出(아행괴차안감출) : 어찌 감히 나올까 내가 가다 이것 괴이하여
拔劒欲斬且復休(발검욕참차부휴) : 칼 뽑아 베려다 일단 다시 멈추나니
嗚呼六歌兮歌思遲(오호육가혜가사지) : 오호라 여섯째 노래여! 장고하여 부르나니
溪壑爲我回春姿(계학위아회춘자) : 계곡은 나를 위해 봄의 자태로 돌아오더라.
* 湫 : 소, 늪, 못, 웅덩이, 강의 이름. * 山湫 : 산속의 늪
南有龍兮在山湫 : 현종이 서남쪽 촉땅으로 피난을 가서 살았다
* 巃 : 가파르다, 높다. * 嵷 : 산이 홀로 우뚝하다, 산봉우리가 우뚝 솟다. 높고 험하다
* 樛 : 휘다, 엉겨 붙다. * 正 : 바로, 막, 때마침, 지금, 바야흐로
* 蟄 : 숨다, 겨울잠을 자다. 칩거하다. * 蝮蛇 : 살무사
蝮蛇東來水上遊 : 안록산이 동쪽으로부터 장안으로 쳐들어와서 왕 노릇을 하였다.
* 拔 : 빼다. * 斬 : 베다. * 且 : 일단 * 遲 : 더디다. * 思遲(사지) : 長考(장고)하다.
* 溪 : 산골짝 시내. * 壑 : 골짜기, * 溪壑 : 물이 흐르는 산골짜기, 큰 계곡 * 回 : 화답하다
7. 南兒生不成名已老(남아생부상명이로) : 남아로 태어나서 이름 없이 몸 만 늙어
三年飢走荒山道(삼년기주황산도) : 삼년이나 거친 산을 굶주리며 돌았네.
長安卿相多少年(장안경상다소년) : 장안의 공경들 모두 젊은이 들이니
富貴應須致身早(부귀응수치신조) : 부귀는 모름지기 일직이 얻어야지
山中儒生舊相識(산중유생구상식) : 산중의 선비들 옛 친구들 많으나
但話宿昔傷懷抱(단화숙석상회포) : 오직 옛말하며 지난 회포만 푸네.
嗚呼七歌兮悄終曲(오호칠가혜초종곡) : 아! 일곱 번째 노래 홀연히 마친다.
仰視皇天白日速(앙시황천백일속) : 넓은 하늘 우러러 해는 더욱 빨리 가네.
* 長安卿相 : 숙종 즉위 후 젊은 관료가 다수 등용됨 * 宿昔 : 옛. * 傷懷抱 : 감상적으로 회포를 풀다
* 悄終曲 : 초연히 노래를 끝마침 * 皇天 : 넓은 하늘. * 白日速 : 해가 빨리 간다.
동곡에 10여 개월 살면서 연작 7 수를 남겼다. 이 처량한 정조의 시는 두보가 안록산(安祿山)의 난리를 당해 실제 굶주렸을 때 지은 것이고, 생계를 위해 도토리, 밤을 취한 고난의 생활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날 그 날 생활고에 시달린 두보는 스스로 자기 일생의 실패를 자인하고 있다. 이름도 없이 몸 만 늙은 한스러운 노래를 읊으며 하늘도 무심하게 세월만 빨리 가는구나. 그러나 무엇인가를 세상에 알리려는 처절함이 있지 않은가? 후대의 시인들이 이 시상에 공감하여 모방 모사하고 많은 창작품을 남기게 하기 도 하였다.
두보의 이 작품은 사회적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반영한 걸작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96.동관리(潼關吏) 동관의 관리
士卒何草草(사졸하초초) : 병사들이 왜 저렇게 애를 쓰고 있을까?
築城潼關道(축성동관도) : 동관 길목의 성을 보수하고 있는지
大城鐵不如(대성철불여) : 큰 성곽은 무쇠보다 더 견고하고
小城萬丈餘(소성만장여) : 작은 성은 만장(萬丈)보다 높이 있어라.
借聞潼關吏(차문동관리) : 잠간 동관의 관리에게 물어보니
修關還備胡(수관환비호) : 관문을 수리하여 외침을 막는다 하네.
