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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멀리 떠나는 배 한 척
이민호가 열사의 나라 중동으로 노무자로 가서 3년간을 일하는 동안에 매달 보내온 돈을 아내인 염군자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예금을 하였는데 만기가 되면 1억5천만 원이 된다고 하였다.
염군자는 남편이 1년 후에 돌아오게 되면 이 돈을 미리 찾아 두었다가 남편에게 돈다발을 방 가운데다가 쏟아놓고 그동안 당신이 고생한 보람이 있어 이렇게 돈다발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자랑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고 그리되면 남편은 자기를 등에다 업고 한바탕 방안을 돌아다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남편이 3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앞으로 한 달 후면 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군자는 은행엘 가서 예금 만기를 확인하고 돈을 찾았다.
돈을 찾아서 나오는데 지점장이라는 분이 좀 뵈었으면 한다는 은행원의 말이어서 그를 따라서 지점장실로 들어서자 지점장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어서 오시라면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염군자는 처음 뵙습니다. 인사를 하고 권하는 대로 자리에 앉자 지점장님은 우선 만기 적금을 타시게 된 것을 축하를 드립니다. 하면서 돈을 찾게 되면 어떻게 하시려는지를 물으면서 직원에게 차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염군자는 한편으로 왜 자기를 보자고 하였는지가 궁금하였는데 지점장님은 차가 들어오자 어서 마시시라고 권하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이 은행에서 적금을 찾게 되면 그것을 찾아서 1년이고 3년 또는 5년간을 맡기게 되면 이자를 합쳐 큰돈이 되니 그리하라고 권하였다.
염군자는 당초에 이 돈을 찾게 되면 우선은 집에다가 보관할 생각을 하였으니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은행에 넣어야 이자도 별반 많지도 않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염군자는 지점장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일단은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을 하고는 은행을 나섰다.
그녀의 가방에는 일 억5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들어 있어서 길을 나서고 나서 사방을 둘러보았으니 혹여 낯선 사람이 뒤를 밟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렇게 긴장을 해서인지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마와 등에 식은땀으로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군자는 집에 들어와서도 다시 한번 밖을 살펴본 후에 급하게 안방으로 들어와서는 열려있는 창문을 꼭꼭 닫고 나서 안 방문을 잠그고 가방을 펼쳐서 방바닥에다가 쏟아놓으니 아! 거기에는 일억 오천이라는 돈이 방바닥으로 하나 가득하여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참이나 돈을 바라보던 군자의 눈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비 오듯 하였으니 40도가 넘는 뜨거운 나라에 가서 하루하루의 일과를 소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아가며 번 돈이라는 생각 때문에 눈물이 쏟아졌을 것이다.
군자네 가족사를 얘기한다면 연세가 환갑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는 어머니 사이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것이 아버지가 쉰 살 때였다.
그때 어머니는 여고를 졸업하고 장차 간호대학을 진학하려다가 임시로 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일하시는 아버지를 만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결혼하고 바로 딸 하나를 낳은 것이 지금의 군자였다.
군자는 자라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이웃의 어른들도 군자가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잘하자 모두가 군자를 칭찬하였다,
군자는 자라면서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서는 자라서 돈을 많이 벌어서 아버지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군자는 학교 졸업 후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여러모로 물색하던 중에 학교 다닐 때 남달리 군자의 미래를 걱정해 주시던 담임선생님이 좋은 직장을 구해 주셨다.
그의 직장은 작은 중소기업으로 회사의 직원은 열 명이 채 안 되었지만, 직장의 분위기는 좋은 편으로 특히 일주일 동안에 일과가 끝나게 되면 직원 간에 배구 시합이나 탁구를 하는 등 친선을 도모하였다.
회사가 마음에 들고 일하는 분위기도 좋았는데 그때 군자 다음으로 입사한 총각이 있었다. 그의 업무는 군자가 하는 일 중에 해외로 나가는 수출품의 포장을 함께하게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혼자 하던 업무를 둘이 하게 되니 군자는 편안히 쉬면서도 능률이 올라 수당도 많이 타게 되었다.
사실 군자는 외톨이로 자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과 함께 무슨 일을 해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그 사람은 성격적으로 보면 매사를 잘하느라고 하지만 물건의 분류를 하는 데 있어 크기와 작은 것의 구별을 제대로 하지를 않아서 두 번씩이나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상처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군자는 윗사람으로부터 충고받았다.
