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동(再起動 )
손동욱
아직은 살아 숨쉬는 별들이
어디를 지나 이 곳까지 왔나
이제 여기서
녹슨 붉은 숨을 몰아쉰다
사방에서 삐걱이는 자책의 소리
녹슨 내가
쉰 목소리로 끊임없이 나를 다그치는
악몽의 일상과
내가 다그치는 다른 나를 향해 살의를 품고
소스라쳐 깨어나는
아, 아직은 모세 이전의 세월
이 기막힌 세월과
눈 뜨면 마주하는 가증스런 저편의 나와
기막히게 변질 된 노예와
그 노예의 노예와
그리고 그 노예의 노예의 노예인 나와
거대한 물살을 밀어 올린
시간의 밀봉이 조금씩 풀리고
질펀한 시간들이 쏟아져 내려 굳어가는
이 상처는 깊어
여기서 붉은 숨을 토한다
어쩌면 여기는 텁텁하게 녹이 쓸어
더이상 돌지 않는 관계들 즐비한
생의 공동묘지
밤마다 소쩍새는
피 토하며 울어 젖히네
그래도 어찌하랴
딸래미 웃음 하나 가슴에 접어넣고
녹슬고 어긋난 관계도
세월이 남긴 깊은 상처도
펌프 커플링 교체하고
배선 새로 하고 베어링 갈아 넣고
그리스 넣고 오일 교체하고
패킹으로 단단히 밀봉하고
주밸브 열고 에어퍼지 하고 크게 한 번 심호흡 하고 나면
염천의 땀 질펀한 노란 달님이
두터운 기계실 작은 창으로
잎푸른 나뭇가지며 무성한 넝쿨장미를 데려다 놓는
바로 지금
삼상사선 육십헤르쯔 삼천삼백볼트로 힘차게 재기동(再起動)을 한다
아직은 할 일 많은 다리 버티고 일어선다
힘주어 일어선다
다시 한번 우렁찬 기지개를 켠다
울컥 울컥 세상을 밀어 올린다
가로등 아래로
바람 한 자락 지난다
올 여름 유난히 가물어
죽을 고생 겨우 자란 코스모스
어둠 속에 환한 꽃 만발 하겠다
밤 바람에 한들 한들
꽃무리 지겠다
(170830)
카페 게시글
손동욱 시인
재기동(再起動 )
까미
추천 0
조회 59
17.12.06 22:0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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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맞습니다.
또 꽃무리 질겁니다
늘 희망은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것 같습니다
폰 프샤에 따님얼굴이 참으로 예쁘게 웃고 있을것 같네요^^~
폰에는 없고 가슴에 있습니다^^
행복한 겨울 되셔요
눈 펑펑 내리는...^^
거대한 물살을 밀어 올린
시간의 밀봉이 조금씩 풀리고
질펀한 시간들이 쏟아져 내려 굳어가는
이 상처는 깊어
여기서 붉은 숨을 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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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와 의지를 느끼게 됩니다.
손시인님 !시인촌에 계서 살맛 납니다.
저는 이시인님 계셔서 살맛 나는걸요^^
모임때 뵙겠습니다 이시인님^^
울컥 울컥 밀어 올리는 세상이 희망이 되고 될 수 있는 세상
그 작은 바램의 원동력이 있기에 다시금 힘을내는 까닭이겠죠
의미를 담아갑니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요
그리고 저에게는 시인촌도 있구요^^
사방에서 삐걱이는 자책의 소리
녹슨 내가
쉰 목소리로 끊임없이 나를 다그치는
악몽의 일상과
내가 다그치는 다른 나를 향해 살의를 품고
소스라쳐 깨어나는
아, 아직은 모세 이전의 세월
이 문명의 세상을 모세 이전의 세상으로 보는 시인의 힘겨워하는 삶에 대한 연민을 아프게 읽습니다.
예쁜 '딸래미 웃음 하나 가슴에 접어넣고' 다시 '그 노예의 노예의 노예인 나'를 보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삶이란 그런 것이지요.
선생님 추위에 평안하신지요
살아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그다지 쉬운일은 아닌가봅니다
올 겨울은 살아있다는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또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매일 행복하십시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