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BqrHKtRIh0?si=iXFkGDbi916G1Ihy
202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1. 지난 연말에 우리 모두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국가변란(비상계엄) 사태가 마지막 날(12.31)에 약간의 실타래를 풀리는 듯 했으나, 그 이전에 무안 제주항공기 사고로 또 다시 충격과 공포를 경험해야 했고, 우리 모두가 가슴이 먹먹한 상태입니다.
부디, 새해엔 이 모든 일이 긍정적으로, 완전하게 해결되어 더는 이 땅의 민중들이 가슴 아파하는 날이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2. 2015년 발표한 저의 단편소설집 '동굴 파는 남자(2015. 북산)' 중 단편소설 '사랑이 저만치 가네'를 마지막으로 민트오디오북 소설 낭독이 끝납니다. 일부러 찾아오셔서 저의 소설을 선택하고 낭독해주신 민트오디오북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소설 쓰겠습니다.
-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제목은 80년 대 중후반 우리에게 익숙했던 가수 김종찬의 '사랑이 저만치 가네'를 차용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서울 명지대학을 중퇴하고 군 제대 후, 재차 대입을 봐서 부산의 모 대학 통기타 동아리에 미친듯이 활동(가수 및 작사작곡자)할 때였습니다. 기억으로 아마 학교 축제 때인 것 같습니다. 부산의 인근 모 대학에서 경남, 부산, 울산 지역 젊은이들의 '제1회 해변가요제'가 열렸습니다. 그때 전 직접 참여하지 않고 교내 다른 통기타 동아리 팀에게 제가 작사작곡한 '겨울 바닷가에서' 하는 곡을 주었는데, 놀랍게도 이 팀이 금상을 수여하였고 상을 받자마자 이 팀들이 상금(당시 무려 백 만원)을 들고 축제 중인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당연히 우린 이 돈으로 교내 통기타 동아리를 모두 모아서 술판을 벌렸습니다. 그때 제가 그들 앞에서 대표로 통기타로 부른 노래가 '사랑이 저만치 가네'였습니다. 수십 년 전의 광경이지만 저는 아직도 그때의 풍경이 눈앞에 선합니다.
- 또한 이 단편소설이 추후 제가 작년에 발간한 장편소설 '사랑과 절망의 이중주(2023/푸른고래)'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 대략의 줄거리
40대 후반, 젊은 날 시인을 꿈꾸다 몇 년전에 지역 문예지로 등단한, 지금은 모 중소기업에 만년과장으로 하루하루를 맥없이 살던 유태하는 퇴근 후, 집 근처 B대학 교정을 거닐고 있다. 성긴 비인지 눈인지 내리는 추운 날임에도 그는 한통의 문자를 받고 허탈해 한다. 문자는 사무실 여직원, 그러니까 그녀와 친한 여직원이 보냈는데, 오늘 그녀가 직장에 사표 내었고 내일 고향인 서울로 떠난다는 내용이다.
결국 그녀가 떠나는 모양이다. 그녀는 같은 건물 다른 사무실 여직원이다. 업무 관계로 우연히 친해지다 끝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나, 유태하는 가정과 그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어느 날, 그만 두자고 그녀에게 메일을 보낸다. 이후 둘은 매일 보는 사이였지만 서먹서먹하게 되었고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관계이다.
겨울과 바다를 사랑했던 여자, 아내조차 읽지 않는 그의 시를 꼼꼼이 읽고 비평해주는 여자, 그보다 무려 십 수년이 어리지만, 감성을 비롯하여 모든 게 나은 여자, 연꽃 소류지에서 목젖이 보일 정도로 활짝 웃던 여자, 자신의 차 보조석에서 아이처럼 곤히 자던 여자.....
"어떻게해야 하지?"
고민 끝에 그는 다음 날, 하루 연차를 내고 그녀를 배웅하러 B 역으로 향한다.
"날 좋아했긴 했어?"
"그럼요. 어떤 미친 여자가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여행을 하겠어요?"
시시껄렁한 잠깐의 대화를 마치고 그녀가 플랫폼에 걸어가는 걸 본 그는 낮게 읇조린다.
"사랑이 저만치 가네."
그 말을 들었는지 그녀는 딱 한번 뒤돌아 보고 그를 향해 손을 흔든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