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아이(AI) 사주 풀이 / 송덕희
에이아이(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단순히 검색 결과를 알려 주는 걸 넘어 기본 정보만 입력하면, 보고서를 척척 쓰고 어렵고 까다로운 법조문에 맞춰 형량까지 구형한다. 그림, 노래, 시와 단편 소설 등 창작물도 몇 초 만에 뚝딱 만든다. 나아가 사람과 대화하고, 마음을 이해하는 상담자 역할도 한다. 학생들이 주로 속마음을 터놓고 싶은 이가 부모나 교사가 아니라 에이아이(AI)라는 뉴스를 접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 에이아이(AI) 키오스크 상담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비밀이 보장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아서 좋단다. 인간을 대체하는 영역이 점점 넓어져 어디까지 발전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은 이런 생성형 인공 지능이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주로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지피티(ChatGPT)를 쓰면서 궁금한 걸 묻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친구를 잘 이용하려면 질문과 그에 따른 조건을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물음이 애매하고 깊이가 없으면 두루뭉술하거나 아예 엉뚱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이거 틀렸어. 몇 가지 이상 다시 알려 줘.”라고 주문하면 정중히 사과하고 더 세밀히 답을 찾아 준다. 내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좋은 질문을 계속하며 잘 부려야 한다.
지난 주말에 사주도 본다는 기사를 읽고, 철학관이나 점집에 가 본 적이 없는 나는 호기심이 일었다.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을 입력했다. 눈 깜짝할 새에 성격, 재물운, 인간관계, 앞으로의 운세가 좌르르 나온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풀어내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나 보다. 초년, 중년을 요약한 걸 보니 소름이 돋는다. 살아온 과정을 쭉 지켜본 사람처럼 정확하다. 말년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는데, 두 가지를 말해 주었다. 내가 요즘 고민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어서 놀랍다.
60대부터는 인간관계의 폭을 줄여야 좋아질 운이란다. 성격이 내향형이라 혼자 있는 게 더 편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나도 모르게 두루 인연을 맺어 왔다. 퇴직하면 이런 것도 자연스럽게 정리될 텐데, 많은 시간을 누구와 무얼 하고 보낼지 고민되고 한편으로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미리 사귀어 두면 좋겠다 싶어 동네 모임에 들어갔다. 스크린 골프 동호회다. 집 근처 골프장에서 열댓 명이 만나는데, 벌써 2년 남짓 됐다. 주로 주말에 어울리면서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끝나고 나서 밥을 먹고 차 마시는 자리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세계와 너무 다른 얘기가 오가서 적응이 어렵다. 거듭될수록 했던 얘기 또 하고, 실없이 농담하며 시간을 죽이다 집에 온다. 몸이 피곤하고, 마음은 공허하다. 또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마음에 맞는 이도 있지만 다 그러지는 않는다.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려 해도 며칠 간은 머릿속이 복잡하고 뒤끝이 찝찝하다. 그래서 요즘은 모임을 계속 유지할지 고민인데, 방향을 알려 줘서 고맙다.
퇴직하고도 만날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혼자서도 시간을 잘 쓰는 법을 터득하련다. 껄끄러운 사람 사이는 끌고 가는 것보다 정리하는 게 맞다. 더더군다나 그게 내 운이 좋아진다면 말이다.
에너지를 밖에서 뺐기지 말고, 속에 쌓인 힘을 글로 표현해야 기운을 충전할 사주란다. 태어난 시에 문(文)이 들어 있고 표현 쪽의 감각이 살아 있단다. 늘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이유가 여기 있었나 보다. 타고 난 재능은 부족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잘 써지려나? 돌아보면, 욕심만 앞서고 실천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티브이(TV), 휴대폰 보는 데에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 의자에 앉기보다 침대에 드러누워 게으름만 피운다. 써야지 하면서도 머리만 굴리고,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좋은 글을 며칠 필사하다 말고 접어둔다. 앞부분 조금 읽다가 미뤄둔 책이 많다... 잘못 길들여진 이런 습관을 하나씩 고쳐야겠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기록하는 일부터 실천하련다. 꾸준히 써야 남는 게 있을 테니까.
하기야 처음 ‘일상의 글쓰기’ 수업을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허리가 아프고 잠이 와서,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이제 몸이 길들었다. 한 편을 완성하는 시간도 더 줄었다. 무엇보다 잘 쓰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부담이 덜하다. 남의 글과 비교하며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어졌다. 이런 것만도 발전한 거다. 앞으로는, 살아온 이야기를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녹여내고 싶다. 거기에 섬세한 관찰과 새로운 생각이 더해지면 좋겠다. 남의 글을 흉내내지 않고 개성이 살아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겠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중에 자산이 되는 방향으로 운이 풀릴 거라는 기특한 말을 덧붙인다. 덕분에 기분 좋다.
에이아이(AI)가 풀어 준 사주를 참고삼아, 인간관계에서는 넓이보다 깊이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데에 힘을 쏟는다면 말년 운이 확 펴지려나? 고개가 갸웃해지지만, 믿어서 손해날 것은 없겠다. 나도 인공 지능도 더불어 발전하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꿀 테니까.
첫댓글 에이아이가 그렇게 사주 풀이도 해 주나 봐요. 나도 한번 그 친구에게 도움을 청해 봐야 겠어요.
선생님도 복채 내지말고 도움 받아보세요. 저도 놀랐습니다.
멋진 앞날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럴까요? 반신반의하면서도 귀가 솔깃한 풀이였습니다. 하하하. 응원 고마워요.
선생님, 복채도 안내고 기분좋은 사주를 보셨네요. 선생님의 글쓰기 실력이 더 탄탄하게 결실을 내리라 장담합니다.
그 어떤 사주 풀이보다 선생님의 장담이 가장 큰 응원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