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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여행기 끝 편 -자그레브
이제 이 여행기의 마지막 여정인 자그레브 편이다
그동안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여러 도시를 여행한 이야기를 적었는데
처음 크로아티아 땅에 발을 디뎠던 수도 자그레브로 향하고 있다
첫날 인천공항에서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두바이
그곳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공항에 왔었다
차를 바로 렌트해서 크로아티아 여러 도시와 국경을 넘어 보스니아의 모스타르와
메주고리를 거쳐 다시 크로아티로 넘어와
아드리아해의 보석이라는 두브로브닠에 와서 차를 반납하고 삼일 간 머물다가 떠난다
자그레브로 돌아가는 길은 국내선 자그레브 항공을 타고 이동한다
그런데 비향기 탑승과정 중에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검색원이 우리 카메라 가방을 열어보았는데 자크를 닫지 않고 보냈다
남편이 카메라 가방을 둘러메면서 열린 가방에서 카메라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사진작가용 큰 카메라 렌즈가 깨지고 뚜껑도 열리지 않는 고장이 생겨버렸다
렌트카도 무사히 반납하고 홀가분했는데 비싼 카메라가 피손되었으니 난감했다
남편은 사진 동호회 회원이 카메라를 물에 빠뜨렸는데 수리비가 백이십 만원이 들었다면서
우리 카메라도 백 만원 이상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여행 중 사고에 대비한 보험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 수리비라도 보상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는 그곳 검색원에게 확인 요청을 했다
"한국에 가면 카메라 수리비를 보험 청구하려고 하니 이곳 검샏대에서 떨어졌다는 확인만 해달라고.."
그리고 이건 나의 실수이고 이곳에서의 책임은 전혀 없다고 설명해주었다
검색원 책임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공항 경찰을 찾아가서 다시 설명을 했는데 경할은 책임자를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책임자가 이십여분 만에 나타났다.
우리는 또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기다려 보라고 들어갔다
한참만에 나온 책임자는 역시 사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불이익이 생길까봐 경계하는 그들을 포기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카메라 문제로 지체하는 사이 비행기 출발시간이 다 되었지만 다행히 연착되어 이십분이 지연된다고 했다
확인도 못 받고 비행기만 놓쳤으면 모든 일정이 어긋나니 그나마 다행이다
두브로브닠에서는 숙소에서 공항버스 타는 정류장이 가까워서 공항버스로 이동했는데
자그레브에서는 자가용 택시를 예약해 놓온 상태이고 숙소예약도 해두었기 때문이다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알아보니 카메라 수리비는 도난과 달리 보상받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여행 끝에 사고가 났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작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된다
자가용 기사는 영어가 통하는 현지인 젊은 청년이었다
아이스 하키 운동을 한 사람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나라의 축구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그가 안내한 숙소는 구도시 지역으로 오래된 아파트 밀집 지역이었다
아파트 건물들이 현대식 건물은 아닌데 외관이 유럽풍 벽돌 건물이었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단지와 달리 동간 거리가 없이 아파트를 나가면 바로 차로들이 연결된다
차로변엔 상가들이 있고 거리는 획일적으로 아파트가 다 비슷해 보여서 혼돈되기 쉽다
숙소 여주인과 만나서 들어간 아파트는 겉모습과 다르게 현대식이었다
아파트가 38평형은 되어 보이는데 우리가 전체를 사용하게 되어있다
넓은 거실과 침실이 두 개 , 화장실 두 개, 세탁기.주용품들이 대가족이 와도 될만한 공간이었다
호텔보다 현지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다.
자유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이다
자그레브에서는 일박이일 예정으로 내일 오후에 귀국길에 오른다
체크아웃을 내일 낮 열두시에 하기로 해서 그나마 여유가 생겼다
가방을 들여놓고 시내 구경을 나가 보았다
우선 자그레브 대성당과 돌라체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십여분 걸어가는데 돌라체 시장 앞길로 트렘이 느리게 오고 간다
돌라체 시장 광장 앞쪽은 기념품 가게들 뒤 쪽으로는 꽃집들이 즐비하고
과일 채소가 풍요로운 재래시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꽃바구니가 우리나라 꽃집에서 보던 모양보다 단순해 보였으나 자연미는 있다
꽃이야 어떻게 꽂아도 예쁘다.