군자야말로 혼자 있을 때는 자기의 의지대로 일을 처리하면 되었는데 둘로 갈라서 일하다 보니 걸핏하면 윗분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었다.
일이 이리되자 군자는 어느 날 총각과의 그동안의 업무에 관한 일에 대해서 아무래도 의견을 나누어야 할 것 같아서 저녁 일과가 끝난 후에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하였다.
군자는 저녁을 무얼로 할 건지를 물어보아야 할 것 같아서 총각에게 의견을 묻자 총각은 자기는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간짜장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 세상에 모처럼 저녁 식사하려는데 간짜장이라니요. 다른 것으로 바꾸면 안 될까요”
그런데 그는 짜장면이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군자는 할 수 없이 짜장면집으로 가기로 하고 가까이 있는 짜장면 식당을 찾으니 큰길 옆에 있는 기둥에 빨간 리본을 단 집이 바로 짜장면집이어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많은 손님이 기다리기도 하고 한쪽 홀에서는 막 새로 나온 짜장면을 먹는 손님도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나온 짜장면을 군자가 먹기 시작하면서 대화는 시작되었는데 군자가 생각한 것보다도 먼저 총각이 입을 열었다.
자기는 사실 이쪽으로 올 생각은 하지를 않았는데 우연히 한복 디자이너로 있는 분이 한번 가보라고 하여 와서 본 결과 지금의 염군자씨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고 하였다.
군자는 새로 들어온 총각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됨과 동시에 저도 모르게 이 총각을 사랑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를 신랑으로 받아들여 날마다 한 이불 속에서 세상을 주무르게 되었으니 이것이 인생의 출발점의 기적이었다.
마침내 남편이 국내의 직장을 고만두고 중동으로 돈을 벌려고 간 것이 벌써 3년의 세월이 가고 이제 얼마 있으면 만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데 어느 날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왕에 고생하는 거 1년만 더 있다가 귀국하겠다고 하였다.
염 군자는 남편이 돌아오게 되면 우선 이 적금 탄 것을 보여주고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하였으니 쇠족이라도 사서 푹 삶아서 대접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더 있다가 온다니 억지로 말릴 수도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군자는 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막상 일억 이상의 돈이 수중에 있게 되자 마음이 풍선처럼 커지면서 남편이 하루 종일 일하고 나면 많은 땀을 흘릴 것이며 집에는 또 얼마나 오고 싶을까 하는 남편 생각에 밥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자의 친구 맹추자가 전화를 하였는데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만나러 오겠다고 하였다.
“ 얘 날도 더운데 먼일로 나를 찾아와.”
“ 얘가 내가 간다니까 무언 겁을 내는 거니. 너 혹시 남편 멀리 가 있는 사이에 애인이라도 사귄 거 아니냐.”
“ 야가 큰일 날 소리를 다 하네.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 하는 게 아니야.”
“ 농담 속에 진담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사실 한창나이에 수절 과부 모양 달밤에 온몸을 꽉 싸고 돌아 봤자 허무하기만 한 거여. 내 말은 눈 딱 감고 나이트클럽에라도 다니면서 외로움을 달래보는 것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한마디 한 거여. 어쨌거나 내가 곧 갈 거니까 옷매무시 잘하고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군자는 추자가 먼일로 찾아오겠다는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는데 곧바로 오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게 한 후에도 한 시간이나 늦게 와서는 초인종을 눌렀다.
“ 야가 전보다 살이 쭉 빠졌네. 혹시 너 고민이 있는거 아이가.”
“ 야야 .사람 살아가는데 고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노. 나 요즘에 쬐꼼 고민이 한 가지 생기긴 하였어.”
“ 그게 뭔데.”
“ 기왕에 얘기가 나온 김에 얘기해야지. 사실은 말이다. 우리 남편이 사업을 하려는데 돈이 좀 모자라는기라. 1억 원이 당장 필요한데 그것을 1년간만 변통해주면 이자는 5부로 주겠으니 네가 좀 빌려주면안 되겠니.”
군자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야가 내가 적금 탄 것을 어이 알고 왔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 너 내가 무슨 돈이 어디 있다고 빌려 달라는 거냐. “
“ 얘야. 너 나에게 거짓말할 거니. 돈이 왜 없어 저 장롱에 적어도 일억은 들어있을걸.”
