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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 앞의 촛불 같은 그 사랑, 그 사람을 놓치지 말자”
이해인 수녀의 신작 시 산문 44편
시인으로서 40년, 수도자로서 50년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녀는 지금도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의 ‘해인글방’에 도착하는 편지들에 일일이 손으로 답장을 한다. 마음산책 신간 『그 사랑 놓치지 마라』는 이해인 수녀가 독자들을 향해 띄우는 사랑의 시 편지다.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기다리는 행복』 이후에 썼던 마흔네 편의 ‘러브레터’가 담겼다.
삶의 희망과 사랑의 기쁨, 작은 위로를 건네는 그의 새 편지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암 수술 이후 오랜 투병 생활을 이겨낸 이해인 수녀는 먼저 떠나간 이들을 추억하며 삶의 유한함을 되새긴다.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빛을 좇기보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부터 붙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목차
책머리에
희망 다짐
희망 다짐
복된 새해
살아서 다시 신는 나의 신발
아침 인사
치유의 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햇빛 한줄기
기쁨을 전하는 나비
아픔을 위로하는 기도
기쁨을 전하는 나비
행복을 찾아서
귀를 기울이며
오늘의 우리
꽃이야기
장미의 계절
여름 노래
휴가의 순례길
바다를 꺼내 끌어안으며
벼꽃이 필 무렵
나무에게 받은 위로
고운 말로 사랑하는 법
나무에게 받은 위로
다정한 안부
사랑받는 작은언니가 되기 위해
중심 잡기
단풍잎이 가르쳐준 영성
달콤한 잠
익어가는 삶
식탁 공동체 삶의 구름다리
그리운 얼굴
익어가는 삶
기쁨의 과자
삶의 맛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
작지만 큰 결심
수도원에서 보내는 편지
한글을 사랑하는 기쁨
오늘도 창窓을 사랑하며
오랜 벗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그리며
사랑의 연금술사가 된 벗, 장영희에게
김칫국 이야기
밥처럼 따뜻한 책 속의 말들
꽃거울에 나를 비추어보는 봄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찾으면서 떠나는 여행길
단추 이야기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이해인 수녀님과 나눈 이야기_안희경(저널리스트)
― 사랑으로 연결지어질 나와 당신
수녀님께 드리는 편지_이영애(영화배우)
― 평온하게 나를 다스리는 수녀님의 시를 사랑합니다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이해인 (李海仁)
수도자로서의 삶과 시인으로서의 사색을 조화시키며 기도와 시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수녀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성 루이스 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로 봉직중이다. 1964년 수녀원(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 1976년 종신서원을 한 후 오늘까지 부산에서 살고 있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출간한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작은 위로』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작은 기쁨』 『희망은 깨어 있네』 『작은 기도』 『이해인 시 전집 1· 2』 등의 시집을 펴냈고, 동시집 『엄마와 분꽃』, 시선집 『사계절의 기도』를 펴냈다. 산문집으로는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풀꽃 단상』 『사랑은 외로운 투쟁』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시와 산문 을 엮은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등이 있다. 기도시 그림책 『어린이와 함께 드리는 마음의 기도』, 동화 그림책 『누구라도 문구점』을 냈다. 그밖에 마더 테레사의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외 몇 권의 번역서 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짧은 메시지에 묵상글을 더한 『교황님의 트위터』가 있다. 그의 책은 모두가 스테디셀러로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초·중·고 교과서에도 여러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6회 부산여성문학상, 제5회 천상병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펴내고 “고독의 진수를 깨며 내가 꽃으로 피어나야 할 땅”을 호명하며 우리 곁에 다가온 수녀는 수도자임에도 꾸준히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일상과 자연을 소재로 하는 친근한 시적 주제와 모태 신앙이 낳아준 순결한 동심과 소박한 언어 때문’일 거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넘치는 사랑과 정갈한 자기 반성이 읽는 이까지 물들이고, 일으켜 세우는 수녀 시인. 수녀는 시집 『작은 위로』에서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내리는 빗줄기를 보고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임을,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임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하면서/사실은 용서하지 않은/나 자신을 용서하기/힘든 날이 있습니다”라는 고백도 털어놓았다.
