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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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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tusjye/221518334414
다음 여정에 대한 고민이 깊다.
울릉도에 왔다면
당연히 성인봉은 올라야지 싶은 한 편,
섬 전체를 돌아보고 싶은 욕심도 무시할 수 없다.
2박 3일, 어떤 이들은 충분하다 하는데
전 날 걸었던 도동, 저동옛길에 대한 감동이 짙다.
옛 사람들이 애환으로 넘나들던 촘촘히 길은
잘 알려진 관광지를 찾는 것보다 더 흥미롭다.
오랫동안 갈등할 수는 없다.
결론을 내리자.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기엔
몸이 익힌 시간은 쉬이 적응되지 못할 터이다.
이른 새벽에 깨어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7시 반 경 숙소를 나선다.
도동길을 따라 올라가다
울릉중학교 앞에서 우측길을 택한다.
KT 앞을 지나 소공원 계단을 올라 울릉순환로에 닿는다.
사동항 방향으로 조금 가다 울릉군 보건의료원 입구 좌측
다리 건너기 전 우측으로 대원사 이정표가 보인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이 대원사, 오른쪽이 성인봉 올라가는 길이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지만
염두에 둔 여정을 생각하면 사찰에 들를 여유가 없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가파른 길을
지그재그 돌아간다.
도동 오른쪽 봉우리가 보인다.
능선길을 보니 올라가는 길이 있을 듯하다
가을, 겨울이 남긴 잔해가
봄 새싹과 대비되니 더욱 흉물스럽다.
내 노년은 쌀쌀한 가을 기운에도 갈변하지 않기를...
갈림길이 나타난다.
어림 짐작으로는 이곳에서
독도전망대 가는 능선을 만나지 않을까, 눈여겨 둔다.
이미 솟구쳐오른 해가 동쪽바다에
탯줄같은 황금 물결을 드리우고 있다.
포장도로는 우측으로 급하게 꺽이고
앞쪽으로 내리막 흙길,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올라가는 계단이 잔뜩 물을 머금어 질다.
소나무가 하늘을 거스를듯 높다.
쉼터가 나타난다.
쉼터에서 보이는 시원한 전망이
먼 바다에 낀 해무에 스러지며 부조화스럽다.
평일 이른 시간, 인적은 없다.
그저 편안하게 이어지는 길이
무념으로 이끌어 간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무들이
등산로에 빽빽하다.
곧 잎사귀가 돋고 무성해지면 양옆을 모두 가릴듯 하다.
KBS중계소 코스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는 길,
하산하는 이들의 갈림길이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비탈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입항하는 배 안에서 내다 본
봉우리 백발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온다.
울릉도의 연 평균 강수량은 1,285미리미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 중 반이 겨울에 내린다니
계절은 4월 이라 해도 고지대는 안심할수 없다.
잠시 말간 길이 나타나지만
해발이 올라갈수록
눈은 여전한 자세를 유지하며 자연의 품격,
특히 겨울 산을 찾는 이들의 겸손을 요구한다.
사전 지식이 거의 없으니
먼 산 봉우리, 레이더 기지가 정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틀렸다.
출렁다리를 지난다.
가끔 흙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눈 산행이 시작된다.
성인봉 오르는 방향을 두 곳으로 표시한다.
직진방향 오르막길 1.5킬로미터,
허리를 둘러가는 우회로가 우측, 1.9킬로미터다.
늘 그렇듯 선택은 오르막이다.
동해쪽으로 전망이 열린 정자가 나온다.
태양이 여전히 긴 꼬리를 드리운 동해는
오히려 해무를 흩뿌려 무한을 만들어 놓았다.
선행한 사람들이 남긴 발자욱은
커다란 위안, 이정표가 된다.
육안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던 깊이가
누군가 남겨놓은 발자욱에 드러난다.
생각보다 깊숙한 높이에 주의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등산로 폐쇄안내가 되어있는
안평전에서 올라오는 코스가 다시 합쳐진다.
목계단이 산으로 올라간다.
능선, 조릿대 사이 난 길도 눈이 쌓였지만
푸른 댓잎이 작으나마 위안을 준다.
어디에서 몇 시에 출발했는지
뜻밖에도 등산객을 만난다.
정상부에 다다를수록
눈은 그 기세를 더한다.
의자의 높이를 보면 약 30센티미터 가량,
그 앞에 있는 의자는 거의 눈에 파묻혔다.
하산코스로 예정하고있는
나리분지 방향 이정표를 만난다.
바람에 날려갔을까?
오히려 정상부는 말간 얼굴로
애써 오른이를 반갑게 맞는다.
해발 984미터,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이다.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고 하여 성인봉으로 불리는데
전설로 전해져오는 영험한 능력 때문이라고도 한다.
원래 비가 많이 오기로 한 유명한 울릉도에
석 달 동안이나 비가 오지 않았다.
깊은 시름에 잠겨 점쟁이에게 점을 치자
성인봉 꼭대기를 파 보라고 한다.
주민들이 산꼭대기로 올라가
한 길쯤 파 들어가자 연기가 솟았다.
더 깊이 파 내려가자
묻은지 오래 되지 않은 시체가 나왔다.
시체를 개울로 굴려 버리자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뒤 이상한 일이 생기거나 가뭄이 들면
섬사람들은 성인봉 꼭대기를 파보게 되었고
그때마다 대개 관이나 시체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성인봉이 영험한 명산이라서
꼭대기에 조상의 묘를 쓰면 자손이 번창한다는 풍수설을 믿고
사람들이 남 몰래 묘를 세우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방금 전 지나쳤던 부부에게 부탁하여
전신 사진을 남긴다.
