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방랑시인 김삿갓 (146)
🎈미궁속에 🎈
김삿갓은 객줏집으로 돌아오며 여인에게 이런 농담을 하였다.
"오늘 저녁에도 자네 집에 끌고가설랑, 숙박료부터 내놓으라고 극성을 부릴 텐가 ? "
여인은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그런 걱정은 마시라요. 이제는 돈 가지고 따질 우리 사이가 아니잖아요 ! 숙박료는 한푼도 달라고 하지 않을테니, 그대신 상금이나 탈 수 있도록 하시라요 ! "
여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상금 생각만 꽉 차 있는 성싶었다.
이날 저녁 김삿갓은 저녁을 먹고 난 뒤에
" 방구월팔삼 " 이라는 글자를 백지에 커다랗게 써서 바람벽에 붙여 놓았다. 자꾸만 읽어 보노라면 무슨 해답이 떠오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 보아도 신통한 생각은 떠오르지가 않았다.
"여보게 ! 죽은 사람이 뭐 하던 사람이라고 했지 ?"
"죽은 사람은 읍내에서 쌀장사를 해먹던 사람이라면서요."
"쌀장사를 해먹는 사람이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비참한 죽음을 당했을까 ? 내일은 읍내에 들어 가서 그 사람이 죽게 된 이유를 알아 보고 와야 하겠는걸 ."
여인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놀라는 빛을 보이며 말한다.
" 설마, 당신은 쌀장수 죽은 이유를 알아 본다는 핑계로 도망을 가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
김삿갓은 어이가 없어 너털 웃음을 웃었다.
"이 사람아 ! 자네는 사람을 그렇게도 못 믿는가. 나는 상금이 문제가 아니라, 이 문제 만큼은 내가 꼭 풀어야 하겠다는 생각이네.
자네가 그렇게도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내일은 배낭과 삿갓까지 자네에게 맡겨두고 나 혼자서 읍내에 다녀오도록 하겠네."
이리하여 김삿갓은 무참히 살해된 쌀장수 전명헌의 주변을 염탐하기 위해 , 다음날 혼자서 읍내로 들어 갔다.
방문이 붙어있는 남대문 앞으로 찾아가 보니, 이날도 많은 선비들이 방문을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김삿갓은 방문을 두 번 세 번 자세히 읽어 보고 나서, 옆에 있는 선비에게 물어 보았다.
"방문을 보면 , 피살자의 등골에 ***** 이라는 글자가 씌어 있다고 하는데, 혹시 잘못 쓴
글자가 아닐까요 ? "
선비가 대답한다.
"내가 보아도 ***** 이라는 글자는 암만해도 말이 되지 않아요. 나도 노형과 같은 의심이 들어, 시체를 직접 검사해 보았다오. 그런데 확실한 것은 ***** 이라는 글씨가 씌인 것이 틀림 없다는 것이오.
"노형은 시체를 직접 보셨던가요 ? 그렇다면 피살자의 시체는 어디 있습니까 ? "
"보고 싶거든 대문 안에 들어가 보시구려. 시체가 그늘진 곳에 거적으로 덮여 있을 것이오."
김삿갓이 문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연 시체는 그늘진 곳에 거적으로 덮여 있고, 그 옆에는 피살자를 때려죽인 몽둥이까지 놓여 있었다.
거적을 들어 보니, 시체의 등골에는 ***** 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 라고 쓴 종이 쪽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뭐 ..... ? 이 몽둥이를 이용해 풀어 보라고 .... ? "
김삿갓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길이 없었던 김삿갓은 피살자가 운영하던 쌀가게를 찾아가 , 동리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쌀가게는 빈민촌 한복판에 있었다.
"전명헌이라는 사람이 평소에 누구에게 원한을 산 일이 있는가요 ? "
"글쎄요. 우리가 그런 것까지야 알 수 있나요."
"원수진 사람이 없다면 사람을 함부로 죽였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 "
"누가 무슨 생각에서 죽였는지, 우리들은 알 수가 없지요."
"죽은 사람은 평소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어떤 평을 받아 왔습니까 ? "
"겉으로는 무척 양순한 사람이었지요. 그러나 장사에 있어서 만은 너무 야박하다는 비난은 자주 들었지요."
"장사에 야박했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 "
"똑같은 한 말을 사와도 다른 가게에서 사오면 됫박이 넉넉한데, 전명헌네 가게에서 사오면 언제나 되가 부족했다는 말이지요."
"그런 줄 알면 다른 쌀가게에서 사왔으면 될 게 아니오 ? "
"다른 가게에서는 외상을 주지 않지만, 전명헌네 가게에서는 얼마든지 외상을 잘 주었거든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가난하기 때문에 전명헌네 가게는 되가 부족한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집에서 외상쌀을 가져다 먹었다오. 그게 바로 가난한 사람들의 비애가 아니겠소 ? "
김삿갓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명헌이라는 쌀장수가 살해된 원인은 바로 그런 점에 있지 않았는가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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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김삿갓(終)
방랑시인 김삿갓 (146) 미궁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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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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