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017)-차안과 피안 사이(190504 부활2주간 토)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
제자들은 호수 가운데에서 큰 풍랑을 만났다.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과 물 위를 걷는 사람을 보며 두려움에 빠졌다.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정점에 이르면 삶이 무상해질 것이다.
삶이란 결국 흔들리다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일까?
노아의 방주 속에서 사람들은 차츰 “방주가 과연 구원인가?”라는 의문에 빠졌을 것이다.
“방주는 남은 사람들을 수장시켜버릴 관(棺)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을 것이다.
노아는 육백한 살이 되던 해 방주 뚜껑을 열고 밖으로 나와 마른 땅을 밟았다.
방주는 생명들뿐 아니라 제자들의 배처럼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도 실려 있었다.
그 같은 방주에 탄 이들의 내면은 바닥이 구멍 난 배처럼 점차 절망으로 채워져 갔을 것이다.
제자들이 배부르게 빵을 먹고 나서 스승을 모신 것이 대견하게 여겨졌겠지만 그들은 노아의 방주 속과 같은 체험을 한다.
죽는 것은 짧은 고통이만 살아남는 것은 긴 고통이라는 깨우침도 들었을 것이다.
차안과 피안 사이의 진퇴양난은 노아가 방주의 뚜껑 열어젖혔듯이 신비의 뚜껑을 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