신기한 것은 꽃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국이든 외국이든 밉상이 없다
꽃이 배경이 되어주니 얼굴이 환해 보인다
꽃집 사람들은 대개 장사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만큼 순박하다
꽃과 향기로 기쁨을 선사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서인가
급한일 없는 한 꽃집 앞에서는 바삐 지나가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대성당을 먼저 찾아갔는데 대성당은 하늘 높이 솟아있고 중세기 건축미가 살아 있었다
성당 앞 광장에 마침 중세기 군인 복장을 한 기마병과 군악대가 진군을 준비하고 있었다
모두 말을 타고 서있는데 대장의 호령소리가 얼마나 찌러찌렁 하던지 서늘한 위엄이 넘쳐났다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군악대는 행진을 시작하고 뒤에는 북을 치며 행진곡을 연주한다
말들은 모두가 잘 훈련된듯 늠름하고 명마의 기품을 풍긴다
루마니아 전통복장을 한 남녀 일행이 성당 앞 거리를 걸으며 시선을 끌고 있다
나는 어린애처럼 군악대 행진 대열을 따라서 걷고 있다
성당 앞 광장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남자 앞에는 관중이 없었는데
여가수가 노래 공연에는 관중이 제법 몰려 있었다
거리 공연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표현방식이면서 시민 누구나가
다양한 예술세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 된다
그는 큰 카메라 고장 났어도 작은 카메라로 사진에 담을 것이 많은가보다
우리는 돌라체 시장앞 리어카 상점들에 들려서 기념품들을 샀다
한 기념품 가게에서 보헤미아산 크리스탈 큰 접시와 베네치아 산 작은 쟁반
유고슬라비아 골동품인 등잔도 있다
크리스탈은 가게 여주인이 접시를 머리에 이고 햇빛에 나가 돌리면서
진짜 크리스탈 이라고 강조하는 모습에 구입하게 되었다
가격은 쟁반 등잔과 같이 흥정해서 65 유로 정도 주었으니 크리스탈 접시를 정말 싸게 샀다
한국에서 사려면 적어도 두 세배는 바싸졌을 것이다
외국여행 중에 쇼핑은 자제하지만 기념이 될만한 물건들을 찾아내
부담되지 않는 가격으로 흥정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일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광장 부근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스테이크 두 종류와 맥주를 주문했는데 그동안 다녔던 도시들 중에 음식값이 싼 편이다
이곳이 수도 이기 때문이다. 물가는 수도에서 제일 먼 두브로브니크가 비싼 편이었다
오늘밤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우리는 무사히 마친 이번 여행에 맥주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그동안 원활치 않은 네비로 운전해주고 사진에 추억을 담아준 그가 고맙기도 했다
레스토랑애서 갓나온 빵과 소고기 요리와 샐러드도 제일 맛이 있었다
맛있는 저녁에 쿠나로 팁을 놓고 나왔다
자그레브의 아침이 밝아왔다
열두시에 체크아웃 하기로 하고 우리는 한번 더 자그레브 대성당 앞을 다녀왔다
큰 공원을 지나 트렘이 느릿느릿 지나는 철길을 지나면 돌라체 시장과 대성당 광장
하루 지났는데 여러날 된것처럼 익숙한 풍경이다.
한번 더 시장구경을 하고 마트에서 빵과 우유 요거트를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체크인 할 때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아파트 여주인이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우리가 숙소비를 언제 내면 되느냐고 물었더니
내일 나가면서 식탁에 놓고 가면 된다고 말한다
나는 지금 선불로 내겠다며 그 자리에서 지불했더니 고맙다며 미소 지었다
삼십대 중반은 되었을까 ..키가 아담하고 피부가 하얗고 눈이 만화속 캔디처럼 예뻤다
나는 그녀에게 눈이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더니 그녀도 내가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칭찬은 어디서나 고무적인 것, 피부색과 정서가 달라도 서로에게 좋은말 한 마디에 친근해진다
그녀는 아파트를 상냥히 안내한 뒤 잘 쉬라는 인사와 함께 키를 주고 돌아갔다
이제 체크 아웃 하고 자그레브 공항행 예약해 둔 자가용 택시가 올 시간이다
열두시가 되자 정확하게 벨이 울렸다
청소하러 온 아가씨가 너무 젊어서 아르바이트 학생 같기도 하다.