要我下馬行(요아하마행) : 나로 하여금 말을 내리게 하여
爲我脂山隅(위아지산우) : 산모퉁이를 손으로 가리키네.
連雲列戰格(연운열전격) : 방어의 철책이 구름에 이어 지고
飛鳥不能踰(비조불능유) : 나는 새도 넘지를 못하겠더라.
* 潼關 : 협서성에 있는 낙양-장안간 요충지 * 草草 : 쩔쩔매며 고생함
* 鐵不如 : 쇠보다 더 견고함
* 萬丈餘 : 만길 보다 높이 * 還 : 다시 * 要我 : 나로 하여금
* 山隅 : 산모퉁이 * 連雲 : 높이 구름에 이어짐
* 戰格 : 방어 철책 * 踰 “ 넘어가다
안록산의 난중에서 가서한(哥舒翰)이 패전한 장안의 방어선
동관(潼關)을 지나던 두보가 그곳 성채 보수작업에 쩔쩔매며
고생하는 병사의 모습을 보고 관리에게 들은 정황을 빌어 요새의 패전을 회고한다.
胡來但自守(호래단자수) : 적이 처 들어오더라도 오직 이곳만 지킨다면
豈復憂西都(기복우서도) : 이제 다시는 장안을 걱정할 일이 없으니
丈人視要處(장인시요처) : 어르신은 보시요. 저 힘 있는 요새를
窄狹容單車(착협용단거) : 좁고 험해서 수레 한 대만이 겨우 지날 수 있다오.
艱難奮長戟(간난분장극) : 난리가 나더라도 긴 창을 휘두르면
萬古用一夫(만고용일부) : 단 한사람의 병사로도 여기를 지킬 수 있다오.
哀哉桃林戰(애재도림전) : 슬프도다. 지난 날 도림의 패전에서는
百萬化爲魚(백만화위어) : 백만 대군이 물고기 밥이 되었던 것을.
請囑防關將(청촉방관장) : 동관을 지키는 장군에게 간절히 부탁하노니
愼勿學哥舒(신물학가서) : 제발 삼가서 가서한처럼 패전을 본받지 마오.
* 潼關 : 陝西省(섬서성) 동쪽 渭南市(위남시)에 있는, 장안에서 낙양으로 통하는 요지.
이 때 相州(상주, 鄴城업성)에서 패한 관군이 동관을 보수하며 적을 대비하고 있었음.
* 丈人 : ‘어른’ 존칭. 동관리가 지은이 두보를 이른 말임.
* 要處 : 중요한 곳. 요충지. * 窄狹 : 폭이 아주 좁음.
* 艱難 : 전란이나 가난 등으로 몹시 곤란함.
* 用一夫 : 장정 하나만 소용됨.
* 桃林 : 河南省 靈寶縣(하남성 영보현)의 지명.
동관의 華山(화산) 동편 언덕으로 周武王(주 무왕)이 殷(은) 나라를 토벌하고 나서
城砦(성채)였던 여기에 소를 풀어 놓아 기르게 한 곳인데,
이후 소를 ‘桃林處士(도림처사)’라 별칭함.
玄宗 天寶(현종 천보) 15년(756) 6월 哥舒翰(가서한) 병마사가
반군 안록산 군사와 여기서 싸우다가 크게 패하여,
20만 관군 중 黃河(황하)에 익사한 병졸이 수만 명이었다고 함.
* 請囑 : 부탁함. 간절히 당부함. * 勿學 : 배우지 말라. 본받지 말라.
견고히 수축되는 성채를 보고 무리하게 많은 병사를 배치하여 고생시키지 말고
적은 수비대로 지혜롭게 방비하되 평시의 많은 준비를 하여
과거의 반란군 토벌에 패하여 많은 희생자를 낸 일은
되풀이 하지 말라는 충고를 장군에게 하고 있다.
* 두보 시의 삼리삼별(三吏三別) 중
삼리(三吏)는 신안리(新安吏), 동관리(潼關吏), 석호리(石壕吏)이며
세 마을 관리들의 혹독함을 적은 시이고,
삼별(三別)은 신혼별(新婚別), 무가별(無家別), 수노별(垂老別)이며
이별에 대한 슬픈 시이다.
