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무염족왕(無厭足王)
- 제7 무착행(無着行) 선지식 -
(1) 무염족왕을 뵙고 법을 묻다
<1> 선지식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이익을 이루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생각하며,
‘선지식은 능히 나를 거두어 주고,
능히 나를 보호하고, 나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리라.’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환희한 마음과
깨끗이 믿는 마음과
광대한 마음과
화창한 마음과
뛰노는 마음과
경축하는 마음과
수승하고 묘한 마음과
고요한 마음과
장엄한 마음과 집착이 없는 마음과
걸림 없는 마음과
평등한 마음과 자유자재한 마음과
법에 머무는 마음과 부처님 세계에
두루 가는 마음과 부처님의 장엄을
보는 마음과 열 가지 힘을
버리지 않는 마음을 내고는 점점 행하여 갔습니다.
강설 ; 모든 불자들은 사람 선지식이나 경전과 어록의 선지식에게 ‘선지식은 능히 나를 거두어 주고,
능히 나를 보호하고, 나로 하여금 보리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하리라.’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환희한 마음과 깨끗이 믿는 마음과 광대한 마음과 화창한 마음과 뛰노는 마음과 경축하는 마음 등
훌륭한 마음을 내게 된다. 선재동자는 모든 수행자의 본보기이기 때문이다.
<2> 무염족왕의 교화방편
점점 남쪽으로 가면서 나라를 지나고 마을과 도시를 지나서 다라당성(城)에 이르렀습니다.
무염족왕이 있는 데를 물었더니 여러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그 왕은 지금 정전(正殿)에서 사자좌에 앉아 법으로 교화하여 중생들을 조복시키는데,
다스릴 수 있는 이는 다스리고 거두어줄 수 있는 이는 거두어 주며,
죄가 있는 이는 벌주고, 소송을 판결하며, 외롭고 나약한 이는 어루만져 주어서
모두 살생과 훔치는 일과 삿된 음행을 아주 끊게 합니다. 또 거짓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욕설과 비단결 같은 말을 못하게 하며, 또 탐욕과 성내는 일과 삿된 소견을 멀리 여의게 합니다.”
강설 ; 무염족왕의 교화방편은 참으로 다양하다.
모든 국민들을 법으로 교화하여 중생들을 조복시키는데,
다스릴 수 있는 이는 다스리고, 거두어줄 수 있는 이는
거두어 주며,죄가 있는 이는 벌을 주고, 소송을 바르게
판결하며,외롭고 나약한 이는 어루만져준다.
한편 열 가지 악을 짓는 일은 철저히 금하여모두 멀리 떠나게 한다.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국민들로 하여금 이와 같이만
하게 한다면 그 나라는 실로 편안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여러 사람의 말을 의지하여 곧 찾아갔습니다.
멀리서 보니 그 왕이 나라연 금강좌에 앉았는데 아승지 보배로
그 발을 바치고 한량없는 보배 형상으로 장엄하였으며,
황금실로 그물을 떠서 위에 덮었고,
여의마니주로 보배 관(冠)을 만들어 머리를 장엄하였습니다.
염부단금향으로 반월을 만들어 이마를 장엄하고,
제청마니로 귀걸이를 만들어 쌍으로 드리웠으며,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마니로 영락을 만들어
목에 장엄하였고, 하늘마니로 팔찌를 만들어 팔을 장엄하였습니다.
염부단금으로 일산(日傘)을 만들었으니
여러 보배를 사이사이 장식하여 살이 되었고,
큰 유리보배로 손잡이가 되고,
광미(光味)마니로 꼭지가 되었으며,
여러 가지 보배로 만든 풍경에서
항상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큰 광명을 놓아 시방에 두루한 이와
같은 보배 일산을 그 위에 덮었습니다.
아나라왕은 큰 세력이 있어 다른 무리들을 능히 굴복시켜서
능히 대적할 이가 없으며, 때가 없는 비단을 정수리에 매었고,
십천 대신들이 앞뒤에 둘러 모시고 다 같이
나라의 일[王事]을 처리하였습니다.
그 앞에 다시 십만이나 되는 용맹한 군졸이 있는데,
형상이 추악하고 의복이 누추하며,
무기를 손에 들고 팔을 뽐내며 눈을 부릅뜨고 있어서
보는 사람들이 모두 무서워하였습니다.
강설 ; 무염족왕 선지식은 한 나라의 왕으로서 왕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꾸미고 있는 외형도 장엄할 뿐만 아니라 문신(文臣)들이 1만 명이나 되고
무신(武臣)들이 10만 명이나 있어서 나라 일을 함께 논의하고 주위를 호위한다.
한량없는 중생들이 왕의 법령을 범하는데 혹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혹 남의 목숨을 살해하거나,
혹 남의 유부녀를 간통하거나, 혹 삿된 소견을 내었거나, 혹 성내어 원한을 내었거나, 혹 탐욕과
질투를 품었거나 하여, 이와 같은 가지가지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몸에 오체를 속박하는 오랏줄을
지우고 왕의 앞에 끌려오며, 그 저지른 죄에 따라서 형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3> 선재동자가 무염족왕을 보고 의심하다
선재동자는 이것을 보고 이와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일체 중생을 이익 되게 하려고 보살행을 구하고
보살도를 닦는데 지금 이 왕이 모든 선한 법은 하나도 없고
큰 죄업을 지으며, 중생을 핍박하여 생명을 빼앗으면서도
전혀 장래의 나쁜 길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어떻게 여기서 법을 구하며,
크게 어여삐 여기는 마음을 내어 중생을 구호하겠는가.’