" 얘 좀 봐. 너 큰일 날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하냐.‘
“ 뭐가 그리 큰일 날 소린데, 그럼 거짓말이란 말이냐. 그건 몇 해 전에 네가 나하고 은행에 가서 남편이 보내는 돈을 3년간 적금을 부었지 않냐. 그 돈의 만기가 엊그제였던 것을 내가 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지.”
“ 네가 하는 소리를 들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난 통 너와 같이 은행에 갔던 일을 까맣게 잃어버렸는데.”
군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친구의 의리를 생각하면 돈을 주어야 하지만 자칫 잘못되어 돈을 띄기라도 한다면 하는 생각을 하니 당초에 그런 생각조차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군자는 모처럼 친구가 와서 사정 이야기를 하는 것을 모른 채 할 수는 없어 일단은 다른 사람한테 돈을 꾸어 보라하고 간신히 돌려보냈다.
그런데 추자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군자네 집엘 와서는 목을 매었다.
“ 얘. 친구야. 나 믿지 못해서 돈을 주지 않으려는 거지 그렇지. 내 너를 충분히 이해를 하겠다. 그런데 말이다.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 같구나. 옛날부터 돈이 돈을 벌고 사람이 그 돈을 가지고 다시 투자를 한다고 하였어. 돈을 그냥 가만히 두면 늘기는커녕 졸아드는 것이야. 그래서 돈은 굴리라고 하였다는 말이야. 너 5부를 생각하면 적은 돈인줄 아니 꽤 큰 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야지. 1년에 5부로 친다면 6백만 원이라는 돈이 거저 들어오는데 그것을 싫다고 하니 말이 되냐. 너 정신 좀 똑똑히 차려야 하겠다. 만일 네가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나는 또 다른 사람을 통해 융통을 할 수가 있지만 생각해 봐라 가왕 이자를 주는 이상 아는 너 같은 친구의 돈을 준다면 한 달이 금방 지나게 되고 어느결에 통장에는 공돈이 들어와서 있으니 이런 호강이 어디 있냐. 그래서 너의 돈을 빌리려는 것이니 아무 의심하지 말고 돈 1억 원을 내일 아침까지 내 통장으로 입금시켜. 알았어. 한 달이래야 금방 가고 일 년 또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치면 눈 깜빡할 사이에 가는 거여. 너 그런 말도 못 들었냐. 이자 돈이라는 것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늘어난다는 말 말이다.”
염군자는 맹추자의 말을 듣고 보니 그의 말이 하나도 틀릴 것 같지를 않았다.
‘한 달에 5십 만원씩 늘어나 1년이면 6백만 원의 이자가 생긴다구. 눈 딱 감고 주어버려.’
그렇지만 막상 일억이라는 돈을 꾸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가슴이 떨리고 있었다.
사람이란 항상 만일이라는 말을 생각해야 된다. 지금은 친구라는 정 하나 때문에 믿고 돈을 주긴 하지만 만약의 경우 친구의 남편이 하는 일이 실패를 한다면 그 돈은 순식간에 날아가고 만다. 그럴 때를 예견해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 추자야 알겠다. 네 약속을 믿기로 하고 내일 일억 원을 네 통장에다가 입금시켜 줄게.”
“ 사실은 내가 너한테 말을 하기 전에 우리 반에 연애대장이라고 별명이 붙은 공심자 알지. 걔에게 부탁을 했는데 평소에는 돈이 많다고 자랑을 그렇게 하던 애가 글쎄 하는 말이 뭔지 아니. 그런 돈이 있으면 나는 날마다 고깜꼬치 빼먹듯이 먹고 싶은 것 사 먹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해외 구경도 하고 그리고 또 국내의 유명한 곳을 돌아다닐 거야. 왜 돈을 남을 주어서 골치를 썩이냐, 그렇게 말을 하니 내가 뭐라고 하겠니.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나에게 섭섭하게 대하더니 글쎄 밤중에 화장실을 가다가 문지방에 걸려 넘어져서 대퇴골이 부러져 6개월간의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거야. 그래서 한번 병원엘 위문을 갔는데 나를 붙들고는 한없이 우는 거야. 그러면서 네가 돈을 꾸어달라는 것을 진작 주기나 할 걸 잘못했다면서 몇 번이나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더라구, 그래서 돈은 다른 데서 구해도 되니까 어서 치료나 잘 받으라 하고 나오는데 걔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 어쨌거나 네가 보내준 돈은 잘 쓰고 기한이 되면 이자 합해서 되갚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시 만나자.“
이렇게 해서 맹추자와 헤어지고 나서 이일 저일로 바쁘게 한 달이 훅닥 지났기에 통장을 찍어 보니 희한하게도 5십만 원이 찍혀있었다. 역시 그 친구는 의리가 있는 친구는 맞는 말이었다.
