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08
천자문125
동봉
0425궁궐 궁宮宫
0426전각 전殿
0427서릴 반盤盘㭧鎜
0428답답할 울鬱郁欝欎鬰
-궁과전은 빽빽하게 서리어섰고-
(고루관대 날아갈듯 놀라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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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억천五百億千 묘화궁전妙華宮殿
나뭇가지 사이마다
상하上下에 벌려있고
오백억천 동자童子들이
그 궁전宫殿에 유희遊戱하되
광명光明있는 마니주摩尼珠로
화만영락華䰋瓔珞 장엄莊嚴일세
팔종청풍八種淸風 건듯 불어
보수보망寶樹寶網 나는 소리
미묘微妙하고 청철淸徹하여
백천풍악百千風樂 진동振動하니
그 소리 듣는 자者는
탐진번뇌貪瞋煩惱 소멸消滅하고
염불심念佛心이 절로 나며 ~중략
ㅡ 권왕가勸往歌《釋門儀範》卷下257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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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세계 궁전을 묘사한 대목입니다
많은 복을 지은 사람이 그의 삶이 다한 뒤에
극락세계 교주이신 아미타 부처님과
아미타불 좌보처 관세음보살님과
아미타불 우보처 대세지보살님
그리고 최상의 인도자引路王이신
지장보살님의 안내를 받아 가서 나는 곳
극락세계의 일부를 묘사한 부분입니다
부처님께서는《金剛經》에서 말씀하셨지요
"겉모습으로 여래를 판단하지 말고
음성만으로 여래를 구별하지 말라
이런 사람은 잘못된 도를 구하나니
마침내 여래는 볼 수 없으리라." 고요
그러하신 여래께서는 어떻습니까
선천적으로 타고나신 32가지 특징에다가
후천적으로 80가지 마음을 끄는 요소들
이를테면 표정과 음성과 걸음걸이와
손짓과 제스츄어 따위를 고루 다 지니셨습니다
여기에는 안으로부터 배어나오는
학문의 깊이와 능력과 품격까지 포함하지요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극락세계가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운지
그곳의 물과 공기와 자연풍광이며
지어진 건축물들은 또 얼마나 멋진지
하나하나 자상하게 설명하십니다
권왕가에 나오는 극락세계의 묘사도
극히 일부분에 해당하지만
와우! 오백억천의 묘화 궁전입니다
뒷 자리 천千은 빼놓고라도
오백억이란 숫자는 어마어마하지요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이니
5백억이면 1천 배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일반 건축물도 아니고 궁전입니다
아름다운 꽃으로 장엄한 궁전들이
자그마치 5백억이나 되는데
이들 궁전 사이사이에 황금으로 꾸며진
화려한 나무들이 또 서 있습니다
거기에 오백억의 때묻지 않은 동자들이
순수하게 수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묘사가 경전에서는 필요했을까요
부처님께서는 전언의 말씀이 아닙니다
직접 보고 느끼신 것을 표현하시듯
한 마디 한 마디에 확신이 배어있으십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차지하는 힘이
설명되는 내용보다 큰 까닭일 것입니다
the law of (Albert)Mehrabian
메라비언의 법칙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앨버트 메라비언(1939~ )이 발표한
시각 청각 내용으로부터 받아들이는
이미지 분석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메라비언에 따르면 이야기 내용보다
목소리에서 느끼는 느낌이 더욱 강하고
목소리보다 시각으로 느껴짐이 더 강합니다
발표자의 이야기 내용이 7%고
발표자의 목소리가 38%며
발표자의 표정과 매무새가 55%입니다
목소리에서 느끼는 청각과
보이는 모습에서 느끼는 시각을 빼고 나면
이야기 내용에서 느끼는 것은
겨우 7%에 불과하다는 법칙입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힘주어 말씀하십니다
55%의 시각에 의존하지 말라
38%의 청각에도 따르지 말라
7%이지만 가르침의 내용에 충실하라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다 보면
비록 7%에 지나지 않는 내용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 부처님께서 심리학 용어를 떠나
메라비언의 법칙에 담긴
상식의 원리를 모르셨을 리가 없습니다
0425궁궐 궁宮
궁궐 궁宮 자는 갓머리宀가 부수입니다
갓머리는 부수의 명칭이고
한자로는 집 면宀 자에서 찾습니다
이 갓머리 부수로 된 글자가
자전에 의하면 166자나 나오는데
대체로 집과 관련이 있는 글자들입니다
그리고 민갓머리冖라 하여
갓머리宀 위의 점丶이 탈락된 글자인데
갓머리와 혼용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민갓머리를 부수로 갖고 있는 글자는
옥편에 의하면 25자가 되는데
부수 글자를 찿을 때는 덮을 멱冖 자입니다
궁궐 궁宮 자의 부수 갓머리 아래
법칙 려/여呂 자가
처음에는 여吕 자처럼
윗입 구口와 아랫입 구口가 떨어져 있었는데
나중에 연결하는 통로가 생기면서
여吕가 여呂로 이어지게 됩니다
궁宮은 형성문자가 아닌 회의입니다
갓머리宀도 집의 뜻인데
아래 여呂 자도 칸칸의 방이거나
방口과 방口이 통로丨로 연결된 것으로서
결국 같은 집의 구조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그러나 우리 한자 발음이 '궁'이고
중국어 발음도 '공宮Gong'으로 나는데
이는 동굴 속에서 울림을 표현한
소리시늉말擬聲語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궁宮/宫은 본디 동굴로 된 집입니다
그러다가 '친秦Qin나라' 이후로부터
대궐大闕의 뜻으로 바뀌게 되고
서민들에게는 쓸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여성들에게만큼은 허락이 되었는데
