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호, 준비, 24-8, 내가 해줄게
※김희호, 준비, 24-9, 어른들의 도움
내수 시내에는 김희호 씨가 여행 준비 말고도 하고 싶은 게 많다. 오늘은 할 일에 집중하고자 마을회관으로 왔다.
오후에 할 일은 스케치북에 일정 정리하기.
김희호 씨가 마을회관에 오기 전부터 언급하던 빵과 수박을 냉장고에서 꺼냈다. 김희호 씨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 콜라도 꺼낸다. 마을지도자분들 만났을 때 남았던 음식을 기억하고 계셨다. 김희호 씨가 음식 먹는 데만 힘 쏟을까 싶어 나중에 꺼내려 했다. 계속 빵, 수박 있냐고 물어보셔서 마지못해 꺼냈다.
간식, 젓가락과 포크, 스케치북, 공책, 색연필, 색칠 공부 책, 사진 담긴 A4용지, 가위, 풀. 선풍기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아, 김희호 씨가 틀어주는 신나는 노래까지. 모두 준비되었다.
“희호 씨, 우리 희호 씨가 쓰던 공책에다가 할까요, 아니면 스케치북에 할까요?”
“스케치북.”
“그러면 희호 씨, 가로로 붙이고 싶으세요, 세로로 붙이고 싶으세요?”
“세로로."
“엄마 교회 끝나고 여행 가?”
“네, 엄마 교회 끝나고 여기로(버스 정류장 사진을 들며) 가기로 했지요? 그렇지요?”
“응”
“희호 씨, 그러면 스케치북에다 이것부터 붙일게요.”
“희호 씨, 우리가 다음에 가기로 했던 곳이 발 담그는 곳이잖아요.”
“응”
김희호 씨가 여러 사진 속, 족욕을 하는 사진이 담긴 종이를 들어 올리며 말씀하신다.
“잘라줘?”
“네, 잘라주세요. 제가 이거 붙일게요.”
김희호 씨와 나 모두 집중하며 자른다. 적막이 흐른다….
아니, 트로트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중간중간 이 노래 아는지 물어보신다. 아는 건 안다, 모르는 건 모른다 답한다.
“희호 씨, 하다가 이제 붙이고 싶으면 저랑 바꿔요.”
“아니야.”
“괜찮아요?”
“응, 자르기 좋아해. 혜화학교에서 했었어.”
.
.
.
장소이름 즉, 글자를 옮길 차례다. 사진이 담긴 페이지에 장소 이름도 덧붙여 두었다.
사진 페이지에 적힌 장소 이름과 글자 페이지에 담긴 장소 이름.
하나하나 비교해 가며 스스로 찾으시기를 바랐다.
"…”
당장은 무리다. 이름을 짚어드리면 김희호 씨가 잘라주기로 했다.
“희호 씨, 첫 번째 것(장소 이름) 잘라주실 수 있어요?”
“응.”
“이거 맞아?”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이것도) 잘라줘?”
“네.”
“(다정이가)붙여, 내가 잘라줄게.”
“네!”, “이건 이리 붙일까요, 저리 붙일까요?”
“…아무거나 해.”
“아무거나 해요? 네!”
“희호 씨, 우리 자는 곳은 어디예요?”
손으로 짚어주셨다.
“잘라주실 수 있어요?”
“응, 잘라줄게.”
묻고, 답하고. 오리고 붙이고. 반복된다. 수박과 빵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먹고 할까요?” 단 한 번, 합의하에(?) 서로 수박 한 조각씩 먹은 게 전부다.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놀러 갈 때 티비도 보고, 그림도 그립시다!”
“응, 놀러 갈 때.”
여행 갈 때 뭐할지, 행복한 상상을 한다.
“짐 쌀 거야? 내일 와?”
“네, 내일도 와요.”
“짜장면 맛있었지?”
“네, 양어머니한테 희호 씨가 짜장면 사줬다고, 언니 노릇했다고 말씀드릴게요.”
“응!”
시시콜콜한 대화 나누며 작업한다.
“이따가 재밌는 거 하자.”
여행지를 스케치북에 다 붙이고, 여행 일정을 되돌아보았다. 색연필로 마저 꾸미자 하니 김희호 씨는 이미 색칠 공부 나라로 떠나셨다. 결국, ‘김희호’ 본인 이름 적는 것과 아버지와의 여행 칸 제목을 ‘여행’이라 하기로 한 것 외에는 많이 꾸미지 못했다. 같이 집중해서 오리기 작업을 마무리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김희호 씨가 기억하는 순서는 이러한 듯하다. 어머니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예배 끝나고 간다. 저녁 먹고 카페 가야 한다. 자고 온다. 막상 당일이 되면 잘 기억하고 안내하시리라 믿는다.
2024년 7월 3일 수요일, 이다정
첫댓글 먹을 것을 뒤로하고 여행계획 꾸미는 것에 집중한 희호씨가 놀라운데요!
희호씨가 진짜 하고싶은 것을 하면 어떤 유혹이 있어도 뿌리치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다정 학생이 온다는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희호씨가 다온빌 입주인과 직원들에게, 기대감에 부푼 모습으로 얼마나 이야기를 하고 다녔는지 모릅니다.
희호씨에게도 이다정 학생에게도 단기사회사업을 통해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