표지석 건너 먼 봉우리에
레이더기지가 보인다.
사방을 조망한다.
돌아 내려와 갈림길에서 나리분지 방향
내리막 계단을 내려간다.
선행자를 따라 내딛은 발자욱이
눈밭 한켠에 통로를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내려가는 걸음은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특히 한 번 미끈하니 더욱 그렇다.
한참 계단을 내려서니
'성인수'약수터 방향 표시가 있다.
최근에 아무도 밟아서지 않은 계단을 내려간다.
잘 쌓은 돌담 아래,
돌주둥이에서 풍부한 물살이 쏟아져나온다.
쉼없이 오르며 느낀 갈증을 비로소 해소한다.
내려가는 길 역시 해발이 높은 곳은 눈밭이 펼쳐진다.
멀리 오른쪽 나리분지가 보이고
가운데 나뭇가지 끝 닿는 곳처럼 보이는 곳이
해발 538미터로 분화구 흔적이 남아있다는 알봉이다.
이 안내문을 읽으며 알봉 분화구에 오를 결심을 한다.
가파른 비탈을 계단으로 내려선다.
하지만 눈밭의 기세는 완연히 꺽여
다소나마 긴장을 늦춘다.
나리분지 넓은 평지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내려선다.
천연기념물 제 189호로 지정된 성인봉 원시림 지역으로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나무 등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수종을 구별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성인봉 신령수가
돌구멍으로 물을 쏟아내고있다
신령수 앞에 족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
아직은 추운 계절이라 운영하지 않는다.
한 여름 산행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해주리라.
커다란 배낭을 멘 형상이
산나물을 채취하려는 주민으로 추측된다.
마을을 이루고 있는 나리분지 남서쪽,
꽤 너른 분지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
몇 채 국가민속문화자료로 지정된 투막집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나리분지 특유의 가옥구조다.
투막집 본체는 우데기 안쪽에 있다.
우데기는 바람이나 눈, 비를 막기 위해
가옥의 바깥쪽에 지붕의 처마끝에서부터 땅에 닿는 부분까지 둘러치는 벽이다.
폭설이 내려도 내부를 자유로이 다닐 수 있게 해 주고
통풍이 잘되어 연료나 식량을 저장할 수 있다.
겨울철 찬 바람과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준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억새로 만들었다.
집 밖에 뒷간에도 우데기를 덮었다.
뒷간에 가로놓인 통나무가
괄약근을 오무리게 만든다
마을이 있는 나리분지로 가야하지만
알봉분화구를 보기로 결정한 터라
투막집 왼쪽 알봉둘레길을 따라간다.
갈림길에서 목책으로 들어선다.
깃대봉 등산로 입구와 갈라진다.
계속 알봉둘레길을 따라간다.
이정표 없이 갈라지는 길 중
알봉방향 산으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든다.
이어이던 길은 이내 끊어진다.
정상적인 길이 있다면
이정표도 있었을 터, 인연이 아닌가 싶다.
지도의 현위치를 보면
알봉 정상에서 그리 멀지않은 거리다.
마른 낙엽이 쌓여있고,
맨 땅에 지천인 명이나물 밟는 미안함 외에는
방향을 잡고 올라가기에 거칠것 없다.
명이나물도 누군가 뿌려 가꾼것이 아닌
주민들이 먼저 따면 그 뿐으로 보인다.
그렇게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인기척이 난다.
나물따러 왔던 주민들이
한켠에 둘러앉아 새참을 먹고있는 중이다.
오히려 놀란것은 아주머니들,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묻는다.
"여기 알봉에 분화구가 있다고 해서
구경이나 하고 가려구요?"
"분화구요?
십 몇 년을 다녀도 그런 얘기는 못들어봤는데..."
다른 아주머니가 거든다.
"나도 십 년 넘게 다녔는데
여기서 등산하는 사람은 처음 봤네."
당황스럽긴 하지만
스마트폰 지도에서는 바로 위를 알봉정상으로 표시한다.
인사드리면서 나리분지가는 방향을 물으니
올라가는 방향으로 쭉 가면 계단이 있을거란다.
이곳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알봉 정상이다.
하지만 분화구로 보이는 흔적은 없다.
하기사 분화구가 맞다면
관광지로 개발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으리라.
후회는 늦고, 지금 상황에서는 쓸모없다.
알려준 방향으로 길없는 산 비탈을 오르고 내리는데
경사가 꽤 급한 곳이 여럿이다.
위, 아래 사진 속
파랗게 올라온 이파리가 대부분 명이나물이다.
급한 경사에 미끌린 자욱이 길게 났다.
그렇게 삼십분 여를 헤매다가
제법 넓은 길을 만난다.
길은 윗쪽이 좋은데
스마트폰에서는 아래방향으로 나리분지를 표시한다.
곧 길은 엉키며
사라져버린다.
다시 비탈을 올라 능선을 따라간다.
이 곳 역시 명이나물이 너무 촘촘할 정도로 지천이다.
이번에는 차량 바퀴가 자욱을 남긴 길이다.
비로로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다.
나리분지 마을에 다다른다.
비닐하우스를 지나 포장도로가 보이고
그 너머 고개로 찻길이 넘어간다.
그 너머 천부로 갈 예정을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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