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토장정 91-1(2024.5.3) 연천군
21.6km(서해:845.6km, 남해:817.7km, 동해:677.1km, 누리 344.1km, 합계:2,684.5km)
(연천군 중면 삼곶리 - 군남면 옥계리 - 군남면 선곡리 - 왕징면 북상로 - 미산면 우정리 - 미산면 동이리 - 미산면 아미리)
우리의 2024년 5월 장정은 연천 로하스공원에서부터 시작한다.
보통 새벽 6시에 만나 출발하면 장정 출발지까지 차량 이동시간이 길어 오전 시간은 차량 이동으로 소모를 했다. 그러나 연천군으로 접어들면서는 오전 8시면 장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우리가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남해나 동해 코스는 하루 10여 km를 예상했으나 이제부터는 하루 20km 이상은 거뜬히 걸을 수 있다.
로하스 공원 서쪽으로 난 산길이 이번 장정의 첫 시작이다. 처음부터 가파른 언덕을 오른다. 상당한 경사다. 길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나를 기죽이기에는 충분하다. 숨이 턱까지 오를즈음 완만한 산 길이 우리를 반긴다.
나는 이런 길이 좋다. 지자체들이 여러 길을 만든다고 데크를 깔고, 도로 포장을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자연적인 길을 좋아한다. 인간이 대대로 걸어서 흔적으로 남은 그런 길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런 자연적인 길을 걸으면 더 상쾌해지곤 한다. 이런 생각도 잠시... 공사 중 안내판이 보이고 산 정상에 콘크리트 도로를 만들고 있었다. 나의 순진한 생각은 몇 분 가지를 못했다.
'왜 자꾸 개발하려고만 하지? 보존하면 안되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갈림길이 나온다. 걷기 어플에서는 새로 포장하고 있는 길로 가라 하고, 평화누리길 리본은 작은 소로로 안내하고 있다. 서로 이 길이 맞다고 주장할 때 한 명은 어플이 안내하는 포장도로로, 나머지는 소로를 택했다. 나는 고민할 필요없이 소로길을 택했다. 이 길은 급격하게 내리막길과 오르막을 오르내리는 길이다. 임진강을 우측에 두고 계속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후회가 밀려온다, 포장도로를 선택할걸....
물론 자연적인 길이 좋지만 나이가 들면서 관절에 이상이 생겨 내리막길을 걷노라면 무릎이 너무 아프다.
오르막은 힘들고, 내리막은 무릎이 아프고....
평화누리길은 군사적으로 보안이 유지되어야만 하는 코스다. 나 또한 40년 전에 군생활을 했지만 아직 통일이 되지 못한 관계로 보안을 유지해야 해서 글 쓰는데 많은 제약을 받는다. 특히 연천군은 내가 군생활을 하던 곳이다. 수색대로서 DMZ를 소총 하나에 의지하며 수색과 매복을 하며 누비던 곳이지만 사진 하나, 글 한 줄이 국가 보안의 구멍을 낼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사진과 글을 골라 쓰고 있다.
저 너머 내가 수색과 매복한 곳이 있을 것이다.
날씨는 28도를 가리킨다. 아침 기온이 8도였으니 무려 기온차가 20도가 난다.
오른쪽에 임진강을 두고 걷다가 북삼교를 지나면서는 왼쪽에 임진강을 두고 걷는다. 계속 둑방을 걷는 이 길은 햇볕을 가려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쳐가는 몸과 마음에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임진강 건너의 풍광이 명미하기 때문에 걷는다.
이 지루한 길은 우정리에서 동이대교 코스에 와서 사진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 코스는 우천 시 우회코스를 이용하여야 하는 강변 코스다. 협곡으로 이루어진 이 코스에서 폭포를 만난다. 폭포 정상에는 가정집이 자리 잡고 있다. 저 집은 폭포를 앞마당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자리 한번 기가 막히게 잡았다.
동이대교를 지나면서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쳐진다.
"형! 한탄강이 왜 한탄강이 되었는지 알아?"
"왜?"
"가뭄 때 협곡 아래에 흐르는 강물을 쳐다볼 수밖에 없는 강이라 한탄스러워서 한탄강이야"
그냥 농담이었다. 한탄강을 걷다 문득 엄청난 협곡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어 농담했던 것이다. 추후 글을 쓰다가 검색을 해 보았더니 내 농담이 진짜였다.
다음에서 검색한 결과가 아래 캡처 사진이다.
정말 한탄스러웠을 것이다. 농사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으로 여기며 살아온 우리 조상들에게 가뭄에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협곡을 지나는 저 강을 보면서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 일토장정을 시작하면서 여러 곳을 지나쳤지만 그 지역의 지명은 그저 불려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지명 중에 안진골(병신골)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은 앉진뱅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어르신들의 구전에 의하면 땅 속에 거대한 수맥이 지나 안진골에 살면 화를 입는다고 전해진다. 내가 살면서 안진골에서는 중풍, 사고 등으로 화를 입은 사람들을 보았다.
지명도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동이대교를 만나면서는 아스팔트 길이다.
찌는듯한 더위에 장정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온다. 지원조에게 연락을 해서 낙오자를 구출하라고 전하고 나머지 인원은 계속 걷는다.
평화누리길 11코스 종착이 숭의전지다. 숭의전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다. 아직 1~2시간은 더 걸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모두 지쳐있었다. 일토장정 시작할 무렵인 10여 년 전에는 하루 50km를 걷던 일행들이 환갑을 맞이한 현재는 30km도 못 걷는 저질 체력이 되어 버렸다.
하기야 일토장정이 시작한 지 14년이 흘렀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다.
첫댓글 글쓴이가 바뀌니
참신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