나는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를 톡 털어서 팁을 주고 나왔다
택시를 타고 자그레브 구도시를 나와서 외곽에 있는 공항으로 향한다
자그레브에서 두바이로 가서 그곳에서 환승하여 인천공항으로 날아갈 것이다
비행기에 앉아서 점점 멀어지는 자그레브 공항을 내려다 본다
이번 여행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살아오면서 그와 함께 다녔던 여행 중에 이번 여행은 기억에 많이 남을것 같다
여행사 가이드를 동한 패키지 여행은 편리하지만 자유로움이 덜했고
이번 우리 둘만의 여행은 직접 찾아다녀야 되어 번거로움 중에도
에피소드의 즐거움과 낭만과 자유가 있었다
아마도 나는 이번 12일간의 이국적 풍경과 시간들이 그리울 것이다
폭포와 시냇물이 집들을 휘돌아 흐르고 물푸레 나무에서 요정들이 노래하는 라스토케 동화마을
새벽의 일출과 안개가 목가적인 숙소 통나무집의 아침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수많은 가을 호수들과 숲속의 단풍빛
스플리트 항구도시의 중세기 광장의 밤과 항구의 정박된 유람선과 어선들
그 배들의 불빛에 어리던 나그네의 여수
예정에 없었으나 세계 십대 미항이라는 오미스 항구에 들러 올라간 오미스 절벽 요새
휴양지 흐바르 섬에서 보낸 삼일간의 망중한
그 섬에서 마주한 장미빛 노을
그리고 국경을 넘어 보스니아 가는 길에서 네비고장으로 길을 잃고 헤메다 들렸던 농가
고속도로 주변 야산에서 만난 양치기 할아버지
성모님 발현으로 산골 작은 마을이 세계 명소가 된 메주고리 방문
메주고리에서 여정에 추가된 중세도시 모스타르 여행
다시 국경을 넘어 바다가 보이는 해안도로를 따라 도착한 아드리아 해의 진주 두브르브니크
아드리아해 쪽빛 바다와 숨막히도록 아름다웠던 일몰
두르로브닠의 올드시티와 중세기의 거대한 성채, 성벽투어,
그곳에서는 우리의 시간도 중세에 멈추어 있었다
슬로우 시티에 온듯이 잠시나마 느림의 삶과 시간을 공유했다
이제 그 모든 시간은 추억이 되었고 나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번 자유여행의 시너지 효과가 나의 정서를 풍부히 해주리라 믿는다
또한 모든 여정을 함께 한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더 존중하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열다섯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이 가까우니 안도감이 일고 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가족의 얼굴들
네살배기 손녀의 얼글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어서 지인들과 친구들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들이 함께 살고 있는
내 나라 내 집이 있음을 감사하고 무탈한 여행에 감사기도 드린다.
자그레브 대성당 앞 귀티가 흐르는 말 두 필
말 탄 지휘관의 호령이 떨어지가 군악대가 출발했다
지휘관의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차고 서늘하던지 ..
마이크가 없던 중세기 지휘관의 목소리를 재연하는 듯 했다.
자그레브 대성당 입구에 있는 구도시 모형도
대성당 옆의 수도원
자그레브 숙소였던 구도시 아파트먼트 지역
아파트 숙소 거실입구
핸드 메이드 손녀 가방을 사다
꽃바구니가 단순하지만 자연미가 있다
크로아티아 마지막 날 저녁 식사 (자그레브)
자유여행을 잘 마무리한 축배의 잔을 들다
내게 크리스탈 접시를 판 기념품 가게 주인
특산품 라벤다 비누 가게에서
자그레브 대성당 가는 길에 있는 공원의 우거진 수목들
돌라체 시장 앞의 트램
자그레브 대성당 가는 광장 동상 앞에서
두바이 공항 면세점에서
자그레브 대성당 옆 수도원
첫댓글 댓글 다는 것도 면역이 되나 봅니다.
