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은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행운의 경험이다. 홀인원은 티샷한 공이 한 번에 홀에 들어간 경우를 말한다. 홀인원을 하면 3년 동안 운이 좋다는 속설은 홀인원의 희소가치를 말해준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서는 프로골퍼가 파4 홀에서 홀인원 할 확률을 200만분의 1, 파3홀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을 3000분의 1로 소개했다. 프로골퍼가 이 정도니 아마추어가 홀인원을 한다는 건 웬만한 행운이 아니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프로골퍼가 경기에 출전해 홀인원 지정홀에서 홀인원을 하면 보통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는다. 지난 8월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 클럽에서 열렸던 KLPGA LIG클래식 1라운드 18번 홀. 이명환(21·현대하이스코) 프로가 홀인원을 기록해 1억8000만원짜리 BMW 승용차를 받았다. 대회 우승상금 8000만원의 2배가 넘는 횡재를 한 것이다.
평생 한번 할까 말까 한 홀인원을 한 라운드에서 연속으로 기록한 골퍼가 있다. 진기록의 주인공은 프로가 아닌 외과의사 원용순씨다. 그는 지난 9월 4일 경기도 여주 소피아그린골프장 레이크 4번 홀(140m)에서 8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한 공이 홀로 들어가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도착한 8번 홀(132m). 9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거짓말 같은 행운을 다시 안겨 주었다.
2001년 PGA 피닉스오픈에서 333야드짜리 파4 홀인원을 한 앤드루 맥기도 행운의 주인공이다. 맥기가 티샷한 공이 그린에서 퍼트하고 있던 앞 조 선수의 퍼터 헤드에 맞고 굴절돼 홀 안으로 들어갔다. 이 경우 홀인원이 인정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아무 문제 없다. 골프 규칙 19조 1항에 따르면 움직이고 있는 공이 국외자에 의해 방향이 변경되거나 정지된 경우 벌은 없으며 그 공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플레이하면 된다. 앞 조의 경기자를 포함한 사물은 국외자에 해당되므로 홀인원이 인정되는 것이다. 볼이 홀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튀어나왔다면 이는 홀인원이 아니다. 볼이 홀에 들어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볼이 홀 안에 정지해 있으며 볼 전체가 홀 가장자리보다 아래에 있을 때다. 볼이 깃대와 홀 사이에 끼어있다면 깃대를 뽑았을 때 홀 안에 떨어지면 홀인원이고, 밖으로 나오면 홀인원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홀인원을 하고 대한골프협회에 알리면 홀인원 기념 증서가 발행된다. 보통 1년에 2000회 정도 홀인원이 나온다고 한다. 외국에도 ‘홀인원 보험’이 있을 정도로 홀인원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홀인원 세리머니가 요란스럽다. 홀인원한 팀의 지갑을 모두 회수하고 축하파티로 많은 비용을 소비하거나, 홀인원한 골프장에 수백만원을 들여 기념식수를 한다. 또한 동반 캐디에게 과다한 캐디피를 주면서 기분을 내고 동반 플레이어들에게 다음 라운드를 대접하는 것 등이다. 동반 플레이어들은 대접받은 만큼 비용을 들여 홀인원 기념패를 제작해 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행운의 홀인원이 자칫 과시적으로 변색되지 않도록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홀인원 후 세리머니는 라운드를 마치고 동반경기자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는 것, 홀인원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분위기를 제공해 준 감사의 표시로 마음을 담아 기념선물을 하는 정도가 적절한 것 같다. 얼떨결에 홀인원을 한 뒤 기뻐하기보다 ‘큰일 났다’ 싶은 생각이 든다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