군자는 결혼 전 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봉급이 나오면 마음대로 쓸 수가 있었지만 결혼 후에 직장에 다니지를 않다 보니 돈이 줄여 울 때가 많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자가 들어오니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집에서 놀고 있는 판에 추자가 이자를 입금해 주었으니 속으로 생각해도 이자를 주기를 잘 하였다고 생각이 되었다.
사실 주위에서 들리는 바로는 친한 사람한테 돈을 빌려 주었다가 원금은커녕 이자도 제 때에 받지를 못해서 애를 먹는다는 말도 들었는데 직접 경험을 해보니 돈의 관리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추자에게 돈을 준지 어느 듯 3개월이 되자 이자는 어김없이 잘 들어오고 있어 군자는 추자에게 돈을 준 것을 참 잘 했다는 생각을 다시 하였다.
군자는 남편이 1년 더 있다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그동안에 남편이 보내준 돈은 계속해서 은행에다가 예치하였다.
군자는 매 한 달 만에 추자가 보내주는 이자를 받는 것이 재미가 나서 한 달이어서 가기를 고대할 때가 많았다.
마침내 한 달이 또 지난날 군자는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은행에 가서 입금 확인을하자 입금이 되지를 않아서 바로 전화하니 전화를 생전 받지를 않았다.
군자는 추자의 개인 사정이 생겨서 그러겠지 하는 생각으로 이후 다시 확인해 보았는데 입금은 물론 전화를 받지를 않아서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추자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을 찾아가 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이웃 사람에게 물어보려고 하였으나 오가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를 않아서 다시 집을 찾아가 보았는데 낯모르는 사람이 있어서 사유를 물어보자 자기네는 두 달 전에 이 집을 사고 왔으며 집을 판 사람들이 어디로 이사 갔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하였다.
군자는 그 소리를 듣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친하게 지나고 무엇이건 나누어 먹던 사이에 그가 돈을 떼어먹고 달아나기까지 하였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남편은 1년 후에 그곳 임무를 마치게 되면 돌아오게 되었는데 그 전에 무슨 수를 쓰던지 간에 꾸어준 돈을 찾아야 하지만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고 있는 판에 무슨 방법으로 이 돈을 찾을 수가 있을 까?
맹추자와는 초등학교 때 동기생이고 군자에 집 옆에 살았기 때문에 걔네 부모님도 군자의 부모님과 가까운 사이였다.
그때 맹추자네 아버지는 순경으로 다니시고 군자의 아버지는 면사무소의 공무원으로 근무를 하셨는데 두 분 다 공직에 계시다 보니 서로 직책은 달라도 여름에 휴가를 가게 되면 집안 식구도 함께 놀러 간 때가 종종 있을만큼 가까운 사이였다.
그러다가 추자네 아버지가 순경에서 경사로 승진이 되어 동해안의 한 지방의 지서장으로 전근을 가시게 되자 군자네 식구들은 너무도 섭섭하다면서 송별회를 해드렸다.
군자는 추자가 동해안으로 전학을 간 후에 자주 편지를 하며 지나다가 중학교로 올라간 후에는 서로가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 자주 연락도 못 하다가 고등학교로 올라간 다음에는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에 군자는 결혼하고 아이들 남매를 두고 학부모가 되어 자주 학교를 나가는 중에 어느 날 학부모 총회를 마치고 교문으로 나오다가 뜻밖에도 맹추자를 만났으니 두 사람은 너무도 반가워서 한참동안이나 길바닥에서 끌어안은 채 오래도록 얘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만나게 된 추자였고 그렇게 자주 만났던 사이인데 돈을 준 다음에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군자는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고 말았다.
가만히 누워서 생각하니 마치 낮도깨비에게 홀린 사람처럼 정신이 멍해지고 밥때가 되었지만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나지를 않았다.