98.동말이사지동도호성동우맹운경(冬末以事之東都湖城東遇孟雲卿) - 두보(杜甫)
겨울이 끝날 때에 일로 낙양에 갔다가 성 동쪽에서 맹운경을 만나
疾風吹塵暗河縣(질풍취진암하현) : 거센 바람 먼지를 날리어 하현이 어둑해져
行子隔手不相見(항자격수부상견) : 나그네는 한 손 거리 떨어져도 보이지 않는다.
湖城城東一開眼(호성성동일개안) : 호성의 동쪽에서 한 번 눈을 뜨고서
駐馬偶識雲卿面(주마우식운경면) : 말을 멈추고 우연히 운경의 얼굴을 알라보았다.
向非劉顥爲地主(향비류호위지주) : 만약 유호가 땅의 주인이 아니라면
懶回鞭轡成高宴(나회편비성고연) : 좋은 성고의 연회에 말고삐 돌릴 것이었다.
劉侯歡我攜客來(류후환아휴객내) : 유후는 내가 손님 데리고 온 것을 기뻐하여
置酒張燈促華饌(치주장등촉화찬) : 술상 차리고 등불 달고 귀한 반찬 재촉하였다.
且將款曲終今夕(차장관곡종금석) : 온갖 정성 다하여 오늘 저녁을 보내리니
休語艱難尙酣戰(휴어간난상감전) : 어려움 속에 여전이 전쟁 중인 것을 말하지 말라.
照室紅爐簇曙花(조실홍노족서화) : 방 안을 비추는 붉은 화로는 가득한 새벽의 꽃
縈窓素月垂秋練(영창소월수추련) : 창을 휘돌아 비추는 달빛은 가을비단을 드리운 듯.
天開地裂長安陌(천개지렬장안맥) : 장안 거리에 하늘이 열리고 땅이 찢어지고
寒盡春生洛陽殿(한진춘생낙양전) : 낙양 궁궐에 겨울 추위 다하고 봄날이 왔다.
豈知驅車復同軌(개지구거복동궤) : 어찌 수레를 몰아 다시 같은 길을 가게 됨 알고
可惜刻漏隨更箭(가석각누수경전) : 물시계가 시계 화살 따라 흘러감을 아쉽게 여길까.
人生會合不可常(인생회합부가상) : 인생의 서로 만남은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니
庭樹雞鳴淚如霰(정수계명누여산) : 정원 나무에 닭 울음소리, 눈물이 싸락눈처럼 날린다.
99.동심(冬深)/즉일(即日) 겨울 깊어가네/그날
花葉隨天意(화엽수천의) : 꽃잎은 하늘 뜻을 따라 가버렸고
江溪共石根(강계공석근) : 시냇물은 얕아져 돌 뿌리가 드러났네.
早霞隨類影(조하수류영) : 아침노을은 서로의 그림자를 따르고
寒水各依痕(한수각의흔) : 차가운 물은 각자의 흔적을 따라 흐르네.
易下楊朱淚(이하양주루) : 갈 곳 몰라 양주(楊朱)처럼 쉽게 눈물 흘리니
難招楚客魂(난초초객혼) : 초객(楚客)의 혼을 불러오기 어려워라.
風濤暮不穩(풍도모불은) : 바람과 파도가 저녁에도 잔잔해지지 않으니
舍棹宿誰門(사도숙수문) : 배를 놓아두고 누구 집에서 하룻밤을 묵을까?
* 楊朱淚(양주루) : 양주(楊朱)가 갈림길에서 눈물을 흘리다.
여기서는 갈 곳을 몰라 슬퍼하는 자신의 모습을 말한다.
* 多岐亡羊(다기망양) : 여러 갈래로 갈린 길에서 양을 잃는다는 뜻으로,
학문의 길이 많아 진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양주(楊朱)는 중국 전국시대 초기의 사상가이다.
자(字)는 자거(子居). 위(衛) 사람이다. 극단적인 개인주의 사상인 위아설(爲我說)을 주장하였다.
* 楚客魂(초객혼) : 언제나 나그네가 된 자기 자신을 슬퍼하는 뜻이다.
