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미웠다
뒤통수가 보이면 짱돌로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
한솔사과농장이 이유 없이 어디 이러겠는가
한솔사과농장 남편으로 말하자면
회사에 출근하는 마눌에게 " 열심히 일해라 당신 나이에 그만큼 월급 주는 곳도 없다"
"한 사람이 쓸고 간 길 열 사람이 웃고 간다 열심히 일해라"
이렇게 노래를 부릅니다
한솔사과농장도 열심히 일합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하지만 체력이 늘 방전 상태고
온몸이 움직이는 병동이라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 내지는 못합니다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기운도 없고 죄책감도 있어 힘들어하면서도
또 농장에서 혼자 일하는 한솔 아부지가 걱정이 되어
사과 선별을 둘이서 그 추운 날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끝을 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무슨 말끝에 짜증 섞인 말로
"도대체 당신이 하는 게 뭐 있냐"라고 합니다
기가 막힙니다
저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너'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래 너 잘났다 나는 하는 것도 없고 밥만 축내는데 집에 갈란다
너 혼자 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해라" 하고는 아치 데리고 집에 와서
아치랑 씻고 아치 털 말리고 있는데
전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직도 이러고 있음 우짜노 내가 아치 말릴 테니 당신은 얼른 준비해라"
그 말에 "내가 왜? 너거 식구 너거끼리 밥 무라 난 안 간다"
이렇게 시집 식구들과의 저녁 식사도 와해되고 한동안 분이 안 풀려 있는데
이삼일 후 인가 저녁에 일어나면서 선 채로 바로 뒤로 넘어져 뒤통수를 있는 양껏 부딪혔습니다
말도 못 하고 어지럽고 해서 출근도 못하고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서 CT 찍으니 이상 없고
이비인후과에 가니 심한 이석증이 있답니다
어지러워 움직이는 게 힘들어 병가 내고 누워 있으면서
대구에 오희종 신경과가 잘 본다고 해서
(이곳은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는데 전국에서 다들 온다고 줄 서서 시간 잡아 주는데 9만 원 입이 떠억 벌어집니다)
어쨌거나 돈을 주고 오후 세시 반쯤 시간을 잡고
되든 안되는 제가 운전해 갈려고 하는데(저 이때까지 삐쳐 있었음)
한솔아부지 과수원에서 일하다 점심때 집에 왔습니다
저 병원에 데려가려고요
사실 힘도 없고 머리도 너무 아프고 어지럽고 해서 갈 용기가 나질 않는 차에 못 이기는 척하면서 병원엘 갔지요
세상에나 종합병원 말고 그렇게 많은 환자가 있는 건 첨 봤습니다
전국에서 온다고, 너무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은 그쪽 모텔에 자고 다음날 새벽에 줄 서서 진료를 받는 다네요
첫날 가니 머리 이리저리 흔들어 보더니 '이석증' 맞는다고...
수액도 낫고 운동을 시키는데 너무 어지러워 토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 후에도 병가를 내어 집에 계속 누워 지냈습니다
한솔사과농장은 집에 혼자 누웠고 한솔아부지는 출근을 하고서는 ( 월요일 가서 수요일 돌아옵니다)
걱정이 되는지 수시로 전화 오더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석증이 왜 오는지 물으니
특별한 원인이 밝혀진 것 없지만
몸이 너무 피로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충격이 클 때 많이 온다는 얘기를 들었답니다
한솔아부지 가만 생각하니 제게 좀 미안했는지
안 하든 일을 합니다
늘 앉아서 명령만 내리는 사람이 밥 먹고 나면 설거지, 가끔 아치 사료주기
그리고 엄마 아프다고 한솔이 오라고 하더라고요
"당신한테는 한솔이가 약이잖아' 이러면서요 ㅎㅎ
그렇습니다 평상시엔 짱돌로 뒤통수 때리고 싶을 만큼 꼰대 남편이지만
아프니 또 남편뿐이네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 치료받으러 가는데
안동에서 5시 30 분에 출발했는데 대기 번호 35번이네요
다음 주는 조금 더 일찍 가자고..
제가 포도 먹는 걸 보고는 "나는 당신이 딸기만 좋아하는 줄 알았지 포도 좋아하는 건 몰랐네"
하면서 싱싱한 포도가 나오면 사 오고
뭐든 좋은 걸 많이 먹어 힘을 돋워야 한다며
잡다한 먹거리들을 사다 나릅니다
꼰대남편이라 사소한 트러블은 조금씩 있어 왔지만
이번에 아프면서 또 조금 앙금이 걷히네요
일주일에 한 번씩 새벽마다 병원에 데려다주는 게 벌써 세 번짼데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당연한 걸 미안하다고 할 말은 아니라고 하네요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어야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어지럼증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빨리 나아서 늦게까지 일하는 남편 새벽 고생 그만 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
오늘도 나는 몸빼바지 입고 남편과 아들이 좋아하는 저녁을 만들고 있습니다
온 종일 집에서 먹고 노느라 집안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지금 많이 행복합니다
푼수라고 욕하셔도 됩니다 ㅋㅋ
첫댓글 짱돌로 뒤통수 때리고 싶다. ㅎ
전 그저 학교 갔다 와서 가방 집어 던지고
밖으로 놀러가는 그 옛날 초딩3학년이다
요래 생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