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협 상호금융의 미래-2030년 이후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여러 산업가운데 금융업은 비교적 보수적이라 변하는 속도가 늦지만 최근 인터넷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다.
“성장은 변화이다(Growth is Change)"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미래를 연구하고 예측하는 사람을 미래학자 또는 예언자라고 한다. 여기서는 통찰력과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미래학자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이다. 그는 1980년에 ‘제3의 물결’이란 책을 세상에 내놨다. 제1물결인 농업혁명은 수천 년, 제2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이 걸렸지만 제3의 물결인 정보화혁명은 30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인공지능의 시대에 그의 말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됐다. 이렇게 족집게처럼 미래를 정확히 예언하기란 쉽지 않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는 1987년 외환위기를 겪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였다. 그 주요 원인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차입경영과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들 수 있다.
당시 온 국민들이 나서서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는 등 필사적인 노력으로 극복은 하였지만 미리 예측을 하고 대비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상호금융 초창기부터 중앙본부 상호금융부서에서 여신부문을 맡아 제규정을 만들고 일선교육을 맡아 왔었다.
80년 대 초까지, 대출수요가 넘쳐나 일선 대부계가 목에 힘을 주는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처음으로 대출도 세일을 해야 한다는 예상을 하고 「대출, 이제 팔아야 한다」 라는 제목으로 책자를 발간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출세일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 상호금융은 1969년 도입 이래 어언 50년이 넘었다. 당초 농촌지역에 만연되었던 농촌고리사채를 제도권금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동안 괄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2019년 말 현재 예수금 334조원, 대출금 253조원을 달성하여 이제 지역금융기관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한편, 여수신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여왔으나 카드, e금융 등 비이자이익 분야는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 돋보인다.
여기서 향후 10년후 에도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자수익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현실에서 상호금융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우선 국내외 경제전망을 살펴보고 우리 농업의 미래,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치미래를 점쳐보면서 상호금융의 미래를 내다보고자 한다.
단기적으로 세계경제는 보호무역주의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상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MF 및 OECD 는 무역을 둘러싼 정책긴장 지속 및 글로벌 교역위축 등으로 세계경제 부진추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내경제 전망이다.
3저(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현상이 현실화되어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리스크요인으로 내수 · 수출 동반부진으로 인한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고 경기부진에 따른 기업 및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한편, 우리농업의 미래를 살펴보자. 농업 농촌은 농협의 핵심고객인 농민 조합원의 삶의 터전이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은 미래 농업전망을 다소 어둡게 내다봤다.
2029년에는 농가소득이 5,000만 원 대(5,034만원)에 진입할 것이나 이는 도시근로자소득 예상액 대비 61.9%(2020년 66%)에 해당되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농가인구 역시 2020년 224만 명에서 2029년 191만 명으로 전망돼 200만 명 대 마저 붕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기간 농가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비율)은 46.2%에서 55.7%로 예상돼 노인이 절반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여기서 일본의 사례를 잠시 살펴보고 가자.
여러 방면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뒤따라가고 있다.
일본은 아베정권이 들어서기 전 20여 년간 소위 잃어버린 20년의 아픔을 겪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그 당시 상황이 우리 처지와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단초가 된 플라자합의를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플라자 협정은 1985년 9월 21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선진 5개국(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이 상호환율을 조정했다.
엔화 대 달러비율은 1달러 당 240엔에서 120엔으로 평가절상하여 그 여파로 은행대출부실과 주식시장 붕괴를 가져왔다. 그 이후 약 20년간 저금리, 저성장, 저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 당시 정치적으로도 안정을 가져오지 못해 여야간의 정쟁으로 세월을 보냈다. 요즘의 우리 정치현실과 너무 닮았었다.
최근 원내 다수인 자민당의 아베정권이 들어서서 소위 아베노믹스 정책을 밀어붙여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졸업생들의 취업률이 거의 100%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지금의 40대 가운데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집안에만 처박혀 나오지 않는 이른바 히키코모리들이 수십만에 이르러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자영업이나 농업에 종사하다가 은퇴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노인파산에 해당된다고 한다. 평균 국민연금이 월 60만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노인이라 할지라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나라는 부자지만 빈부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직도 그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금융 면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엔화의 평가절상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막대한 돈이 국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게 되었다.
그런데 90년대 초반부터 잔뜩 낀 버블이 꺼지면서 금융계를 비롯 경제전반에 큰 변화를 겪었다. 엔화절상으로 수출업체가 대부분 타국에 생산라인을 갖췄고 일본 산업경쟁력은 점점 떨어졌다.
89년까지 극도의 엔화강세, 자산(부동산, 주식)버블이었던 상황이 일거에 무너지면서 집단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특히, 지역농협을 비롯한 금융계는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대출부실이 늘어나 대부분 도산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상호금융의 미래를 다음과 같이 내다볼 수 있겠다.
첫째, 저성장 · 저금리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제1금융권인 은행에 비해 다소 유연하게 적용된 상호금융대출이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대출연체가 늘어나고 부실대출이 증가하여 감당할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둘째, 앞서 경험한 일본농협의 경우와 같이 상호금융대출 부실화의 증가와 손실과다로 인해 파산농협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합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일본은 거의 한 시군에 1개 정도의 농협으로 합병되었다.
셋째, 1금융권과 2금융권간의 갭이 점차 좁아져 상호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정부는 상호금융권에 대해 특별한 세제지원을 해 왔으나 이 제도도 점차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농어촌지역에 농협 이외 다른 시중은행 들은 다 철수할 것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농어촌지역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필자가 다소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였지만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흐름, 부동산가격 등 큰 흐름은 개별 농협이 막을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채권관리가 대출싯점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댓글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규칙을 준수하고 지역사회가 힘을 보탠다면 조만간 퇴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올 해 경제성장률이 0% 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입니다. 제가 예견한 시기가 다소 당겨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물론 위기가 왔을 때, 금모으기와 같이 전 국민이 일치단결하면 능히 이길 수도 있겠지요. 자라나는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제2의 한강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