이는 여성은 왕을 낳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애기집을 자궁子宮이라 높였지요
궁宮 자와 닮은 글자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벼슬 관官 자입니다
궁에 사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네 가지 쉽게 볼 수 없음不可輕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 훈장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첫째 왕자를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언젠가 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어린이를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어떤 위대한 인물이 될지 모르니까요
셋째 사미를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위대한 고승이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넷째 여인을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어떤 훌륭한 사람을 낳을지 모르니까요
여기서 어른은 여자만 들어갔습니다
자궁子宮Womb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교경전에는 달리 나옵니다
여자 대신 뱀을 가볍게 보지 말라 하고
어린이 대신 불을 가볍게 보지 말라 합니다
뱀이 비록 어리더라도 독성이 강하고
불이 비록 작더라도 집을 태울 수 있으니까요
0426전각 전殿
궁과 마찬가지로 전殿도 대궐의 뜻입니다
궁궐에서는 궁宮이나 전殿을 쓰지만
사찰에서도 전殿을 쓰고 있는데
이는 부처님은 왕王이고 황皇인 까닭입니다
부처님의 법왕法王이시며
부처님은 각황覺皇이십니다
부처님을 모신 곳이 대웅전大雄殿입니다
아미타불을 모신 곳이 미타전, 극락전이며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이 관음전이고
지장보살을 모신 곳이 지장전, 명부전입니다
우리는 관음 지장 보현 문수보살 등을
부처의 아랫단계로 치부하고 있습니다만
대승불교에서는 불보살님 경지에
높낮이를 두지 않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특히《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에서는
본문本門과 적문迹門을 두어 설명합니다
본적이문本迹二門에서 영향을 받아
성서의 구약 신약이 나왔다 보고 있습니다
역사와 종교는 닮은 꼴이 참 많습니다
아니면 반대로 성서의 신구약이
법화경 성립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요
역사적으로 보면 구약의 성립보다는
법화경의 성립연대를 더 윗대로 잡으니까
법화경이 신구약에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전각 전殿은 갖은등글월문殳 부수에
소릿값 펼 전展 자를 놓았습니다
전각 전殿이 있다면 전각 각閣도 있겠지요?
누각 종각 삼성각 칠성각처럼
전殿보다 작은 개념의 각閣이 있습니다
대전 근정전 대적광전 대웅전처럼
황제나 임금이 머무는 곳보다 낮은
내각內閣Cabinet이 자리하는 곳입니다
박정희 전대통령에서 전두환 전대통령까지
서슬 퍼런 시대에 유행했던 단어가
소위 각하閣下라는 말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각하는 대통령이 아닙니다
대통령이라면 각하閣下가 아니라
전하殿下라는 칭호가 맞는 것이겠지요
각하는 내각제의 최고 책임자였던
총리대신에게 쓰는 언어였던 것입니다
0427소반 반盤
소반 반盤 자에 담긴 의미는
소반, 쟁반, 받침, 바탕, 넓고 큰 모양
둥글넓적한 그릇인 대야와 큰돌
굽다, 돌다, 서리다 등의 뜻을 의미합니다
그릇 명皿 자가 부수며 의미값이고
가지 반般 자가 소릿값입니다
소반 반盤 자에는 이 반盤 자 외에도
쟁반 반柈
소반 반盘
소반 반鎜
쟁반 반槃
너럭바위 반磐 자가 있습니다
0428답답할 울/울창할 울鬱
넓히다, 답답하다, 우울하다, 울적하다
울창하다, 우거지다, 무성하다, 향기롭다
화려하다, 찬란하다, 아름답다, 그윽하다
빛나다, 맺히다, 쌓이다, 엉클어지다
풀기 힘들 정도로 서로 핞게 얽히게 되다
생강과에 속하는 어러해살이 풀과
산앵도나무에 해당하는 글자입니다
이체자로는 답답할 울鬱 자 외에
답답할 울郁
답답할 울欝
답답할 울鬱 자와 친합니다
루오양洛阳도 그러하지만
시안西安에는 궁궐과 전각이 빽빽하기가
마치 반송이 서리어 있듯이
그렇게 서 있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건축물과 건축물 사이가 가까운 것은
동선動線을 줄임으로써
일과 보고의 신속성을 꾀하기 위함입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발달한 데다가
무제한으로 가입해 놓으면
아무리 많이 사용한다 하더라도
통신비가 더 이상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윗층에서 아랫층까지
앞방에서 뒷방까지의 연락도
심지어 큰 방에서는 같은 건물 같은 홀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무데서나 큰소리로 상대를 찾아
이름을 부르고 관직을 부를 수 없었지요
요즘이 편한 것인지
예전이 불편했던 것인지
함께 식사하고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같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도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기보다
톡이나 문자로 의사를 주고 받는다고 하니
어즈버!
어즈버!
어즈버!
꽃 한 송이 함께 느낄
마음의 거리가 그립습니다
05/22/2016
자친의 12주기를 맞아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