초객(楚客)은 초 지방으로 유배되어 객지를 떠돌다 자살한 굴원(屈原)을 뜻하기도 하며
고향을 떠난 나그네로 비유한다. 또한 초나라의 시인 송옥(宋玉)은 구변(九辯)에서
“고향을 버리고 집을 떠나 먼 곳에서 나그네 되어 멀리로 떠돌다가 지금은 어느 곳에 멈추리오?(去鄕離家兮徠遠客,超逍遙兮今焉薄?)”라고 하였다.
송옥(宋玉)은 중국 고대의 시인으로 굴원의 후계자로 대표작으로
구변(九辯), 초혼(招魂) 등이 있으며 초혼은 굴원의 작품이라고도 한다.
* 舍棹(사도) : 노를 버리다. 즉, 배를 정박하다.
* 두보(杜甫)의 <동심(冬深)>은 전당시(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즉일(卽日:그날)이라고도 한다. 당(唐) 대종(代宗) 영태(永泰) 원년(元年:765년) 두보의 54세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되며,
두보가 중경에서 선상생활을 할 때 겨울이 깊어감에 머물 곳이 없는 슬픔을 표현한 시이다.
* 두보(杜甫)는 대종(代宗) 영태(永泰) 원년(元年:765년) 1월 엄무(嚴武) 막하의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을 사직하였는데, 4월에 엄무가 죽자
이에 두보(杜甫)는 5월 가족을 데리고 성도의 초당을 떠나 배를 타고 중경으로 갔다.
이후 몇 년간 정처 없는 선상생활을 계속하였으며,
결국 동정호 근처까지 배를 타고 갔다가 5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100.동이태수등력하고성원외신정(同李太守登歷下古城員外新停亭對鵲湖)
李太守의 <歷下古城에 있는 員外郞의 새 亭子에 올라>에 和答하여(745年)
(濟南太守 李之芳과 함께 역산 아래 옛 성곽 밖 새로 지은 정자에 올라,
정자는 작산호를 마주하고)
新亭結構罷(신정결구파) : 새 정자 짓는 일 모두 마치니
隱見淸湖陰(은현청호음) : 정자 모습 맑은 호수 남쪽에 아련하다.
跡籍臺觀舊(적적대관구) : 집터는 누대와 누각의 옛 모양 빌리고
氣冥海嶽深(기명해악심) : 분위기는 바다와 산의 깊숙함처럼 어둑하다.
圓荷想自昔(원하상자석) : 둥근 연잎 예부터 있었던 듯한데
遺堞感至今(유첩감지금) : 성가퀴는 지금까지 남아 있어 감회가 인다.
芳宴此時具(방연차시구) : 향기로운 잔치 이 시간에 베풀어지고
哀絲千古心(애사천고심) : 슬픈 음악소리 천고의 마음을 전하는구나.
主稱壽尊客(주칭수존객) : 주인은 술잔 들어 귀한 손님을 축수하고
筵秩宴北林(연질연배림) : 연회의 격식대로 북림에서 잔치를 벌인다.
不阻蓬蓽興(부조봉필흥) : 미천한 사람들의 흥취도 막지 않아
得兼梁甫吟(득겸량보음) : 능히 <양보음>도 겸하여 노래하게 되었도다.
* 이때 李之芳이 尚書郎에서 나와 齊州司馬가 되어 이 정자를 세운다.
* 鵲湖(작호) : (=鵲山湖=蓮子湖)는 山東省 濟南市 북서쪽 鵲山앞에 있는 호수다.
* 蓬蓽 : 쑥대 가시덤불로 지붕 덮은 집 * 梁甫山 : 齊나라 山東省 泰山 아래 있는 산
* 梁甫吟 : 곽무천《악부시집》의 제목 해설에 따르면,
“梁甫란 말을 생각하면 산 이름 이고 齊나라 泰山 아래 있다.
대개 사람이 죽으면 이산에 장사를 지내므로 장례 치르는 노래다.”
또한 제갈량이 남양 융중(隆中)에 은거할 때 부르던 노래 이름으로
어진 사람이 세상에서 박해받음을 탄식하고 제(齊)나라의 안평중(晏平仲:안자)이
모략으로 세 선비를 죽인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의 고사를 언급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