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 - 창비 Changbi Publishers2024.11.13
제1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발표
계간 『창비어린이』가 우리 아동청소년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역량 있는 신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의 제16회 심사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상금은 각 부문 300만 원이며, 시상식은 2025년 2월 말에 열릴 예정입니다.
제1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작
● 동시 부문
수상작: 양슬기 「누르지 마 복숭아」 외 9편
수상자 약력: 1992년에 태어났다.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아동문학교육을 전공했다.
심사위원: 남호섭(동시인)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누르지 마 복숭아」 외 9편은 올해 가장 뚜렷한 개성을 갖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나름의 화법으로 10편 모두 고른 수준을 유지하는 역량이 미더웠다. 우선 눈길을 끈 것은 강력한 유머 코드였다. 특히 교실 현장의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을 그릴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시선과 그 바탕에 깔린 웃음, 그리고 열린 결말이 주는 여운이 컸다. 이러한 유머 코드가 더욱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데에는 그 이면에 짙은 슬픔이 담겼기 때문이다. 진폭이 큰 자기 안의 감정을 잘 다스려 독자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야말로 수상자의 가장 큰 자질일 것이다.
● 동화 부문
수상작: 박청림 「집으로 가는 길」 외 1편
수상자 약력: 2000년에 태어났다. 「먹는 책」으로 2022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심사위원: 김남중(동화작가) 박숙경 이충일(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집이 망해서 낡은 아파트로 이사 온 ‘나’가 고물 엘리베이터에 탄 몇 분 사이에 겪은 이야기를 밀도 높게 다뤘다. 엘리베이터에서 나는 귀신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하고, 새로 이사 온 집 호수를 잊고, 가족마저 뿔뿔이 흩어진 암담한 현실이지만 9층 아이와 만나 대화를 통해 하나씩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따뜻하고 어린이답다.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는 ‘동화’적인 아이들의 몸짓을 현실적으로 표현했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새로운 관계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힘찬 걸음으로 이어져 감동적이었다. 함께 응모한 작품 「키우는 녀석들」 역시 본심작으로 논의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함과 완성도를 보여 주었고, 작가의 역량과 동화에 대한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청소년소설 부문
수상작: 이새벽 「그게 전부야」 외 1편
수상자 약력: 1998년에 태어났고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학과 어린이문학을 공부했다. 제9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창작 동인 ‘고양이손’의 멤버이다.
심사위원: 정은숙(청소년소설작가) 강수환 원종찬(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그게 전부야」는 수영 선수 출신의 ‘조인영’이 학교 정책의 변화로 마지못해 참석했던 만화 연구 동아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차은지’에게 얻어맞으며 시작된다. 연결점이 없는 두 아이 사이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이라니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한때 유망한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체고 입시에 실패한 조인영의 사정과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의 반대로 꿈을 포기한 ‘차은지’의 상황을 교차하며 학교 폭력 사건의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 준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 둘 수 없다는 교칙 때문에 두 아이는 갈 곳 없이 맴돌다 결국 운동장에서 만나고, 이는 슬프면서도 웃긴 현실을 잘 반영했다. 이른 나이에 사실상 직업이라 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담은 것도 작품의 장점이었다.
● 평론 부문
수상작: 심지섭 「생동하는 몸, 무한한 타자성의 생성과 연결: 신유물론으로 읽는 최영희」
수상자 약력: 인하대 한국어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어린이청소년SF연구공동체플러스알파에서 활동 중이다.
심사위원: 김지은 오세란(이상 아동문학평론가)
심사평 중에서
「생동하는 몸, 무한한 타자성의 생성과 연결: 신유물론으로 읽는 최영희」는 최영희에 대한 비평이 다다를 수 있는 곳에 고르게 가 닿는 균형 잡힌 평론이었다. ‘몸’ 담론을 통해 아직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린이의 몸’에 대해서 각별하게 주목한다. 신유물론의 비인간-비존재 인식을 가져오면서도 이를 ‘괴물’이라는 문학적 상징으로 풀이한다. 그런 점에서 아동청소년문학 평론의 역할을 잘 이해하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이 평론은 ‘사차원의 작가’로 불리기도 하는 최영희 문학이 어떤 집요한 탐구의 자세로 현재 어린이·청소년이 맞닥뜨리고 있는 자아와 관계의 혼란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책임감 있는 글이다. 이 평론을 통해 우리 SF 아동청소년문학을 바라보는 귀한 시선을 새로이 맞이하게 되어 기쁘다.
2024년 11월
(주)창비
* 부문별 수상작과 수상 소감 및 심사평 전문은 계간 『창비어린이』 2024년 겨울호(87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