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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회원에 대한 대화와 설득 그리고 타 양봉단체 구성원의 공감을 끌어 내는 일이 먼저다.
(사진설명 : 2022년 1월 20일 오전 서울 2호선 순환선 11량의 전철 전칸에 천연꿀 광고가 빼곡하다.)
(사)한국양봉협회가 양봉임의자조금을 갹출해 온 지 올해로 16년째다. 2009년에 국산 벌꿀에 대한 불신 해소와 양봉산물의 품질·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을 위해 한 양봉농가당 3만원의 자조금을 양봉자조금관리위원회에 자발적으로 납부한 것이 시초다.
자조금(自助金)의 한자어 自助金(스스로 자, 도울 조, 화폐 금)은 말 그대로 소요되는 비용을 각 관련 소속원들이 스스로 거출금을 납부해 부담하는 제도다. 그런데 스스로 비용을 마련하면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매칭 금액을 많게는 100%에서 적게는 수십% 가량 매년 보조해 준다.
거출금(醵出金)이라는 용어도 낯설다. 법률용어인 거출금의 醵(갹 또는 거)라는 한자는 ‘추렴할 갹’ 또는 ‘추렴할 거’라고 읽는다. 자주 듣는 말로는 '갹출금’이 있다. 즉, 한 목적(目的)에 대(對)하여 여러 사람이 각기(各其) 내는 금품(金品)을 뜻한다.
자조금에는 임의자조금과 의무자조금이 있다. 임의자조금은 말 그대로 내고 싶은 사람은 내고, 안 내고 싶은 사람은 안 내도 된다. 그런데, 임의자조금 단계를 거치고 나면, 의무자조금으로 바뀐다. 의무자조금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강제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양봉(養蜂)은 축산가축인 벌을 기르는 축산업이기 때문에 양봉업계는 축산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래서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약칭: 축산자조금법)이라는 법률에 따라 자조금이 엄격하게 관리된다.
우리가 자주 듣는 한돈자조금, 한우자조금, 우유자조금, 오리자조금, 김치자조금, 인삼자조금, 친환경농산물자조금 등이 바로 의무자조금이다.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되면 미납하는 농가에게는 불이익이 따른다. 2021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는 한우 등을 도축하는 포유류 도축장 85개소와 닭, 오리 등을 도축하는 가금류 도축장 46개소가 있고, 우유의 경우 각 젖소목장에서 우유를 착유해서 모아오는 집유장이 전국에 55개소가 있다.
이들 도축장과 집유장은 의무자조금을 낸 증빙서류가 없으면 도축이나 우유판매를 위한 공정을 진행해 주지 않는다. 의무자조금은 준조세 성격이 강해서 이를 어기고 무임승차 할 경우는 이렇게 제재(制裁)가 따른다.
그러나 양봉업은 도축과정이나 집유과정이 필요치 않기 때문에 자조금을 미납해도 별다른 제재(制裁)방법이 없다.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양봉의무자조금 전환을 위한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마침내 지난 2022년 7월 5일 한국양봉협회가 주도해 양봉관련 4개 단체장이 모여 양봉의무자조금전환을 위한 제1차 공동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를 열었다. 양봉업계 다섯 개 단체인 한국양봉협회(당시 회장 윤화현), 한국한봉협회(회장 윤관로), 한국종봉협회(회장 양경열), 한국벌꿀산업유통협회(회장 최규혁), 한국양봉농협(조합장 김용래)가 참여했고, 한국종봉협회는 불참했다.
이 공동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는 가칭 '우리벌꿀자조금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양봉협회 3명, 한봉협회 2명, 종봉협회 2명, 유통협회 2명, 양봉농협 3명, 소비자·유통·학계 1명씩 총 1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한국양봉협회 전임 윤화현 회장이 준비위원장, 김정빈 한국양봉협회 전임 전무가 간사를 맡아 업무를 총괄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각 단체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또다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공동의무자조금설치준비위원회가 작성한 공동의무자조금 설치계획서에 대해 농식품부가 실무협의에서 설치계획서에 제시된 자조금 갹출방식으로는 모든 농가가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해 최종 승인 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난 5월 22일 한국양봉협회가 제2차 양봉자조금위원회를 열고 양봉업계 4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의무자조금준비위원회로는 축산자조금 설립 취지에 맞는 갹출금 납부 방식을 도출해서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이유를 들어 타 단체와 협의를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을 양봉자조금위원회 위원장으로 총 9명의 이사를 선출하고, 한국양봉협회 단독으로 양봉자조금위원회를 꾸렸다. 한국양봉협회 주장은 앞으로 단독 또는 협회와 같은 방식으로 자조금 갹출이 가능한 단체와 함께 양봉의무자조금을 설치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에 적극 요청하겠다는 방침이다.
■ 2023년 양봉자조금 거출금 및 사업시행 현황 (천단위 반올림)
수입항목 | 지출항목 | ||
농가거출금 | 1억 3,594만원 | 직접 홍보비 | 600만원 |
정부 매칭 보조금 | 1억 2,870만원 | 방송홍보비 (프로그램 협찬) | 4,697만원 |
전년도 이월금 | 1억 5,857만원 | 제45차 전국양봉인의 날 행사 | 3,000만원 |
제48차 칠레 세계양봉대회 | 3,775만원 | ||
허니데이 행사 | 6,152만원 | ||
농업박람회 | 871만원 | ||
유통구조지원 | 1,145만원 | ||
교육 및 정보제공 | 6,434만원 | ||
수급안정을 위한 소비 촉진 판매행사 | 792만원 | ||
운영비 | 8,233만원 |
(제51차 정기총회 (2024.2.22) 감사보고자료 인용)
위의 도표에서 보면 한국양봉협회가 2009년 처음 양봉임의자조금을 시작하면서 내걸었던 ‘국산 벌꿀에 대한 불신 해소와 양봉산물의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이라는 명목에 맞게 자조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한국양봉협회가 임의자조금 갹출방식을 16년동안이나 계속 하고 있는 것이 단순히 농림축산식품부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과거를 되돌아 보며 꼽씹어 보아야 할 때인것 같다. 우리 속담에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라는 말이 있다. 자조금은 쌈짓돈이 아니다.
앞으로 준조세 성격인 양봉의무자조금으로 바꾸면 이를 어기고 무임승차 한 양봉농가를 어떻게 제재(制裁)할 것인지 생각하기에 앞서 코앞에 다가온 2029년 1월 베트남 천연꿀 무관세 수입꿀에 대비해 어떻게 우리 꿀을 대한민국 일반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널리 홍보하고 벼랑끝으로 내몰린 양봉농가를 살릴 것인지에 집중할 때다.
끝으로 양봉의무자조금 전환을 한국양봉협회 독단으로 끌고 간다면 임의자조금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양봉협회 회원들과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그리고 한국양봉농협, 양봉관리사협회,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 등 타 양봉단체와 그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감을 끌어 내는 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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