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굿바이펫 한훈희 실장
사단법인 한국동물장례협회 이사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문화 성장 과도기
사람들은 흔히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말한다.
출처 : 픽사베이 제공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이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다.”
저승길도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 줄 존재라는 믿음이다.
동시에 먼저 보낸 반려동물에 대한 슬픔을 달래며
저승에서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반려인의 바람이 담겨있는 이야기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이 직업의 주된 역할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이다.
소중한 반려동물이 편안하고 깨끗하게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해준다.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정식 허가를 받아
올해로 6년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는
한훈희(43) 실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별에 합법·불법이 있겠냐마는
한훈희 실장이 운영하는 굿바이펫은 2012년에
문을 열었다. 운영 시간은 예약 일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예식이 새벽 7시에 있는 날도 있고,
저녁 9시에 있는 날도 있다.
장례식이 없어도 한실장은 매일 출근한다.
상담·예약 전화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한훈희 실장(오른쪽)과
그의 누나 한윤희 수의사(왼쪽).
한윤희 수의사는 충북수의사회 이사·
대한수의사회 대의원·대한수의사회여성
특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 한훈희 실장 제공
-동물장례라는 개념이 생소합니다.
“동물 사체를 땅에 묻는 건 불법입니다.
구청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면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해요.
수년간 살 부대끼며 살아온 반려동물인데요.
반려동물 장례업은 반려인들이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사회 필요 시설입니다.”
-‘단체화장’은 ‘개별화장’과 어떻게 다른가요.
“단체화장은 동물 병원에서 냉동 보관하고 있다가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에 맡겨서 감염성
의료폐기물과 함께 소각 처리하는 거예요.
허가 받은 장묘업체에서는
단체화장을 하지 않습니다.”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추억하는 나무에 사진이 걸려있다.
출처 : 한훈희 실장 제공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운구·입관·장례예식·화장예식·
유골수습 등의 절차로 진행합니다.
혼자서 이곳을 운영하다보니 하루종일 전화 상담과
예식 진행, 화장로 관리 등 할 일이 많아요.”
업체마다 비용은 조금씩 다르다.
보통 20만원에서 시작하고 장례용품등
옵션을 추가하면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한 실장은 장례용품을 진열.판매하지 않는다.
선택 사항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반려동물을 위해
기본 예식 비용 30만원(소형반려동물 기준)에
모든 절차와 장례용품을 포함하고 있다.
단 가족의 상황에 따라 일부 절차를 생략하여
비용이 줄어들기도 한다.
한 실장은 하루에 평균 2~3번 정도
반려인의 품을 떠나는
반려동물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준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운구·입관·장례예식·화장예식
·유골수습 등의 절차로 진행한다.
출처 : 한훈희 실장 제공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2008년에
저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물어물어 장례업체를 찾아갔는데
그 때 많이 실망을 했었죠. 상품처럼
진열해 놓은 수의·관·유골함이라던가
공장을 돌리듯 화장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누나·매형이 모두 수의사로 일하고 있어요.
특히 어린시절에는 아버지께서 큰 목장을
운영하셨기 때문에, 동물과 함께한 시간도 많았고
죽음도 많이 접했습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반려동물 장례문화를
선진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어요.”
한실장은 이 일을 시작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당시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이었다.
폐기물 관리법과 동물보호법이 충돌해
동물장묘업을 허가받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3년이 넘는 시간을
행정심판·행정소송 등으로 보내야 했다.
“폐기물 관리법이 바뀌면서 동물 장묘업이
정식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더 많은 업체들이 생겼어요.
정식 등록 업체는 29곳이지만
화장·건조가 가능한 곳은 현재 27곳입니다.”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 전용 화장로의
시설기준·시설내역을 규정하고 있다.
엄격한 절차를 통과한 업체만 국가로부터
‘정식 등록 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정식 등록 업체는 장례증명서 발급은 물론
화장이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을 CCTV로
녹화해 1년간 의무적으로 기록을 남긴다.
