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1
여자의 질투란 참으로 무서워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란 속담이 있다.
내가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이야기다.
충청도 면소재지에 '평상대'(항상 살기가 평안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함)라는 리단위에 있는 가구수가 20여 채도 안되는 조그만 동네라서 옆 집에 숫가락이 몇개인지도 서로 알고 지낼 정도여서, 동네 사람 중에 의심갈 만한 짓만 하면 금방 소문이 퍼져서 함부로 섣부른 짓도 못했었다.
그런데 이런 동네에 하루도 안 걸르고 부부싸움을 하는 집이 있어서 열 서너 살, 어린나이인 나까지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복길네(가명) 아버지는 딸만 셋을 둔 나이 오십이 다된 사람인데, 그 부인이 제법 얼굴이 반반하지만 질투 또한 여간 아니었다.
그렇다고 복길이 아버지가 여느 남자들 처럼 진짜로 다른 여자들 하고 바람이나 한번 피워보고 이런 질투를 받으면 그나마 덜 억울할테지만, 평소에 그는 정면으론 여자들 얼굴도 똑바로 못 보는 순박한 사람이고 보니 그의 불만은 극에 달할 수 밖에 없었다.
하루는 한지에 한약처럼 흑설탕을 돌돌 말아서 윗 주머니 속에 넣고 단단히 별르고 있던 참에 또 복길엄마가 강짜를 부리기 시작하는지라, 평상시엔 절대로 상말을 안하는 그지만 그날은 작정하고 상욕까지 내질렀다고 한다.
씨벌, 차라리 오늘 내가 칵 독약을 먹고 죽어 버리는게 낫지,허구 한날 얼토 당토 않은 누명이나 쓰고, 마누라 강짜나 받으면서 어떻게 평생을 살아가나,..
에잉,드런놈의 세상,..
그가 갑자기 윗옷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내서 입에 털어넣고 부억으로 달려가서 물사발을 잡는 시늉을 했는데, 이 모습을 진짜로 꼭 믿은 복길엄마가 다급하게 달겨들어서 약봉지를 뺏으며 허리를 끌어안고 애원하였다.
복길아빠, 이젠 절대로 다신 질투하지 않을테니까 제발 좀 그만 둬요, 대체, 왜 이러세요?..흑흑
그 뒤론 진짜로 터무니 없는 강짜를 부리는 버릇을 고쳐질뻔 했는데, 어느날 동네 사랑방에서 그때 그것이 '흑설탕'이였다고 입방정을 떠는 바람에 그날 저녁에 복길아버지가 머리털이 다 뽑히고 다시 들볶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땐 어려서 그 얘길 어머니한테 듣고 배꼽을 잡았는데, 나중에 커서 '고금소총'을 보니까 다음 내용이 나와서 복길이 아버지가 이 얘기를 보고 자기도 한번 따라서 흉내를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투 ----2
내가 열 아홉 살에 만화가 선생님 밑에 문하생으로 취직이 되어서, 서울 봉천동에서 이화여자 대학교 입구 앞에 있던 그 당시 '전원다방'이 있던 5층 건물, 4층에 화실이 있어서 매일 그곳으로 142번(신촌교통)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었다.
어느날 퇴근 시간이다. 여느때 처럼 142번 버스를 타면 신촌에서 서울역을 거쳐서 용산 시외터미널 앞을 지나고 봉천동. 신림동으로 향하게 되는 코스이다.
시내버스가 용산 시외버스터미널 앞 정류장에서 손님들을 태우고, 버스 안내양이 차문을 두드리며 '오라~이!'라는 출발신호를 보내자,버스가 갑자기 급출발을 하였다.
바로 그때,장사를 하는 아줌마들 두사람이 물건을 다 팔은 빈 양은다라를 한 손엔 들고 다른 손에는 저녁거리를 사서 가는지 물건꾸러미를 잔뜩들고 버스 맨 뒷좌석 끝으로 걸어가던 중에 버스가 급출발을 하였던 것이다
아줌마들이 양손에 모두 짐을 들다보니 버스 손잡이를 못 잡은 것은 말할것도 없고 걸음을 멈추고 중심이라도 잡았으면 덜 했겠으나, 미처, 자리잡음도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차가 요동을 쳤으니, 비틀거리던 아줌마 한 사람이 급기야는 뒷자석에 나란히 앉아있던 부부지간인 듯한 남자에게 쓰러졌다.
그것도 하필이면 남자의 거시키 부분을
두 손으로 짚으면서,...
이 모습을 옆에 앉아서 바라보던 아내인듯한 여자가 깜짝 놀라서 황급히 넘어지면서 남편을 짚은 아줌마의 손을 인정 사정없이 잡아서 뚝 떼어서 허공에 뿌리친다.
남편인듯한 사람은 갑자기 일어난 이 민망한 사태에 뻘쭘해서 겸연쩍어 하고, 또 버스바닥에누워서 황당해 하는장사꾼 아줌마의 폼이 보는 사람들의 웃음보를 터트려서 차 안은 금방 너나없이 뒤집어 졌다.
여자들은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내남자의 신체 어떤부위를 만지는 것은 절대로 묵과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라 슬그머니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어쨋거나 절대 절명의 순간에도 여성본능을 볼 수 있었는데, 이래서 누가 여성의 적당한 질투는 '사랑'이라고 표현하였는지도 모르겠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