세상의 모든 사진은 시간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저마다의 섬이라고 하던데요
카메라를 잡고 계시는 부군께서는 견고함속에서 황홀감을 동시에 느끼시며 애지중지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사진기가 떨어진 사건으로 속상하셨을 텐데 두 분이 슬기롭게 생각하시며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오셨군요.
이 선생님 여행은 낯섦을 느끼는 최고의 선물이라 하더군요.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며 많은 것을 느끼셨을 모습을 생각합니다
여행기 정말 잘쓰시네요
어디론가 떠나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행은 보고 배울게 많은 것 같아요
낮설고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고 지나고 나면 모두가
추억이 되듯 ~멋진 여행을 하고 오신 이 선생님 부부가 부럽기 까지 합니다 ~~
오늘은 사당에서 문학의봄 11주년 행사를 하고 늦게 컴에 앉아 단숨에 글을 읽었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처음 부터 읽어가며 저 또한 유럽여행기 읽어 가며 공감할께요
심향님 문학행사 하시고 노곤하실텐데 긴 글 읽어주셨군요..
이번 여행기를 시리즈로 쓰면서 마지막 여정인 자그레브 편이 숙제로 남았었는데
퇴고하고 보니 아쉽네요.. 좀 더 생동감 있게 쓸 수 있었는데...ㅎ
어쨌거나 기록으로 남겼다는 의미에서 잘 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심향님..삼월이 시작되었군요..
자연세계는 봄이 한해의 시작이지요..
바쁘시더라도 계속 시 써주시고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애독자 중 한 사람인 거.. 아시는지요?....^*^
형숙님... 동구 발칸반도의 그 나라를 잘 구경했습니다. 긴 여행기인데 멋있고
잘 쓰셨어요. 쉬운 일이 아닌데... 부군이 비싼 큰 카메라의 파손으로 얼마나나
마음 아팠겠습니가. 당연히 책임져야할 그 담당자는 책임을 피하고...
세상이 다 그래요. 백인이나 흑인이나 아세아인 모두 손해는 보지 않으려고 수단을 쓰고...
캐나다에는 그곳 동구권에서 이민 온 사람이 많아요. 내가 세들었던 토론토의 집주인은
유고슬라비아 출신.. 이들의 생각이나 삶을 제가 알지요. 어쨌든 비아님... 나 돈 들이지 않고
그 먼 나라의 자연과 사람들을 잘 구경했습니다. 형숙님....
향강선생님 ..눈도 피로하실텐데 긴글 읽어주셔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그래도 향강님께서 댓글을 써주셔야 등산 마지막 봉우리에 깃발을 꽂았다고 봅니다..ㅋ
향강님께서는 저서에도 많이 등장하는 세계인들의 모습처럼
인간관계 경험이 풍부하시니 화제거리도 많으십니다..
댓글에서도 배울점이 많으니까요..
이젠 삼월의 시작입니다
봄이 시작되는 달...
향강님 지난 겨울 감기도 이겨내시고 잘 지내셔서 다행입니다
늘 건안하시기를 비오며..~
왜냐면 두말 할것도 없이
이비아 선생님 부부께선 멋지거든요
그리고 은근히 샘도 나서요
샘 나는 거 여자들 전유물 아닌가요?...ㅋㅋ
오늘 뭐해요 방에서 봤는데 김선생님 하이킹과 방콕 중 고민하시대요?
하이캉은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합니다..
저도 작년엔 조금 탔는데 봄꽃 피면 친구들과 하이킹 하려구요..
그 친구들은 자전거가 육백만원, 칠백만원 짜리라고 자랑하던데
저는 사십오만원 짜리라 성능차이가 나려나요?.. ㅋ..
사실 전 혼자 자유자재로 달리는 게 편하답니다..
들꽃도 보고 천천히 달리는 게 즐겁지요..
김샘님 즐거운 봄날 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