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병찬 선수가 주는 교훈
지난 6월26일 우리 강원도 출신으로 1990년 제11회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대한민국의 역도 스타인 김병찬 선수가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는 가운데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동안 김병찬 선수가 겪은 일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국가를 위하여 젊은 시절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국가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린 선수가 이런 상황에까지 내몰리게 되었나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체육을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해방 이후 압축적인 근대화 정책으로 인해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이 우리 사회를 지배해 왔다. 스포츠도 예외는 아니어서 결과만을 중심으로 인정과 보상을 해주는 스포츠 정책이 시행되어 왔고, 지금도 이러한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김병찬 선수와 같은 많은 운동 선수가 인생의 중요한 부분들을 희생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스포츠가 국위선양을 위하여 최전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희생의 결과가 이번 김병찬 선수의 경우처럼 무관심 속에 사라져 버리고, 비극적인 종말로 다가온다면 과연 우리나라 스포츠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고 김병찬 선수의 쓸쓸한 죽음을 계기로 정부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단지 재정적인 지원만을 확대한다고 해서 은퇴 후 어려움 속에 있는 선수들의 생활이 충분히 보장이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제도의 보안을 통한 재정 지원의 확대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은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보완책도 메달리스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결국 이 또한 결과 중심의 시각에 시행되는 단편적인 제도에 불과하다. 이번 고 김병찬 선수의 경우가 주는 교훈은 단지 은퇴 국가대표 선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많은 운동 선수가 중도에 운동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 두게 되며, 이후 심각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된다. 이는 운동을 하면서 미래에 대하여 준비할 시간과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이미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운동 선수를 하겠다는 자원 자체가 크게 줄고 있으며, 이미 현장에서는 선수 부족으로 팀이 해체되거나 새로운 팀의 창단은 엄두를 내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과거에 비해 스포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에는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더 이상 결과만이 모든 것이라는 시각을 가지고는 우리의 스포츠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종합 5위를 한 것이 우리나라가 세계 5위 국가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정책적인 시각이 변화되어야 한다. 정부, 지자체, 체육계는 우리 사회에서 변화된 스포츠에 대한 시각에 적합한 사고를 가지고 결과만이 아닌 통합적인 측면에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는 고 김병찬 선수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고 김병찬 선수의 명복을 빈다. 강원일보, 2015-7-6 (월) 7면, 홍석표 강원대 스포츠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