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정진명(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화살을 넣는 통은 ‘전통(箭筒)’인데 왜 ‘전동’이라고 쓰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답은 이렇습니다. 옛날부터 그렇게 썼기 때문에 그렇게 씁니다! 활터에는 그런 말이 많습니다. 과녁도 ‘貫革’을 발음대로 적은 것이고, ‘휘궁’도 원래는 후궁이지만 휘궁이라고 읽습니다. 우리 선배들이자 조상님들이 그렇게 쓴 것인데 그것을 꼭 한자 표기로 읽어야 합니까?
그러면 한 번 더 묻지요. 閑山島은 ‘한산섬’인데 왜 ‘한산도’라고 읽습니까? 이순신 장군은 분명히 자신의 시조에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라고 썼습니다. 그때는 한산도가 아니라 한산섬이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증거를 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게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저만 그런 게 아니거든요. 온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읽으니 그걸 표준말로 해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택견’도 태껸처럼 표준어로 등극하셨습니다. 떼 쓰면 되는 게 우리 말의 표준업니다.
전동은 화살을 넣어두는 통입니다. 1993년 집궁할 때 대나무 전동을 샀는데, 겉을 대나무 무늬를 놓고 검정색으로 옻칠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값이 5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요즘은 그런 전동을 구할 수 없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하는 사람이 없으니 아예 사라진 것이죠. 전동도 유행이 있습니다.
옛날에 가장 좋은 전동은 오동나무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성문영 공이 쓰던 전동은 오동나무로 만들어서 겉에 옻칠을 한 것으로 15발 들이였습니다. 당시로는 제법 큰 전동이었죠. 당시 전동은 대부분 6발 들이였습니다. 왜냐하면 어디 갈 때 1순 5발만 가져갔거든요. 예비로 1발을 더 넣었죠. 그래서 애들 팔뚝만한 굵기였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고전이 있어서 활을 쏘며 즉시 주워서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은 고전의 거의 없어서 자신이 쏘고 자신이 주워 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매 순 쏘고 가기 뭣해서 2번 쏘고 주우러 가죠. 그래서 10발 들이 전동이 보편화한 것입니다.
이렇게 변하니까 전동이 또 전통과 어긋납니다. 선호중이라는 게 있습니다. 기생획창이 딸린 활쏘기에서 1시부터 4시까지 다 불을 쏜 한량이 남은 마지막 발을 기생에게 건네주고 획창을 먼저 해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몰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 겹 지화자까지 불러줍니다. 그런 뒤에 화살을 돌려받아서 쏘는데, 맞히면 지화자를 한 번 더 하지만 불 쏘면 엎어놓고 전동으로 엉덩이를 맞습니다. 이때 기생이 춘향가의 10장가를 부르면서 때리는 시늉을 하죠. 이때 드는 전동이 바로 아기 팔뚝만한 5발 들이 전동입니다. 요즘의 10발 들이 전동으로 때렸다가는 개구락지처럼 뻗을 겁니다.
요즘은 세태에 따라서 골프가방 모양으로 전동을 만들기도 합니다. 전동 안에 구멍을 10개 뚫어서 화살을 하나씩 집어넣죠. 깃이 서로 부닥쳐서 비비는 것을 피하려는 까닭입니다.
전동은 재료에 따라서 다양합니다. 오동나무, 종이, 향나무, 대나무,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쓰입니다. 나름대로 제 멋이 있습니다.
첫댓글 성문영 공의 전동에서 우아함과 기품이 물씬 느껴집니다..
제것도 오동나무입니다. 가볍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