굿바이펫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오더라도
앞선 가족의 예식이 끝나지 않았다면
들어갈 수 없다.
출처 : 한훈희 실장 제공
-처음부터 지금까지 예약제를 고수하신다고.
“예약이 많아서 예약제로 운영하는 건 아니고요.
오직 한 가족만의 개별적인 예식으로 가능한 한
엄숙하게 진행하기 위해섭니다.
가족 분들이 이별의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휴일은 따로 없으신가요.
“한달에 두 번 정도는 화장로를 정비해야 하는데
그 날은 어쩔 수 없이 쉽니다. 뜨거운 열로
손상을 입은 부분을 보수·점검하고 나면
하루 정도 말려야하거든요.
화장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유골에 검을 그을음 같은 게 섞여버리기 때문에
중요한 작업입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어야
한훈희 실장(오른쪽)과
그의 누나 한윤희 수의사(왼쪽).
출처 : 한훈희 실장 제공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굳이 자격증을 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화장로 관련 환경 법규에 따라
대기 환경 검사와 기술 관리인 교육을 받아야해요.
형식적인 자격증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이 더 중요합니다. 가족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으려면 동물에 대한 지식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교통사고로 사체 훼손이 심한 경우나
땅에 매장했다가 다시 데려온 경우도 있어요.
그런 상황에도 가족분들에게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고 상담·예식을 진행할 수 있는
단단한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화장로의 뜨거운 열을 견디고 무거운 기계 설비를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도 건강해야 하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는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물의 생존권이나 유기동물을 위한 노력,
관련 시민단체의 활동 등에서도 볼 수 있죠.
그 중에서도 반려동물 장례문화는
동물복지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복지의 개념은 점점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골에서 평생 한 자리에
묶여 지내는 개를 위한
‘시골개-1m의 삶’ 펀딩이 이뤄지기도 했다.
출처 : jobsN
-동물 장례가 아직 보편적이라고 보긴 어렵죠.
“반려동물 장례를 치른다는 걸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숨기는 분들이 수없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펫로스 증후군으로 우울감에
힘들어하시는 거죠. 슬플 때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펫로스 증후군(Pet-loss Syndrome)은 가족처럼
사랑하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느끼는
우울감이나 상실감을 말한다.
좀 더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반려동물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 죽음의 원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슬픔의 결과로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에 대한 슬픔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출처 : 픽사베이 제공
“딸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었던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저를 찾아온 가족이 있었어요.
제천에 놀러온 것처럼 제천역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학교에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러 간다’고 했더니
‘무슨 큰 일도 아닌데’라면서
현장체험학습으로 처리할테니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7년 10월 반려동물
병간호를 유급휴가로 인정한 판결이 있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사실을 법적으로
처음 인정받은 사례다.
반려동물 관련 사내 정책을 도입한 경우도 많다.
영국 양조회사 ‘브루도그(Brew Dog)’는
직원이 반려동물을 입양할 경우
일주일 유급 휴가를 준다.
일본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유레카’는 연 3회 반차를 허용한다.
반려동물을 병원에 데려갈 경우를 위해서다.
우리나라 회사 중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도입한 곳은 ‘러쉬 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작년 6월부터 월 5만원의 반려동물 수당과
장례 유급휴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고 싶으면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요.
“농림부에서 정식 인가한
‘사단법인 한국동물장례협회’
또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통하면
정식으로 허가 받은 업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jobsN 이영지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첫댓글 반려견을 두번 장례식장을 이용하였지요..
15년전과 2년전...
누구나 한번 죽음을 맞이하건만..
왠지 조금 더 편히 보내주고 싶었답니다..
반려견처럼 충직한 동물도 없을 것이기에~
잘 키우고 잘 보내야지요~
반려견은 보통 10여년을 함께 하더군요..
떠날때도 정성을 다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