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교는 기원후 3~4세기 동안 중국에서 북아프리카로 퍼졌으며,
잠시나마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를 누르고 지배적인 종교가 될 것으로 예상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마니교도들은 로마의 영혼을 기독교도들에게 빼앗겼고,
조라아스터교를 신봉한 사산 제국은 일신교를 믿는 무슬림들에게 무너졌다.
이렇게 해서 이신교의 파도는 잦아들었다.
오늘날 이신론을 믿는 공동체는 인도와 중동에 한 줌 정도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일시교의 물결이 정말로 이신교를 싹 쓸어낸 것은 아니었다.
일신교인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이신교에서 수많은 신앙과 관례를 흡수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일신교'라고 부르는 것의 가장 기본적 사상 일부는 사실 그 기원이나 정신이 이신교적이다.
수없이 많은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교인이 강력한 악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독교인이 악마로 부르는 것이 그런 존재다.
이 존재는 선한 신에 대항해 독자적으로 싸울 수 있고,
신의 허락 없이 파괴를 불러올 수 있다.
일신론자가 어떻게 그런 이신론적 신념을 품을 수 있을까?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것은 구약에서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지 전능한 유일신을 믿거나 둘 다 전능하지는 않은 서로 대립되는 힘을 믿거나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모순을 믿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수백만 명의 경건한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교인이 전능한 신과 독립적인 악마를 둘 다 동시에 믿는다고 해서
놀랄 필요는 없다.
수없이 많은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교인은 심지어 선한 신이 악과 싸울 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상상하는 데가지 나아갔다.
이런 상상은 여러 가지를 고취시켰는데,
이 중에는 지하드와 십자군을 일으켜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된다..
또 다른 이신교인 그노시스파와 마니교의 핵심 개념은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을 정확하 구분하다.
이들 종교에 따르면 ㅅㄴ신은 정신ㄴ과 영혼을, 악신은 물질과 육체를 창조했고,
인간은 선한 영혼가 악한 육체의 전쟁터 역할을 한다.
일시교적 시각에서 보면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을 그렇게 정확히 구분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육체와 물질이 악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쨌든 만물은 동일한 선한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일신론자들은 악의 문제를 다루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
이신론자들의 이분법에 매혹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선과 악의) 대립은 결국 기독교와 무슬림 사상의 초석이 되었다.
천국(선신의 영역)과 지옥(악신의 영역)에 대한 믿음 역시 그 기원이 이신론에 있었다.
구약에는 이런 믿음의 흔적조차 없다.
사람들의 영혼이 육체가 죽은 다음에도 계속 산다는 주장 또한 전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일신론은
역사에서 나타났듯이 일신론과 이신론, 다신론, 애니미즘 유산이 하나의 신성한 우산 밑에 뒤섞여 있는 만화경이다.
보통 기독교인은 일신론의 하느님만이 아니라 이신론적 악마, 다신론적 성자, 애니미즘적 유령을 모두 믿는다.
종교학자들은 이처럼 서로 다르고 심지어 상충하는 사상을 동시에 인정하는 행위와
각기 다른 원천에서 가져온 의례와 관례를 혼합하는 행위에 대한 명칭으로, '제설(諸說) 혼합주의'를 썼다.
실제로 제설 혼합주의야말로 단 하나의 위대한 세계 종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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