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 굽이굽이 대관령길을 넘나들은 1박2일 여행기
역마살이 동했다.
“을미년” 양띠해가 내겐 甲子로 맞은 새해이다.
의미를 생각하다가 대관령 고원지대에 살고 있다는 양떼들이 보고파졌다.
아침에 준비물 몇 가지를 챙겨실고 대관령을 향해 차를 몰아갔다.
평일이라서 영동고속도로는 막힘이 없다.
낮선곳으로의 여행은 늘 설렘이 있어 기분이 좋다.
그 설렘 때문에 횡계나들목을 지나치고 말았다.
그 다음 나들목은 강릉나들목으로 동해바다였다.
기왕에 동해바닷가에 왔으니 어찌 그 푸른바다를 만나지 않고 갈 수 있으랴,
그 맘을 동해바다 푸른 물결이 알았던지 산더미같이 파도를 밀고 와 내앞에 하얗게 부서놓는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파란빛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거기에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따라 바다위를 날으는 하얀 갈매기들의 비행마저 나를 위해 베푸는 잔치 같았다.
주문진항 어시장에는 고깃배들이 갓 잡아 올린 오징어, 대게, 가자미, 도루묵 등등...
활력이 넘쳐보였다.
싱싱한 오징어 회 한접시를 초고추장에 말아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결국 그 동해바닷가 넓은 창이 있는 방을 얻어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달빛 그림자를 안고 출렁이는 밤바다 풍경은 한낮에 풍경과는 또 다른 환희였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 크게 철썩거리며 들려오는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아침이다!!
새날이다!!
동해바닷물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솟아오르는 빨알간 해가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을미년', 내 생애가 甲子의 세월이 흘려 다시 돌아온 '을미년',
이날 솟아오르는 태양은 새날, 오늘, 내일을 축복하는 듯했다.
검푸른 동해바닷물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솟아오르는 태양빛!!!
좋은 자연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수많은 지인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축복의 새날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해맞이를 했다.
멋진 해맞이와는 사뭇 다른 아침식사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대관령으로 향했다.
푸른 바다에 氣가 살아 대관령 양떼들이 노닌다는 선자령에 올라가 백두대간 능선을 보리라 맘먹고 출발했다.
대관령 길은 한때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지만, 영동고속도로가 난 이후 지금은 한적한 옛길이 되었다.
운전초보시설 절절매며 넘던 고갯길이었다.
아흔아홉구비라고 하는 대관령 길을 넘어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50분경이였다.
그 옛날 번잡스럽던 휴게소의 풍경은 간곳이 없다.
그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거센 강풍만 회오리치며 쓸고가는 넓디넓은 텅빈 주차장뿐이었다
선자령들머리에서 등산지도를 살피는 나의 작은 체구를
사정없이 마구 휘어 감으며 몰아치는 강풍에 순간 머뭇거려졌다.
선자령은 해발1157m 높이이다. 그러나 대관령 휴게소가 해발832m이라고 한다.
산행코스는 원점으로 돌아오는 거리가 10.8㎞, 왕복3~4시간 걸린단다.
“맨 처음 한 걸음만 옮기십시오,” -마틴루터 킹목사
출발부터 윙윙 쌩쌩 소리와 함깨 몰아치는 바람은 만만치가 않았다.
호흡이 가빠지고, 기침은 자꾸 나오고…….
그래도 온몸을 꼭꼭 싸매고 빼꼼 내놓은 눈앞에 펼쳐지는 선자령가는 고산길은 감탄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고산지대의 숲을 보니 반갑기도 했다.
바람은 그야말로 칼바람이었지만, 맑고 따사로운 태양빛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있고,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동무가 있고, 선자령을 향해 가는 목적지가 같은 뭇 사람들이 있으니 견딜 만 했다.
'한걸음'의 시작은 2시간40분만에 대관령 꼭대기 “선자령”, “백두대간 전망대”에 올랐다.
보통 사람들 보다 한 시간 더 지체된 시간이었다.
강풍에 입은 얼어붙어 환호성을 내지를 수가 없어 속으로만 탄성을 읊조렸다. 야호~호호.....
발아래 백두대간의 굵직한 산줄기가 한눈에 다 들어왔다.
동쪽으로 동해바다가, 서쪽으로 대관령목장,
사방으로 백두대간 산맥들의 광활한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해발 1000m 산꼭대기에 수십 개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풍경 또한 이국적이다.
동서남북 어디를 내려다 보아다도 감탄을 연신 나오게 하는 선자령의 경치였다.
산행하는 내내 칼바람이었지만, 선자령 정상에 부는 바람은 잠시 머물기가 힘들 정도의 강풍이었다.
대관령 동서를 넘나드는 세찬 바람에 떠밀려서 내려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대관령휴게소 주차장 도착시간은 오후2시30분이었다.
이전에 경험한적 없는 듯한 세찬 바람에 온몸이 휘둘리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애당초 계획했던 양떼들은 만나보지 못하고 해질녘 집으로 왔다.
“여행은 돌아옴이니까…….”
20150110. 선금이의 한해맞이 여행기 끝.
첫댓글 대관령의 푸른하늘과 동해바다의 해맞이 행복한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새해 소원처럼 올한해도 건강하시고 사랑하는일 자주볼수 있었음 좋겠네요 ~사랑합니다 언니.....
감사하며 올 한해도
웃음짓는 일들 많아져서 행복한 날들이길 기도하네..^^
세상에 내가 하고싶은걸 언니는 쉽게도 가셨네요 나도 언제든 떠나고싶을때 마음 맞는 친구하나랑 이렇듯 떠나고싶은게 제 소망입니다 부럽습니다 멋집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자주 갖길바래요 늘 건강하시고요~?
감사하고, 올해는 이루고싶은 소망,
꼭 이루어 성취의 기쁨들이 많아지기를 손모아 기원하네..^^
양떼를보러가셨다기에양떼사진은언제나오나쭈~~욱읽어보니양떼는못보셨다고요?조금아쉬웠겠네요.즐거운여행하셨군요.오늘은언니가무척부럽네요.훌쩍떠날수있는자유멋지십니다.건강조심하시고사랑합니다.?
감사해유..
부러워하지 말아유...
독거는 더 나이들어 혼자 다닐 수 없을때 못 다니잖아유..ㅎㅎ
양떼는 따스한 봄이 오면 푸른초장과 함께 귀경 갈까 하구....
떠날수 있는 형님이 부렆군요 나도 아무생각 않고 떠날수 있으면...,
잘 지내고 있는거지유?
나보다 부자들이 와 부러워합네까?
남편과 어여쁜 아들딸에 손주들 재롱 등등 나없는 든든한 빽들을 몇개씩 갖고 있잖아유...
새해 복 많이 받고 건강하게 잘 지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