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희의 8월 뷰) 부채 폭우 속에 방주는 돌산石山으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내 롤링힐스 에스테이트에서 주택 10여 채가 잇달아 무너져내린 사건이 그저께 있었습니다.
LA카운티 소방국에 의하면 이 지역의 지반이 움직이며 주택 12채의 벽에 금이 가면서 무너지기 시작했고, LA카운티는 지표면에서 파악되는 원인은 모르며 아마도 가뭄 끝에 지난 겨울 폭우로 지하에 물이 스며들면서 지표면 아래의 지반 압력이 바뀌며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언급하였습니다.
롤링힐스 에스테이트가 자리한 LA 카운티 남서부 지역은 대부분 구릉 지대로 고도가 높아서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3월까지 11차례 폭우가 와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 이 지역은 침수 피해가 거의 없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지반은 이야기가 달랐던 것입니다.
그저께 붕괴 당시 이 곳은 단 48시간 만에 땅이 약 6미터 가량 움직이는 속도로 뒤쪽 협곡으로 가라앉았습니다.
태평양 바다가 앞으로 보이는 흙산 카운티의 전망은 멋있고 기록적인 폭우로부터의 침수 피해도 거리가 먼 곳으로 보였지만, 아이러니하게 지반 약화 가능성과 침수 가능성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이와 상당히 유사한 경제적 현상은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부채 의존적인 경제기반이 그렇습니다.
부채 의존적인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성격상 고수익을 기계적으로 그리고 맹목적으로 추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높이 짓고 싶어합니다.
일종의 부채 구릉 지대로 고도가 높아서 지어지는 건물 내의 전망은 좋아 보이고, 최근 수차례 폭우가 와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에도, 이 지역은 침수 피해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의 한국 경제 관련 ‘한여름밤의 꿈’ 단면과 비유이죠.
갖은 이유를 내세우며 금리 인상 흐름에서는 글로벌 측면에서 대단히 후행적이며, 국가 권력으로 경제를 돌아가게 할 수 있다는 꿈에 과신하게 되죠.
그러나 마치 지질학자 관점이 되어 흙산의 형성과정을 되돌아 보아야 하겠습니다.
돌산은 한자로 石山(석산)이고 흙산은 土山(토산)입니다.
후자는 오랫동안 풍화와 침식을 받으면서 토양의 성격이 높은 산으로, 자연 상태로 있으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인위적으로 부자들의 꿈을 상징하는 대리석과 수영장 등 무게비중이 높은 건축물을 위에 경쟁적으로 갖다놓으면, 저 밑의 지반 내에는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무슨 계기로?
바로 석산 위의 구릉지대 위에 사는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생각하는 집중호우의 장기 후유증으로요!
구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는 길이 300 너비 50 높이 30 규빗의 규모이고 3층으로 만들어졌고 대홍수 이후 해발 5,137미터의 아라라트 봉우리에 상륙했다고 문헌에 씌어져 있습니다.
이 아라라트Ararat산은 터키와 아르메니아 국경 지대에 있는 거대한 산입니다.
돌산石山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정동희의 8월 뷰) 방주는 돌산石山으로〕로 압축되겠습니다.
경제 현실세계에서 홍수는 ‘유동성 홍수’입니다.
그리고 그 본질의 상당 부분이 부채(Debt)이고요.
지난 달 한국 가계 및 기업부채 증가를 보면, 마치 부채 폭우 같습니다.
이 책임은 적지 않게 금리 및 유동성 통제에 실패한 금융당국에 있습니다.
방주가 착륙해야 되는 지점은 이 곳이 아니라, 부채의 홍수 버블을 걷어낸 순자산 돌산石山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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