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별 다른 스케줄이 없는 관계로-사실은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남도여행을 하려고 준비했으나
동행자가 돌발성황이 생겨 취소된 것- 김치를 담기로 했다.
며칠 전에 하나로 마트에 미리 주문해 둔
고들빼기와 여수 돌산 갓을 시세가 좋다고 하길래 욕심껏
주문을 해놓았더니 웬걸, 목요일의 시세는 대뜸 한단에 천원씩 올라버렸다.
가격이 올라도 웬만하면 주문한 몫은 가져와서 담그리라 마음은 먹었지만
아, 욕심이 과했다.
박스에 담겨진 갓김치-10단인지라-를 보는 순간,
일부는 반납하고 제 양만큼만 가져올까 싶다가도 사먹는 것은 일단 믿지 못하는 병과
비싸기는 또 얼마나 비싼지 돌산갓을 보는 순간 또 탐심이 발동하고 만 것이다.
고들빼기야 뭐 숨이 죽으면 사실 얼마 되지는 않지만-그래도 열단 다듬고 쪽파 엄청 단이 좋은 것 두단 다듬는데
정말 진저리를 쳤다 는 -우와...갓김치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다 늦은 시간에 찾아들겠다 는 사람이 있어 채 물이 다 빠지지도 않은 갓김치를 담자고 드니
미친년 널뛰듯이요 번갯불에 콩을 볶는 와중이라 좌우지간
무설재를 찾는 발길이 도착하기 전에 이래저래 마무리는 되었지만
어쩌다 보니 욕심 사나운 김치광이 되어버렸다.
어쨋거나 김장김치 하느냐 고 타박을 주던 신선 조차도 마구잡이로 김치를 끝내버리는 쥔장 앞에선
할 말이 없는 법...달게 먹을 일 만 남았다.
고들빼기와 갓 김치는 숙성이 되지 않아도 날 것 조차 별미이니
이 계절에 살과의 전쟁은 이미 틀린 듯하다.
그렇게 겨울내내 먹게 될 고들빼기와 갓김치를 위해 밥과 찹쌀풀을 함께 끓여놓고
온갖 야채와 과일과 흑삼, 멸치, 표고버섯, 새우, 다시마까지 합세하여 팔팔...진한 국물맛이
일품이요 국물에 버무려 갖은 양념이 함께 하니 김치맛은 말해 무엇하리.
일부 김치가 끝나고 나니 일요일에 있을 시제사를 준비를 위해
필요한 이것 저것 준비를 하고 나니 어느덧 하루가 지났다.
쥔장의 담당은 포와 대추와 밤과 점심 식사....서둘러 속리산 대추를 함께 명상하는 친구를 통해
주문 택배를 받고보니. 늘 경산 대추가 최고라 여겼던 편견이 사라질 만큼 맛이 기가 막히다.
본래 주전부리와 거리가 먼 신선조차 맛있다며 오며가며 집어먹다가
참, 시제사 지낼 것을 다 먹어치우는 것 아냐 라며 걱정 삼매경이지만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여유분을 사놓았으니 마음놓고 먹어도 될일 이다.
원래 시제사 준비가 많았지만 이번부터는 지난 윤달에 메운 조상님들의 터가 줄어들어
간소하게 바뀌었다...물론 시간도 널럴해졌으나 이번에도 점심 식사 당번은 면하지 못할 것 같다.
이른 아침에 어젯밤의 흔적들을 모두 정리하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자니
안개가 가득이다...그러나 저 안개가 걷히고 나면 청명함이 우선이요
가을색에 물든 나무가 무설재 자락에 지천이라...오늘 또 하루가
즐겁고 행복할 일이다.
낮동안의 점심 약속이 그래서 더더욱 기대가 된다.
나들이 하듯
길을 나설 것이다.
돌아와 차 한잔의 세계에 빠져 수요일에 구입한 책을 읽다 보면
금요일밤의 재미, 슈퍼스타k를 보게 될 것이다.
첫댓글 그렇게 김치를 담갔다고라고라~! ㅎㅎㅎ
완전 번갯불이 번쩍 번쩍...채 물빠지지 않은 갓으로 담근 갓김치가 열무김치가 되었다 는 비극.
우째 그렇게 많은 일들을
그리도 잽싸게....
생각없이 그저 닥치는대로 해버렸다 는 것이죠 뭐.
무설재 손님이 일찍 오셨다거나 아예 늦었다면 물기 조절이 되었을텐데 참, 국물이 너무 많아져서
갓 김치의 깔끔함은 사라지고 없네요...아쉬워라.
우리님의 본업은 역시 주부!
ㅎㅎㅎㅎ 맞아요...잊지 말아야 할 일.
글을 보니 먹고 싶은 생각이 나는데 잘 익은 다음에 맛 좀 보여 주세요.
그리하소삼...언제든지.