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은 ‘근로자 파견’, 불법파견이라도 2년 지나면 정규직 인정해야
(2007.6.1, 서울중앙지법 2005가 합114124)
사실관계
○○회사는 사내협력업체들과 업무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노무비, 복리후생비 및 사회보험료, 사업소득세, 일반관리비, 이윤 등을 고려해 정한 도급단가에 총 근로시간을 곱해 산정한 기성금을 지급했다.
사내협력업체들은 ○○회사와는 별도로 취업규칙이 있었으며, 각 협력업체들 명의로 채용공고를 내어 신규 근로자를 채용했고, 소속 근로자들도 각 소속 업체에 휴가원, 조퇴계, 사직원 등을 제출하고, 각 소속 업체와 노사협의를 했다.
사내 협력업체들은 각 소속 근로자들에게 인사권·징계권을 행사하고, 임금 등을 직접 지급했으며, 그에 따른 근로소득세 원천징수의 납부, 연말정산 업무를 자체적으로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각 대표 명의로 사회보험에 가입했다.
○○회사의 자동차 조립, 생산 작업은 대부분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생산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회사 공장의 의장 및 차체공장 생산 라인의 일부 공정에서 근무했다. 업무 제반설비와 기계, 필요자재 및 조립공구 등은 모두 ○○회사의 소유였으며, 연속적인 공정의 진행이 요구되는 자동차조립의 업무의 특성상 원고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회사 근로자들과 같은 생산 라인에 배치돼 근무를 하기도 했다.
또한 ○○회사 관리자는 ○○회사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출퇴근 상황을 비롯한 근태상황 및 인원현황 등을 파악했고, ○○회사 근로자들의 작업불량 뿐만 아니라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불량까지 함께 포함해 월별 불량통계를 작성했다. ○○회사는 직접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일부가 ○○회사와 사내 협력업체 사이에 체결한 업무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되므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에 따라 사용사업주인 ○○회사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 중 2년 초과해 사용한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하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1)
판결요지
이 사건 자동차 부품 조립업무는 피고 공장의 컨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흐름생산방식의 특성상 생산 라인을 따라 여러 단계의 가공, 조립공정이 중단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므로 각공정은 독립적일 수 없으며, 따라서 자동차 부품 조립공정 중 일부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대상업무로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대금지급 방식과 관련해, 피고가 근로자들에 대한 노무비, 복리후생비 등의 인상금액을 구체적으로 계산, 반영해 도급금액을 상향 조정하면, 이에 따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도 인상됐다. 피고는 협력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피고 공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격려금 등을 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정은 통상 도급인이 일의 완성에 대한 대가로 수급인에게 기성금을 지급하며, 수급인이 자체적으로 소속 근로자들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는 도급의 경우와는 다르다.
실제 작업현장에서 원고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같은 생산 라인에 배치돼 근무를 하기도 했고, 피고 소유의 생산 관련 시설 및 부품, 소모품 등을 사용해 피고가 작성한 조립작업 지시표와 사양식 별표, 서열표 등에 의거해 조립작업을 했다. 소속 협력업체의 고유 기술이나 자본 등이 업무에 투입된 바는 없었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은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내 협력업체의 업무는 피고의 업무에 연동되거나 종속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을 포함한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근로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생산근무 지시에 따라 근무를 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했고, 협력업체 현장관리인이 작업현장에 있었음에도 피고 소속 관리자가 별도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근태상황, 인원현황 등을 파악·관리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도급인으로서의 지시·감독권을 넘어서서 사실상 원고들을 포함한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명령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를 했고, 이를 통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를 제공받았다고 보인다.
결국 위 사정들을 종합하면, 사내 협력업체들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업무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는 사내 협력업체들이 그 소속 근로자들을 피고에게 파견해 피고의 지휘, 감독을 받게 하는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 다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함)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제조업의 직접생산 공정업무는 원칙적으로 근로자파견 대상업무에서 제외되므로 이 사건 근로자파견계약은 불법파견이다.
법 제6조 제3항(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함)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것을 요건으로 해 고용간주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2), 법 제2조 제1호에 의한 근로자파견계약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 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라고만 정의해 고용관계의 형태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파견대상업무에 해당 여부나 파견법상 허가 유무를 그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지 않다.
또한 법 제6조 제2항은 법 제5조 제2항에서 일시적·간헐적으로 행할 수 있는 근로자파견사업에 대한 파견기간을 정하고 있는바, 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법 제5조 제1항에 의해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파견이 허용되므로 법 제5조 제1항에 의한 파견허용업무라는 것은 절대적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파견대상업무 해당 여부가 이 사건 규정의 적용요건이라 할 수 없다.
이 사건 규정은 사용사업주에게 2년의 기간이 지나도록 파견근로자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고용간주라는 부담을 주어 장기간의 파견을 규제하는 동시에 파견근로자를 정규직근로자로 전환시킴으로써 고용불안을 제거하고자 하는 취지의 규정이다.