이해인 수녀의 시를 읽다보면, 우리가 왜 시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이해인 수녀는 지상의 모든 대상들과 “기도 안에서 만나고, 편지로서 만나고, 그리움으로서 만”난다. 그리하기에 수녀의 시는 기도로서, 편지로서, 그리움으로서 다가온다. “뒤틀린 언어로 뒤틀린 세계를 노래”한 시들이 줄 수 없는 “위안, 기쁨, 휴식, 평화”를 주기에 종파를 초월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또한 이해인 수녀는 악기의 소리로 시를 쓴다. 우리가 불안해하지 않고,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감동과 전율로 그녀의 시를 읽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리듬에는 “사기(邪氣)”도 “불화”도 없다. 오묘한 화성의 조화,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가득하다. “평생을 죄지은 자, 상처받은 자들을 감싸 안아 성모 마리아의 마음으로 사랑해온 수녀님의 순결한 영성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소리다. 그리하여 수녀의 글을 받는 이들은 “행복하다.”
한편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 1주기(2008년 9월 8일)를 기념한 열 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뜻밖의 암 선고를 받았다. 곧바로 대수술을 받고 잠깐 동안의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한 이해인 수녀는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이같은 마음은 열 번째 시집 『엄마』에 잘 담겨 있는데,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해인 수녀에게 선물로 주신 도장집, 꽃골무, 괴불주머니 등 어머니의 유품 사진들과 잔잔한 사연을 함께 담고 있다.
시인으로서 40년, 수도자로서 50년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녀는 오늘도 세상을 향해 시 편지를 띄운다. 삶의 희망과 사랑 의 기쁨, 작은 위로의 시와 산문은 너나없이 숙명처럼 짊어진 생활의 숙제를 나누는 기묘한 힘을 발휘한다. 멀리 화려하고 강렬한 빛을 좇기보다 내 앞의 촛불 같은 그 사랑, 그 사람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는 ‘조금씩 사라져가는 지상에서의 남은 시간들’, 아낌없는 사랑의 띠로 우리를 연결 짓게 한다.
책 속으로
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 착한 것만으로는 왠지 좀 부족하고 참된 분별력과 지혜가 필요함을 갈수록 더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 p.34
딱히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서도 현재의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행복방정식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p.65
하루하루를 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중심을 잘 잡는 일일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관이 흔들릴 때, 신앙이 흔들릴 때, 오래된 사랑과 우정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내적인 힘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귀한 보물이고 지혜가 아닐는지요.
--- p.122
말을 잘못 전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화를 만들지 않는 것, 어느 자리에서나 중간 역할을 잘해 평화를 만들어가는 것 역시 중심을 잘 잡는 일일 것입니다. 곁에 있는 가족, 친지, 이웃을 골고루 사랑하며, 일터에서 맞이하는 다양한 손님들을 차별 없이 대하며, 일상의 시간들에 감사하며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곧 중심을 잘 잡는 일임을 기억하며 오늘도 기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 p.123
반세기의 수도 생활 동안 수없이 기쁨에 대한 책을 읽고 묵상하고 설교도 했으나, 이제야말로 저는 자신 있게 기쁘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서 눈을 뜨는 것, 신발을 신는 것, 하늘과 바다와 꽃을 보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그리고 그날이 그날 같은 단조로운 일상의 시간표조차도 모두 새롭고 경이로운 감탄사로 다가옵니다. 살아서 누리는 평범하고 작은 기쁨들, 제가 마음의 눈을 뜨고 깨어 있으면 쉽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이젠 제 탓으로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 p.146
인간관계에서 조금은 져주면서 살고 이기심과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을 잘 해야만 내적 기쁨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을 다시 배우는 요즘, 기쁨으로 만든 과자, 기쁨으로 빚은 음료수를 누구에게 전할까 궁리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금방 행복해집니다.
--- p.146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소중하게 여기며 진지하게 다루어야지! 작지만 큰 결심을 새롭게 봉헌합니다.
--- p.155
살다 보면 우리는 예기치 않은 실수를 통해 조금 더 겸손해지고, 이를 잘만 이용하면 인간관계도 좋아지는 축복을 누리기도 하니 자신의 사소한 실수에 무조건 실망하고 한탄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라는 구절이 특히 마음에 듭니다. 남에게 늘 멋지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겠지만 인간적으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더라도 자신의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야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는지요.
--- p.181
지난 일 년의 삼 분의 일을 병원에 있으면서 아픔과 동행하다 보니 저 나름대로 깨우친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우리는 몸이든 마음이든 다 어딘가 조금씩 아픈 존재라는 것, 그래서 어떤 모양으로든지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p.188
사람은 서로 많이 부대끼는 그만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조금씩 모가 깎이고 둥글어짐을 믿으니까요.
--- p.188
성경에 사도 바오로가 ‘내가 자랑할 것은 약점밖에 없다’라고 말씀하는 구절이 나와요. 아! 약점을 자랑하는 용기가 있으면 살겠구나. 언제나 망신당할 각오가 있는 사람들은 제 몫을 해나가죠.
