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걱정되는 ᅟᅡᆯ
저=박정우
출- 아동문예
독정-2020. 1.25
<가랑잎>
저 앙상한
나뭇가지 울고 떠난
겨울이 보낸 편지
참 조용한
골목으로 나들이 나와
바스락바스락 털어놓는 사연
내
옆에서
곱은 손 호호 불며
자꾸만 말을 건다.
<가을 강물>
여름 씻은 강물이
두 팔을 걷고
땡볕 삭인 논밭을
황금들판으로 만드네
산허리 감아온 강물이
도란도란 모이더니
물잠자리 날개 끝에
바알간 노을 걸어주고
네온사인 눈뜨는 도시마을
꽃밤으로 만드네
<강물이>
시나브로 흐르던 골짜기에서
곱살궃게(태도나 성질이 부드럽고 친절한) 풀피리 불던 강물이
쿨쿨 그루잠(깨었다가 다시 든 잠)자는
내 잠밭으로 들어와
자꾸만 칭얼대며 일어나라 하네
동트는 언덕 아래
사부자기(별로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빛구슬 굴리던 강물이
아침부터 새살떠는 나를
등교 준비 어서 하여
친구들과 손잡고 학교 가라 하네
온종일 모래성 쌓느라
눈길도 주지 않던 강물이
한갓지게(한가하고 조용하게) 밥 비벼 먹는
우리 가족 밥상 위에
물 한 잔 얹어주네
<겨울눈-이듬해 피어날 꽃의 암술, 수술을 겨울 동안 따뜻하게 감싸주는 꽃눈>
독똑
겨울이 와요
꽃눈은 대문을
굳게 잠급니다.
아가야, 열지 마
얼지 말고 잘자
자장자장
<얼음새꽃-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피는 ‘복수초’의 순우리말>
새하얀 눈이
샛노란 별을 낳았네
“봄 배달 왔어요!
그런데 어-엉?
친구들이 아무도 없잖아!“
아니야, 언 땅 해집고
타울타울 몸뚱이 치켜드는
넘 보고 싶어
갈길 바쁜 겨울이
네 곁은 떠날 줄 모르잖아.
<할미꽃>
뒷동산에 누워계신 우리 할매
손전화로 수굿하게(고개를 조금 숙이다) 솟았네
너거들 밥 머언나?
핵교 늦을라. 빨랑 가!
수다쟁이 엄마처럼
자꾸만 전화를 걸어오네
걱정 마 할매
꽃샘바람 조심해!
뻐꾸기도 걱정 말라
목청 높이네.
<k-우리 할매>
여든을 훌쩍 넘긴 할매는
나이르 되돌리며 산다
지팡이도 없이
높은 계단 단숨에 오르고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미냐
삼지 팍팍 여네
글 읽고 쓰기가 재미있어
낮밤이 다로 없지만
아직 할 일 많다며
밥 한 그릇 뚝딱!
<제비 마중>
코로나 무서워
안 올줄 알았는데
지지배배 강남 소식
마당에 쏟아놓네
반갑다 반가워!
친구들도 많이 데[려왔구나
처마 밑 마루에 똥 떨어질까
널찍한 널빤지도 달아두었지
하늘 날다 피곤하면
심심한 할매 말벗이나 되어줄래?
<눈>
넝 어찌 그 많은 하얀 나비를 길렀니?
새들의 울음소리
나풀나풀 달래주고
까만 밤 심심할까
두 어깨 토닥이고
떨고 있는 나뭇가지
솜이불도 덮어주고
바람의 훼방에도
햇살의 눈 흘김에도
선물꾸러미 물어놓는 천사
<거리두기>
할아버지 보낸 사과
온 몸이 누릇누릇 멍이 들었네
키 작은 내가 지하철을 탔더니
복잡해서 혼이 났지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건
돌 사이 틈새인 것처럼
맞아!
너와 나
조금만 떨어지면
썩 물러갈 거다. 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