강설 ; 모든 악은 짓지 않고 온갖 선을 받들어 행하는
선재동자로서는 당연히 의심하고놀랄 일이다.
저렇게 무서운 형벌을 가하여 중생을 핍박하고 생명을 빼앗으면서
어찌 중생을 구호하는 선지식이라 하겠는가.
<4> 천신이 깨우치는 말을 하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공중에서 어떤 천신이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보안장자 선지식의 가르친 말을 생각하십시오
.”선재동자가 우러러보면서 말하였습니다.
“나는 언제나 생각하여 처음부터 감히 잊지 아니합니다.”
천신이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선지식의 말을 떠나지 마십시오.
선지식은 그대를 능히 인도하여 험난하지 않고 편안한 곳에 이르게 합니다.”
“선남자여, 보살의 교묘한 방편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생각하는 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하게 하는 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수호하는 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해탈케 하는 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조복시키는 지혜는 헤아릴 수 없습니다.”
강설 ; 천신이 보살의 깊고 깊은 지혜는 불가사의하여
헤아릴 수 없음을 찬탄하였다.보살행에는 순행(順行)도
있고 역행(逆行)도 있어서 하늘도 측량할 수 없다.
과연 무엇이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이익 하겠는가.
보살만이 아는 일이요범인들은 알 수 없는 소식이다.
보살의 교묘한 방편지혜로 중생을 거두어 주고,
중생을 생각하고, 중생을 성숙시키고, 중생을 수호하는
등의 지혜는 헤아릴 수 없으며 불가사의하다.
<5> 보살의 행을 묻다
이 때에 선재동자가 이 말을 듣고 곧 왕의 처소에 나아가 그 발에 엎드려 절하고 여쭈었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저가 들으니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2) 무염족왕이 법을 설하다
<1> 궁전의 훌륭함을 보이다
이 때에 아나라왕(阿那羅王)은 왕이 할일을 마치고 선재동자의 손을 잡고
궁중으로 들어가서 함께 앉아서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응당 내가 머무는 궁전을 살펴보시오.”
선재동자는 왕의 말대로 살펴보았습니다. 그 궁전은 넓고 커서 비길 데 없으며,
모두 묘한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칠보로 담을 쌓아 주위에 둘러 있고,
백 천 가지 온갖 보배로 누각이 되었는데 가지가지 장엄이 다 아름답고 훌륭하였습니다.
부사의한 마니보배로 짠 그물이 그 위에 덮였으며,
십억 시녀들이 단정하고 아름답고 가고 오는 거동이 모두 아름다워 볼만하며,
모든 일이 교묘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먼저 일어나고 뒤에 눕고 하는 데 공순한 마음으로 뜻을 받들고 있었습니다.
<2> 방편으로 역행(逆行)을 보이다
이 때에 아나라왕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만약 참으로 이와 같은 악한 업을 짓는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과보와 이와 같은 육신과 이와 같은 권속과 이와 같은 부귀와 이와 같은 자재함을 얻었겠습니까.”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환술과 같은 해탈{如幻解脫}을 얻었습니다.
선남자여, 나의 이 국토에 있는 중생들이 살생하고 훔치고,
내지 삿된 소견 가진 이가 많아서 다른 방편으로는
그들로 하여금 나쁜 업을 버리게 할 수 없었습니다.”
강설 ; 무염족왕 선지식은 보살의 환술과 같은 해탈{如幻解脫}을 얻었으므로앞에서 보인 온갖
악한 짓들이 일체가 환술로 만들어 보인 것이다.결코 실재하지 않는 환영(幻影)으로 만들어 보인 것이다.
역행(逆行)으로 악한 짓을 보여서 다시 악한 짓을 하는 사람들에게 경계하는 일일뿐이다.
마치 지장경에서 일체 악업을 지은 사람들이 그 과보를 받는 모습을 보인 것과 같은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저러한 중생들을 조복시키기 위하여,
나쁜 사람으로 변화하여 여러 가지 죄업을 짓고 가지가지 고통을 받아서
저 일체 악한 업을 짓는 중생들로 하여금 이런 일을 보고나서 무서운 마음을 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고, 겁나는 마음을 내어 그들이 짓던 모든 나쁜 업을
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려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이와 같이 교묘한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열 가지 나쁜 업을 버리고, 열 가지 착한 도에 머물러서 끝까지 쾌락하고 끝까지
편안하고 구경에 일체 지혜의 지위에 머물게 하려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나의 몸이나 말이나 뜻으로 짓는 일이 일찍이 한 중생도 해친 일이 없습니다.
선남자여, 내 마음에는 차라리 오는 세상에 무간지옥에 들어가 고통을 받을지언정
마침내 잠깐만이라도 모기 한 마리나 개미 한 마리를 괴롭게 하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사람은 복의 밭[人是福田]이라 능히 일체 모든 선한 법을 내는 연고입니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환술과 같은 해탈을 얻었거니와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생사가 없는 법의 지혜를 얻고,
모든 세계가 모두 환술과 같고, 보살의 행이 모두 요술과 같고,
일체 세간이 모두 그림자 같고, 일체 모든 법이 모두 꿈과 같은 줄을 알았으며,
진실한 모습의 걸림 없는 법문에 들어가서 제석천왕의 진주그물 같은 일체 모든 행을 닦으며,
걸림 없는 지혜로 경계에 행하고, 모든 것이 평등한 삼매에 널리 들어가서 다라니에
자유 자재함을 이미 얻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와 같은 공덕을 어떻게 능히 알며 어떻게 능히 말하겠습니까.”
(4) 다음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묘광(妙光)이요,
왕의 이름은 대광(大光)입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습니까?’라고 물으십시오.”
이 때에 선재동자는 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