--- p.215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글로 쓰긴 쉬워요. 실천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죠. 사랑의 실천은 결국 인간관계와 직결되는데요. 사랑받는 비결은 마음에 안 내킬 때도 먼저 다가가는 용기예요. 사랑하는 비결은 상대가 원할 만한 것을 먼저 헤아려서 기쁨을 주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를 실천하면 차츰 넓어지는 사랑을 체험할 수 있을 거예요.
--- p.216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할 것을 잘 분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늘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심판대에 올려놓아야죠. 그다음에 해야 할 책임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겁니다. 문제는 하고 싶지만 하면 안 될 일을 실천하는 건데요. 그 마음이 잘 다잡아지지 않을 땐 기도를 하면 좋아요. 용기를 청하며 내적으로 선한 싸움을 시작하는 거예요. 승리를 얻도록요.
--- p.216~217
우리가 비교급에서 조금만 탈피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객관적으로 굉장히 불행한 상황인데도 잘 헤쳐 나오고, 나무랄 데 없이 다 갖췄으면서도 끊임없이 울적하다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죠. 그래서 저는 ‘어둡다고 불평하는 것보다 촛불 한 개라도 켜는 것이 낫다’라는 중국 격언을 좋아합니다. 긍정적인 행동 하나가 희망의 촛불일 수 있거든요.
--- p.218
출판사 리뷰
“내 앞의 촛불 같은 그 사랑, 그 사람을 놓치지 말자”
이해인 수녀의 신작 시 산문 44편
시인으로서 40년, 수도자로서 50년의 길을 걸어온 이해인 수녀는 지금도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의 ‘해인글방’에 도착하는 편지들에 일일이 손으로 답장을 한다. 마음산책 신간 『그 사랑 놓치지 마라』는 이해인 수녀가 독자들을 향해 띄우는 사랑의 시 편지다.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기다리는 행복』 이후에 썼던 마흔네 편의 ‘러브레터’가 담겼다.
삶의 희망과 사랑의 기쁨, 작은 위로를 건네는 그의 새 편지에서 유독 눈에 띄는 건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암 수술 이후 오랜 투병 생활을 이겨낸 이해인 수녀는 먼저 떠나간 이들을 추억하며 삶의 유한함을 되새긴다. 그리고 저 멀리 반짝이는 빛을 좇기보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부터 붙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갈수록 오늘 하루 한 순간이 소중합니다. 힘들더라도 조금씩 더 인내하고 감사하며 살아내는 모든 순간이 결국 신께 드리는 하나의 기도이자 이웃에게 바치는 러브레터가 아닌가 합니다. (…) 우리가 지상에서 서로를 챙겨주고 사랑할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친지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보면서 다시금 알게 됩니다. 여기 2017년 출간된 『기다리는 행복』 이후에 썼던 저의 새로운 글들을 모아 또 하나의 러브레터로 드립니다.
―「책머리에」에서
특히 『그 사랑 놓치지 마라』에는 책 출간을 기념하며 새롭게 진행된 이해인 수녀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됐다. 또한 이영애 영화배우가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진솔한 화답의 편지는 매 구절 공감을 부른다.
얼마 전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근거 없는 말과 험한 댓글로 오랫동안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있을까요. 저도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상한 오해와 쉽게 단정 짓는 말들이 내게 던져지는 순간이 있지요. 그럴 때마다 조용히 수녀님의 시와 말씀을 새겼습니다. 평온하게 나를 다독이는 시들을 읽으며 “괜찮다, 괜찮아”라고 위로받았습니다.
―「수녀님께 드리는 편지」(이영애 영화배우)에서
“살아서 누리는 평범하고 작은 기쁨들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몸으로 글로 사랑을 실천해온 일생
이해인 수녀의 시와 그에 얽힌 메시지들엔 희망과 기쁨, 위로, 사랑의 마음이 계절별로 담겼다. 첫 장 ‘희망 다짐’에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으며 새해 마음을 다진다. 암 투병으로 입퇴원을 반복할 때 병원에서 늘 슬리퍼를 신고 다녔던 이해인 수녀는 신발을 신고 문병 오는 사람을 부러워했던 걸 기억하며 ‘신발을 신는 것은 삶을 신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또한 「고운 말」이라는 시를 소개하며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알려주고, 가까이 있어 그 소중함을 자주 놓치게 되는 공기와 햇빛도 새로이 보게 한다.
