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의 계속으로 하나씩 다루어 보겠습니다.
<피리>
매우 작은 악기이지만 풍부한 음량과 '씩씩한' 사운드로 국악 합주에서 주 선율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파트인데,
퓨전 국악에선 간혹 색소폰이 비슷한 역할을 맡는 사례를 종종 봤습니다.
그러나 본래 향피리 소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그 맛을 제대로 내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좀 더 가까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은 이전에 올렸던 "색소피리" 를 참조하면 되는데,
계속 실험을 하다보니 대충 감이 잡히는 사항도 있습니다.
즉 피리처럼 거칠고 큰 소리에는 오프닝이 크고 딱딱한 재질의 하이배플 피스에 얇은 리드가 유리하지만,
미분음, 떠는 음 등의 음정 변화를 컨트롤 하는데는 오히려 오프닝이 다소 작은 편이 유리합니다.
이 경우 천연재의 얇은 리드는 '삑사리' 또는 붙어버리기 쉬우므로 합성수지 (유리 또는 탄소섬유) 를 가공 제작하는게 좋습니다.
이 때의 리드의 물리적 성질로서 적당한 강성 (Stiffness) 과 유연성 (Complience) 을 가지면서 진동부 질량 (Mass) 이 작고
경도 (Hardness)가 단단한 재료가 좋은데, 저는 전자회로 기판 재료인 Glass Epoxy 판재를 가공해 쓰고 있습니다.
물에 적실 필요 없어 즉시 연주 가능하며, 열에도 비교적 강한 반 영구적이므로 망가뜨리지만 않으면 '만년먹기' 입니다.
한편 연주법에서 흔히 쓰는 '싱글 립' 보다는 피리나 오보에 연주처럼 '더블 립' (윗니 대신 입술) 이 미분음 표현이 수월한것 같은데, 진짜 향피리 불듯이 피스가 입술에서 '들락날락' 해보니 정말 국악 같은 느낌이 납니다. (느리고 굵은 비브라토 효과)
또한 아예 피스 대신 향피리용 '서' 를 넥에 맞춰 끼우면 아주 흡사한 상태가 되지만 아직 보완할 문제가 많아 보류중입니다.
알토 색소폰으로는 향피리의 음역을 낼 수 있고 더 낮은 '대피리' (최근 창작 국악에 사용) 까지 커버 됩니다.
소프라노 악기는 향피리부터 태평소 음역까지 가능하고 (사실 음색면에서 소프라노 색소폰이 국악용에 유리할 것 같음)
클라리넷의 경우 모든 악기 영역 가능하므로 같은 방법으로 피스와 리드 궁합 맞추면 제일 편리할것 같습니다.
<해금>
서양악기로 음색 재현하기 가장 어려운 악기입니다.
흔히 바이올린과 비교되곤 하는데, 사실 바이올린과 해금은 아주 먼 친척간입니다.
아라비아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발생된 '라밥' 이란 두줄 찰현악기가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 각지로 전해지면서 레밥, 르바브, 케멘체 등으로 불려지다 서쪽으로는 '비올족' 동방으로는 마두금, 호궁, 등으로 변천되었고 발음 원리는 똑 같습니다.
그렇지만 발음 원리가 같더라도 악기의 재료나 형태가 달라졌으므로 음색 역시 차이가 매우 큽니다.
음역은 바이올린과 비슷하여 현의 재료만 달리하면 비스무리 할 것 같았는데, 역시 쉽지 않습니다.
기존 현 대신 가야금이나 해금용 명주실은 장력이 약해 쉬이 끊어지고 소리도 약합니다.
최근에 개발된 나일론 소재의 가야금 현은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 해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기타줄 (나일론) 을 매어봤는데, 전혀 그 소리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개량된 해금은 그 구조가 오히려 바이올린에 가까운데, 음색은 중국의 '얼후' 닮았고, (현의 재료는 미상)
몽골의 '마두금' (Morin Khuur) 은 활털과 같은 말총 현인데, 역시 얼후 비슷한 소리입니다.
우리의 해금처럼 약간 코막힌 소리 (코를 막고 내는 "아~~" 목소리 비슷) 는 참으로 재현하기 어려운것 같습니다.
따라서 당장 비슷한 음색의 구현은 어렵더라도 '시김새' 만은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겠는데,
바이올린은 악기 자체에 뚜렷한 음계의 경계가 없으므로 미분음은 얼마든지 표현 가능합니다.
실제 악곡에서 종종 등장하는 '포르타멘토' 주법은 물론 비브라토 연주 역시 수월한데,
서양음악처럼 빠르고 얕은 비브라토 주법은 일반적이지만 우리 국악처럼 느리고 깊은 (굵은) 표현은 하지 않으므로
그러한 주법은 미개발 상태일 겁니다. 따라서 주법만 연구하면 얼마든지 느낌을 살릴 수 있겠습니다.
해금은 분명한 현악기이지만 국악에서는 관악기로 간주되어 관악 편성에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 윈드도 그렇죠...)
그 이유는 관악기처럼 원하는대로 지속음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그럼 '아쟁' 도 관악기가 되나요? 그건 아니죠.
저의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구분해 봤습니다.
어떤 악기를 만드는데 재료중에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은 무엇인가?
오동나무가 주 재료이면 현악기, 대나무가 주 재료이면 관악기.
따라서 해금은 주로 대나무가 제일 많이 쓰이니까 (울림통, 입죽, 활대 등) "관악기로구나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