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에 펜쇼 공지를 여러번 읽었지만, 중구청으로 갈뻔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회사 공문도, 인터넷 기사도, 영화도, 소설도 한번 더 보는 정성을 기울여야 실수 없고, 감동을 잘 느끼게되는 슬픈 현실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부산 사람인데, 어쩌다 올해 인천에 발령이 나서 펜쇼를 다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다녀와서는 내년에 부산으로 돌아가더라도 KTX타고 올 생각입니다. 정말 행복했거든요.
20만원만 찾았습니다. 더 찾으면 사고칠 것 같았거든요. 이베이 통해서 사고 치는 중이라 마음을 다 잡고 참석했습니다만, 결국 다 쓰고 천원짜리 몇장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정신 없이 돌아다니느라 행사장 사진도 못 찍고, 다른 회원분들이 작성한 글에서 제 뒤통수가 찍힌 걸 찾고는 웃음이 납니다.
소장님이 명찰커버 나눠주실때 밝은 웃음으로 맞아주셔서 좋았습니다. 기억하시겠죠.ㅋ
10시 땡 하자 만년필님의 데스크로 이동하는데 그 경쟁을 뚫을 수 없어서 한참 대기하다가 다른 데스크 구경도 못하겠다 싶어서 돌아다녔습니다. 공지에 올린 대로 사람이 많아서 구경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어깨 너머 구경하는게 여간 힘들지 않더라구요.
리리티헤난님 테스크에서 파우치 2개와 뱃지 구입했습니다. 바느질이 좋고 디자인이 좋아서 제꺼 중에 제일 소중한 걸 넣었습니다. 사용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수리데스크에 줄을 섰습니다. 30분 정도 기다리는데 다리가 아파서 혼났습니다. 나이 탓인지 발바닥 통증이 오래 서 있으면 심해지고 무릎도 아려오네요. 중간에 계신 분이 김용준님 맞으시죠? 이베이에서 파커 45와 21을 구매했는데, 잉크 흐름과 필감이 썩 좋지 않아서 부탁을 드렸습니다. 간단하게 될 줄 알았는데 두 개 다 펜촉을 분리하는 단계까지 가게 되어서 뒤에서 기다리는 분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김용준님의 손가락을 보며 감동을 좀 했습니다. 굳은 살이 엄청 베겨 있더라구요. 만년필 사랑하는 마음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수리 후 펜글씨의 변화는 다른 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수리 전에 써놓은 글씨가 있었거든요.
수리가 끝나고 나니 만년필님의 데스크가 한산했습니다. 거의 다 팔리고 3개 남아있더라구요. 데스크형 51은 생각도 안했는데 실물을 보니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가격도 좋아서 덜컥 저질렀습니다. 스테인레스 닙인 것 같은데, 제가 갖고 있는 파커 51 골드닙 만큼 필감이 훌륭합니다. 대만족입니다. 책상 앞에 비스듬히 꽂혀 있는 51은 다른 멋이 있습니다. 사용 후 꽂을 때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소리와 느낌이 특별합니다. 회사 대표라도 된 듯 손이 호강을 합니다.
순례자K님 데스크에서 하얀 물결 같은 사각사각 모닝노트도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순결한 흰색은 처음 입니다. 가로로 촘촘한 무늬가 있어 한지 느낌도 나지만 종이질은 탄탄하고 미끄러지듯 쓰입니다. 엽서와 책갈피도 덤으로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스노클(영어로 되어있는데, 스펠링이 기억 안나서 한글로 씁니다)님의 데스크는 정말 빈티지로 빛났습니다. 쉐퍼PFM은 솔직히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는데, 실물을 보니 욕심이 났습니다. 파시냐고 여쭸는데 가격이 맞으면 파실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근데 최소 50 이상은 될 듯해서 일단 내년 봄 펜쇼에서 뵙게 되면 그때 도전하기로 하고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사모님, 따님, 외손자까지 함께 오셔서 펜쇼에 참여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데스크형 51은 멀쩡하다고 알고있었지만 소장님과 가까이서 얘기해보고 싶은 마음에 점검 받으러 갔습니다. 먼저 줄 서고 계시던 여성분이 소장님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며 조르듯 스페니쉬트레져를 파실 의향이 있냐고 선제공격(?ㅋ)을 했습니다. 제 느낌이지만 소장님이 처음에 좀 난감한 듯 보였거든요, 근데 잠시 후 '물욕이 없다'며 가격을 부르셨고 여성분은 마음이 바뀔새라 큰 금액을 바로 입금하셨습니다. 후~ 뭐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은 열리는 법입니다. 하지만, 제가 졸랐어도 파셨을까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ㅋㅋ
연예인 느낌의 소장님을 가까이서 보고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처음 간 펜쇼,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습니다. 준비에 고생하신 펜후드 운영진과 스텝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만년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제가 첫사랑을 할 때가 1980년대 후반 입니다.^^ 물론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때였는데, 좋아했던 시를 어제 산 필사노트에 써 봤습니다.
만년필 수리 후기도 곧 올리겠습니다. 김용준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간절한 눈빛을 발사하시며 더 조르셨으면 파셨을 수도 있겠죠 ㅎㅎ
펜쇼에서 알차게 득템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초보라서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두리번 거리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내년 봄에는 돌아다녀볼려구요. ㅎㅎ
앗 클림트 원단으로 두 개 사가셨던 분 기억납니다. ㅎㅎㅎ 소중한 펜 담을 수 있게되어 기쁘네요!
배지도 사가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지 판매 비용은 펜쇼 운영비용으로 잘 쓰였습니다.
다음 펜쇼는 좀 더 재미있으실 거에요!
내년에 모든 애기에게 집을 하나씩 마련해 주려구요. ㅋㅋ 기대하고 있을게요.
@Eflover 아… 다음엔 조금만 만들어 가려고 했는데… Eflover님 믿고 많이 만들어 갑니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