만일 위법한 파견에는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면, 이 사건과 같이 업무도급계약의 형식을 빌린 불법파견관계의 경우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어렵게 되고, 사용사업주는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파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파견사업주로부터 파견을 받으려는 강한 유인을 갖게 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불법파견에도 고용의제조항인 이 사건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원고들 중 피고에 파견된 날로부터 2년을 초과한 자들은 2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피고의 근로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고 할 것이다.
판례검토
가. 불법파견에는 고용의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2004.04.16, 대법 2004두1728)
A와 참가인 사이의 TKP 용역도급계약은 그 문구에도 불구하고 파견법 소정의 근로자파견사업에 해당하나, A는 근로자파견사업의 허가를 받은 바가 없고, 원고들이 종사한 업무가 예외적으로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A가 위 용역도급계약에 따라 원고들을 참가인의 사업장에 파견해 근무하게 한 것은 파견법에 위배되는 위법행위임은 인정된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파견 역무의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파견대상업무, 파견기간, 인적 물적 기준 등에 관한 엄격한 요건 하에 예외적으로만 근로자파견을 허용하고 있는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파견근로자, 파견사업주, 사용사업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정하고 있는 파견법의 제 규정들(제6조, 제34조, 제35조 등)은 ‘적법한’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지,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을 따를 경우 해당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미흡하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중 누구와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의제할 것인지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일부의 입법례와는 달리, 우리 파견법은 이점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법의 해석상으로는 위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 파견근로자와 사용사업주 사이에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의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 불법파견에도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된다(2004.11.26, 서울중앙지법 2003가합96857)
파견법 제6조 제3항이 반드시 합법적인 근로자 파견에만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파견기간을 규정한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파견법 제5조 제1항에 의해 파견이 허용되는 업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파견이 허용되므로 파견법 제5조 제1항에 의한 파견허용업무라는 것도 절대적이라 할 수 없는 점, 제6조 제3항이 위 법 제6조 제1항 바로 뒤에 위치하지 아니하고 위 법 제6조 제2항 뒤에 위치한 점 등에 비추어보면 위 고용의제 규정이 반드시 파견법 제6조 제1항, 제5조 제1항의 합법적 근로자파견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만한 논리적 필연성이 없으므로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계속사용하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사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결의 의미
종전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는 한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법 제6조 제3항). 다만, 동 규정이 불법파견에도 적용되는지에 관한 명문규정이 없어 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견해가 나뉘어 있었다.
즉, 노동부 행정해석은 파견기간 초과 이외에 파견대상업무 위반, 무허가파견 등 모든 불법파견에 고용의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하고 있었던 반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는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고용의제조항의 적용을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었다.3)
법원이라 해서 반드시 견해가 일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하급심에서는 간혹 대상판결과 같은 취지로 불법파견에도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었고,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대체로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고용의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행정해석, 노동위원회, 법원 상·하급심의 견해가 각각 다르고 일치하지 않아 분쟁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또 다른 노사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고, 입법론적 미비가 지적되기도 했다.
또한 근로계약관계는 당사자간 의사의 합치로 성립하는 것이 원칙이나 고용의제방식은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의사가 없는데도 법률에 의해 바로 근로계약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사적자치원칙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고, 사용사업주가 고용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는 부당해고구제신청,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므로 시간·비용의 부담이 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러한 배경에서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용의제조항을 고용의무조항으로 변경하고4), 불법파견 시에도 적용됨을 명시해 파견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고, 입법론적 미비를 해결함과 동시에 논란의 여지를 차단했다. 따라서 2007년 7월1일 이후부터 발생하는 모든 불법파견에는 당연히 ‘직접고용의무’조항이 적용되므로 향후에는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른 견해가 제기될 가능성은 없어지게 됐다.
대상판결은 사건 발생 시점이 개정법 적용대상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구법이 적용되는 시점의 사건이므로 개정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여전히 해석의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그런데 대상판결이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와 견해를 달리해 불법파견에도 2년 이상 사용한 경우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견해를 취한 것이어서 상급심에서 과연 이 판결이 유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파견법 개정배경 및 그 취지들을 감안한다면 관련 규정이 개정된 이후에도 종전의 대법원 견해를 유지하는 것은 비교적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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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고들의 이 사건 민사소송제기에 앞서 노동부에서는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려 검찰에 고발조치 한 바 있고,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무혐의’판정을 한 바 있다.
2) 구법 제6조 ③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를 제외한다.
3) 대한송유관공사사건 : 중노위 적용불가(허용업종 외 파견) → 행정법원 적용불가(고용의제는 적법파견에 한정, 위법파견시 적용명시 규정 없음) → 고법 기각(행정법원 판결 인용) → 대법원 기각(본안 심리 없이 기각, 대법원 2004두1728, 2004.4.16)
현대미포조선사건 : 울산지원은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을 부인하고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 적용도 부인(울산지원 2004가합987, 2004.5.20)
4) 직접고용의무(개정법 제6조의2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지 아니한 사용사업주는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함(제46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