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선린병원 부도로 인한 대규모 실직사태와 진료 차질 등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선린재활요양병원 의료진은 31일 집단사퇴를 결정해 병원에 남은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을 떠나는 직원들 역시 심각한 생활난(生活難)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인산의료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재활요양병원 물리치료실 팀장 1명을 제외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140여명은 31일 전원 퇴사한다.
이들은 이달 초 집단 사퇴의사를 한 차례 밝힌 바 있지만 병원 측의 설득으로 인해 지난 12일 돌연 철회했다. 하지만 급여일인 지난 25일 약속된 임금을 받지 못하자 결국 이달 말까지 근무 후 병원을 떠나기로 하고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주부터 환자들은 `의사 없는 병원`생활을 대비하고자 소견서 및 처방전 등을 미리 받아두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환자 A씨는 “의사가 있어야 재활치료나 처방전 관련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해두면 2주에서 최대 한 달까지는 견딜 수 있다”며 약만 제때 먹을 수 있다면 재활치료는 받지 않아도 되니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을 이미 했거나 준비 중인 직원들 역시 환자들만큼이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8일 퇴직자 가족들과의 통화연결 결과, 이미 2~3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한데다 병원 측이 사표수리를 지연시켜 이직(移職)조차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부의사들의 경우 경제활동에 따른 수입이 없어 자녀양육 등에 필요한 생활비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아파트 전세에서 원룸으로 주거지를 옮기거나 휴대전화요금 미납자부터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이들까지 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재활요양병원 퇴직자 B씨는 “직원들이 일괄사직서를 제출하자 병원 측은 한 달 전에 사전 공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표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한데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으로 처리하겠다는 등 법을 악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린병원 퇴직채권단협의회 이대훈 대표 역시 “지난 1월 이후에 발생한 체불퇴직금이 70억원에 이른다”며 “퇴직자들은 실업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잇다가 이후엔 대출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지난 28일 재활요양병원 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체불임금신청 절차 등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포항지청 관계자는 “현재 선린병원과 재활요양병원의 체불임금이 심각한 수준이라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방향으로 법을 악용해선 안 된다.
도 무단결근은 임금뿐만 아니라 퇴직금 정산 시 근로자에게 큰 손해를 끼치므로 한 달 임금 지급기간 내 인수인계 등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포항선린병원은 지난 27일 법정관리신청을 접수했으며 이에 맞서 채권단협의회는 탄원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재단 관계자는 선린병원 건강증진센터 의사 전원이 사직해 신체검사실, 종합검진실을 9월 1일부로 폐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