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제조업 중심 지역)와 선벨트(Sun Belt·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
녹슨 공장지대와 기술혁신 중심… 美 대선 최대 격전지죠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제조업 중심 지역)와 선벨트(Sun Belt·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
윤서원 서울 단대부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입력 2024.10.09. 00:30 조선일보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 전역을 돌며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어요. 얼마 전 트럼프는 미시간주(州)에서 선거 유세를 하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어디서도 내연기관 자동차·트럭을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트럼프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 스틸' 공장이 녹슨 상태로 남겨져 있는 모습이에요. 세계 최대 규모 철강회사였던 베들레헴 스틸은 제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2003년 문을 닫았어요. /브리태니커
미시간주는 미국 북동부의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제조업 중심 지역)를 상징하는 지역이에요. 미시간주는 과거 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쇠락한 상태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평소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를 지지하는 해리스를 의식하고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돼요. 이곳에선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세였어요. 러스트벨트는 이번 대선에서 승패를 판가름할 최대 격전지로 꼽혀요.
선벨트(Sun Belt·일조량이 많은 남부 지역) 역시 격전지입니다. 미국 남부 주들을 잇고 있는 선벨트는 남동쪽 버지니아와 플로리다에서 남서쪽 네바다와 남부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진답니다. 이번 미 대선에선 이 두 지역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요. 오늘은 러스트벨트와 선벨트라는 용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두 지역의 특징은 뭔지 알아볼게요.
그래픽=박상훈
철강 노동자 앞 연설 이후 유명해진 ‘러스트 벨트’
미국 사회에서 ‘벨트’는 비슷한 사회·경제·문화적 특성을 공유하는 지역들을 한데 묶어 표현하는 말이에요. 보통 산업이나 기후를 기준으로 삼는답니다. 대표적인 예가 ‘러스트벨트’와 ‘선벨트’예요.
러스트벨트는 인디애나·일리노이·미시간·미주리·오하이오·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웨스트버지니아·뉴욕주에 걸쳐 있죠. ‘러스트(Rust)’는 ‘녹(綠)’이란 뜻인데요, 이 지역 산업이 쇠퇴해 공장에 녹이 슬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러스트벨트라는 말은 198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월터 먼데일이 오하이오주의 철강 노동자들 앞에서 한 연설 이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답니다. 당시 먼데일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산업 도시를 녹슨 땅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이 지역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던 기간도 있었어요. 철광석과 석탄이 많이 매장된 지역이라 19세기 제철 산업과 금속 관련 제조업이 크게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계와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죠. 미시간주에서 가장 큰 도시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도시(Motor City)’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 지역은 196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기술 발전으로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이전보다 필요한 노동력이 줄었고, 또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와 남미로 공장을 옮겼거든요.
목화 재배하던 선벨트, 첨단 기술 중심지됐죠
반대로 선벨트는 한창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에요. 선벨트라는 말은 1960년대 미국 공화당의 전략가 케빈 필립스가 춥고 눈이 많이 오는 미국 북동부와 이 지역을 대비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어요. 20세기 전만 해도 미국 남부 지역은 ‘코튼 벨트(Cotton Belt)’라고 불릴 정도로 목화 재배를 많이 한 농업 지역이었어요. 하지만 온화한 기후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세율 등으로 20세기 후반부턴 여러 산업이 몰려들기 시작했죠. 석유·항공우주·군사·IT 관련 산업이 대표적이에요.
미국 남부 텍사스주에 있는 휴스턴시 전경이에요. 선벨트 지역 대표 도시 중 한 곳인 휴스턴은 196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센터가 건립된 후 다양한 항공우주·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들어섰답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예를 들어, 선벨트에 속한 텍사스주 휴스턴엔 1961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센터’가 들어섰어요. 이후 휴스턴엔 항공우주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자리 잡으며 ‘우주 도시(Space City)’로 불릴 정도가 됐어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텍사스의 석유 산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죠. 또 1990년대 이후에는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세계적인 기술 혁신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뉴욕의 살인적인 땅값을 피해 선벨트 지역으로 옮겨온 금융·IT 기업들도 있어요. 살기 좋은 따뜻한 기후에 일자리도 많아지니, 최근엔 북동부와 중서부에서도 많은 사람이 선벨트로 이주해오고 있답니다.
‘승자 독식’ 미국 대선, 경합주 승리가 중요해요
트럼프와 해리스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두 지역에서 집중적인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우리나라처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이 아니에요. 미국은 주(州)별로 인구에 비례한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데요, 주마다 투표를 해서 승리한 후보 측에 선거인단을 모두 몰아주는 ‘승자 독식’ 방식이랍니다. 미국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최소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대통령이 될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정치 성향이 확고한 주보다는 지지율이 엇비슷한 ‘경합주’에서 표를 가져오는 것이 중요하죠.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에서 승리를 거뒀었는데요.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쇠락한 제조업을 살리고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의 어려움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해 지지를 받았어요. 트럼프는 제조업 일자리 회복을 약속하며 다시 이 지역에서의 승리를 노리고 있답니다.
선벨트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에요. 또 새로 성장하는 기업체가 많은 만큼 세금 인하와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경제 정책을 선호하죠. 선벨트가 펼쳐진 남부 지역은 가족 중심의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보수적인 사회 정책을 지지하기도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기독교 신앙이 강한 미국 동남부 주들은 ‘바이블벨트(Bible Belt)’로 묶이기도 해요.
그런데 최근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선벨트에서도 민주당의 입지가 커지고 있어요. 이 지역에선 최근 이민자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해리스는 다양성을 강조한 정책을 제안해 이민자 커뮤니티의 지지를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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