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은 안녕하신가?
다시한번 자녀교육을 혹독하게 시킬 절호의 찬스가 왔다.
평소에 뜬금없이 40이 넘은 자녀한테 이런 일에 관하여 교육한다는 것은, 대학원생에게 유치원생 교육하듯이 하는 일 같아서 망설이다가, 신문을 보니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21- 23일 캐나다 한국일보 A면 1페이지에 대서특필로 R은행에서 “한인 은행직원이 거액횡령” 이란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세상에? 코로나로 온 세상이 난리인데 은행에서는 거액횡령사건이라니....... 읽다 보니 웬걸 이 사건의 피해자는 내가 잘 아는 한인 할머니 아닌가? 세상 좁기도 하지, 캐나다 땅에서.
이 기사를 큰 글씨가 나오게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아이고 남의 돈 횡령한 이 사람 이제 어쩐대요?” 돈을 횡령한 사람을 걱정한다, 나는 억울했을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는데, 한 사건을 놓고 정신이 가는 사람이 판이하게 다르다.
아들이 걱정하는 사람 쪽으로, 내가
“글쎄 말이다. 그 은행직원 네 생각엔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은행에서 잘릴 것이고.”
“한국일보 기사에 보니 이미 그만 두었다고 나왔네, 당연히 잘렸겠지, 지금 직장 잘리는 게 문제냐?”
“아이고”
“아이고 라니? 만일에 만일에 내 아들이 공금을 횡령? 남의 돈을 훔쳤다면 어미인 나는 너에게 뭐라고 할 것 같으냐?”
“글쎄?”
“글쎄 라니 생각 해 봐, 엄마가 뭐라고 할 것이 금방 생각이 안 돌아 가?”
“?”
만일에를 말하는 거다. 만일에 네가 공금을 횡령했다거나 남의 돈을 훔쳤다면? 나는
“내가 너에게 도둑질해서 살라고 가르쳤니? 나랑 죽자, 이 새끼야, 교육을 잘못 시킨 나랑 교육을 잘못 받은 너랑 당장에 죽자. 죽는 거 어렵지 않다. 너와 나는 이마와 가슴과 등에 ‘나는 도둑이다’라고 큰 주홍글씨를 새겼는데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아갈래? 사람은 이름 석자 얼굴 한 뼘으로 산다. 너랑 나랑 하루라도 빨리 죽는 게 백번 낫다.”
“엄마”
“왜 불러? 절대로 그렇지 않겠지만, 만일에라도 남의 돈을, 남의 것을 쳐다보지 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 네 자식도 똑바로 가르치고, 인생 얼마나 잘살아보겠다고 도둑질하고 살아? 옛말에 그른 말 없다는데, 불에 덴 흉하고 도둑질한 흉은 죽어도 안 없어진다고 했다.
내가 70을 넘게 살아 보니 인생의 결국은 정직하게 사는 거더라, 정직이 다야. 올바르게 살아, 부자로 안 살면 어때, 싼 차타면 어때, 차 없으면 버스타고, 작은 집이면 어때? 작은 집도 없으면 렌트 살고, 내가 번 돈으로 최선을 다하여 내 형편대로 사는 거지, 도둑질해서 좋은 차, 좋은 집, 허세부리고 살아? 정정당당하게 잘살면 누가 뭐래?
정정당당하게 잘 살라고 공부 시키는 것 아니냐?
양심에 거리낄 것이 없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는 것이 마음 편하고 옳게 사는 길이 아니냐? 일전하나 티끌 하나라도 남의 것은 쳐다보지 마, 정직하게 살면 복도 받게 되어있어“
40이 넘은 아들에게 다시한번 예를 들어가면서, 유치원생 가르치듯 혹독하게 가르치는 어미도 두 손을 불끈 움켜쥐고 이를 악물게 되니.......
여기는 캐나다 땅,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열심히 일하여 잘 살아보려고 그 먼 한국으로부터 이민 와서 땀 흘리며 밤을 낮 삼아 고생하고 너희들을 가르쳤는데, 도둑질하고 산다면 그 부모도 그 자식도 이 세상 살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 살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정직? 정직은 인간의 기본에 기본인데....... 실수? 그건 실수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고의다. 거짓으로 사는 사람은 다른것도 다 거짓으로 산다.
거액을 횡령한 그와 그의 가족과 그의 부모형제들은 어떻게 살아가나? 아마도 죽음 같은 삶, 남을 의식하기 전에 자기들을 용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통스런 삶이 아니겠나? 시간이 흐르면 자타가 잊을 거라고? 천만에. 도둑놈.
나는 그 기사들을 신문에서 오려 스크랩해놓았다. 간간이 볼 것이다.
후일담으로 그 할머니는 자녀들이 법적 대응하여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다 찾았다고 한다.
이제는 규모가 큰 은행에서 일하는 은행원도 못 믿는 세상이 되었다.
참말로 나도 은행원출신인데.......
은행에 맡긴 쥐꼬리만 한 내 돈은 안녕하신가?
(2023.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