봄과 여름에 쓴 두 번째 장 ‘기쁨을 전하는 나비’에선 나비와 바다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애도하고, 「바닷가에서」라는 시와 함께 “마음이 답답하고 좁아지려 할 때마다 바다를 꺼내 끌어안는” 나날을 노래한다. 세 번째 장 ‘나무에게 받은 위로’에선 삶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적인 힘을 키워야 함을, 수도원에서의 소소한 생활을 소개한 네 번째 장 ‘익어가는 삶’에선 반세기의 수도 생활을 이어온 이해인 수녀가 살아서 눈을 뜨고, 사람을 만나고, 하늘과 바다와 꽃을 보는 일상의 기쁨을 이야기한다.
다섯 번째 장 ‘수도원에서 보내는 편지’에는 특정한 수신인이 있는 편지들이 실렸다. 고등학교 동창생과 이웃, 동료 수녀님은 물론 영문학자이자 수필가인 고 장영희, 시인 손택수, 함민복에게 특별히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이해인 수녀가 타인과 관계 맺고 소중히 인연을 이어가는 방식을 어깨너머 배우게 된다.
10주기 추모 모임을 잘 마치고 부산에 내려왔는데 다음 날 영희의 오빠 베드로 님이 쓰러졌단 말을 들었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도 희망을 가졌는데 바로 어제(2019년 5월 28일)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질 않아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습니다. 그대가 준비하다 미처 출간을 보지도 못하고 떠나 큰 아쉬움을 남겼던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100쇄 기념본을 들고 기뻐하던 오빠였는데! (…) 영희도 놀라서 말할 것 같네요. “오빠 이렇게 빨리 오면 어떡해?” 하고.
―「사랑의 연금술사가 된 벗, 장영희에게」에서
“살아서 남겨 놓은 사랑은 죽지 않는 거야”
이해인 수녀가 말하는 나와 타인, 세상과의 관계
『그 사랑 놓치지 마라』 출간에 맞춰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가 진행한 이해인 수녀의 인터뷰는 사랑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이해인 수녀는 갈라진 광장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판단은 보류하고 사랑은 빨리 하라”고 말한다. 남을 함부로 평가하기보다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라는 의미다. “긍정적인 행동 하나가 희망의 촛불”이라는 그의 말을 가슴에 새기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랑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란 저를 살게 하는 뿌리 같아요.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 전체가 위태로워질 뿐 아니라 그 주변도 불안해지죠. 그래서 조심조심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우선 안정되면 바깥의 현상에도 더 민감하게 조응할 수 있고요. 더 진한 감동, 더 세밀한 감사가 일어나죠. 마음은 강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해요. 무한대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선한 마음, 사랑의 마음으로 세상을 더 낫게 만들거나 구원할 수 있어요.
―「사랑으로 연결 지어질 나와 당신」에서
추천평
수녀님께 드리는 편지
―평온하게 나를 다독이는 수녀님의 시를 사랑합니다
오늘 아침도 아이들을 깨워 씻기고 먹여 학교에 보냅니다. 남편이 출근한 뒤 홀로 식탁에 앉아 수녀님의 시를 읽어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종이에
손을 베었다
종이가 나의 손을
살짝 스쳐간 것뿐인데도
피가 나다니
쓰라리다니
나는 이제
가벼운 종이도
조심조심
무겁게 다루어야지
다짐해본다
세상에 그 무엇도
실상 가벼운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종이에 손을 베고」 『희망은 깨어 있네』
얼마 전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근거 없는 말과 험한 댓글로 오랫동안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있을까요. 저도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상한 오해와 쉽게 단정 짓는 말들이 내게 던져지는 순간이 있지요. 그럴 때마다 조용히 수녀님의 시와 말씀을 새겼습니다. 평온하게 나를 다독이는 시들을 읽으며 “괜찮다, 괜찮아”라고 위로받았습니다.
일찍 연예계에 들어와 거침없이 일만 보고 달릴 때도, 결혼 후 두 아이, 한 남자와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지금도 변함없이 곁에는 수녀님 시집이 있습니다. 배우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인간관계가 넓어질수록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습니다. 스쳐 지나가듯 가볍게 한 말이 그 사람에게 쓰린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 가벼운 말들이/ 남을 피 흘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수녀님 시구를 외우다시피 합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아침 햇살 아래 수녀님의 시를 읽으니 마음이 풀어져 졸리기까지 합니다. 제게 언제나 등을 토닥여주시는 수녀님. 이 평온한 마음을 안겨주는 수녀님의 시를 사랑합니다. 이번 겨울에도 수녀님의 새로운 책 『그 사랑 놓치지 마라』를 아침 식탁에서 읽겠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마음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저처럼 위로받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이영애(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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