더구나 남편이 갑작스레 국내에 들어올 일이 생겨서 귀국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힐 뿐이다.
남편이 돌아올 시기는 아직 몇 달이 남았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군자는 이렇게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당하여 경찰에 신고해서라도 얘를 찾고 돈을 돌려받아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군자는 지금까지 경찰이라는 곳이 도둑을 잡는 일 말고 하는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를 못한 채 살아왔다.
그런 군자다 보니 경찰서가 어디 있는지조차 몰랐다가 막상 찾아서 들어가려니 죄지은 것도 아닌데 공연히 얼굴이 확확 달아올랐다.
정문으로 들어가서 제복을 입은 분에게 온 경위를 말하자 그는 친절하게도 민원실로 데리고 가서 담당분을 만나게 해주었다.
초면에 만난 분은 안경을 쓰신 다소 까다롭게 생기신 분 같아서 신경이 곤두섰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다.
군자는 상대방과의 사이를 말하라고 해서 콩 한 쪽도 나눠 가질 정도의 초등학교 동기생이라고 하자 그분은 그런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생각하지 못하신 모양이라면서 좀처럼 그 돈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최선을 다해서 찾아볼 테니 너무 실망은 하지 말라면서 돌려보냈다.
경찰서를 나오면서 군자는 만약에 돈을 돌려받지를 못하게 된다면 남편을 도저히 떳떳하게 대하지를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이르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한없이 나왔다.
군자는 사실 돈을 주고 나서 혹시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금까지 마음을 졸이면서 지내 온 것도 사실이다.
추자가 말을 했듯이 일 년이란 세월이 어찌 그리도 빨리 지났는지 그런데 그동안에 추자는 한 번도 만나자는 말도 없이 행방불명된 채 세월만 갔다.
군자가 돈만 안 주었어도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인데 일은 벌어지고 말았으니 천번 만번 생각해도 그 돈을 받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군자는 그 더운 나라에 가서 남편이 땀 흘려 번 돈을 생각하면 한 푼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그년 때문에 일생을 함께한 남편에게 면목이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군자는 추자를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찾아서 요절을 내고 싶지만, 행방을 감춘 추자를 찾는다는 것은 바닷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과 같이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남편이 큰돈을 벌어올 것을 빤히 알고 계획적으로 돈을 가로챌 생각을 한 추자를
생각하면 군자는 친구를 너무 믿은 것이 큰 잘못이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일이 풀리지 않게 되자 마지막으로 군자는 어떤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닌 지금까지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남편에게 떳떳하게 대할 수가 없는 처지인데 구차스럽게 산다는 것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군자는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편지를 쓰기로 하였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창가에 앉으니 만감이 교차하고 남편과 함께 살면서 즐거웠던 일들을 회상하니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펜을 들었다.
“ 사랑하는 당신에게
막상 당신에게 내 심경을 이야기하자니 무슨 말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는 당신이 열사의 나라에 가서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모습을 그리며 하루도 몇 번이나 당신을 생각하였는지 몰라요. 그리고 당신이 지난 3년 동안 벌어서 보낸 돈을 은행에 적금을 부어 3년 만에 1억 오천을 만들어 그중에서 일억을 찾아서 집에다가 보관하였어요. 그래서 당신이 귀국하게 되면 방바닥에다가 쏟아놓고 당신과 함께 맥주로 건배할 생각에 마음은 부풀어 올라 있었는데 당신이 1년간을 더 계시다 오신다고 하기에 한편으로는 매우 섭섭하더라구요.
그런데 그때 친한 친구가 남편의 사업자금을 1년간만 빌려 달라고 하여서 곰곰이 생각하니 높은 이자를 쳐서 준다는데 냉정하게 거절할 수가 없어서 차용증을 받고 돈을 주었어요.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 친구가 3개월 이자를 주고는 행방불명이 되어 1억이라는 돈을 띄게 생겨서 이 편지를 쓰게 되었고 당신이 귀국하게 되면 당신을 뵐 면목이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당신이 오시는 날에는 마을 입구에다가 현수막을 걸고 축복을 드리려 하였는데 이것이 다 수포가 되었으니 나는 바다 멀리 떠나는 배 한 척에 실려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나를 찾지도 마시고 슬퍼하시지도 말고 잘 사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25년 6월 3일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염군자 올림.”
김 두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