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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자료사진)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관계자가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를 바라보고 있다. ⓒ김철수 기자
30일 새벽 경북 경주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 ‘지진 분석서’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99회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내륙에서 발생한 것으로 치면 최대 규모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한반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지진도 7년 전인 2016년 9월 이곳 경주에서 발생했다. 경주에서 반복해서 심상치 않은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이제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지진 진원지에서 직선거리로 10km 거리에 있는 월성원전이 지진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지어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이는 규모가 크지 않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하중을 견디지 못한 안전설비들이 자리를 이탈하여 후쿠시마와 같은 심각한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 사실을 알고도 5년 이상 어떠한 조치도 없이 이를 방치했다는 게 폭로 내용이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의 폭로
경주 월성원전, ‘비내진 앵커’로 시공돼
“한수원·원안위 보고 받고도 조치 안 취해”
“명백한 원자력안전법 위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의원실로 공익제보가 접수됐다”라며 제보 내용을 설명했다. 또 이날 공개한 제보내용과 관련해, 김성환·양이원영·민형배 의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원전 14기 앵커볼트 측정결과와 엑셀파일 14건, 규제기관의 내부 보고문건도 확인됐다”라고 강조했다.
2023년 2월 8일 월성3호기와 관련해 제출된 원자력안전심의회 내부 문건에 첨부된 검사지적사항표다. 이를 보면, 원전3호기 건물 앵커정착부 353곳 중 332곳이 지진에 견딜 수 없게 설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환 의원실 제공
김성환 의원실은 제보자의 제보자료도 공개했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였다는 이 제보자는 “수년간 원전 운영허가 부적합 사안인 앵커볼트 문제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규제행위를 하지 않고,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하고 있어, 시정 조치와 책임자 규명을 위해 제보”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료를 보면, 제보자는 2015년부터 월성원전과 13개 가동 원전의 앵커볼트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사용된 앵커볼트가 설계도면과 다른 부실시공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제보자는 점검 당시 월성원전 1~4호기 원자로격납건물에 설계기준과 다른 ‘비내진 앵커’가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 김성환 의원실은 해당 제보자료를 토대로 월성 1~4호기에 사용된 ‘비내진 앵커’가 “최소 4천개 이상”이라고 봤다. 심지어 제보자는 월성 3호기에서 앵커정착부 시공 상태가 도면과 같지 않은 140여 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각한 부실시공이 확인된 것이다.
앵커볼트는 원전의 모든 기기와 설비를 콘크리트 바닥과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이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각종 안전설비가 제자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앵커볼트가 파손될 경우 주요 설비들이 과도하게 흔들려 파손되거나 자리를 이탈할 수 있다. 그러면 원자로 냉각 등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중대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설비가 작동을 멈추면서 폭발사고로 이어졌다. 그래서 당연히 원전을 지을 때는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앵커볼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월성원전 등 여러 원전 상당 부분에 ‘내진 앵커’가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를 제보자가 당국에 보고하고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했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보자는 해당 제보자료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됨에 따라 안전성에 문제가 되어 점검결과를 KINS 원장에게 보고하고 원안위에 가서도 보고했다”며 “이에 한수원이 2018년에 원전에 대해 점검하고 평가결과를 제출했으나, 제보자가 제기한 원전 부적합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양이원영·민형배 의원과 함께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월성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에 부적합 앵커볼트가 사용됐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3.11.30. ⓒ민중의소리
기자회견에서 양이원영 의원은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한반도에 미치는 힘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게 지질전문가들의 증언”이라며 “그런데 지진에 취약한 원전에 이렇게 성능 미달인 부품을 사용한 것도 문제지만, 그걸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계의 안전불감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도 이날 성명에서 비내진 앵커 문제와 관련해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원전 운영허가 기준에 미달하여 운영정지나 운영허가 취소를 명할 수 있는 명백한 위법사항이며, 한수원이 설계 기준 미달의 부적합 사항을 발견하고 보고·공개하지 않은 것은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국내 원전 14기의 부적합 앵커볼트와 월성원전 방사성 무질 누설 문제는 한국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운영 사업자의 처참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원자력안전법과 형법상 위법 사항을 검토하여 시민들과 원전 규제기관 및 한수원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실제 학계에서는 경주에 여러 개의 활성단층이 보고되고 있다. 최대 6.5~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는 이날 지진이 발생하자 새벽에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 전 직원을 발전소로 복귀시켰다. 이후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월성 1~3호기에서 지진계측값이 최대 0.0421g(월성 1호기)로 계측됐으나 발전소에 미친 영향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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